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5/26

2014년 4월

5월이 다 지나가는 마당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오던 걸 계속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늦은 4월 정리를 해본다.

IMG_0932

4월엔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수년전에 잠깐 배우려다가 운동신경없음+조급함+부끄러움+참견쟁이아줌마+무성의한수영강사 등등 복합적으로 그만 둘수밖에 없었다. 4월엔 수영장 쉬는 날 빼고는 거의 수영장에 갔다. (물론 지금 5월은 개.망.) 수영을 배울때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이전에 배울 때와 내 맘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금은 수영장 쪽으로 발길도 안돌리는 상태가 되었지만 너무 늦기 전에 조만간. 배움이나 훈련에 대해.

IMG_0930 혼자 방에서 술을 마신 밤이 네 번이나 있었다. 선물 받은 기념품 크기의 럼부터, 뛰쳐나가 사온 작은 병 와인, 캔맥주, 산호여인숙 냉장고에 있던 소주+오렌지 쥬스까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시작했는데, 모두가 어쩔 수 없던 대재앙 앞에서 취하지 않고 잠들 수 없는 밤이 계속 되었다. 숙취로 하루를 끙끙 앓고나서야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 알아채고 금주.

로스팅을 세 번 했다. 단골도 생겼고, 짜투리 시장에선 팔이 빠져라 핸드밀을 돌려 커피를 내렸다. 커피버섯도 성황리에 완판했는데 버섯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무데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나와 은덕, (스)껍데기와 알멩이)가 키우는 녀석들도 비리비리하다. 먹튀 아니 먹고 그냥 있음 상태에 있다.

IMG_0456

세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고, 세 편은 방에서 컴퓨터로 봤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걸 느낌.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 귀엽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당연히 좋아하게 되었다.

*한공주 : 가슴이 답답해서 몇번씩 앞자리를 발로 차대고 싶었다. 젠장. 무섭고 두렵고 눈뜨기싫지만 계속 보다보니 숨은 쉬어지더라, 편해지더라. 볼수있게 잘 만들어놓은 밭, 그게 연출/연기 덕이리. 어떤 상황은 기도밖에 수가 없듯 이건 일단 많이들 보는 게 좋겠다.

*만신 : 김금화 만신 개인삶은 짠하기도하고 쎈팔자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천재예술가를, 사람을 넘어선 존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그리고 진짜진짜 아름답고 또 아름다움.

*문라이즈킹덤 :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보다 이 영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좋긴좋은데 컴퓨터로 보니 못쓰겠음. 수지 옷 이쁘고 사랑스럽고 화면에서 매력이 넘치지만 컴퓨터로 보다보니 비교불가, 감상불가.

*안경 : 전에 볼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다시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내 사는 모습이 영화속 사람들 같다하여 다시 찾아봤다. 천천히 사색하면서 고기 먹고 사는 건 참 부럽고 부럽지.

*화양연화 : 이쁜 화면이 보고 싶었다. 멋있는 남자 아름다운 여자도 보고 싶었고, 사랑은 모르겠다만 장만옥은 정말 아름답더라.

버거킹 와퍼를 세 번 먹었다. 친구들이 세 명 다녀갔고 (그 중 한 친구와 와퍼를 먹었다) 자전거 책을 보내준 친구도, 커피를 보내준 친구도 있었다. 대전에서 사귄 친구를 졸라 귀여운 그림책을 한 권 얻었고 우연히 읽기 시작한 한 권의 책에서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 책은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고마운 마음들에 신세지며 살고 있다.
IMG_0931
IMG_0445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원래 국가가 해야 되는 일인데, 일본 정보는 절대 하지 않을 거다. 왜냐면 아이들을 피난시키는 순간, 원전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단순히 정부가 나서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후쿠시마 시민들과 다 같이 일어서고 있다. -20쪽

 

절대로 안전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일본에서도 절대로 안전하다고 말해진 곳이 바로 후쿠시마였다. 한국은 지진도 없고 쓰나미도 없으니까 괜찮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지진이나 쓰나미로 원전이 멈췄던 것이 아니라 전원이 멈추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때문에 다른 일에 의해 전원만 꺼지면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절대 안전이라고 얘기하면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걸 얘기하기 위해 우리가 다시 올 테니 그렇게 연대해가면 좋겠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체르노빌 원전 터졌을 때 일본 원전은 체르노빌과 다르다고 얘기햇었다. 똑같은 얘길 하고 있는 거다. -59~60쪽

이전에는 시민성이, “정부가 하는 게 옳고 돈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 돼”하는 것이었다면, 3.11을 계기로 국가에게 배신당했다, 버려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실감하기 시작했다. -21쪽

두려움만으로는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 연대는 가장 절실한 사람들과 손을 잡는 것이라 배웠고 그렇게 생각한다. 앞서가는 사람들과 손을 잡는 것은 연대가 아니다. 넘어지는 사람을 받치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의식적인 연대이다. 그렇게 우리는 의식적으로 손을 잡았고 앞으로도 손을 잡을 것이다.  -78쪽

IMG_0642IMG_0639커피를 내려 파는 것 외에 세 가지 일을 했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연극배우의 자녀를 돌보는 “새싹돌보미”, 전시 오픈일에 커피케이터링과 묶어서 판매한 우쿨렐레 공연, 대형마트 외부 행사장 판매 아르바이트. 아이를 보는 일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생각할 거리, 배울 거리가 많은 일이었고 우쿨레레 공연과 노래는 매우 부끄럽지만 놀고 먹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최적의 베짱이 아르바이트. 마지막판매아르바이트는 내 몸과 마음을 무너져내리게 해 5월을 망쳐버린 극단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다시 하게 될 일은 없을 테니 인생 공부였다고, 진로탐색을 위한 직업체험이었다고 치면 덜 괴로워진다. 이 역시 “노동”에 관한 세 쪽 책에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IMG_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