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두 사람이 갈등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건 재미있고 귀엽고 고마운 기회다. 멀리서 좋은 면만 보는 것과 달리 세밀하게 가상체험. 이렇게 머릿속으로 사랑하고 싸우고 이해하고 재미있어해서 현실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걸까? 문란하게 살아야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진짜가 나타나면 머뭇거림따윈 없단다. 그래, 진짜를 기다리고 가짜랑은 한없이 문란하게 살겠다. 콘돔 예쁘게 낱개 포장으로 프리마켓 돌아다니며 젊은 여성 대상으로 팔면서.
통장 잔액이 사상최저다. 적금은 깨지 않았지만 2011년 회사를 박차고 나온 이래 이렇게 내려간 적이 없다. 근데 근거없는 자신감. 호주 워킹홀리데이 갔을 때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한 친구가 마지막 남은 10달러를 깨서 영화디비디를 샀다면서, 다 써야 돈은 들어오는 거니까요 했던 게 생각났다. 사부님께 외상값을 갚았고 생두를 샀고 노랑봉투에 적지만 후원금을 보냈다.(보낼 예정이다. 사만칠천원은 너무 비싸지 사천칠백원씩 십인분을 모을꺼다. 나는 이인분, 두 명이 더 모여 육인분 달성. 4인분 급구. 3.13 모금 완료)신기하고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다. 뮤즐리를 말아먹게 우유 사고 싶지만 그냥 다음에 먹는걸로. 아이폰 할부금이 아직도 30만원이 넘게 남았다고 한다. 전화요금으로 내는 돈이 한 달에 5만 5천원이 넘는데 우유 한 통 사먹는 돈은 아깝다. 아이러니.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다. 우유값은 아끼지만 아이폰은, 맥북은, 블루투스 키보드는 사야하는 그런 사람. 놀고 먹는 마음으로 이렇게 한량처럼 사는 거 아니다 필요한 돈은 치열하고 성실하게 벌 거다. 그런의미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알바환영.
고현종 작가가 그려준 초상화를 액자에 넣고 싶은데 돈을 들여 액자를 산다는 것이 첫째로 마음에 걸리고 액자에 넣어 짐을 늘려서 들고 다닐 일은 더 갑갑하다. ‘집에 갖다둬야지’라고 말했더니 E가 묻는다. “집이 어딘데?” 하하하. 끌고 다니는 트렁크를 가리키며 “저기?’ 바닥은 짐이 적은 편이잖아. 맞아맞아. 여기 혼돈의방에 석 달을 살 거면 짐이 더 늘어날 거 같긴 하다.
며칠전 부산에서 만난 R은 짐이 많으시네요. 라고 말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여행고수’는 짐이 적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에 가슴 속에 불이 한 번 지펴진다. ‘아니거든요. 트렁크 하나, 등에 메는 가방, 우쿠렐레. 이렇게 세 개거든요.’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 전엔 따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냥 아.. 네.. 하지만 더 줄여야하나? 혼자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
짐이 적은 여행고수처럼 있어 보이고 싶은 내 욕망도 인정,
하지만 이쁜 물건에 대한 욕심, 갖고 다니고 싶은 마음도 인정,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와 크기라면 오케이!
짐이 되게 많네요, 라는 말에는 아직도 조금 상처받지만 (도대체 왜? 그냥 하는 말들인데, 그리고 사람마다 다 상대적) 언제나 내리는 결론은 내 불안과 욕망을 인정하자. 내 모습 그대로.
일대일말써비스, 라는 폴더를 내 마음 속에 마련했다. 조만간 구글독스에도 엑셀로 파일을 만들 예정이다. (본인들은 해당되는지 아닌지 알 수 없겠지만) 두 명의 고객이 그 마음에 다녀갔고 본인들이 알으라고 이백오상담소에서 부적을 써주는 것처럼 나는 편지를 썼다.
트위터는 들뜨는 내 마음을 순간순간 기록하면서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은 주로 사진을 저장하는 용도로 쓴다. 물론 친구들과 떠들고 반응하며 원래 목적이라는 사회관계망 안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다. 페이스북에 주로 장소단위로 사진을 저장하는데, 어제 “함께”라는 폴더를 마련했다. 트위터는 중독수준, 트잉트잉트잉여. 블로그와 연동시켜 놓고 월말에 주욱 훑어보며 한 달을 정리한다. 지금 2월 10일까지 왔다. 오늘 안에 2월은 다 정리할 거다. 그러면서도 3월의 시간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