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어쩌다 자전거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저 자연스럽게 자전거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나도 좀 궁금해졌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그 뒤를 캐고 싶어졌다.
날마다 자전거를 끌고 커피를 팔러 어디로 향하는 ‘그런’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자전거여행을 오랫동안 해온 것도 아니지만 자전거를 끌고 길거리 1인 카페를 열었다는 사실이 인상적인지 사람들은 그렇게 나를 기억했고, 나도 그런 설명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행왔다가 경비나 좀 벌어볼까, 재미있게 사람들 좀 만나볼까 하고 이렇게 자전거 끌고 커피를 팔아요, 그러다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면 다음 여행을 계속하게 되지요.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요”
라고 말하고 다녔고 실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행사장에 초대를 받아 지낸 적도 있다. “언제부터 자전거 여행을 하셨어요?”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세요?”라는 질문에 “지금은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지는 않고, 여기도 차로 자전거를 싣고 왔는데요… 이 생활을 시작한 건 일년 정도 됐고요” 라고 대답하면 실망하시는 눈치. 그러면 뭔가 내가 사기를 치고 있나 하는 부끄러움에 이거이거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이 들지만 자전거와 커피, 돌아다니는 생활이 나를 설명해주는 것은 맞다.



그래도, 어쩌다 자전거카페를 시작해었나 생각해보면 어느날 갑자기 ‘그래! 오늘부터 당장 바닷가에서 커피를 팔겠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커피집에서 일하거나 어디서 배우거나 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길에서 커피를 내려서 사람들에게 팔거나 나눠준 적이 있기는 하다. 2011년 8월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과 함께 “할망물다방”을 열었다.
사실 나는 그 전부터 그저 ‘커피를 좋아해서 많이 마시는 사람’이었는데, 커피숍에서 사서 마시는 것보다는 집에서 직접 내려먹는 편이 싸고 맛있어서, 원두를 사는 것보다는 생두를 사서 볶아먹는 편이 싸서, 홈로스팅에 이르게 된 경우다.

그래도 길에서 커피를 팔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은 해왔던 모양인지, 2011년 어느날의 트윗에 이런게 있더라. 강정마을에서 지낼 때 사진을 찾으러 옛날 트윗을 뒤져보다가 찾고선 한참 웃었다.
그 때 당시에는 회사 그만두고 카페나 할까, 수준의 상상이었을 거다. 할 거면 돈 많이 드는 카페보다는 노점이 낫지 않나, 라고 생각했을 거고. 그러다 진짜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가까이 지내던 친구와 2011년 8월에 강정마을에 좀 지내러 내려갔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삼보일배순례, 문화제, 평화행동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 연대와 방문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렇지만 부당한 국가권력이나 자본에 반하는 행동들이 반사회적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먹고 살기 바쁜 일반인들이 그런 “분쟁지역”을 방문한다는 것, 후원한다는 것,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선뜻 몸과 마음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이 나는 함께 갈 좋은 친구가 있어서, 이전부터 이런저런 사회적 이슈들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서 강정마을에 가는 것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일 때문에 강정마을을 방문한 적도 두어번 있었다. 게다가 시위라든가 집회라든가 하는 것들이 점점 발랄해지는 추세여서 비장한 마음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제주로 향했다.
현장에 마을 사람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것,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지속적인 활동에 힘이 된다. 그래서 상근활동가들은 제주강정으로 휴가라고 생각하고 와도 좋다. 와서 그저 함께 있기만 하는 것으로도 힘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갔다. 오라고 하니까, 갈 수 있으니까. 가면 좋다고 하니까. 나는 백수가 되어서 시간이 많았고, 제주를 좋아했고, 가면 방문자들을 위한 지낼 곳이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커피를 볶고 내려서 만드는 일이라면 길거리에서 커피를 팔아 그 수익금으로 강정마을을 돕겠다, 라고 생각했다.

모카포트, 드리퍼, 그라인더, 서버, 커피를 볶을 수망, 생두 등등 길거리 카페를 차릴 수 있게 다 준비를 해갔는데 그 전날부터인가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길에서 커피를 대접하면서 올레길을 걷는 분들이나 강정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홍보물도 나누어주면서 강정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친구도 거기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렇게 보름쯤 지내다 돌아왔다.
자전거와 커피, 길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것, 커피콩을 볶는 것, 자전거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 이 모든 것들은 하루아침에 짠 하고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를 만들고 있었다.
여전히 강정마을엔 활동가들이 산다. 해군기지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고 지금이라도 이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