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가을 괴산이나 홍성에서 자전거 없이 판을 열었을 땐 그냥 자전거없는 이동식까페라고만 했는데 “보따리카페”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 마음에 든다.
2014년엔 봄이 오기 전까지 주말마다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산호여인숙 게스트하우스에서 커피를 내린다. 여행자들의 아침산책을 위한 진정한 “모닝커피”. 저렴한 숙소를 찾은 배낭여행자들에게 한 잔 삼천원은 좀 비싼듯도 하지만 나같은 여행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팔리지 않아도 토/일요일 아침에는 판을 깐다. 어짜피 나는 모닝커피가 필요하니까.
“1314겨울나기-뫔튼튼 프로젝트”를 결심하면서 너무 심심하거나 지칠까봐 주말 산호행을 계획했다. 커피장수는 내 숱한 정체 중 하나인데 나는 여전히 나를 “여행자”로 여긴다. 게스트하우스에 묶으면서 공동부엌에서 밥을 해먹고 다른 게스트와 얘기나누고 일기쓰고 편지쓰고 다른 곳에 여행다닐 때와 같다. 사실 커피장수라는 정체는 ‘여행자’ 바닥에게 더 재밌는 여행,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행, 좋은 사람을 만나기 쉬운 여행을 위해 더해진 특징이다.
지난주까지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주욱 둘러보고 산호를 즐기며 쉬는 여행을 했다면 이제 슬슬 좋은 곳을 더 향기롭게 느끼고 사람들과 깊게 만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2014년 1월 4일 토요일, 첫번째 보따리마실 장소는 대전에서 현재까지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대동 하늘공원이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여길 좋아하는 것 같다. 나를 위한 커피를 한잔 내려마셨고 가만히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어주길 기다린다.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꽤 많은데 힐끔힐끔 보고 간다.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나 아버지는 더 적극적이다. (한분이 가격을 물어보고 갔다) 음악을 듣다가 아이폰으로
지금 이 글을 쓰다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다가 멀리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있다가 한다.
두시간 반 정도. 볕이 좋은 오후에 도착해서 해가 진 뒤 도시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돌아왔다.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한 커플이 방명록을 뒤적이다 말을 건다.
“종일 계세요? 너무 추우시겠다”
“아니오. 점심먹고 슬렁슬렁 나왔어요. 더 추워지면 들어가야죠.”
“원래 카페하세요?”
“이런식으로 여행다니면서 길거리에서 해요. 경비에도 좀 보태고 재미도 있고”
“그럼 이만”
“…” (안 팔아줘서 섭섭한 거 절대 아님)
날이 너무 추워서 커피를 내려도 향이 금방 사라진다. 해운대 바닷가나 실내에서 할 때는 커피향을 맡고 그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데 여기서는 나도 마실겸, 향기로 사람들도 꼬실겸 커피를 내려도 금방 사라진다.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다.
보따리를 풀 때랑 쌀 때 각각 한 잔씩 나 혼자 두 잔이나 마셨다. 목표치인 다섯잔은커녕 공치고 왔지만 대동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시내는 아름다웠으니까 그걸로 족하다. 다음주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