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6/23

[세쪽책] 요요

006_요요006호 [요요]
산호여인숙 2014년 6월 23일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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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신바닥 : 책값 500원

친구는 ‘얼굴이 왜 이리 부었어?’라고 물었다. 부은 게 아니라 살이 찐 거라고 대답하며 다시금 알아차린다. 아, 살이 다시 찐다 어떡하지. 그런데 운동은 하기 싫다. 그럼 속상해하지도 말아야하는데 복잡한 이 내 마음. 수영장에도 헬스장에도 운동장에도 나가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한창 내 몸이 건강하게 팽팽 잘 돌아갈 때와 달리 아침엔 손발이 붓고 발끝 저림은 한달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정답은 하나다. 다시 좋은 음식으로 적당히 잘 먹고 제대로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살도 빠진다. 뻔한 다짐으로 글을 맺게 되리라는 예감과 동시에 식탐, 욕망, 자기관리, 끈기, 다이어트 실패, 근성, 자포자기 같은 무서운 말들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작년 봄에도 그랬다. 나물캐러 산에 들어갔던 그때도 한달쯤은 좋은 음식을 먹고 공기 맑은 곳에서 명상하며 잘 지냈는데 얼마 후부터는 다시 식탐 폭발, 정갈한 마음이 무너지고 다시 다짐 또 다짐, 그러다 결국 하산. 아마 앞으로도 평생 반복할 거 같다. 살이 빠졌다가 다시 찌는 것만이 요요가 아니다. 결심은 허물어졌다가 다시 한 번이라는 뻔한 결론을 가지고 돌아온다. 이런 나를 지겨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겨울 몸이 좀 아팠다. 체중 감량이라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땀흘려 열심히 운동하고 마음공부를 꾸준히 했다. 충만한 시간이었다. ‘뫔튼튼 프로젝트’라 이름붙이고 힘을 길렀고 아픔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괴로운 시간도 행복한 시간도 느릿하게 흘러갔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언제고 여러 순간들이 찾아올 거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건강한 밥상 차려 천천히 먹고 운동하고 마음 보며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그렇게 서너달을 지내니 마음이 말랑말랑, 몸도 말랑말랑해졌다. 뫔튼튼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일단락되었다. (사실 이런 생활이 가능하려면 꽤 많은 돈이 드는데 운이 좋게도 당시에 여러 조건이 잘 맞았다. 큰언니는 가족과 떨어져 지역에서 혼자 회사가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함께 살면서 집안일도 조금 하고, 운동도 같이 다니고, 벗이 되어주는데 비용을 지불할 만한 여력이 되었고, 그러기를 원했다. 물론 언니동생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지만 부러 그런 기회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전부터 가족 아닌 곳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호의를 받았고 우스개소리로도 나는 어떻게든 빌어먹을 팔자라고 믿기 때문에 기꺼이 누구에게든 신세를 지고, 갚을 수 있을 때 필요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갚으며 살려고 한다.)
몸과 맘이 함께 건강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몸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몸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으니까.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먹는 게 건강의 기본이라는 것도. 이제부터는 평생 운동인으로, 식탐을 절제하는 사람으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봄이 왔고 돈과 시간이 여유로운 생활은 끝났다.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으니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에 맞게 몸과 맘을 다스리며 건강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한달은 수영장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건강 식단도 꾸준히 잘 챙겼다. 그러다 서서히 흔들리고 게으름과 식탐이 뽁뽁 솟아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아르바이트 때문에 몸이 너무 고됐고, 새로운 거처에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도 생겼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고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을 때 습관적으로 무언 가를 먹는다. 운동을 해야지해야지 하면서 게으른 자신을 원망하다가 이젠 그런 마음조차 생기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상태까지 왔다. 그렇게 한두달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로 다시 살이 찐다. 아, 이게 요요구나.

내가 살을 뺄 수 있었던 건 일대일로 붙어서 운동을 가르쳐주던 트레이너 덕분이었을까, 걱정 없이 좋은 채소와 고기를 마음 껏 먹을 수 있었던 경제적 여유, 결국은 돈이 있었기 때문인건가.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겨울은 특수한 경우였고 원래대로 돌아온 거다. 이것도 요요네. 내 몸과 마음도 꾸준하기 어려운데 상황은 늘 변한다. 운동과 식이조절로 몸이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진다는 걸 경험했는데도 다시 시작하려니 마음도 몸도 무겁다. 식탐과 기싸움을 하다가 늘 진다. 운동은 커녕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귀찮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땀흘리며 건강하게 살았던 시절도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잘했지? 생각해보면 그때도 잘 먹고 운동하고 건강하게 지낸 시간은 두어달 정도였던 듯. 꾸준하기는 참 어렵다. 다시 그렇지 않은 상태로 돌아간다. 언제나 요요. 다이어트도, 생활습관도.

지키지 못하고 매번 다시 다짐만 하는 게 뻔해서 지겨운데, 다행히도 지난 겨울을 지나고부터는 다짐하고 무너지고 다시 다짐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기다리며 보는 힘이 생기기는 했다. 지겹지만 또 다짐한다. 서너번 다짐에 한번쯤은 집밖을 나서기도 하니까. 한번에 멀리까지 멋지게 요요를 던질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테지. 삑사리도 내고 엉키기도 하고. 이런 마음으로 또 다짐한다. 이 모습도 매번 반복되는 요요. 그나마 오늘은 아주 작은 싸움에서 이겼다. 바랄 뿐이다. 작은 싸움들을 자주 더 많이 이기기를. 요요가 오더라도 길게 길게 멀리멀리 나갔다가 천천히 돌아오고, 그러다 다시 앞으로 펼쳐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