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 한 명만 믿고 부산에 내려온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나, 뭐하고 놀까 하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트위터에 새 계정을 만들어서 슬금슬금 근질근질한 입을 놀리던 때였다.
카미노를 걷고 있는 사람을 몇 명 발견해서 팔로했다.
좀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명의 여자친구들이 함께 걷고 있는 일행을 발견했고, 그 중 한 두 사람의 프로필을 따라가다가 그들이 부산에서 “생각다방산책극장”이라는 재미있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와르르르르 그녀들의 그간의 이야기를 알고, 그들의 여행을 구경하기를 하루이틀.
만나야겠다! 그리고 다방에 가봐야겠다. 어쩌면 그네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메일을 썼다. 카미노를 다 걷고 서울에 돌아올 때쯤 보내려고 했는데 또 근질근질, 바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생각다방에 자주 드나드는 친구를 한명 더 알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싱싱, 여자3호다. (서울의 내 친구들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이들을 “오다가다 만난 아가씨들”이라고 부르는데, 아가씨1은 메일을 보냈던 생각다방의 히요, 아가씨2는 생각다방을 함께 운영하는 이내, 아가씨3은 생각다방을 인연으로 만나 자전거도 빌려주고 함께영화보는 친구가 된 싱싱)
몇차례 멘션을 주고 받다가 어느 심심한 날 급만남 결정. 물론 나는 그때깍지 친구집에서 인터넷하고 놀고,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동네 천변을 산책하고 우쿨렐레를 치고 노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친구랑 하루종일 말없이 함께 있는게 좀 불편하긴했지만(친구는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 밥 때되면 밥차려주고, 재워주고, 나의 하루에 아무런 관심도 불만도 없는 좋은 친구였다) 그러려고 부산에 온 거니까.
그렇게 나는 싱싱을 만나고 다방에 첫발을 디뎠다. 주인없는 다방은 약간 아니 많이 지저분한 상태였지만 귀여운 고양이 두마리가 반겨줬다. 그렇게 고양이랑 놀고 돌아왔다. 천천히 다방과 그 주변인물들을 만나면서.
그 즈음 나는 해운대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 오전 5시간 일하는 청소알바를 구했고, 사실 먹고자는 자리를 원했지만 이미 한 사람이 일하고 있어서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친구집과 해운대가 가까웠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날인가 다음날인가.
싱싱양한테 온 연락.
“히요네 집에서 머물면서 고양이 밥줄 사람 구한데요”
“오오~ 이런 일이”
고양이 두마리를 보살피던 친구가 일이 생겨 갑자기 고양이 집사가 필요하게 된 상황, 나는 살 집이 필요했고 고양이와 아가씨들은 집사가 필요했고, 나는 무려 출장보모 경력도 있지 않은가! (이 자리를 빌어 나와 함께 2주간을 살았던 호동이 안부도 잠깐 묻자. 주인언니가 여행간 사이 그 집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살았었다)
그렇게 친구집을 나와 대연동 생각다방 근처의 히요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이틀을 지내다가 게스트하우스에 먹고 자는 자리가 생겨서 그쪽으로 옮겼다. 원래 일하던 친구가 너무 힘들어서 갑자기 그만두고 잠적. 하하. 이런 상황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왠지 여기서 살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고양이집사노릇은 주인아가씨들이 올 때까지 해야하니까 며칠간은 출퇴근하면 고양이님들을 섬기고 아가씨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자전거카페에 필요한 내 커피콩을 볶기 위해 다방을 로스팅작업장으로 이용하고, 자전거에 붙일 간판을 뽑기 위해 다방을 출력소로 이용하고, 드립 실력 향상을 위해 다방을 찾는 분들께 커피를 내리는 실습실로 이용한다.
어쩌면 다방을 통해 만나는 여러 인연들과 더 재미있는 일을 꾸릴수 있을 것도 같다. 사실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그때그때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니까.
자전거카페 개업날, 아가씨2는 뮤지션으로 개업축하공연을 위해 평소 일어나본적도 없는 시간에 해운대까지 와서 노래를 불러주고 갔다.
생각다방산책극장 블로그 http://blog.naver.com/beluckysuper
생각다방 히요마담(럭키슈퍼아가씨)이 소개하는 [멜리네 자전거카페] 산책자의 모닝커피 sto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