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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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꽉 찬 커피를 마셨다.
로마여행에서 언니의 직장동료가 사온 커피였다. 내가 지금껏 마신 커피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기분좋은 근육통이 느껴진다.
스쿼트 30일 챌린지의 절반이 지났다.
나는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알아본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매우 기뻤다.

손이, 가슴이, 머리가, 움찔움찔 거린다. 변화가 반갑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하루를 그려봐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 펜을 쥐고 일기를 쓰다보면 자꾸자꾸 하고 싶은 말이 늘어난다. 생각들을 이어서 길고 긴 글을 쓰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싶어졌다. 그림을 그려서 삽화를 넣어야지 노래를 불러서 OST도 만들어야지.

그런데 말이다, 이런 완벽한 하루에 갑자기 네가 그리워졌다. 이상한 일이다. 애인도 아니고, 전애인도 아니고, (친구를 사랑하는 정도에 서열을 매길 수 있다면), 절친 공동 5위쯤 되는데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너다. 나도 이 마음이 당황스럽다. 너와 함께한 어떤 순간, 그때의 감정이 그리운 건가. 아님 나도 모르게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었던 건가. 이토록 충만한 지금,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동시에 슬프기도 하다. 그리운데 함께하지 않으니 외로워져버렸으니까. 내가 이렇게 그리워한단 사실을 너는 알 수 없을테니까.

사랑을 할 때, 되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더 어려운 게 있구나. 닿지 않는 마음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한다. 내 사랑이 너에게 닿고 반사되어 다시 내게 돌아오는 게 사랑이라고 믿었던 시절에는 늘 화가나고 서운했다. 그래서 연애중인데도 외로운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연애를 하지 않는 때에는 당연히 외롭고 심심했고.

내가 너를 이순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래서 외롭고 슬퍼졌는지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공동 5위의 친구덕분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 깊게 생각하게 됐다. 연애중인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고 해도 어느 순간 문득 나는 쓸쓸해질 테고 상대도 그럴테지. 너무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쓸쓸한 순간은 반드시 온다. 너무 행복하지만 갑자기 슬픔이 찾아오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들만 하고 살아도 우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새롭다. 우울함과 설렘을 덤덤히 바라보겠다고 한 것처럼 열정도, 집착도, 쓸쓸함도, 외로움과 고독도 익숙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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