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3/14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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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젊은이들의 명절이다. 나는 하다말다 미루다서두르다 이제야 2월을 정리한다. 트위터로 순간을 기록하는 나는 짧은 문장들을 읽으며 아,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웃었다. 좋았다. 뭐니뭐니 해도 2월에 가장 중요한 건 맥북에어를 만난 게 아니었을까, 친구의 도움으로 직접 그림을 그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전용 에스프레소잔보다, 고작 누구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맥북에어가 2월의 친구다. 나는 뒤늦게 애플과 사랑에 빠졌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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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2612월 한 달 동안 노래를 한 곡 만들었다. 지금껏 만든 노래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같다. 친구들의 생일 선물과 영화 감상, 아르바이트 AS 등을 위해 그림을 9장 그렸고, 글은 한 개밖에 못 적었지만 밀린 노래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포스팅은 5개라고 치기로 했다. 영화를 4편 봤고, 만화책을 포함해서 책은 9권 읽었다. 시작만 하고 아직 끝을 내지 못한 책도 2권 있다. 우연찮게 공연을 1번 봤다. 그리고 비행기표, 기차표,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 많은 표를 샀다. 모두 합해 11장이다. 보따리카페를 차리러 기차를 타고 대전에 두 번 왔고, 대전-전주, 전주-광주, 광주-나주로는 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2월 말일 기준으로는 나는 서울에 있다. 서울에서 경주, 부산, 대전으로 온 것은 셈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발리, 서울-제주 왕복 비행기표를 샀다. 꾸준히 간다고 갔지만 운동하러 체육관에는 15번 갔더라.

다음은 영화, 책, 공연에 대한 짧은 후기. 1월에는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적었는데 이번엔 너무 길어서 저작권보호 차원에서 옮기면 안될 것 같다. 언제고 느긋하게 읽어서 녹음해보고 싶다.

*수상한 그녀

엄마랑 같이 봐서 더 재밌다. 아들 위해 아귀처럼 사는 거 이해하긴 함들지만(먹고살기위해서였다해도 기본적인 상도, 인간다움. 이런 건 중요하지 않나) 그 시대, 그 세대는 그럴 수도 있겠지. 엄마한테도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는데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길테지. 사는 게 피곤해지더라도 도리를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일찍이 홍상수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했잖냐. 영화는 재밌다. 뻔하디뻔하지만 웃기고 슬프고, 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또하나의 약속

울어라 슬퍼라 원통해라 악을 쓰고 덤비지않아도 배우님들 얼굴만 봐도 바다만 봐도 멍게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 이야기 힘이 강하고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다. 또하나의약속. 노앵커 나올때 빵 터짐 센스, 아프게 된 원인, 사건, 투병과정 구구절절한 거 없이 죽음. 그 뒤로 끈질긴 지루한 이어지는 그런 싸움. 차라리 현실적이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엉엉 계속 울었다. 엄마도 잘 보시고 대기업 못됐다, 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전보다 세상이 좋아져서 저런 나쁜 일도 다 이렇게 밝혀지는 게 아니겠냐’ 하는 뜻밖의 감상평.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예뻐 너무 예뻐, 좀 졸리기도하지만 좋아. 예뻐 너무 예뻐. 추리닝을 입고 침대 위에서 뒹굴어도 손을 쪽쪽 빨며 스파게티를 먹어도 아델은 정말, 정말정말 예쁘다. 사랑이야기라면 지루했겠지만 아델이야기니까, 아델을 보고 있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섹스를 부르는 영화. 하지만 파스타도 못 먹는 현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Taipei exchange

카페를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고 삶을 나누는 영화라고 들었다. 특별한 공간에 이야기를 담고 싶은 사람, 커피를 좋아하고 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한테 영감을 주는 영화라고 했다. 물물교환이라는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루했다. 사실 이미 나는 친구들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영화 속 손에 닿지 않는 이야기보다 내 친구들의 마음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아티스트웨이

12주에 걸친 ‘스스로 하는 창조성 회복 워크숍’ 교재다. 마치는 순간 벅찬 감동에 글을 한 편 썼다.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의식적으로 특별한 체험을 하는 아티스트데이트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어떻게 보면 뼌한 얘기를 길고도 뻔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모든 것이 진실이어서 무릎꿇고 마는 ‘자신을 믿어줘라, 무엇있는 창조해라, 꾸준히 해라’라는 진리. 좋은 시간들이었다. 앞으로도 주욱 모닝페이지는 적어야겠다.

*나를 부르는 숲

굳이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너무너무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빌 브라이슨의 최고저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재미있다. 기록하고싶은 짧은문장보다는 몇쪽에 걸쳐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 흐름이 더좋다. 장면을 상상하며 듣는 나무이야기, 사슴이야기, 트레일 종주를 포기하던 순간에 흐르는 공기, 그렇게 아름다운 숲에서 카츠가 알콜중독에 대해 얘기하던 때의 생생함. 소리내어 읽고 싶은 부분이 많다. 너무 생생해서 웃긴 이야기를 하는데도 쓸쓸해지기까지 한다.

*지역의 재구성

답이 지역에”만” 있는건아니겠지만, 답이 하나도 아니겠지만, ‘지역’이라는 말이 동일한 어떤 범주의 공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니까. 충분히 의미있는 사례들. 일하면서 꼭 찾아봐야 하는 참고자료가 아니라 재미로 읽으니 일케 좋구먼.

*이백오 상담소

일대일말서비스 돌직구 상담과 비슷한 면이 있다. 소복이 만화는 이름처럼 눈이 조용히 내리고 소복소복 쌓이는 느낌,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얘기들도 많다. 무울론 덜 젋은 우리세대도 마찬가지. 나는 무려 사인을 받은 적도 있는 팬!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4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자꾸 상상되어 요괴나 귀신들이 나타날 것 같기 때문이다. 착한 것들이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스산하다. 밤에 보는 건 더더욱. 밤에도 보고 낮에도 이어 봤는데 맛이 다르다. 낮엔 무섭지 않고 편하고 아름답다. 백귀야행도 그렇고, 내취향은 아니지만 사는 얘긴 다 바슷비슷하니까. 귀신이든 사람이든.

*마녀

제목이 마녀여서 무서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기본적으로는 역시나 사랑이야기, 순정만화. 특별한 소재, 뚜렷한 인물, 그래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아마도 강풀은 정말 훌륭한 이야기꾼이자 성실한 창작자인 거 같다.

*안녕 미스터블랙 1, 2

황미나클래식이 애장판으로 다시 나온 것 같다. 그림체가 요즘하고 달라 얼핏 촌스러워보이지만 고전은 고전. 진짜 전설,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명작. 이야기의 힘. 매력적인 캐릭터. 정말 좋다 다시봐도.

*TAAL

사전 정보 없이 친구따라 가게 된 공연,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히치하이커, 라는 가게에서 좌식으로 앉아서 관람. 파키스탄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라 했다. 파키스탄 까왈리와 서도 민요를 구성지게 부르더라. 중동타악기 따블라와 인도 손풍금 하르모니움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알라후~가 반복되는 노래가 인상적이었는데. 알라후 아크바르 (아랍어: الله أكبر, Allāhu Akbar 신은 위대하시다, 신은 가장 위대하다) 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바질01] 바닥님은 입이 근질근질

2012년 10월 전주에서 제작.

2011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하고 놀다가 2012년 다시 회사를 들어갔다가 두 달도 안되어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잠적 후 근황을 알리던 영상. 잠수하는 동안 신분세탁도 하고 조용히 지내려고 했으나 입이 근질근질하여 금방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면 같은 말 반복하기 귀찮아서 대답용으로 만들었던 영상.
그 뒤로 다시 본 적 없는데, 이런 오글한 과거도 모두 나이므로. 흑역사 대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