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6월

2014년 6월

2014년 6월 30일.
며칠전 5월을 정리하는 글을 썼다. 그리고 오늘 6월 말일, 6월을 정리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한 것 없이 무력하게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공식적인 행사가 네 번이나 있었다.
완주 고산 시장 아트마켓, 삼례 삼삼오오 마켓, 대전 대흥동 짜투리 시장, 대전 소제동 관사 레지던시 오픈행사. 그리고 두 개의 세쪽책도 썼다.

무력하다, 괴롭다, 불안하다, 이런 혼잣말들을 하고 있었지만 고마운 친구들이 옆에서 잘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있다. 만나러 와주었고 함께 놀아주었다. 지친 내 손을 이끌어 강릉 바닷가에도 데려가 주었다.

하루아침에 짠 하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서울집으로 간다.
몸을 더 많이 움직이고, 친구들을 만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고,
할 일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대전에서, 지낸 3개월이 지나간다.
그래서 내일은 내 마음을 “읽는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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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이번달에도 너무 늦었다. (지난달엔 26일었으니 뭐 아~주 늦은 건 아닐수도) 이렇게라도 기록해두면, 언제고 다시 들여다볼때 귀한 기억이 될테니. 부끄러워도, 못마땅해도 떠올려보자. 지난 5월.

지긋지긋한 매장판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5월 7일엔 산호여인숙에서 대동작은집으로 이사를 했다. 조용한, 아름다운, 고운집을 얻게 되어 좋았다가, 어리둥절했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작가로 살기로 결심했다가 그럼에도 쉬 기운이 나지 않는 널뛰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감기로 끙끙 앓으며 기침때문에 잠을 못자는 날도 있었으니 꽤나 힘든 시간.

그래도  노래도 한 곡 만들었고, ‘세쪽책’이라는 재밌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나씩 써내겠다는 건 욕심이었지만 그래도 두 개나 썼다. ‘바닥‘ , ‘비규정직’
에 또, 뚝딱뚝딱 작은집을 닮지 않은 나무우편함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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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여인숙 골목에서 매달 셋째주에 열리는 짜투리시장에 참여했고, 원도심레츠에 커피콩을 납품해서 용돈도 벌었다. 그렇게 조용히 대동에서 5월을 열심히 났다. #ㅂㅂ프로젝트도 5월까지는 무난히 적립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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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쪽책] 요요

006_요요006호 [요요]
산호여인숙 2014년 6월 23일 발행 :
http://www.facebook.com/3pagesbook :
글_신바닥 : 책값 500원

친구는 ‘얼굴이 왜 이리 부었어?’라고 물었다. 부은 게 아니라 살이 찐 거라고 대답하며 다시금 알아차린다. 아, 살이 다시 찐다 어떡하지. 그런데 운동은 하기 싫다. 그럼 속상해하지도 말아야하는데 복잡한 이 내 마음. 수영장에도 헬스장에도 운동장에도 나가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한창 내 몸이 건강하게 팽팽 잘 돌아갈 때와 달리 아침엔 손발이 붓고 발끝 저림은 한달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정답은 하나다. 다시 좋은 음식으로 적당히 잘 먹고 제대로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살도 빠진다. 뻔한 다짐으로 글을 맺게 되리라는 예감과 동시에 식탐, 욕망, 자기관리, 끈기, 다이어트 실패, 근성, 자포자기 같은 무서운 말들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작년 봄에도 그랬다. 나물캐러 산에 들어갔던 그때도 한달쯤은 좋은 음식을 먹고 공기 맑은 곳에서 명상하며 잘 지냈는데 얼마 후부터는 다시 식탐 폭발, 정갈한 마음이 무너지고 다시 다짐 또 다짐, 그러다 결국 하산. 아마 앞으로도 평생 반복할 거 같다. 살이 빠졌다가 다시 찌는 것만이 요요가 아니다. 결심은 허물어졌다가 다시 한 번이라는 뻔한 결론을 가지고 돌아온다. 이런 나를 지겨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겨울 몸이 좀 아팠다. 체중 감량이라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땀흘려 열심히 운동하고 마음공부를 꾸준히 했다. 충만한 시간이었다. ‘뫔튼튼 프로젝트’라 이름붙이고 힘을 길렀고 아픔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괴로운 시간도 행복한 시간도 느릿하게 흘러갔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언제고 여러 순간들이 찾아올 거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건강한 밥상 차려 천천히 먹고 운동하고 마음 보며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그렇게 서너달을 지내니 마음이 말랑말랑, 몸도 말랑말랑해졌다. 뫔튼튼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일단락되었다. (사실 이런 생활이 가능하려면 꽤 많은 돈이 드는데 운이 좋게도 당시에 여러 조건이 잘 맞았다. 큰언니는 가족과 떨어져 지역에서 혼자 회사가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함께 살면서 집안일도 조금 하고, 운동도 같이 다니고, 벗이 되어주는데 비용을 지불할 만한 여력이 되었고, 그러기를 원했다. 물론 언니동생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지만 부러 그런 기회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전부터 가족 아닌 곳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호의를 받았고 우스개소리로도 나는 어떻게든 빌어먹을 팔자라고 믿기 때문에 기꺼이 누구에게든 신세를 지고, 갚을 수 있을 때 필요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갚으며 살려고 한다.)
몸과 맘이 함께 건강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몸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몸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으니까.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먹는 게 건강의 기본이라는 것도. 이제부터는 평생 운동인으로, 식탐을 절제하는 사람으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봄이 왔고 돈과 시간이 여유로운 생활은 끝났다.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으니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에 맞게 몸과 맘을 다스리며 건강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한달은 수영장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건강 식단도 꾸준히 잘 챙겼다. 그러다 서서히 흔들리고 게으름과 식탐이 뽁뽁 솟아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아르바이트 때문에 몸이 너무 고됐고, 새로운 거처에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도 생겼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고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을 때 습관적으로 무언 가를 먹는다. 운동을 해야지해야지 하면서 게으른 자신을 원망하다가 이젠 그런 마음조차 생기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상태까지 왔다. 그렇게 한두달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로 다시 살이 찐다. 아, 이게 요요구나.

내가 살을 뺄 수 있었던 건 일대일로 붙어서 운동을 가르쳐주던 트레이너 덕분이었을까, 걱정 없이 좋은 채소와 고기를 마음 껏 먹을 수 있었던 경제적 여유, 결국은 돈이 있었기 때문인건가.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겨울은 특수한 경우였고 원래대로 돌아온 거다. 이것도 요요네. 내 몸과 마음도 꾸준하기 어려운데 상황은 늘 변한다. 운동과 식이조절로 몸이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진다는 걸 경험했는데도 다시 시작하려니 마음도 몸도 무겁다. 식탐과 기싸움을 하다가 늘 진다. 운동은 커녕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귀찮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땀흘리며 건강하게 살았던 시절도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잘했지? 생각해보면 그때도 잘 먹고 운동하고 건강하게 지낸 시간은 두어달 정도였던 듯. 꾸준하기는 참 어렵다. 다시 그렇지 않은 상태로 돌아간다. 언제나 요요. 다이어트도, 생활습관도.

지키지 못하고 매번 다시 다짐만 하는 게 뻔해서 지겨운데, 다행히도 지난 겨울을 지나고부터는 다짐하고 무너지고 다시 다짐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기다리며 보는 힘이 생기기는 했다. 지겹지만 또 다짐한다. 서너번 다짐에 한번쯤은 집밖을 나서기도 하니까. 한번에 멀리까지 멋지게 요요를 던질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테지. 삑사리도 내고 엉키기도 하고. 이런 마음으로 또 다짐한다. 이 모습도 매번 반복되는 요요. 그나마 오늘은 아주 작은 싸움에서 이겼다. 바랄 뿐이다. 작은 싸움들을 자주 더 많이 이기기를. 요요가 오더라도 길게 길게 멀리멀리 나갔다가 천천히 돌아오고, 그러다 다시 앞으로 펼쳐지기를.

[세쪽책]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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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호 [적당히]
대동작은집 2014년 6월 6일 발행 :
http://www.facebook.com/3pagesbook :
글_신바닥 : 책값 500원

‘돈을 조금 들이고 많이 먹으려고 직접 볶고 직접 내려요 그러다 커피를 팔아요’
는 지은이의 경제적 여건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커피 시장 가격에 대한 분석을 담은 노래다. 커피를 즐겨마시던 이가 이동식 1인 카페를 하게 된 사연을 단조로운 가락에 얹었다. 이건 내가 만든 노래다. 매우 단순하고 쉽고 이게 노래냐, 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킬만한 문제작으로 가끔은 부르는 나도 지루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어떤 기분 좋은 날엔 몹시 이 노래가 부르고 싶고 노래하는 내내 재미있다.

나는 기껏해야 대여섯 개의 코드를 가지고 흥얼흥얼 거리다가 노래를 만들어서 발표한다. 어려운 주법이나 코드는 추가하지 않는다. 연습하기 싫어서다. 화려한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거기까지 가려면 얼마나 노력해야할지 생각만해도 주눅이 든다. 대신 쉬운 코드로 맘대로 쳐도되는 노래를 직접 만든다. 전문가가 되려고 시작한 게 아니고 꼭 치고 싶은 곡도 없다. 평소엔 음악도 많이 듣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게 놀자고 잡은 악기다. 연주 중에 버벅거려도, 노래를 못해도, 자기가 만든 노래지만 코드를 적어둔 악보(라고 우기는 표) 없이는 시작도 못해도 그런 내가 싫지 않다. 연습 좀 하라는 주위 말에 신경쓰지 않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으니까. 적당히 내가 재미를 느낄 만큼이면 된다. 나는 내가 만든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처럼 나는 커피콩을 직접 볶아 먹는다. 출중한 로스팅 실력과 드립 손맛이겠냐만은 내가 마실 커피니까 정성으로 볶고 내린다. 맛있다. 내가 내린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도 여럿이다. 맛은 그때그때 다를 테지만 커피를 마시는 순간은, 내가 내린 커피는 언제나 좋다. 내 커피를 마련하는 김에 넉넉히 준비해서 커피를 내려 팔기 시작했다. 돈을 받고 거래를 시작하다보니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는 한다. 로스팅 관련 책도 보고 커피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워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생각만 해도 딱 싫어진다. 노력은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할 수 있는 거지 억지로는 안 된다. 커피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가 마시기에 좋은 커피, 그 정도 기준이면 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 마음이 노력하기 싫은 마음보다 커지면 그때 공부하고 연습하면 된다. 어쩌면 그때는 이미 늦은 때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올지 알 올지 모르는 미래의 어떤 순간을 위해 지금 싫은 마음을 참고 견디는 건 이제 그만 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마시기에 적당한 커피를 만드는 걸로 족하다. 원가 계산은 귀찮고 어려워서 가격도 적당히 책정했다. 이런 커피에 나라면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가. 최고의 전문가가 최상의 조건에서 볶고 내리는 커피를 원하면 그걸 파는 곳에서 그 값을 내고 마시면 된다. 늘 그렇지는 않으니까 보통 사람은 적당한 커피를 마신다. ‘적당히’가 ‘대충’은 아니다. 내가 마실 거니까 당연히 적당한 가격대의 좋은 재료를 찾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정성을 담아 준비한다.

적당히, 는 철저히 내 기준이지만 나를 어떤 사람으로 스스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타인의 기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 나는 커피를 파는 사람이기 전에 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서 원가절감보다는 커피의 맛을 생각한다. 때문에 전문가의 커피에 못 미친다해도 사기꾼이나 장사꾼의 커피가 될 걱정은 없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장기투숙하며 스탭으로 지낼 때 나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참 열심히 청소했는데, 내가 스스로를 여행자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사장이 청소 상태를 검사하는 기준보다 내가 여기에 머물 때 어땠으면 좋겠는지가 더 중요했다.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쉽고 효율적으로 일하려는 것보다 내가 묶는 곳을 기분좋게 쓰기 위해 청소한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알아서 잘하는 편이었다. 사장은 나를 부리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 일한 동료는 내가 쓸데없이 너무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편하게 일하는 방법으로 사장이 눈여겨 확인하는 지점을 알려줬는데 사장이 후에 그 사실을 알고 더 꼼꼼해져서 서로가 피곤해지는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내 느낌엔 내가 더 편하게 일하는 거 같았다.

‘적당히’는 생각만해도 싫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거다 그저 내 기준에 맞춰 재미있거나 의미있거나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된다.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초상화나 그림을 그려 선물하는데 역시 적당히 그린다. 일만 시간을 그림만 그리면서 연습하고 싶지는 않다. 작품을 그리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그렇게 될 생각도 없으니까. 그리고 싶을 때 적당히 그려서 혼자 좋아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나도 즐겁고 받는이도 즐겁다. 평생에 걸쳐서 즐겁게 천천히 일만 시간을 그리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뭐든 적당히 즐겁게 하려고 한다.

근래엔 적당한 글쓰기에 마음을 쏟는다. 집중하고 있다. 매일매일 사유하고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글공부는 하고 싶지만 잘 안되고 자신도 없다. 왜 이렇게 못쓰나, 안쓰나, 늘지 않나 자책하는 대신 생각나는 대로 뭐든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적당한 연습, 적당한 노력. 치열하고 열심히 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적당히. 어떤 이야기든 적당히 풀다보면 세쪽은 나온다. 세 쪽은 적당한 분량이다. 적당히 오래오래 하다보면 늘겠지, 라고 믿으며 오늘도 게으르고 서툰 글쓰기를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