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비롯 각종 품을 파는 비규정직 노동자.
2014년 발리 갈 돈을 모으고 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에서 산다. 필요한 만큼 벌고 하고 싶은 일에 쓰려고 노력한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노래를 만들고, 요리하고 운동하면서 성실하게 산다.
어른이 되고부터 언니와 함께 서울에서 살며 출판사, 여성단체, 시민단체, 대안여행사 등을 다녔습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았는데도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호기심, 무모함,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일 겁니다. 대신에 은근한 끈기, 묵묵히 버티는 힘이 부족했는지 다니던 회사마다 2년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일을 곧잘 하긴 했지만 회사 입장에서 목표를 정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조직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제겐 어려웠나봅니다. 자신을 훌쩍 떠나는 여행을 즐기며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던 시기와 남들 다 잘 다니는 직장을 못다니는 사회부적응자로 정의하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세상 숱한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처럼 나 또한 조금 다르게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011년 회사를 그만두면서는 이제부터 월급이 아니라 내 방식으로 생활을 해결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일단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원칙을 정하고 친구집, 게스트하우스 스텝, 내 재능을 초청한 행사장, 외국의 친구집 등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대접하다보니 움직이는 카페를 열어 조금씩 돈을 벌기도 하고, 그때 그때 들어오는 비정기적인 일감들로 수입을 채웠습니다. 물론 그러다다시 불안해져서 직장에 들어가기도 했고, 역시나 괴로워하며 바로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겨울 몸이 많이 안 좋아지면서는 내가 선택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직장생활 하기 싫어서 돈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며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이런 선택을 했는데 당시의 저는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건강도 잃은 건가 하는 불안함에 시달리다가 얻은 깨달음은 이런 선택 또한 늘 좋기만 한 꽃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때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가 선택한 길을, 어렵지만 힘을 내서 가고 있다는 사실. 그게 일반적으로 말하는 직장생활이든,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모습이든, 다른 방식을 택한 나 같은 사람이든 각각 처한 힘겨움의 무게를 비교할 수 없다. 모두의 삶은 각각의 행복과 고난과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을 통해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저를 대안적인 방식으로 삶 자체를 짓고 있는 직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돈벌이와 삶의 가치를 선택하는 태도, 살아가는 방식을 이렇게 택한 것뿐입니다.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적성에 맞아서 이 길 위의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렇게 삽니다. “일하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지독하게 경쟁하며 타인과 자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돈을 버는 일을 감당할 수 없을 뿐이지 돈의 가치를 부정하진 못합니다.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압니다. 내 한몸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은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이 아니라면 다른 자원들로 내 삶을 꾸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는 분의 빈집에서 머무르거나 친구나 지인과 함께 살 때도 생활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살았습니다. 머물면서는 개인적인 글쓰기, 그림그리기, 우쿨렐레 치며 노래 만들고 부르기와 같은 작업을 하면서 지냅니다.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를 통해 커피도 팔고, 아이나 동물도 돌보고, 전에 했던 일과 관련한 아르바이트도 간간히 하면서 돈을 법니다.
혼자 움직이는 것은 더 부지런히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쉬워서 많이 만들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올해에는 독립출판이든 전자책출판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글을 묶어 결과를 내고 싶은 작업자로서의 목표가 있습니다.
2014.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