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3/08/31

[자전거카페=?] 03자전거+카페_산책자의모닝커피

자전거카페 영업준비
1. 자전거를 세우고 짐받이에 평평한 나무판자나 두꺼운종이, 플라스틱박스 등으로 바를 만든다. (현지조달)
2. 테이블보를 깔고 커피콩, 드립주전자, 드리퍼, 서버, 필터, 핸드밀, 컵받침 등을 올린다.
3.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보들이를 올려놓는다. 우쿨렐레, 자전고공책도 적당히 잘 보이는 곳에 둔다.
4. 컵, 물을 끓일 도구 등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마련한다. (버너와 코펠/전기주전자/보온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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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회사를 다니지 않고 여행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습니다. 돈을 조금 들이고 많이 먹으려고 콩을 직접 갈아 내려마시다가, 볶아 먹다가, 커피를 파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끔 오는 손님이나 가게에 자리를 내준 분이나 머물곳을 마련해준 친구들이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어떡하냐고 걱정하는데, 뭐 괜찮습니다.

어짜피 매일 내려 먹는 커피, 다만 몇 잔이라도 팔아서 밥이라도 사먹으면 좋고, 아님 말고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전주에서 좋은 분들에게 신세지면서 가게에서 장사도 해보고, 친구집에서 고양이 사랑 잔뜩 받으며 지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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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이 많았으면 좋겠고 커피가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안 팔린다고 해서 슬프거나 걱정되지는 않아요. 칠월부엌을 할 때 하루에 매출이 0이면 괜히 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잠시 후 저녁에 같이 사는 친구가 맛있는 밥 차려주고 누가 뭐라도 선물하나 해주면 금방 잊어버려요.

사실 커피 서너 잔을 팔아 매출 만원을 올리고, 원가 계산을 아직도 확실히 못해서 얼마나 순이익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오천원이라고 칩시다. 그걸로 밥한끼 사먹으면 끝인데 나는 친구네집에 가면 밥을 준단말이에요. 이거 손해보는 거 같지 않은 거죠. 만원벌어서 그걸로 밥먹고 숙박비 내는 거나 0원 벌고 친구집에 신세지면서 살고 얻어먹는거나 결과적으론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큰돈 벌리면 가끔 맛있는 거 사서 신세도 갚고 말이지요.

이렇게 사는 게 불안하지 않냐,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건 아니지 않냐, 부럽다 혹은 걱정된다 .. 등등 여러 반응들이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정말 재밌습니다. 괴롭거나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고,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거짓말 같은데 진짜 쫌 그래요) 엄청 불편한 장소에서 자야한다거나 매일매일 잠자리를 옮겨야 해서 짐을 쌌다풀렀다 쌌다풀렀다 해야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힘들지 않거든요.

다행히도,
잠자리를 내어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고
맛있는 밥도 사주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게 돈으로 돌아오든 다른 방식으로 돌아오든 건강하게 거래되고 전 이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거죠. 무려 아직 통장에는 돈도 남아있습니다.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계획을 막 세워놓는다고 해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것에 얽매여서 오늘을 즐겁지 않게 살아야만 한다면 오늘 맘대로 사는 쪽을 택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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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머무는 9일 동안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좋은 친구를 알게 되었고
오목대에 올라 해가지는 풍경도 바라보았고
다정한 홍이(러시안블로, 4세, 남)의 스킨쉽도 맘껏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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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카페는 어디든 갑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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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쓰면 백원깎아주는 (칠월부엌 모델료에 준하는 글값, 그림값이죠) “자전거공책”을 마련했습니다. 뭐라도 남으면 나중에 보는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자전거카페 전주점2013은 내일(9.1)까지입니다. 일요일이라 친구도 놀러온다고 해서 하루 더 늘려서 커피내릴려고요.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