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부엌 이야기 1 _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만든 정도의 퀄리티
일간 보관물: 2013/07/16
[칠월부엌] 매뉴얼4 – 저, 들어가도 되나요?
-영업합니까?
-들어가도 되나요?
-식사 되요?
그럼요. 칠월부엌은 멀쩡한 영업장입니다. 카페라고 하기에도, 식당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먹을 걸 파는 뎁니다.
게다가 주로, 비어있습니다 –;;
바로 문앞 좁은 길에 차가 많이 다녀서, 게다가 엄청 빨라요. 시끄럽습니다. 팥을 삶거나 밥을 할때 불을 쓰느라고 많이 더위지지 않을 때 빼고는 문을 주로 닫아놓습니다. 가끔은 밖이 적당히 환해서 불을 안 켜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영업하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었지요. 그래서 “영업중” 간판도 달았습니다.


매장 안에는 작은탁자 세 개, 각각 의자 2개씩 총 6개가 있어요 그 중 한 탁자는 늘상 제가 차지하고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작은 가게에 손님이 늘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
정원은 6명인데 제가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아마 6명 다 앉기엔 복잡하지 싶어요. 서너명만 같이 와도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지요. 손님들 가방도 있고 하니까. 그래서 사람이 한 두명 있으면 가득찬 것처럼 보여서 안 들어오시는 경우도 있…다고 믿어봅니다. 호호.
사실 가득찬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냥 문열고 들어올 수 있나 없나 보시거나 말을 걸어주세요. (근데 나도 다른데 가서 그러는 사람이 아니다) 뭐 대부분 비어있으니 그냥 오시면 됩니다.
칠월부엌에 오는 손님들은 크게 네 종류입니다. A 지인 A’. 건너건너 아는 사람(트위터, 페이스북 친구, 친구의친구 등) B 당황하신 키친케이 고갱님 B’ 키친케이 왔다가 그냥 들어오신 손님 C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온 사람 D 동네주민. 아 방금도 앞집 인쇄소에 토스트를 팔았습니다.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어제도 지나가다 “팥빙수 팔아예”하고 들어오신 할매&아지매 커플에게 비싸지만 맛있다, 는 평을 들었습니다.
햄버거 먹으러 왔다가 그냥 가신 손님들한테 설명하기 귀찮아서 앞에 “김사장부재중” 안내를 붙였더니 그런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네요. 호호. 키친케이 찾아왔다가 왜 버거를 안파나 하며 토스트를 사먹고 간 한 분은 단골이 되셨고요.
생각다방산책극장 친구들이랑, 서울에서 온 제 친구들, 어쩌다가 알게 된 부산에 계시는 분들이 지금까지 주요 고객이었는데요. 트위터에서 보고 오신 분도 있었어요. 제가 맨날 여행다니고 산에 들어갔다가 어디 놀러갔다가 이런식으로 길거리에서 커피나 팔고 하니 부잣집 자녀로 돈 안벌어도 되는 사람인줄 알았다는 분도 있네요. 호호 영광입니다.
직장다니면서 힘들게 돈 벌지 않는 사람은 맞지요. 긴긴 시간동안 그건 너무 괴롭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다른 방식, 내게 맞는 방법을 찾는 중이니까요. 그래서 정말 돈을 벌 수 있냐,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걸 막 참아야 할 만큼 괴롭지는 않냐, 정말 행복하냐, 이런 질문을 하셨죠. 그렇다, 회사다닐 때보다는 낫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실이기도 하고요. 돈이야 일단 많이 벌고 쓰자, 에서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벌자, 로 바뀌니 사는 데 불편함은 없습니다.
각자 자기한테 맞는 방식으로 할수 있는 만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남들 다 참는데 왜 너는 못하니? 라는 말은 누구에겐 용기를 주는 말일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더 큰 좌절이었거든요. 왜 난 정말 못하는가!
사실 못할수도 있고, 잘할수도 있는 거잖아요. 못하는 게 없는 사람도 있고 잘하는 게 없는 사람도 있고. 뭐 그나마 나은 거 할만한 걸 하고 사는 거 아니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하고 월급쟁이 하는 게 그나마 할만하다고 여기니까 그러는 거겠지요. 회사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괴롭지만 그만두긴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나요. 저 같은 경우는 그게 다른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여서 계속 잘 안되더라고요.
용기를 내어 전혀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자고 생각했죠. 사실 용기라거나 새로운 시도라기 보다는 그냥 회사다니기 싫다! 싫은건 정말 안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순 없나, 에서 단순히 시작한 것이긴 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제가 생각하는 건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것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것. 힘을 주는 것,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내가 생각하기에 도움이라고 생각하는 걸 막 함부로 주는 건 좋은 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부산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들러주세요, 고갱니임~
[칠월부엌] 매뉴얼3 – 이렇게 이용하세요
칠월부엌 다섯가지 이용법
1)멀쩡한 카페처럼 먹고 마시고 시간보내고 놀기

의자는 편하지 않지만 가게가 워낙 작기 때문에 다른 까페처럼 옆사람 때문에 시끄러울 우려가 없습니다. 왜! 오래 있다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호호 (사실 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저는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혼자 있을 때 음악을 잘 안 틀어놓는 편이었는데, 명색이 커피파는 곳인데 음악이 있어야겠다 싶어서 생각다방콜렉션으로다가 좋은 음악을 준비해두었으니 오셔서 멀쩡한 카페에서 하는 것처럼 책보고, 일기쓰고, 편지쓰고, 노트북으로 작업하시고 그러세요.
2)외부음식 사다먹기 – 초장횟집만 있느냐, 음료식당도 있다!

배고파서 밥먹고 싶은데 여기 밥은 안판다? 그럼 딴데서 사오세요. 와서 여기서 음료나 차, 팥빙수 드시면 되잖아요.
카페의 블루오션, 초장횟집의 업그레이드. 음료식당입니다. (인당 돈 받는 초장횟집처럼은 안합니다. 뭐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3)맘껏 하소연하는 푸념카페
일전에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일본 어느 거리에선가 “푸념을 들어드립니다”라는 서비스? 자원봉사? 비즈니스가 있다고요. 푸념을 맘껏 들어주는 거요.
칠월부엌에 오시는 분들 중에 제가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사는 게 불안해보이는 사람도 있고, 부러워보이는 사람도 있고, 그러든지말든지 당신이 처한 이 피곤한 현실이 싫으실 수도 있는데요.
그럴땐 그냥 맘껏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자리가 필요하기도 하잖아요. 누군가 말을 끊고 들어오면서 그건 그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니가 하는 말이 얼마나 쓸데 없는지, 남들도 다 겪는 흔한 어려움인데 왜 너만 유별나게구냐는 둥.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저 나를 천천히 바라보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 대부분은 걱정이랍시고 (물론 진짜 애정어린 걱정이기도 합니다만) 찬물끼얹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으면 가만히 지지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구나 그런 좋은 친구를 갖기는 쉽지 않으니까, 또 내가 그런 좋은 친구가 되기도 어려우니까, 그런 고마운 친구를 둔 제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 드리려고 해요.
어짜피 칠월부엌은 좁아서 많은 사람이 들어오지 못합니다만, 조용히 혼자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통째로 칠월부엌과 제 귀를 빌려드립니다.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실컷하세요. 푸념하고 하소연하고 그리고 믿음과 지지를 갖고 돌아가세요. 저는 그렇게 좋은 마음을 먹고 자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마음을 나눠야 하는 건 “직장없이 이렇게 살고 있는” 제가 가진 “사회적 소명“이기도 합니다.
4)요리해먹고 안 치워도 되는 오픈키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남들한테 먹이고 별로 성공한 적이 없어서 새로운 메뉴를 많이 만들지는 않을거에요. 뭔가 특별한 게 먹고 싶은 날, 아니면 식당밥 말고 집밥이 먹고 싶은 날, 주방시설이 필요하면 칠월부엌으로 오세요. 직접 요리하시고 드시고, 여럿이서 함께 와도 좋고요. 그러고 가시면 됩니다. 뒷정리는 제가 해요. 요리할 공간과 먹을 공간만 빌려드리려니 뭔가 서비스가 부족해서 설겆이도 제가 해드리려고요. ^^
5)심야식당처럼 재료사들고 와서 요리해달라 졸라보기 – 맛은 책임 못집니다

김사장은 자기 저녁 먹을 때 뭐든 요리하니까 동네주민이나 단골손님과 나눠먹은 모양이던데, 저는 요리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라요. 위에 말한대로 오픈키친으로 직접 조리해드셔도 되는데, 라면끓이기, 소세지굽기, 김치찌개, 된장찌게, 떡볶이 정도는 만드니까 와서 말씀 한 번 해보시던지요.
* 기념사진 촬영하고 백원할인 받아가세요~
[칠월부엌] 매뉴얼2 – 메뉴소개, 음식의 품격
시간과 정성이 담뿍 들어간 레알홈메이드 슬로푸드

키친케이에서 팔던 햄버거 만드는 법을 배워서 같은 메뉴를 팔면 좋겠지만, 신선한 재료를 그때그때 준비하고 고기패티를 반죽하고 적당한 시간과 온도로 굽는 게 생각보다 고난도 작업이어서 포기. 그럼 나는 잘 만들 수 있는 것, 팔만한 게 커피밖에 없는데 주변엔 온통 카페. 그리고 여기는 카페인테리어도 아니어서 의자가 편하지도 않은데 뭘 파나… 식사든 간식이든 최대한 간단한 샌드위치 두어종류를 팔면 좋겠다는 김사장의 추천대로 햄치즈토스트를 팔기로 했다. 직접 만든 쨈을 발라서 원가를 낮추기 위해 김사장 떠나기 전에 반여농수산물 도매시장에 가서 산딸기를 두 박스 사서 잼을 만들어두었다. (물론 김사장이-이때까지도 나는 요리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당장 가게를 열어야 하는데 메뉴 확정도 못하고 만드는 방법도 손에 안 익어서 일단 커피/빙수/토스트로 한정하기로 했다. 할수있는만큼만 하면 되니까. 커피는 원래 하는 거니까 괜찮고 토스트는 쉬운 걸로 하면 되고, 빙수도 집에서 해먹어봤으니까 괜찮을 거다. 그리고 여름이니 시원한 걸 팔아야지.

처음 한 주는 토스트 주문이 들어오면 빵을 굽다가 오븐에 손을 데고 토스트 포장을 제대로 못해서 어리버리하는 모습 그대로 노출. 가장 큰 어려움에 내가 만드는 음료와 음식에 자신이 없다는 거였다. 늘 볶던 콩도 태우기 일쑤고 늘 내리던 커피도 왠지 더 맛없는 것 같았다. 빙수 주문이 들어오면 사방에 얼음을 튀겨가며 조리대를 흥건하게 만든 뒤에 볼품없는 빙수를 완성하곤 했다. 첫주에 왔던 사람들은 괜찮다, 자신을 가져라, 뻔뻔하게 하면된다고 말했지만 어디가 어떻게 맛이 없는지도 말해줬다. 고마운 사람들.
그렇게 보름 동안 메뉴는 발전에 발전에 거듭해, 부엌을 이용하는 나도 발전했다. 이제 내가 내는 토스트, 커피, 빙수 모든 음식 자신 있다.


내가 내는 음식에는 시간과 정성, 손이 간다. 요리솜씨가 극강으로 뛰어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써서, 번거러워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내가 손님일때 먹고 싶은 것들을 만든다.
– 너무 달지 않은 빙수, 팥과 얼음 외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국산팥을 직접 삶아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
– 그냥 얼음 말고 커피얼음이 있는 아이스커피, 끝까지 맛있어야 한다.
– 특별한 비법이나 재료는 없지만, 만드는 방법은 쉽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샐러드, 토스트.
– 직접 커피콩을 볶고, 직접 커피 얼음을 얼리고, 직접 우유를 끓여 연유를 만들고, 직접 연유와 우유를 섞어 얼음을 얼리고, 직접 잼을 만들고, 직접 차를 담그고….
맛이 없을 까닭이 없다. 논과 밭의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던가, 음식은 만드는 손이 얼마나 가는가에 따라 그 품위가 결정된다. 나는 우아한 음식을 만든다.
[칠월부엌] 매뉴얼1 – 뭔지는 알고 가자
부산 중앙동 사십계단 바로 옆, 키친케이는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가게다.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이 수제햄버거가게는 지난 2월 20대 여사장 김싱싱 씨가 직접 개수대와 조리대 등을 만들어 달고 문을 열었다. 단골이 하나둘 생기려는 찰나 ‘자유로운 영혼’의 김사장은 7월 한달간 일본여행을 떠난다. 손님들이 깜짝 놀라면 좋은 기회가 생겨서 갑자기 결정되었다고 하지만 원래 아무 기회 없이도 8월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나는 작년 여름 부산으로 숨어들었을 때 트위터에서 놀다가, 생각다방산책극장을 기웃거리다가 김싱싱 씨를 알게 되었다. 워낙에 손재주도 좋고, 요리도 잘하고, 영화, 책, 글쓰기를 좋아하는 괜찮은 아가씨여서 두고두고 곁에 두고 음식도 얻어 먹고 가끔 선물도 받고 친하게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만 자전거카페나 해볼까 하던 내게 선뜻 자전거를 빌려주고 해운대에서 판을 벌리도록 해준, 자전거카페를 여는 사람으로 나를 살게 한 muse 이기도 하다.

한달간 문을 닫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들었을 때, 오 그럼 그 가게 내가 볼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바닷가에서 자전거카페를 하는 거나, 중앙동에서 이것저것 만들어 파는 거나 뭐가 다를까 싶어서.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안 해본 거니까. 불도 물도 맘대로 쓰면서 정식으로 가게에서 뭔가 해보는 건 또 다른 재미일테니까.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나는 여기 이렇게 앉아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