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어도 기분이 좋지 않아”
왜 그러지? 몸이 아파서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달 사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고 마냥 좋았는데 지금 내 모습은 왜이럼?
추석즈음 서울집에 온 뒤로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고 기운이 없어서 처음에는 집을 나서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공기가 탁해서 적응이 힘들구나. 역시 나는 집에 있으면 아픈 체질이야.’ 그래서 시골, 게스트하우스, 친구집을 찾아다니며 한 달을 보냈다. 그런데 몸은 계속 아팠고, 마음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적한 시골집에서도 어쩔 줄 몰라하며 전전긍긍하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마음은 늘 불편했다. 덕분에 몸은 점점 더 아프고 우울해졌다.
족저근막염, 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발병이 났다는 건 여름 전주에 있을 때 알았는데 정형외과도 가고, 족욕도 하고, 슬슬 걸으면서 겨우 시간을 보냈다. 날이 추워지면서 기운이 없어지는 게 병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생각해보면더 아팠을 때도 우울하진 않았던 걸 보면 사실 병도 병이지만 뭔가 내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회사다니는 게 좋기도 하고 괴롭기도 해서 그만 뒀으니 이제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아, 근데 지금 이상하게 싫어. 오. 이를 어쩌면 좋아. 나는 재밌게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살겠다고 정했는데 사람들한테도 다 말해놨는데. 재미없고 의욕없고 스트레스도 심해. 게다가 나는 돈도 없어. 몸도 아파. 완전히 망했네.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하나? 회사다니고 돈벌고 하는 거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 주장이 틀렸군. 난 패배자야.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건가. 어쩌지, 갈 데나 있을까. 아 회사도 다니다말다 다니다말다, 회사가 아닌가봐 다른길을 가보겠어 하더니 그것도 가다말다 가다말다. 와 나 이인생 완전 망한거 아니야. 그렇다고 회사를 가고 싶은 거냐? 당연히 아니지. 그렇지만 내가 택한 대안도 아니잖아. 그러니 회사밖에 다른 도리가 있나. 아 근데 회사 다니면 다시 한두달안에 또 미칠건데. 아. 나 어떻게, 이게 바로 진퇴양난.

발견한 사실은 이렇다.
무력한 나와 마주해야 한다. 우울한 나도, 즐거운 나도 자연스러운 나다.
재미없을 수 있다. 그래서 괴로운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다 겨우 기운을 내서 무언가 했는데 재미가 더 없을 수도 있다. 몸은 점점 늙어가므로 마음처럼 잘 보살피고 다스려야 한다. 지난 여름엔 뭘 해도 다 좋았지만 지금은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하고 싶은 게 없으니 그냥 수동적으로 움직이기만 한다. 해야되니까 하긴 하는데 뭐 딱히 좋고 싫고 그런 거 없이 그냥 한다.
내게 문제가 있는 건 맞다. 그런데 문제는 저렇게 우울해 한다는 사실이라기 보다는 우울한 나를 비정상의 상태,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지. 아니 언제나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아니지.
어떻게 생각하면 회사 다닐 때나 학교 다닐 때 좋은 결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시절의 나와 닿아있는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도 나는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잘 살아야지. 자유롭게 상황에 적응하면서 무리한 노력과 희생, 스트레스를 감수하지 않고 살면서 언제나 하고 싶은 일들이 줄 서 있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면서 내가 행복하다, 재미있다고 인정하는 즐거운 삶이 잘 사는 거라고 꽤나 높은 기준을 세워 놓은 듯하다. 공교육의 경쟁 시스템이 싫다고 대안학교 가서 성적이 아닐 뿐 다른 기준의 똑같은 서열로 경쟁하는 느낌이었다.
니가 그렇게 울부짖는 “재미”라는 게 도대체 무어냐.
몸이 아프고 날이 춥고 놀러다닐 곳이 없는 상황이 전과 분명히 달라 지금을 선택한 건데 왜 “재미없다”만 반복하며 우울해하느냐.
맞다.
재미없을 수 있지. 재미있어 지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도 없고 상황도 없으니 그냥 있을래 해놓고선 재미없어서 못살겠다라고 하는 건 전제를 부정하는 거니까 말이 안 되네.
그래 받아들이자.
몸이 많이 아프다면 나아지기 위해 치료를 해야지.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치료보다 스스로 하는 운동이 중요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그건 재미없는 일일 수도 있고 밀린 숙제 같은 것이기도 해.
그렇게 생각하고 “나 왜 자꾸 이러지? 기운내자!” 라는 마음 대신 그냥 아침저녁으로 태양의 예배, 라는 요가 동작을 따라하고 먹는 것도 신경쓰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컨디션이 회복되는 것 같다. 지난 한 달 간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고 새벽 늦게까지 잠못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지더라.
그렇게 상황에 맞게 거처를 정한 뒤, 그곳이 재미없는 곳임에 분명할지라도 도사리는 위험과 슬픔을 맞이하는 준비를 한 뒤에 겨울을 나려고 한다. 내년 겨울엔 인도네시아에서 몇 달 지내고 싶다. 진짜.
즐거운 시절의 “행복해”는 괴로운 순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 그냥 시간이 약이리라. 어디나 누구나 다 괴롭다는 것, 미치도록 좋은 날이 있었던 걸 이렇게 의심하지 않았는데 괴롭고 또 괴로운 나날은 왜 의심하냐. 마음먹으니 한결 편해졌다. 일주일 전부터 기운이 나고 있지만 언제고 또 괴로운 날은 찾아올테니 그땐 ‘왜 이렇게 괴롭지 이상하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아 올것이 왔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일주일 전부터 기력이 나기 시작했으니 뭣도 해야겠고, 뭣도 해야겠고, 뭣도 해야겠고, 뭣도 해야겠다.
워~ 이러다 또 지치지.


멜리이것이저것이 맞는지는모르겠지만
세상에그래야하는건없는것같아요 일부분다르지만 비슷한고민을하고있는거 같아서 지금멜리는정체기나과도기! ?
일단은 어쨋던좀쉬어가기 에너지를 잘다져서분배하는법을배워야할때인지도 온전히혼자있는게맞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