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끼고 지켜보고 지지하고
현금+송금+현물+음식+편지+문자+마음+비밀로 사랑을 보내는 후원자 여러분께 보내는
편지이자 보고서.
(후원자여러분이라니, 이런 창조경제돋는 어휘를 봤나.
‘ㅂㅂ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바닥의 친구들’ 이니 줄여서 3ㅂ라고 합시다)
인사가 늦었어요.
#ㅂㅂ 프로젝트를 선언하고 부산은행 계좌를 공개한 지 벌써 넉 달쯤 지났네요.
3월부터 입금으로, 선물로, 콩쥐의 두꺼비처럼 꼭 필요한 도움으로, 눈물나는 편지로 마음들을 전해받았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참말로 고맙습니다.
일단 부산은행 계좌 소식이 궁금하실 것 같아서 잔액을 공개합니다. 2월부터 시작했으니 순탄하게 4개월치 80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커피나 노동에 대한 보답이 아닌 순수한 후원금은 85,020원이에요. 그러고보니 무려 10%에 해당되는 금액이네요. 솔직히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는 거니까 만원이 생기면 이만원을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네가 믿는 대로 잘 살아라, 기운내서 계속 나아가라, 여행 경비에 보태라’고 돈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20원은 부산은행에서 준 이자입니다. 부산은행도 제 삶의 방식을 20원 어치 이해하나봐요.
“3ㅂ님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세상에 버젓이 이렇게 캡쳐에 40원이라고 나와있는데, 20원이라고 쓴 이유는 뭘까요. 이런 실수를 맨날 반복하는 게 특정 장애라고 하던데 아빠 기일도 맨날 16일인지 18인지 헷갈리고, 40원이라고 읽고 20원이라고 쓰고 말이지요. 40원으로 수정하려면 위에 그림부터 다 다시 고쳐야 하니까 그냥. 내 잘못이다. 나는 원래 그런 실수를 종종한다.고 덧붙입니다. 부산은행은 나를 20어치 더 사랑하는 걸로 결론_5.27.추가)
나머지 90% 는 커피를 팔거나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채웠습니다. 운좋게 노트북도 중고로 팔았고요. 계획대로 매달 20만원을 맞춰서 부산은행 통장으로 이체했습니다. 얘 돌보기, 기획안 작성/검토, 마트 야외행사장에서 옷 판매, 핸드드립 과외, 상담/대화/경청 서비스(한 시간 동안 함께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혼돈커피),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 작명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지요.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들에게는 외화도 받았습니다.
현금 만큼 좋은 건 현물, 선물, 맛있는 거 였는데 받기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발리여행 잘 다녀오라고 먹을 걸 주거나 사준 건 아니지만, 여행직전까지 제가 사는 것 자체가 여행준비니까 중간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여행 경비가 필요하지만 사는 데도 돈이 드니까 돈이 들지 않게 도와주는 일도 결과적으로 여행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 마음을 내어주는 분들이 그걸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전 고맙게 받고 이렇게 3ㅂ님들께 생색을 잔뜩 내며 ‘나 이렇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고요’ 보고합니다.
무엇무엇 때문에 특별히 전해지는 마음도 좋고, 오고가는 마음 속에 그냥 불쑥 전혀지는 것들도 참 좋아요. 산호여인숙 옆집 할머니 파 다듬는 거 도와드리고 얻은 사과 한 알, 귤, 파 한 주먹을 얻었을 때는 해운대 김할매를 잇는 할매친구를 사귀었구나 생각하고 기뻤어요. 대동으로 이사오면서 이제 대동할매들과 친해져야 하는데 아직 낯을 가리는지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뻐서가 아니라 상추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솎아낸 잎들을 좀 나눠주시긴 했습니다.
가끔 서울에 가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앞다투어(?) 맛있는 걸 사줍니다. 나도 볼 겸 여행도 할 겸 대전에 놀러온 친구들과는 대전음식인 두부두루치기와 성심당 튀김소보루, 부추빵을 함께 먹습니다. 저도 사람구실 하느라고 멀리서 친구가 오면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대접하기도 합니다. 트위터에서 알게 된 친구님이 찾아오기도 했고,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산호여인숙에 살 때는 같이 사는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고 나눠먹고 즐겁게 놀면서 선물 같은 축복을 맘껏 누렸죠.

3월에 잠깐 부산에 갔을 때 절친 해운대 김할매는 이번에도 복돈 (빳빳한 천원짜리 신권 10개 묶음)과 미역을 선물로 주셨어요. 빈혈이 심해져서 간간 노래를 불렀더니 친구들이 간도 사주고, 미역국도 끓여줬죠. 잊지 않고 예쁘다고 찜했던 통을 책과 함께 보내준 친구, 커피콩을 보내준 친구, 보들 외롭지 말라고 친구를 데려다 준 친구도 있었죠. 보들이 옆에 작은 고양이가 바로 새동무. 이름은 미옥이입니다.
어디 먹을 것 뿐이었겠어요. 따지고 보면 지금 살고 있는 대동작은집은 산호부부가 집을 한 채 통으로 선물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대전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대동에, 원없이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는 공간과 조건을 만들어주었죠.
여기서 여행준비를 따로 하는 건 아니지만 2014년의 계획 중엔, 완결된 형태의 글작업을 손에 쥔다. 도 있었거든요. 6월 안으론 뭐라도 만들어낼겁니다. 그건 산호여인숙+대동작은집에 사는 조건이기도 하고 약속이기도 하고 제 다짐이기도 해요. 글쓰는 습관과 완결짓는 훈련을 위해 당장 ‘세쪽책’ 프로젝트도 시작했습니다.
작업실 겸 방, 금메달, 바닥책과 술, 초상화, 나들이 길에서 만난 작약, 따뜻한 나라에서 온 향기나는 초, 나만을 위한 노래, 흔쾌히 내어준 자전거, 세상에 하나뿐인 전용잔. 무엇하나 고맙지 않은 게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커피장사 밑천도 사람들의 마음이에요.
#보따리카페 트레이드마크가 된 레고드립스테이션은 마산 무브먼트 친구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산호에 있던 블럭으로 만든 거고. 여과지 주머니도 친구가, 전등갓도 친구가 만들어 준 거예요. 컵받침대도 선물로 많이 받았고, 오래전부터 쓰고 있는 테이블매트, 식탁보도 친구들로터 마련했죠. 휴대용 컵 등 필요한 물건이 있다 싶으면 막 사주고 보내주고….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운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내리고, 장사를 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할 수 있게 되었죠. 3월에는 부산에도 짧게, 제주에도 짧게 놀러다녀왔는데 (고향가는 길에 들른 전주, 광주는 하루 씩) 그 바쁜 와중에도 조금 일해서 돈을 벌고, 선물을 챙겨 받았어요. 제주에서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대접했는데 그 마음이 통했는지 타시텔레게스트하우스에서 콩을 좀 지원받기도 했죠. 맑은 영혼으로 볶은 커피콩을 역시 맑은 영혼으로 내려 나눠 마셨습니다.
그리고 눈물나게 고마운 마음들.

#ㅂㅂ 프로젝트 주머니 속 행운의 돈들을 주욱 펼쳐봤어요. 행운의 2달러 지폐, 해운대 김할매의 복돈, 천안 피티센터 코치님이 행운을 담아 전해준 만원짜리 구권, 페소와 유로, 내가 좋아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플라스틱 지폐가 들어있어요.
이 돈들이 마구마구 번식해서 앞으로 다섯달, 목표한 금액을 꼭 채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나를 원하는 손님을 만나도록 다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어요. 그래서 일단 커피콩을 볶아서 원도심레츠(대안화폐 두루를 사용하는 지역 품앗이 활동 마을기업)에 내다 팔기로 했어요. 콩팔아 발리 갈 기세로 열심히 볶고 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예비 3ㅂ님들을 위해 부산은행 계좌번호 올리고 이번 편지(보고서)마칠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