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1월

첫 책 “AT” 을 펴낸 부산_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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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은 투명한 구슬을 서 말 째, 너 말 째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뾰족한 말을 뱉는 사람은 아닌가, 상대와의 거리를 줄여야 한다는 강박에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본인의 걱정을 듣다보면 곧고 고운 마음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누구처럼 마음을 많이 쏟지 못한다, 누구처럼 멀리 떠나지 못한다, 누구처럼 어찌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은진처럼 켜켜히 성실하게 마음을 기록하는 이는 없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구슬 하나씩 들고 돌아왔다. 은진이 꿰는 말들은 맑았다. 나는 부산을 떠났고 은진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이의 마음은 그렇게 꾸준히 쌓여가고 있었나보다.

그 동안 쓴 글로 책을 내려고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는 무심한 것 같았다. 오히려 내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이게 그 핫하다는 독립출판 아닙니까! 평범하게 그냥 사네 하드만 좋은 건 다 하네.’ 투명하게 맑은 말들이 모였으니 김은진처럼 고운 책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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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내게 온 그리운 하늘색 , 내가 나오는 부분부터 찾아 읽으려고 했는데 등장인물이 너무 화려하다. 아는 사람은 알아서 반갑고 모르는 사람은 궁금해서 신기한 이야기들. 소중한 공간들에 은진이 발길과 목소리와 마음을 더했다. 장소들은 원래 반짝이고 있었겠지만 그이의 구슬이 더해서 빛나는 보석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장소도 있고 아직은 어색한 곳도 있다. 내가 너무나도 아끼는 사람들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모두 빛나고 또 빛나서 더욱 그리워진다.

맑은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은진덕에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나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사랑할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몇 다른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깊고 넓게 행복하다 들었다. 안 그럴리가. 고맙고 영광스럽다. 그리고 은진을 존경한다.

질투심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말하자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내 생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생활예술이다. 내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문학이 되는 것. 말만 많고 맨날 시작만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 좋은 본이다.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었다. 이것이 예술.
김작가 진심으로 첫 책 낸 거 축하해요.

(부산 독립출판서점 프롬더북스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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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커피가 언제 들어왔는가

어제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
“몇살 때부터 커피를 드시기 시작했나요?”

‘산책자의 모닝커피’가 보따리 카페, 자전거 카페, 1인 노점카페 컨셉이라 종종 여행이나 자전거, 커피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주로 ‘드립 커피를 언제부터 마셨냐’ ‘언제 배웠냐’ ‘어떻게 커피를 배웠냐’ ‘원래는 어디서 카페를 하느냐’ 정도다. 대화를 좀 이어가다보면 ‘어쩌다가 이런 카페를 할 생각을 했냐’ 가 관심있는 사람들의 질문인데 위의 질문들은 대답하기도 쉽고 커피에 관한 내 생각들을 주절주절 얘기하면 됐다. 그런데 몇 살 때냐니, 내게 그 질문을 했던 분은 22살 때 난생 처음 커피를 마셔봤다고 한다. 어제는 머뭇거리며 아마 고등학교 때도 인스턴트 믹스커피나 자판기 커피는 마셨던 거 같고, 이렇게 직접 내려 마시기 시작한 지는 5~6년 된 거 같다고 대답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재미있는 질문이다.
20140127-110021.jpg(c)김보람

내 인생에 커피가 언제 들어왔는가. 지금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를 파는 사람, 일종의 카페 주인이니까 나와 커피의 만남과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중고등학교 때도 자판기커피를 먹기는 했다. 우리집은 전기제품을 파는 가게였는데 동네아저씨들이 모여서 화투를 치고 노시곤 했다. 자연히 다방에서 커피배달도 자주 왔고 어린이인 내게는 요구르트를 주로 줬지만 아마 한두 모금씩 맛을 보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담배가게를 하던 덕에 국민학교 1학년 때 담배도 한두 번 피워봤고 부모님 식성 따라 열 살도 되기 전에 소고기육회(사시미)와 선지국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커피를 마셨나보다. 중고등학생 때는 잠을 쫓으며 공부한다는 핑계로 자판기 커피/인스턴트 커피믹스를 가끔 마시기도 했고 대학생이 되고나서 카페를 드나들면서는 기계로 내린 원두커피, 비엔나커피, 아이리쉬커피 등 그때 유행하던 ‘카페커피’를 마셨던 거 같다. 2000년대 초반 커피전문점들이 생기면서 카페라떼, 카페모카, 아메리카노의 맛을 알아갔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직장동료,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천천히 커피인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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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퍼와 커피주전자를 산 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서서히 내려마시는 커피맛을 알아갈 때였을 거다. 이제부턴 그냥 2009년이라고 치자. 그 때 다니던 회사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티테이블에는 드립커피를 내릴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고 출장에서 다녀온 사람들은 늘 커피콩을 사왔다. 그렇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커피를 내려마셨고 그저 예뻐서 모카포트를 샀다가 진한 에스프레소의 맛에 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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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로스팅도 별로 어렵지 않다고 해서 그냥 한 번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에 2011년부터는 홈로스팅도 시작했다. 최초의 로스팅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이었는데, 당시 로스팅을 글로 배운 친구 J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주방용품점에서 산 채 두 개, 휴대용 가스버너, 인터넷 장터에서 산 코스타리카 생두, 나무 주걱, 시음용으로 내릴 주전자, 드리퍼 등 도구를 싣고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잔디밭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이 많은 여름이었다. 우리는 자리를 깔고 드르륵 드르륵 생두를 볶았다. 쇠로 된 채에 콩이 굴러가는 소리가 매우 시끄러웠다. 색깔이 변해가고 껍질이 날리고 녹색콩이 커피향을 내면서 커피가 되어갔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인근 편의점에서 사온 뜨거운물로 커피를 내렸다. 맛은 없었다. 생애 최초 직접 볶은 콩으로 커피를 내렸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그러고 있던 찰나 공원관리인에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주의를 받고 또 볶지는 않았다. 한강공원은 취사금지라 불을 쓰면 안되는 거였는데 몰랐다. 아마 주변인 중에 누가 너무 시끄러워서 신고를 한 게 아닌가 싶더라. 우리가 콩을 볶는 순간도 아니었는데 알고 찾아왔을 리는 없잖아. 어쨌든 그렇게 로스팅 경험자가 되었고 야외에서는 콩을 볶으면 안된다는 걸 알게되었다. 바람을 막아주지 않으면 불이 너무 약하고 껍질이 많이 날리기 때문에 정리하기 쉬운 밀폐된 곳이 좋고 주변 온도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장소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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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로스팅은 집 화장실이었다. 인터넷에서 껍질이 날리면 청소하기 힘들다고 베란다나 다용도실, 화장실에서 딱 볶고 청소하고 환기시키면 된다는 글을 읽고 시도해봤는데 결과는 역시 대참패. 일주일이 지나도록 눅눅한 방앗간 기름냄새가 화장실에서 빠져나가지 않아서 집주인이자 동거인인 언니에게 싹싹 빌면서 다시는 안하겠다 다짐을 했다. 그 뒤로 야외주차장에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창고 앞 공터에서 한 두번 시도해봤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지나가는 아주머니, 경비실 아저씨, 나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서울 즉 도시에서 베란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이 콩을 볶기을 수 있는 방법이란 친구에게 텐트를 빌려서 바람을 막은 뒤 캠핑장이나 친구네 집 옥상을 섭외하는 길뿐이라는 걸 알고 포기했는데 나중에 냄새가 좀 배어도 괜찮은 집에서 몇번 시도해보니 주방 가스렌지에서 그냥 볶고 깨끗이 치운 뒤 환기를 잘 시키면 되겠더라. 요즘은 매주 콩을 한번씩 볶는다. 가끔씩 볶으면 첫판은 늘 태우거나 설익혀서 감을 잡기까지 버리는 콩이 생기는데 요즘은 썩 잘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커피인이 되었다. 그렇게 제주와 부산 길거리에서 커피를 내렸고 팔기도 했고 더 많이많이 볶아보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직접 볶은 콩으로 커피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핸드드립 커피장수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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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준 분들에게 정성을 다해 볶고 바로 갈아서 내리는 커피, 대부분 아름답고 매력적인 장소에서 마시는 그 커피맛은 제법 괜찮다.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마실 커피를 내리는 김에 친구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판매를 하고 있긴하지만 (물론 많이 팔아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싶습니다!) 당연하게도 점점 더 욕심이 생긴다. 잘 볶고 잘 내려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커피맛을 내고 싶다. 그런데 공부하기는 귀찮아. 많이 내리고 마시고 볶으면서 취향과 노하우를 발견해내는 수밖에. 그러던 와중 커피로스팅에 관한 책도 선물받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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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6.토요일 아침, 대전 산호여인숙

닿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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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꽉 찬 커피를 마셨다.
로마여행에서 언니의 직장동료가 사온 커피였다. 내가 지금껏 마신 커피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기분좋은 근육통이 느껴진다.
스쿼트 30일 챌린지의 절반이 지났다.
나는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알아본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매우 기뻤다.

손이, 가슴이, 머리가, 움찔움찔 거린다. 변화가 반갑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하루를 그려봐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 펜을 쥐고 일기를 쓰다보면 자꾸자꾸 하고 싶은 말이 늘어난다. 생각들을 이어서 길고 긴 글을 쓰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싶어졌다. 그림을 그려서 삽화를 넣어야지 노래를 불러서 OST도 만들어야지.

그런데 말이다, 이런 완벽한 하루에 갑자기 네가 그리워졌다. 이상한 일이다. 애인도 아니고, 전애인도 아니고, (친구를 사랑하는 정도에 서열을 매길 수 있다면), 절친 공동 5위쯤 되는데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너다. 나도 이 마음이 당황스럽다. 너와 함께한 어떤 순간, 그때의 감정이 그리운 건가. 아님 나도 모르게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었던 건가. 이토록 충만한 지금,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동시에 슬프기도 하다. 그리운데 함께하지 않으니 외로워져버렸으니까. 내가 이렇게 그리워한단 사실을 너는 알 수 없을테니까.

사랑을 할 때, 되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더 어려운 게 있구나. 닿지 않는 마음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한다. 내 사랑이 너에게 닿고 반사되어 다시 내게 돌아오는 게 사랑이라고 믿었던 시절에는 늘 화가나고 서운했다. 그래서 연애중인데도 외로운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연애를 하지 않는 때에는 당연히 외롭고 심심했고.

내가 너를 이순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래서 외롭고 슬퍼졌는지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공동 5위의 친구덕분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 깊게 생각하게 됐다. 연애중인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고 해도 어느 순간 문득 나는 쓸쓸해질 테고 상대도 그럴테지. 너무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쓸쓸한 순간은 반드시 온다. 너무 행복하지만 갑자기 슬픔이 찾아오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들만 하고 살아도 우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새롭다. 우울함과 설렘을 덤덤히 바라보겠다고 한 것처럼 열정도, 집착도, 쓸쓸함도, 외로움과 고독도 익숙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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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카페] 자전거카페에 이어 보따리카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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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괴산이나 홍성에서 자전거 없이 판을 열었을 땐 그냥 자전거없는 이동식까페라고만 했는데 “보따리카페”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 마음에 든다.

2014년엔 봄이 오기 전까지 주말마다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산호여인숙 게스트하우스에서 커피를 내린다. 여행자들의 아침산책을 위한 진정한 “모닝커피”. 저렴한 숙소를 찾은 배낭여행자들에게 한 잔 삼천원은 좀 비싼듯도 하지만 나같은 여행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팔리지 않아도 토/일요일 아침에는 판을 깐다. 어짜피 나는 모닝커피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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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겨울나기-뫔튼튼 프로젝트”를 결심하면서 너무 심심하거나 지칠까봐 주말 산호행을 계획했다. 커피장수는 내 숱한 정체 중 하나인데 나는 여전히 나를 “여행자”로 여긴다. 게스트하우스에 묶으면서 공동부엌에서 밥을 해먹고 다른 게스트와 얘기나누고 일기쓰고 편지쓰고 다른 곳에 여행다닐 때와 같다. 사실 커피장수라는 정체는 ‘여행자’ 바닥에게 더 재밌는 여행,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행, 좋은 사람을 만나기 쉬운 여행을 위해 더해진 특징이다.

지난주까지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주욱 둘러보고 산호를 즐기며 쉬는 여행을 했다면 이제 슬슬 좋은 곳을 더 향기롭게 느끼고 사람들과 깊게 만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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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4일 토요일, 첫번째 보따리마실 장소는 대전에서 현재까지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대동 하늘공원이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여길 좋아하는 것 같다. 나를 위한 커피를 한잔 내려마셨고 가만히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어주길 기다린다.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꽤 많은데 힐끔힐끔 보고 간다.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나 아버지는 더 적극적이다. (한분이 가격을 물어보고 갔다) 음악을 듣다가 아이폰으로
지금 이 글을 쓰다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다가 멀리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있다가 한다.

두시간 반 정도. 볕이 좋은 오후에 도착해서 해가 진 뒤 도시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돌아왔다.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한 커플이 방명록을 뒤적이다 말을 건다.

“종일 계세요? 너무 추우시겠다”
“아니오. 점심먹고 슬렁슬렁 나왔어요. 더 추워지면 들어가야죠.”
“원래 카페하세요?”
“이런식으로 여행다니면서 길거리에서 해요. 경비에도 좀 보태고 재미도 있고”
“그럼 이만”
“…” (안 팔아줘서 섭섭한 거 절대 아님)

날이 너무 추워서 커피를 내려도 향이 금방 사라진다. 해운대 바닷가나 실내에서 할 때는 커피향을 맡고 그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데 여기서는 나도 마실겸, 향기로 사람들도 꼬실겸 커피를 내려도 금방 사라진다.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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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를 풀 때랑 쌀 때 각각 한 잔씩 나 혼자 두 잔이나 마셨다. 목표치인 다섯잔은커녕 공치고 왔지만 대동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시내는 아름다웠으니까 그걸로 족하다. 다음주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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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1314] 뫔튼튼 프로젝트 중간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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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운동’이나’ 하면서 지내보자고 언니집으로 온 지 6주가 지나간다. 2014년 봄을 기다리며 내가 원하는 것은 건강, 즉 ‘정상체중’ 무게로 딴딴하고 탄력있는 몸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평생을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살아온 내가 사실상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갖게 된 다이어트 목표다. 물론 그러기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체중 감량을 해야한다. 하지만 어쩔건가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허리고 다리고 무릎이고 발이고 남아나질 않겠는데.

모름지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따라야 하는 법, 대략 12주의 기간동안 몸튼튼과 더불어 맘튼튼 프로젝트를 실시하도록 했다. 합하니 뫔튼튼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모닝페이지를 쓰고, 식사일지를 써왔다. 아티스트웨이는 내 안에 살고 있었지만 내가 보살피지 않아서 주눅들어있는 ‘꼬마예술가’를 격려하고 응원해서 에술적인 작업을 하게 하기 위한 자기워크숍인데 내 꼬마예술가는 이제 걸음마를 아장아장 하면서 나들이를 시작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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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꼬마예술가는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12월 29일에 대전 시내를 가로질러 대전아트시네마에 다녀오더니 씨네키드가 될 모양인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다음날도 .. 연속으로 5일이나 영화보러 갔다.
로렌스애니웨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바웃타임, 변호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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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나서 꼬마예술가는 예술을 하기 시작한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여행을 기억하고 꿈꾸고 그들의 삶을 보고 공감하고 그리워하고 나를, 친구들을, 세상에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느끼면서 온몸이 뭉글뭉글해졌다.
그리고 기억해냈다.
그림을 그리던 때의 즐거움을, 글을 쓰던 때의 진중함을, 노래하던 때의 유쾌함을.
행복했던 순간에 꿨던 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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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에 썼던 노트에 지금의 내 상태를 대략적인 수치로 계량화해보는 과제가 있었다. 영적인 일, 운동, 놀이, 일, 친구, 로맨스 영역으로 나위어 있고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고, 일은 안하지만 놀이가 아닌 꼭 해야만 하는 집안일 등을 일이라고 친다해도 적당한 수준에서 해내고 있으니까 대략 괜찮고, 친구, 놀이, 영적인 일도 다 그만그만했다. 그때 안타까웠던 것 로맨스가 0, 해도해도 0 이었다는 사실뿐. 다른 영역들은 어떻게 해야 회복하는 지 알수 있을 것 같아서 천천히 재미있게 움직일 수 있겠는데 로맨스는 없다. 눈을 씼고 찾아봐도 나타날 구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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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주말에 대전 산호여인숙에서 맞는 조용하고 낯선 아침에 나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 차가운 시간은 지금까지도 내가 여행중에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아무도 없는 게스트하우스의 공용공간, 싸늘한 공기, 따뜻한 커피, 그리운 사람들, 조용해서 내가 글씨쓰는 소리까지 모두 들린다. 평화롭고 성스럽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덕분에 내 친구, 영적인 일의 그래프는 더 높이높이 확장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하루하루는 즐거워졌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건강해졌다. 역시나 문제는 로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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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열심히 하면 혹시나 생길까하여 더욱 열심히 하기로 했다.

* 부록_꼬마예술가의 짧은 영화평
_로렌스애니웨이
어쨌든 지독한 사랑이야기. 내 경험치 안에선 공감보다 신기함이. 여자로 살기로 드디어 결심한 로렌스보다 그런 애인을 사랑하괴 괴로워하고 떠나고 다시 만나는 여자친구 프레도의 마음이 훨씬 이해가 잘 된다. 화면, 색감, 의상 등은 매우 아름답다.

_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좋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군가를 책임지는 양육, 사랑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했다. 이제 더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우리 아버지 생각, 앞으로 더 많이 어머니를 사랑해야겠다고 결심.

_어바웃 타임
난로옆에서 마시는 따뜻하고 달콤한 핫초코, 어쨌거나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건 로맨스다. 응?

_변호인
훌륭한 배우가 좋은 연기를 펼치는 이야기. 영화를 볼 사람은 보겠지만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살고 행동해야하는지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움직임. 그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_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매우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정찬. 화면 속 풍경은 눈부시게 선명하고 아름답다. 주인공은 너무나 공감가고 사랑스럽다. 나의 어제와 오늘을 떠올리게 한다. 여행과 만남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덕분에 이년도 넘은 여행일기장과 사진첩을 뒤적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