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2월

[겨울나기1314] 아티스트웨이, 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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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0일 월요일 “아티스트웨이” 12주 과정을 마쳤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2년 이상을 집에서 안 살고 여행하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부터 일 때문에 천안에 내려와 혼자 지내는 큰언니와 살기 시작했다. 겨울은 춥고 몸은 아프고 맘은 더더욱 가라앉고 있었다. 여행자로 사는 건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 힘들어도 재미있고 어디로든 더 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몸이 아프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온몸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여행을 잠시 멈추고(이후에 나는 이런 내 삶의 방식을 더이상 여행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때그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나 있을 수 있는, 있어도 되는 곳에서 머물며 지내는 것뿐이다. 지역순환 근무나 출장이 잦은 직업처럼 어디로 갈지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을뿐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 일뿐) 언니네서 석 달 동안 살면서 건강하게 밥해먹고 운동하고 추위가 가실 때까지 지내기로 했다.
[1314겨울나기] 시즌이었다. 오로지 건강해지는 것만 생각했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고 열심히 운동하기. 마음 건강을 위해서 ‘아티스트웨이-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을 추천받았다. 나는 전에 이 책으로 한두 번, 다른 책으로도 한 번 자기워크숍을 시도했다가 흐지부지해졌다. 그치만 그때는 학교나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모닝페이지를 쓰는 아침시간, 매주 특별한 자기만의 활동-아티스트데이트를 할 에너지가 부족했다(고 변명해본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끝까지 가지 못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니까 이번이야 말로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그리고 잘 끝냈다. 아티스트웨이를 비롯,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챙겨먹은 이 겨울나기를 뒤에 [뫔튼튼 프로젝트]라 이름붙였다. (나는 뭐든 이름 붙이는 걸 참 좋아한다)

모닝페이지를 적으면서 일기쓰는 습관도 다시 찾았고 덕분에 아침마다 명상하듯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준비한다. 더 많이 쓰고싶고 그리고싶고 노래하고싶어졌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긍정하는 힘이 강해졌다. 책 속에서 많이 질문하는 건 원하는 것, 잊혀진 것, 그런 나를 방해하는 자, 지지하는 자 등인데 내 삶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이름을 적어내려가다보면 혼자 감격해서 울컥한다. 예술을 하든 모르는 길을 가든 가장 중요한 건 자기확신과 자존감이지만 주변인들이 큰 영향을 주니까. 여전히 어렵지만 나는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내 역할과 입장이 삶의 태도, 직업, 사회적 소명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불안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더 확신이 생겼다. 원래 길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인생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그래서 나를 더 사랑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어려움이 닥치면 또 흔들리겠지, 취직해서 돈 벌고 싶겠지, 하지만 그때 ‘그래 이럴 때가 올 줄 알았어.’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만나야 할 사람, 만나서 힘을 얻을 사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험처럼 남겨둔다. 아티스트웨이를 따라가는 12주는 그걸 더욱 깨닫는 시간이었다.

1월에 읽은 책이나 본 영화, 그림이나 글을 간단히 정리하고 미뤄뒀던 노래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이도 아티스트웨이가 깨우고 등 떠민 마음속 꼬마예술가다. 2년 묵은 뉴질랜드자전거여행기나 3년 묵은 아빠 자서전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놀랍게도 엄마도 생애사를 적기시작하셨다. 엄마 생신즈음에 두 분 이야기를 교차 편집해 완성하면 정말 좋겠지? 1호를 발행하고 멈춘 [여행자의]를 다시 낼 수도 있고 역시 1호에서 멈춘 [바질(바닥님은 입이 근질근질)]을 팟캐스트나 영상작업으로 이어가고 싶은 맘도 있다. 아님 차라리 ‘1호 발행자’로 내 정체성을 정하고 뭐든지 1호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산책자의모닝커피 2012시즌에 손님으로 만난 친구S가 아티스트웨이에 관심을 보였다. 12주 동안 내가 느낀 설렘과 기쁨을 그이도 맛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냉큼 책과 모닝페이지용 노트를 보냈다. 오래오래 걸릴테니 언제까지든 천천히 보고 따르라고, 함께 좋은 길, 아티스트웨에서 만나자고.

아티스트웨이 마지막 부분에는 앞으로 최소 3개월 동안 모닝페이지를 지속하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꼬마예술가의 작업을 지지하자는 다짐으로 ‘창조성계약서’를 쓰게 되어있다.

-창조성 계약서-
나의 이름은 badac melly yuka 다.
나는 창조성을 회복하고 있다.
나의 기쁨과 성장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서, 나는 다음의 자기 양육 계획에 전념한다.
모닝페이지는 지금까지 나의 자기 양육과 자아발견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왔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 90일 동안 모닝페이지를 계속하기로 한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자기 사랑과 생활 속에서의 기쁨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것이었다. 나는 자아보호를 위해 앞으로 90일 동안 아티스트 데이트에 전념할 것이다.
예술가의 길을 따라가며 내 안에 있는 예술가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내게 많은 창조적인 재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중 많은 것을 계발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90일 동안은 특별히 “뉴질랜드 여행기 전자출판”을 위해 집중해서 노력할 것이다.
행동계획을 철저하게 실천해가는 것은 나의 아티스트를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90일 동안 내가 계획하는 창조적인 활동은 계획은 뉴질랜드 여행에 관한 기록 정리+ 그림, 글, 사진, 영상, 노래 완성을 위해 매일 1시간 이상 관련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운동도 꾸준히 지속한다.
나는 창조적인 동료로서 H, I, E 와 창조적인 후원자로서 K, S, S, J 를 선택했다. 나는 매주 한 개 이상의 관련 포스팅으로 진행상황을 공개할 것을 서약한다.
나는 위의 약속을 확인하며 새로운 약속을 오늘부터 실천에 옮길 것이다. 2014.2.10. badac

어머나! 그러고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동안 뉴질랜드 여행기 관련한 정리는 거의 못했네. 작업을 위한 사전준비를 좀 했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고 폴더들을 정리해서 사진을 찾고, 어머 그러다보니 맥북에어가 절실하게 필요하네! 겨울을 나면서 내가 했떤 “살림대행+건강관리” 에 대한 수당을 받았다. 맥북에어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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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_00] ㅂ에서 ㅂ으로 : 발리 여행을 위한 바닥씨의 부산은행 통장잔액증대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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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겨울에는 꼭 따뜻한 곳에 있어야겠다. 2013년 겨울에 생각다방친구들과 쿠바에 같이 가려다가 아버지 제사 날짜를 미처 생각못하고(다시 말해도 부끄럽다. 첫번째 기일인데) 냉큼 항공권 예약했다. 뒤늦게 취소수수료 왕창 물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춥고 긴 겨울을 한국에서 보냈다. “뫔튼튼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하면서 아쉬움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추운 건 사실. 그래서 올 겨울엔 꼭 발리든, 치앙마이든, 씨엠립이든 따뜻하게 겨울을 날 거다. 이렇게 믿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 어떻게든 되겠지.

트위터 친구님 중에 발리 사시는 분이 맨날맨날 발리 뽐부를 해대서 발리 쪽에 맘이 기울었는데, 치앙마이도 그렇게 좋다고.. 치앙마이와 발리에서 오래 머물다 온 분은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와 동급으로 어려운 질문이라고 하며 치앙마이를 추천했다. 치앙마이 사시는 분은 발리를 아직 안 가봤다면 발리 먼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고… 일단 발리를 마음 속에 그려보고 지도에서 찾아봤다.  20140213-133847.jpg

발리가 물가가 좀 비싸기는 한데 주방있는 방이 월 30만원 정도라고 하니 두 달 예상하고 비행기값까지 해서 총 경비150~200만원 정도를 예상한다. 2014 여름께 저가항공사(아마도 에어아시아)에서 발리 직항을 취항하면서 특가로 프로모션을 할 텐데 그걸 잘 활용하면 40만원대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문가의 예언.

좋다. 나는 10월까지 매달 20만월을 모아서 여행경비를 마련하겠다. 부산에서 기념으로 만들어뒀던 통장에 차곡차곡 넣을 테다. 인터넷뱅킹도 안 되고 부산 안 가면 찾기도 힘드니까 돈 모으기 좋겠지? 그리고 난 부산을 좋아하니까. 이름붙이기 대장 바닥씨는 당장 이름을 붙였다. “ㅂ에서 ㅂ으로 : 발리 여행을 위한 부산은행 통장잔액증대 프로젝트”

돈 벌어야겠다. 커피를  팔며 돌아다니는 건 생활비를 아껴서 적게 쓰며 살 수는 있지만 여행 경비를 모으기는 어렵다. 전직장 동료들에게도 알바자리 생기면 연락달라고 말했고, 일단 모든 문을 열어놓을 테다.

대전 산호여인숙에서 만난 나무시어터 단원들이 지나가는 말로 제안한 “베이비시터”도 생각해봐야겠다. 그건 돈도 돈이지만 경험치를 무진장 상승시킬 것 같은, 흥미로운, 동시에 도전적인 일이다.

* 가능한 알바 리스트 (경험 있음)
– 출장 커피, 로스팅 대행, 원두판매, 우쿨렐레+노래(자작곡만)
– 여행 기획/인솔, 행사 기획/진행, 관공서 제출용 기획서 및 기금신청서 작성, 정산, 보고서 작성
– 영상작업자를 위한 녹취 (2.20.업데이트)
– 개인 여행 컨설팅 및 예약대행, 외국인 한국여행 추천 (2.20.업데이트)
(교정교열은 약하지만) 단행본 편집, 기사작성, 청탁원고
– 여행, 진로, 대안적 삶, 자존감 등 태도에 관한 강연 등 (2.20.업데이트)
– 영유아 돌보기, 입주고양이집사, 개 산책
– 자전거택시, 자전거택배, 자전거관광 등 자전거+인력을 이용한 일  (2.20.업데이트)
– 초등생 귀가 도우미, 병원 동행 보호자 등 갑자기 빵구난 육아도우미 (2.20.업데이트)
– 책포장, 분류 등 반복노동, 집&건물 청소, 간단한 요리를 포함한 살림대행
– 건강식단 상담 및 상차림 서비스, 도시락  (2.20.업데이트)
– 돌직구 상담(2~30대에게 적합), 주문형 칭찬 판매(자존감 낮은 일반인 누구나) 등 1:1 대면 말서비스
– 초상화 의뢰, 기타 그림
– 작명 : 인디언식 이름, 인터넷 닉네임, 예술가 가명 등 (3. 10. 업데이트)

알바구하시는 분은 전화나 메일로 연락주시고, 서비스를 원하시는 분은 간단히 내용을 적어보내주세요.
*여행이 임박한 관계로, 이제 아르바이트는 그만하고 인도네시아어 공부나 할랍니다. 팬레터환영 (10.19 업데이트) 

[의뢰서작성하기_클릭]
(의뢰서 보내주셨는데 제가 제대로 확인도 못해서 놓친 녹취문의고객님, 죄송하고 안타깝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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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에어 살 돈도 벌어야 하는데, (입금완료, 이제 이걸로 알바를 열심히 할 예정이다) 생각해보니 발리 여행경비가 더 급하다.

[songs] 산책자의 모닝커피strollers_morning coffee

2014. 2. 대전.
산호여인숙에서 주말마다 보따리카페를 열고, 대동 하늘공원에 종종 산책을 갔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2층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에 일찍 아무도 없는 1층 복도에서 나를 위한 커피를 내려 마셨다. 공기가 차갑고 햇살은 따스하다. 그 순간 참 행복하다.
산책자의모닝커피, 주제가를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하다가 이렇게! 어느순간.

[산책자의 모닝커피]
산책을 나서자 커피를 마시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은은한 아침 햇살이 찬 공기를 가르면
그 길을 따라 커피향기 걸어간다
뚜벅뚜벅 사뿐사뿐 척척척척 조용히 천천히
남겨진 아침을 그대로 두고
잠든이의 숨소리 깨어난 이의 발소리
커피향 따라 그 길을 걸어간다
산책을 나서자 커피를 마시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산책을 나서자 커피를 마시자
따듯한 모닝커피가 최고

[songs] 커피를 좋아해요

2013. 7. 부산 칠얼부엌 폐업파티 때 ‘축하공연’을 해야하는데 노래가 두 곡뿐이라 머리를 쥐어뜯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급하게 만든 세 번째 자작곡.

[커피를 좋아해요]
커피를 좋아해요 직접 내려마셔요
커피 한 잔 값으로 콩을 사면 서너 잔은 마실 수 있죠
내가 먹을 콩을 가는 건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아요
졸졸졸 물붓기도 재밌어

커피를 좋아해요 집에서 콩을 볶아요
원두 100g 살 돈이면 생두 500 충분히 사죠
로스팅은 귀찮아 냄새나 껍질도 많이 날리고 난리가 나
그래도 직접 만드니 근사해

커피를 좋아해요 하루에 다섯 잔도 넘게 마셔요
돈을 조금 들이고 많이 먹으려고
직접 볶고 직접 내려요
그러다 커피를 팔아요 돌아다니면서 팔아요

[songs] 하고싶

2013.7. 부산에서 칠월부엌 할 때 폐업파티를 위해 만든 노래.
어딘가에 자리잡고, 세를 내며 처음 해보는 장사라 한달 재미삼아 해보자고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됐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고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고, 해야할 것 같은 일도 너무 많았는데 뭐부터 해야할지 몰랐던 혼란스러운 시작. 그래서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일단 시작하자. 라고 생각하고 나니 시간이 지날 수록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모든 일이 다 그럴거다. 생각다방산책극장 친구들과재미있게 지냈던 여름.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하고싶]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을 때에 딱 그만큼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데
내일을 위해 참으라고 하지
그러다보면 뭐가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나도 몰라 정말 몰라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걸
그냥 한번 해보면 되지
잊어버리면 어쩔 수 없고
하기 싫으면 관두면 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보고 싶은 너를 되고 싶은 나를
어떻게든 되긴 되는데
그러고나선 내 맘을 봐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런데 원래 모든 게 그래
나를 봐요 남이 아닌
그러다 보면 알 것 같던데
싫어도 나고 좋아도 난 걸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렇게 하루를 살아 가는 것

(녹음, 2014.2.12. 천안)

[songs] 페낭락사penang laksa

2012. 11.
여름 해운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바닷가에서 커피장사 할 때 만난 말레이시아 20대 청년여행자들과 친해지고 나서 초대받아 말레이시아로 놀러가서 만든 노래. (아마도) 공식적인 첫번째 자작곡.

[페낭락사]
서울은 춥지만 여기는 여름
35도 날씨에 락사를 먹지
시끄럽고 정신없는 코피티암에
땀을 뻘뻘 호호후후 호록호로록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좋잖아
어쩌다가 이렇게 운이 좋을까
착하게 살면서 이 빚 다 갚자

끝없는 바다가 펼쳐지는 곳
하늘도 구름도 맑기만 한 곳
태양은 뜨겁고 눈부시지만
조용히 가만히 어루만지네
바람이 불어와 소곤거리네
오늘도 내일도 쉬어가라고
여기서 행복을 찾아가라고

2014년 1월의 문장들

[아티스트웨이]

*질투

질투란 그런 것이다. 원하는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버젓이 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다. 질투심의 뿌리는 편협한 감정이다. 질투는 풍성함과 다양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질투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자리밖에 없다고 말한다. 단 한 사람의 시인, 단 한 사람의 화가, 당신이 무엇이 되기를 꿈꾸는 그 일에는 단 한사람만을 위한 자리밖에 없다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행동하는 순간, 비로소 거기에는 단 한 자리가 아닌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질투가 생길 때 우리의 시야는 터널을 통과할 때처럼 캄캄해진다. 질투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는 능력을 축소시킨다. 질투는 다른 가능성을 보는 능력까지도 빼앗아간다. 그러나 질투심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최악의 거짓말은 질투하는 것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괴팍스럽게도 질투는 행동만이 유일한 열쇠일 때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빼앗아버린다.
-214쪽

당신은 게으르지 않다. 창조성이 막혀 있는 것은 게으른 것과는 다르다. 창조성이 막혀 있는 사람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혐오와 후회, 슬픔, 질투에 에너지를 소모한다. 창조성이 막힌 사람들은 자기 회의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254쪽

한 시인이 동네 사람들에게 시를 읽어주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계속 시를 읽어주며 힘을 기르는 대신 신춘문예(시인이 아닌 사람들이 시인을 평가하는 일종의 권투시합)에서 낙선하고는 사람들에게 시를 읽어주는 것마저 포기한다.
-260쪽

[모든 게 노래]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는가에 따라 호감도가 달라진다. 좋은 단어로 빚어진 경쾌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좋게 느껴진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수많은 대화 속에서 자신만의 단어를 골라래는 시간이 필요하거, 자신만의 음역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 나이가 더 들면, 쓸데없는 말을 다 버리고 (쓸데없는 비유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단어와 그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목소리만 남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175쪽, 목소리는 풍경이 되고

이야기의 본질은, 어쩌면 사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엉서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잉해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 거울인 셈이다.
-180쪽, 텅 빈 가슴 안고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몇 시간의 기억이다. 밤을 꼴딱 새우며 책을 읽었던 시간들,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장에서 10분처럼 지나가버린 두 시간, 혼자 산책하던 새벽의 한 시간. 그 시간들, 그리고 책 속, 공연장, 산책길처럼 현실에 있지만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229쪽, 무자비한 시간을 견디는 법

독학의 절정은 실패하는 과정에 있다. 실패하지 않은면 성공의 기쁨을 알 수 없다.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들을 많이 들어봐야 내가 어떤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아니라 내 판단으로 취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취향에 맞지 않은 음악들을 무수히 걸러내고 남은 ‘내 노래’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32쪽, 스킵하지 않겠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뮤지션들의 시간을 생각한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매를 하는 뮤지션의 시간을 생각한다. 모든 노래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우리의 귀로 전송된 음악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함부로 스킵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음악은 도저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34쪽, 스킵하지 않겠다.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참 의미심장하다. 나는 정확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내 목소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상대방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듣는 내 목소리를 정확한 내 목소리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 소리 역시 공기 중에서 왜곡된 것이니까. 진짜(라는 게 있다면) 목소리는 내가 내는 목소리와 상대방이 듣는 목소리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방식 역시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진짜 나는 어디쯤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에 가까울까, 아니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에 가까울까. 어쩌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39쪽,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다.

재능을 발견했다고 말하기에는 재능이 부족했고, 재능이 없다고 말하기엔 미미한 재능이 엿보였다 세상에 어중간한 재능만큼 불편한 게 없다. 써먹지도 못하는데, 버리기엔 아깝다.
-64쪽, 터닝포인트 뮤직

어떤 친구는 집안을 살라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고, 어떤 친구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필사적으로 여자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녔으며, 나 같은 녀석은 현실을 잊어버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건 부끄럽다기 보다 애달픈 일이었다. 이제는 (음악에 대해서나 삶에 대해서나) 조금 여유 만만해졌지만, 필사적인 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면 이런 날이 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69쪽, 터닝포인트 뮤직

내게 현재였던 소설 속 시간이 독자들에게는 오지 않은 미래이고,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의 현재가 내게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난 과거이고, 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내 소설 속의 시간은 끝내 오지 않을 미래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이다.
-84쪽, 해변의 아침의 오후

독자와의 만남 때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농담을 하거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소설 얘기 같은 건 하지 않아도 우린 서로 ㄹ다들 잘 아니까, 소설 속 시간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니까, 게다가 현실의 순간을 지금 이렇게 함께하고 있으니까.
-85쪽, 해변의 아침의 오후

외국의 도시들을 다닐 때에는 눈과 귀와 코를 모두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낯선 도시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
여행 중 아주 짧은 순간 음악을 듣게 된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한 다음 여행의 고단함과 경로의 고민과 소통의 난처함을 내려놓고 조용히 커피 한잔 마실 때, 피곤한 몸으로 호텔로 돌아온 다음 샤워를 끝내고 빳빳하게 세탁된 시트 위에 앉았을 때, 창밖으로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때, 그래서 쓸쓸하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하는 그 순간에 음악을 듣는다.
-144쪽, 국경을 벗어난 소리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뜻이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세상에 나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뜻이다. 혼자 차지하던 세계에 타인을 들어오게 하는 것이고, 타인이 잘 살 수 있게 내 영토를 줄이는 것이다. 내가 자꾸만 작아지니까 슬픈 거고, 그래서 자꾸만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날 사랑하느냐고, 날 좋아하느냐고’ 문게 된다.
-150쪽,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

외로움이라는 것은 아마도 사라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일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감정,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영토를 줄여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감정,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결코 그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이 바로 외로움일 것이다.
– 152쪽,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

외로움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가자. 그게 훨씬 덜 아프다. 외롭지 않다고 자신을 세뇌하다가 어이없는 한 방에 무너지지 말고 우리가 먼저 찾아가자.
-152쪽,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

흘러나오는 곡들이 싫으면서도 좋았다. 좋으면서도 싫었다. 옛 노래라서 싫다가 추억이 묻은 노래들이어서 좋았고,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좋았고, 너무 많이 들은 노래들이라서 지겨웠다. 한창 예민하던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때 들었던 노래들이다. 지난 시절도 마찬가지겠지. 좋으면서 지겹고, 싫으면서 그립겠지. 우리는 노래를 듣다가 조금 지친 것 같다.
-155쪽, 12 만 발 중 세 발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정신으로 그러고 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는 시기.
-163쪽, 노래, 일발 장전

[뭐라도 되겠지]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쪽팔림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17쪽, 쪽팔리다

한때는 유머가 이 잔인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을 웃게 한다면, 뭔가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현실과 이상이 점점 어긋나는데 유머가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 유머가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도피처로만 쓰인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개인을 바꿀 수는 있을 테니까, 개인이 바뀐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바뀔 수도 있을 테니까. 포기할 수는 없다. (……) 어쨌든 우리는 계속 웃으며 앞으로 나가가야 한다.
– 174쪽, 유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이 자신의 기쁨을 온전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하릴없이 파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마구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굶어 죽을 걱정 하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절에 발견했던 온전한 기쁨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료한 일이다. 어린 시절에 온전한 기쁨을 충전해두지 않는다면 길고 긴 어른으로서의 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마흔이 되고 쉰이되고 예순이 되어서도 어떤 일에서건 온전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240쪽, 여름 바다에는 그늘이 없다

[나쁜 에너지 기행]
_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우리 시대의 제국주의, 에너지 불평등
에너지 기후 시대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빈곤이 국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감축은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건강과 안락함을 위한 충분한 따뜻함’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기본권 역시 동등하게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난방, 취사,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고소득자들은 석유과 전기를 물 쓰듯 써도 별로 부담되지 않는다. 이렇게 왜곡된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당연시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회 안전망이 뛰어나고 대체로 부유한 유럽에서도 에너지 빈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이 보편적인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은 가구 소득, 사호 복지, 에너지 가격, 주택 에너지 효율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 복잡한 양상을 띤다. 따라서 에너지 복지는 소득, 사회서비스, 에너지 요금, 주택에 걸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럽에서만 에너지 빈곤층을 5000만 명에서 1억 25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잘산다는 나라 사정이 이런데 가난한 나라는 오죽하겠는가. 잘사는 나라가 상대적인 빈곤에 시달린다면, 가난한 나라는 절대적인 빈곤에 놓여있다. 그래서 그런지 에너지 빈곤을 인식하고 그 해결방안을 추진하는 사례는 대부분 선진국과 선발개도국에서 발견된다. 이 국가들에서는 에너지를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하고 국가와 사회의 제공 의무를 밝히고 있다.
-17~18쪽

“먹을 물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데 전기가 무슨 말입니까? 각 가정에 전기가 공급되어 있고, 전등 한두 개와 텔레비전을 켤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관심사는 전기가 아닙니다”
– 117쪽

아마 조금 있으면 이 맥줏집은 동네 사람들로 북적거릴 것이고, 그 포스터는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잊지 않으셨죠? 월요일 저녁에 만나요!’라고 이야기해줄 것 같았다. 일상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소박한 포스터,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서 탈핵의 필요성과 의지를 다지는 동네 주민들, 대도시 퀼른에서 전철을 타고 30여분 걸리는 작은 도시(우리 식으로 하면 ‘읍’이라고해야할까) 베르기쉬 글라트바흐, 그곳의 맥줏집 창문에서 우연히 만나나 포스터가 독일 방문의 이율ㄹ 새삼 일깨우고 있었다.
– 274쪽

2014년 1월

1월의 영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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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4편 썼고, 주말마다 2박3일로 대전에 가서 커피를 내렸다. 총4번이었다. 매출은 밝히지 않겠다. 전직장상사인 P 선생님을 뵈러 1박 2일로 청양에 다녀왔다. 눈 내리는 장곡사를 조용히 걷고 따뜻한 대화를 밤늦도록 나눴다. 순간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웠고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친구들 7명을 그렸고 보들이와 보따리카페도 2장씩 그렸다. 영화 4편을 봤고 만화책과 그림책을 포함해 책은 13권을 읽었다. 생일날에는 고마운 축하를 많이 받았다.20140206-134621.jpg

아티스트웨이도 꾸준히 계속해서 무사히 10주차가 지났고, 체중감량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1월에는 체육관에서 코치님과 운동하는 거 외에 스쿼트를 혼자 집에서 좀 했는데 마지막주에 감기로 고생하느라 며칠 못한 거 빼고는 꾸준히 했다. 덕분에 코치님한테 자세 좋다는 칭찬도 들었다. 감기는 지독했는데 2~3일 정신을 못차리고 땀흘리며 자다가 슬슬 몸살기운이 떨어지더니 두통과 코막힘으로 ‘호전’되어서 며칠 더 앓다가 나아지는 중이다. 아직도 오후즈음엔 어질어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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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책에서 찾은 문장들은 포스트 하나로 정리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두 번 봐도 좋다. 아마 세 번 봐도 좋을 거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반하고 또 반한 영화, 성실하게 하루를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격려와 응원. ‘space oditty’를 연습해서 부르고야 말겠다.

*겨울왕국
노래도 좋고 주인공 자매들도 아름답다. 첫눈에 반하는 남자운명의 상대와 결혼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에서 진화하여 자매애, 동료애를 그린다(고 한다). 유쾌하게 보고 나와서는 주제곡인 let it go의 다양한 언어버전을 찾아 들었다. 난 프랑스어가 좋다.

근데 안나는 그렇게 갇혀 지내놓고 어떻게 그리 그늘이 없을 수 있나. 그늘이 없는 사람은 부담스럽다.

*인사이드르윈
예고편을 통해 들은 노래가 좋아서,

음울하지만 고양이를 들고 다니는 뮤지션이라니 뭔가 기대가 되어서 1월 1일날 상상마당에서 친구들과 생일기념 관람. 정초부터 보기엔 좀 힘든 영화라는 평이 많지만 난 감정이입이 딱히 안되어서 그런지 노래좋네, 하면서 그냥 봤다. 고양이 율리시스가 연기 참 잘한다.

*변호인
사람들이 난리를 치면 칠 수록 심술이 나서 오히려 보기 싫어지는데 어쩌다 두번이나 봤다. 그게 누구네 이야기에서 가져왔다는 것보다 2014년 지금 세상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게 슬픈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울트라마라톤맨_딘 카르나제스
달리는 기쁨과 재능을 잊고 살던 남자가 질주본능을 되찾고 어마어마한 도전을 하는 이야기. 멋있어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진짜 이야기는 힘이 있다. 글도 좋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가오’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살기위해 뛰는 게 느껴진다. 읽는 내내 함께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가슴이 울렁울렁거린다. 나도 뛰고 싶다. “통증은 몸이 약해지는 걸 막아주는 방법”

*루브르 가로지르기_다뷔드 프리돔
루브르가 배경이 아니어도 재미있었겠지만 루브르가 배경이라 더 흥미롭다. 미술관, 사람, 미술관에 온 사람, 그림, 미술관 밖 이야기들이 이래저래 잘 짜이게 얽혀서 읽는 내내 집중하게 됨. 매우 재미있다.

*체르노빌의 봄_엠마뉘엘 르파주
숨을 깊게 들어마시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뒤, 방사능으로 오염된 금지구역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읽어야 하는 이야기. 직면할 자신이 없어서 혹은 영원히 모르고 살고 싶던 그 현실. 그러나 사람사는 모습은 여전히 슬프고 아름다워라.

*신신_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신이 나타났다. 과학으로 증명되는 신, 소송으로 경외감을 확인하는 신, 인간의 욕망이 겹겹히 겹쳐진 신기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려진다.

*주름_파코 로카
요양원에 간 아버지 이야기. 엄마, 아빠가 가장 싫어했던 말 “요양원”.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함께 하는 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자식이나 배우자가 될 수도 있을 게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 그저 엄마를 외롭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단편 ‘주름’과 ‘등대’가 실려있다. 등대도 좋다. ‘모비딕’을 찾아 읽고 싶게 만든다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되도록 빨리 바다를 찾아가야 하는 거라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_안토니오 알타비라, 킴
아버지의 자살로 시작하는 이야기. 전쟁 같은 일상, 진짜 전쟁, 살아낸다는 건 정말 그 전쟁들을 견뎌낸다는 걸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내게 남긴 글을 다시 꺼내볼 용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전쟁 같은 가난을, 진짜 전쟁을, 전쟁같은 생을 살아온 당신의 칠십년을 마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용이 산다(1)_초(정솔)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구나 “꿀잼”

*내 어린 고양이과 늙은개_초(정솔)
소문대로 잔잔하고 감동적이고 슬픈 만화 ‘이런 만화를 그려줘서,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3월의 라이온(9)_우미노 치카
8권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감동이 덜할 줄 알았는데 그때그때 그냥 봐도 좋다. 선생, 친구, 라이벌, 가족, 짝사랑, 선배, 비현실적으로 감동적인 관계를 맺는 장면이 많은 천상 순정만화.
내 인생의 모토가 담긴 문장. “돈은 아끼고 품은 들여서”

*뭐라도 되겠지_김중혁
기본적으로 김중혁 에세이는 소설보다 재밌다. (죄송합니다만 제 취향입니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_한윤형
내 나이를 청춘으로 쳐주든 아니든 ‘청춘’이나 ‘청년’이라는 말엔 오그라드는데 한윤형은 청년 당사자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근데 잘 받지 못해서 한 번 더읽고 생각주머니에 잘 넣어두려고 했는데 빌려다만 놓고 한 번 더 읽지는 못했다.

*모든 게 노래_김중혁
읽을 때는 이 노래, 저 노래 다 찾아서 듣겠노라 메모해뒀는데 벌써 시들. 저는 아마 뮤직러버가 아닌 모양입니다. 다시말하지만 전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를 정말 좋아합니다.

*자전거로 얼음위를 건너는 법_롭 릴월
시베리아에서 출발해 저자의 런던 집까지 캠핑하며 자전거여행하는 이야기. 멀쩡하게 잘살다 도전!하고 싶어서 무모하게 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일단 떠났다,로 시작하는데 난 그런거 좀 별로야. 자기 상태를 보고 준비할만큼 하고 가야지. 가장 어려워보이는 과제로 일단 도저언, 이라니.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떤 젊은 날에는 충분히 자극적이고 매력적일듯. ‘나는 더럽고 피곤하고 배가 고팠다’ 이런 문장은 마음에 든다.

*나쁜 에너지 기행_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절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는 전기, 수도 같은 기본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조차도 빈부격차가 너무 크다. 추울 때 더운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는 내 순진한 말이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 만다. 이 시리즈의 전편인 ‘착한 에너지 기행’을 읽었으면 이보다는 마음이 덜 불편했을라나.

*후쿠시마 이후의 삶_한홍구,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체르노빌의봄’을 보고 이제야 후쿠시마 사건에 대해 더 찾아보고 싶어서봤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막막했고. 좌담집이라 술술 쉽게 읽힌다. 여전히 내 일 같지 않아서 공부 좀 해보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국가가, 자본이, 우리가 아닌 그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AT_김은진
부산 안 보석같은 장소를 만난 김은진의 반짝이는 기록. 꿰어놓은 서 말의 구슬.

*훔쳐라, 아티스트처럼_오스틴 클레오
심심할 때, 그냥 가볍게, 어서어서 뭐든지 시작하라는 말씀. 두려움을 버리고 어서어서, 그게 바로 예술이 될테니.

*남자는 힘이다_맛스타트림
운동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좋은 책들 찾아보니 몇권 추천해줬는데 ‘다이어트 진화론’ ‘김새롬 탄력웨이트’ ‘남자는 힘이다’가 기본이다. 앞에 두 권은 읽을만하고 쉽고 마음잡는데도 좋은데 이건 좀 어려워서 미뤄뒀다가 운동에 대해서 뭘 좀 알게 되니 다시 봤다. 부르르르, 역시 마음잡는데 최고.

*괴물둘이 사는 나라_모리스 샌닥
귀여운 동화책. 겨울아침 귤까먹으며 난로 앞에서 읽었더니 막막 기분이 좋네. 괴물 하나도 안무서워.

*나쁜상사_네온비
레진코믹스에서 잘 나가는 네온비 작가의 성인만화. 재미가 없진 않은데 그냥 밋밋한 정도. 김밥천국의 무난한 맛이랄까. 이야기와 인물이 약함.

*수업시간그녀_박수동
로맨스 지상주의자이긴 하지만 이런 현실적이면서 달달한 만화는 그냥 그래. 왕자님 나오는 판타지가 차라리 낫다고! 근데 그림체가 산뜻담백하니 참 좋다.

*사이_박수동
단편. 봄비같은 연애물. 사랑, 물론 저도 하고 싶습니다.

*쿠쉬라르_에스토 에무
썩 재미있지는 않다. 이스탄불에 가보고 싶어졌다. 후기인 터키 취재 에세이 3페이지가 전권을 통틀어 제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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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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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기준은 집이다. 지낼 곳이 정해지면 그리로 간다. 그래서 “산책자의 모닝커피”가 자기 동네나 어떤 행사에 와서 커피를 내려주길 바라는 분이 나타나면 (고맙게도 가끔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누군가도 부담없이 연락해보시길) ‘먹여주고 재워준다면 어디든 간다’라고 대답한다. 설사 초대해주신 분이 숙소를 제공하지 못해도 어떻게든 묵을 곳은 생기게 마련인데 그렇게 해서 좋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그 인연이 다른 장소로 나를 불러 머물고 옮기는 생활을 계속하게 되었다. 부르는 곳이 없다해도 언제든 환영해주는 ‘집’이 몇 군데 있고, 아직 간다간다 말만하며서 미뤄놓은 곳, 소개 받았지만 안 가본 곳, 모르는 곳이 많으니까 다음에 어디로 갈 지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를 설명하기는 참 성가신데, 대충 얘기하고 나면 사람들은 ‘커피 팔아 경비 마련해서 여행하는 사람’ , ‘여행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 보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느냐, 어디어디 가봤느냐, 언제까지 이러고 살거냐, 그건 그렇고 커피가 팔리느냐, 그 돈으로 생계가 가능하냐고 묻고 걱정한다. 당연히 커피판매 수익만으로 살 수는 없다. 나는 그럴듯한 ‘여행가’도 아니고 거창한 신념이나 목표를 가지고 ‘이런 생활’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쩌다보니… 다음에 어디로 갈지도 정하지 않고 언제까지 어딜가서 어떻게 하겠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목표도 없다. 게다가 아직도 정확한 원가 및 순이익을 계산할 줄 모른다. 생두 1kg이 대략적으로 몇 잔의 커피를 만들어내는지를 셈하지 못한 건 내가 게을러서가 맞지만 내 인건비를 빼고라도 생두를 볶는데 들어가는 가스, 도구와 장소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얼마로 계산해야하는지, 그렇게 볶은 원두로 커피를 내릴 때 드는 물, 물을 끓이는 에너지, 종이컵, 여과지 같은 소모품, 설거지나 커피찌거기 뒷정리 비용은 계산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비용이 온전히 내가 부담하는 비용일 때도 있고 머무는 곳에 부과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부분은 내가 값을 치르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계산하기가 더 어렵다. 그저 사먹는 사람 입장에서 한 잔에 3천원 정도면 가게에서 마시는 비용대비 내가 내리는 커피의 맛이나 분위기에 적당한 값일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말대로 그때 그때 손에 쥐는 돈이 다음 콩을 살만 한 돈이 되는가만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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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돈에 민감하다. 쓸 데가 있고 들어올 곳은 적기 때문에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일해서 돈을 벌어 그 돈을 쓰면서 사는 게 일반적인 삶의 방법이니까 많이 벌지 못하는 나는 더 신경쓴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을 쓴다고하지만 돈을 벌기위해서 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생필품 외에도 일할 때 필요한 것들을 사고, 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불편함과 시간을 줄이는 장치들을 이용하고, 일하느라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도 돈을 쓴다.
나는 뭔가 사고 싶어서 안달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살 수 있으면 사고 누가 사주면 받고 사고싶다가도 좀 지나면 잠잠해진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데 익숙해지면 돈을 벌기 위한 투자비용, 스트레스 해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시간과 에너지로 사는 대신 천천히 직접 만들거나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줍거나 얻어서 재활용하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고 누군가의 배려나 호의도 있는 그대로 환영한다. 시간이 많으므로 느리고 불편하지만 비용이 싼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불편함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바쁜 사람은 택시를 타고 한가한 나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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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덕이라는 말도 맞다. 나는 아직 젋고 지독한 가난을 겪은 적도 없고 아직까지는 (아마 앞으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감도 없다. 주변 친구들은 만나면 밥을 사주고, 갖고 싶은 물건을 말하면 사주기도 하고, 기꺼이 자기 공간을 내어준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경력을 쌓고 인맥을 유지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처럼 나는 좋은 사귐을 만들고 유지해야한다. 어디서든 잘 지내다가 장날마다 찾아오는 이야기꾼처럼 찾아가 그간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좋게 놀다오면 된다. 나를 지지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잘 살면서 이런 삶이 마치 직업처럼 어엿한 삶의 방법이 된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늘 즐겁게 잘 놀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잘 지내는 거니까, 나는 잘 살아내서 성실하게 그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거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늘 감사하다. 그치만 다 그럴만 하니까 그런 거라는 옛말처럼 내가 잘하니까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것일게다. 앞으로도 잘 해야지. 이 모든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삶을 꾸릴 수 있는 거다. 더 많이 욕심내거나 일부러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는 것,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이게 다다. ‘젊음’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을 수는 없다. 최소한 5년은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에는? 그 때가서 생각하자. 미리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지금을 진심으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길이 열릴 거다.

각자의 인생은 학교를 다니든 회사를 다니든 집에서 살림을 하든 어디선가 각각 본분에 맞는 무언가를 하면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이어 완성한다. 성인이 되면 제 한몸 건사해야한다는 조건이 추가되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을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어렵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사람들과 갈등을 해결하며 버티는 것도, 꿈과 현실을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것도 다 어렵다. 내가 고민을 하든말든 전화요금도 월세도 보험료랑 카드값은 자비없이 빠져나간다. 월급날이 되어도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니까, 3개월 고비를 넘기면 3년은 훌쩍 간다던데, 사는 게 별건가 버티는 거지, 여길 그만두고 옮긴다고해서 다를까, 여러가지 고민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다음날도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살다보면 정말 3년도 가고, 5년도 가고, 10년도 가기는 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나는 한 직장에서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매번 그만두고 그만두고 또 그만두었는데, 늘 너무 힘들었다. 남들도 다 힘든 거 알고 힘들지만 다들 잘 버티는 데 왜 나는 못하는 걸까. 모두 회사 다니기 힘들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그만두는 사람은 언제나 나뿐이었다. 난 정말 이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인걸까. 직장생활이라는 건 원래 그런거니까 월급날 기다리면서 살고, 가끔 휴가가고 여행하고, 나를 위해 가끔 선물도 하면서 사는 거라고 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왜 유별나게 구는 걸까. 회사를 다니는 중에 틈틈히 여행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 때뿐, 돌아오면 독약같은 그리움에 현실을 견디기가 더 힘들었다. 그러다 드디어 당분간은 다시 회사라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결심했다. 중간중간 일들이 있긴했지만 2년 정도 그렇게 살아보니 이게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사실 나는 원래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회사를 안 다니는 게 좋은 거였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어디를 가보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그냥 기회가 생기면 그때그때 순간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렇게 마음의 방향이 원하는 곳으로 몸을 틀어 살았던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 일을 그만두고, 어디로 떠났다가 다시 일을 하고 또 그만두고 하는 과정들이 경력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고 맘대로 살아온 철없는 인생이기는 했지만 그나마 내 마음의 방향이 원하는 길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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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그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낯선 장소로 떠나는 여행일 수도 있고 은둔자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생활일 수도 있다. 재밌는 일이 생겨서 새롭게 회사를 다니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끈기 없는 사람도 아니고, 비루한 일상을 탈출한 모험가도 아니고, 다른 이의 환상을 먹고 사는 여행가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일 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는 그 길-회사다니고 돈을 모으고 결혼하고 아이낳고-이 더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시골로 내려가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 오지를 여행하며 한계를 뛰어 넘는 사람 등 특이한 사람들의 생활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볼 때면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는 더 우울해진다. ‘저게 사는 게 사람사는 건데, 나는 여기서 버둥거리면서 살고 있구나. 멋있다.’ 어떻게 살든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은 닥치고 사람은 늘 자신의 선택에 불안해할 텐데 미디어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끔은 당사자들도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대안을 선택했는데 행복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사람들의 ‘멋있다’ ‘부럽다’는 말을 듣고 살아야 하니까. 나도 한 때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오니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었다며. (어서 뒤따라 오시라는 말입니까) 나 역시 ‘평범한’ 일상을 사는 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부러움과 배려를 먹고 사는 것도 맞다. 그렇기 때문에 늘 조심하려고 한다. 내 선택은 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삶의 방식일 뿐, 내 선택이 더 반짝이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소중한’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라고.

내가 커피를 내리며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은 내 이런 생활이 멋있어보인다고 부럽다고 말한다. 20대의 나라면 “그럼 당신도 그렇게 사세요. 당신이 놓지 못하는 편안함, 돈이나 사회적 안정감 같은 것만 포기하면 이렇게 사는 게 어려울 일이 있나요,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되잖아요”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실제로 그렇게 대답한 적도 많다. 그리고는 마음 속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월급의 노예, 겁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진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정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늘 같은 장소로 출근해서 비슷비슷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끈기와 성실함이 오늘의 당신을 만들었고 그 선택이 바로 당신이다.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이 강한 거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면 미칠것만 같아서 어떻게든 빨리 그만두려고 갖은 애를 썼다.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내가 맡은 일들을 밤을 새워서랄도 문서로 정리해놓고 사직서를 책상 위에 두고 나온 적도 있다. 그때는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 어리기도 어리석기도 했다. 설사 남은 자들은 업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랬을리가) 난데없는 상황에 따른 당혹스러움은 어쩔 것이며 그 분위기가 사실은 업무내용과 직결되는 것일 터다. 물론 회사라는 게 이런 일들이 처음은 아닐테니 어떤 식으로든 수습은 되고 굴러는 가겠지만.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3개월을 버티면 3년을 버티고 3년을 버티면 과장도 달고 팀장도 되고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된다는데 나는 늘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늘 신입으로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 그때는 전업 여행가도 부러웠고 성실한 직장인도 부러웠고 주부도 부러웠고 뭐든지 꾸준하게 3년 이상 하고 있는 사람은 다 부러웠다. 나는 이도저도 아닌것만 같았다. 주기적으로 회사를 들어갔다가 다니기 싫다고 괴로워하다가 그만두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어느날 내게도 꾸준한 게 있다고 말해줬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 꾸준함’. 그때부터였을 거다. 남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 마음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며 그 길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대신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방법을 찾고 감당한다. 그 뒷감당은 내가 진심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심지어는 이전에 억지로 감당해야 했던 괴로움이 비하면 견딜만 했다.

우리네 삶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을 거다. 누구는 같은 직장에 10년, 20년 근속하면서 자리를 지기는 우직한 길을 가는 사람도 있고, 직종이나 업종을 달리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넓혀가며 어떤 식의 자기 경력을 만드는 사람도 있을 거다. 세상에 다양한 종류의 노동과 직업이 있을 텐데 어떤 종류의 길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더 쉬울 뿐이다. 어디든 기쁨과 어려움이 있을 테고 소중한 하루하루가 있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지만 저기 앞에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사실은 어쩌면 이 길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갈 것인가 숲길을 갈 것인가. 바다가 보이는 길도, 숲길도 아름답기도 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도 한 것처럼. 당연히 가다가 이 길이 아닌가 싶으면 돌아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난 10년 간 그랬던 것처럼.

내 삶은 모험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당신과 우리 모두의 삶도 모험이고 여행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험 같은 일상을, 그저 모두에게 소중한 그 하루를 내 방식대로 산다고 말하고 싶다. 내 사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좋아보여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든, 영감을 불러일으켜 무언가 다른 걸 시도하게 한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감사한 일이다. 마치 예술가처럼.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이라고 해서 쉬운 길일리가 없고 남에게 쉬워 보인다고 해서 내게도 쉬울 리는 없다. 나는 숱하게 헤매면서 내 취향을 찾아냈고 수많은 갈래길에서 그나마 이쪽이 내가 가기에 수월해보여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이 선택을 한 것이다. 당장 몇달전까지만 해도 ‘와 이 길도 만만치는 않구나’를 느끼고 절망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사실 모르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