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7월

[서울살이] 2014년 7월 31일 일기

어맛. 7월의 마지막날이다.
적당할 정도로 일어나기 싫고, 일하러 가기 싫은 아침에
일요일 같은 풍경을 지어내는 길을 지나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 일터로 출근했다.

식빵 세쪽 구워먹고, 세 쪽은 도시락으로 싸고 오늘의 청소 시작.
오늘은 A군과 둘이 일한다. 또래인 Y총무님은 2호점으로 파견나갔다. (이 숙박업소는 3호점까지 있는데 1호점 청소 총무님들은 가끔 2호점으로 일하러 간단다)

23세의 말많은 A군과 팀을 이뤄일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마음을 열어 듣고 대꾸하고 그러다 나도 몰래 말을 많이 하기도 한다. 1시 조금 넘어 일이 끝났고 왠지 더 피곤한 느낌이 들어 천천히 씻고 나왔다.

게스트한테 선물로 받은 포도를 리셉션 스탭 K 씨가 나눠줘서 함께 먹었다. 그에게 들은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 실제로 이 업장의 사장은 뉴질랜드에 있는데 예산서 승인, 결산보고 등을 하기 때문에 여기서 내가 본 사장은 월급사장에 불과하단다. 왜 사장이 일을 대충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나도 더더욱 대충 해야겠다!

퇴근하고 해방촌에 다녀왔다. 화요일에 이태원 고양이 집사를 갔던 날 냉장고에 저녁먹고 남은 음식을 넣어뒀는데, 그거 가지러 갔었다. 가는 길에 남산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했다. 메고 가자니 너무 무거워서 해방촌 갔다가 다시 오더라도 가는 길에 반납해야만 했다. 남산도서관으로 다시 돌아오고 보니 총 한 시간 정도를 걸은 것 같다. 아침에 도시락을 싼 토스트와 방금 냉장고에서 구출해온 치킨샐러드를 점심으로 먹었다.

4층 인문사회과학실에서 무슨 책을 볼까 하다가, 갑자기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싶어져서 보다가 졸다가 보다가 졸다가 했다. 책이 재미없어서라기 보다는 한 시간 땡볕에서 걷고난 뒤라 피곤했던 거 같고, 휴가철이라 갑자기 도서관 이용객도 많아져서 그랬다. 난 도서관에 사람이 많으면 졸린다. 아마 산소부족?

저녁엔 부산 생각다방산책극장을 통해 인연을 맺은 친구 S를 만났다. 대안교육 관련한 국제대회에 참가중인데, 남산 밑 빈집에 머물고 있다그래서 남산에서 만나기가 쉬웠다. 남산도서관 근처에 먹을 만한 데가 없고 남산타워로 올라가도 비싸기만 하지 마땅한 게 없을 거 같아서 음식을 사오라고 했다. 친절히 메뉴판까지 찍어 보내줘서 볶음우동과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남산도서관앞 숲속 공원, 다람쥐 도서관에서 먹었다.

남산타워까지 걸어올라가서 앉아서 얘기했다. 나무냄새, 얇은 눈썹달, 선선한 바람, 야경, 조근조근한 대화, 참말 좋았다. 타워 앞과 팔각정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지만 잘 찾아보니 조용한 곳도 있어서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얘기했다. 이 친구도 알게 된지는 햇수로 2년이고, 작년 칠월부엌에도 자주 놀러왔던 친구인데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본 건 처음인 거 같아서 반갑고 좋았다. 내가 점점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기쁨을 알았고 친구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서울역까지 걸어내려와서 지하철타고 귀가. 한낮에 매우 더웠다고 하는데 그렇게 헥헥거리진 않았다. 그래도 좀 탄 같다. 따끔따끔. 그래서 지금 얼굴에 팩을 붙이고 복숭아와 수박을 먹으면서 일기를 쓰고 있다. 이제 다 먹고, 다 썼으니 이닦고 자야지. 10분 있으면 8월이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30일 일기

J와 새벽까지 수다떨다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10시 넘어 일어났다. 11시였나, 수박과 사과, 커피로 아침을 먹먹고 모기를 원망하다가 11시 반 경 천천히 내려왔다. J는 오전 반차를 쓰고 1시 반까지 출근하기로 한 날이었다.

J는 우리집 앞 옷가게에서 반팔 티셔츠를 하나 샀다. 이제 매장안에는 벌써 가을옷이 나온단다. 근처에서 팥빙수와 토스트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지하철역까지 배웅을 했다.

어제 나눈 많은 얘기들이 참으로 유쾌했지만 아침이 되니 다시 간밤의 설렘과 에너지와 흥분은 또 많이 가라앉아 평소와 같은 이완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일단 내 인생을 중간점검하는 생애사 정리를 해보겠다는 마음은 좀 굳게 먹었다. 추후에 다른 사람들과 그런 모임을 해도 좋고, 여러 보통사람들의 인생을 채칩하며 기록해도 재밌겠다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여성전용헬스장에 들렀는데,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헬스장을 보니 또 하기 싫었다. 가격이 비싸네, 분위기가 마음에 안드네, 이런 핑계를 찾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 안 다닐 것 같다.

자전거 뒤에 싣고 다닐 커피용품을 담을 나무 상자 제작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겠다. 지난번 첫번째 만남 때는 당연히 제작의뢰를 하는 쪽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내가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오늘 공방에 문의해서 그것에 대해 물었다. 제작에 도움주실 분이 다음주 휴가라고 하니 다음주 이후에 다시 연락해서 만나 적극적으로 진도를 나가야겠다.

집근처로 과외수업을 오는 친구에게 연락해 중간에 비는 1시간에 우리 집 앞 벤치에서 커피를 마셨다. 친구는 다음주부터 다시 상담을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상담을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돈도 없거니와 일단 혼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면서 이 시간을 지나가보자고 견디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친구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글쓰고 함께 읽는 모임을 하기로 했다. 나는 내 인생 중간점검 프로젝트 글을 쓰고 친구는 나름대로 자기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같이 어떻게든 노력하면서 잘 견디고 있다는 기운을 주기 위한 모임이다.

혼자 집에 있으니 또 마음이 쳐지고 가라앉아 채용공고, 구인광고, 구인공고 등을 찾아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작은언니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다고 생각되어 연락했더니 오늘 큰언니랑 헬스장 가는날이라고 해서 언니드 운동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쪽으로 가 큰언니가 사주는 쌀국수를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푸라푸치노도 먹었다. 배부르다. 달지 않게 시럽같은 걸 안 넣을 수 있냐 물었더니 원래 시럽은 안들어가고 베이스가 좀 달단다. 아니 에스프레소프라푸치노는 에스프레소를 갈린 얼음에 넣은게 아니었나보다. 아마 파우더 같은 걸 넣고 믹스한 모양. 내가 직접 커피, 우유, 연유를 넣고 갈아 만든 그라니타 음료랑 비슷한 맛이다. 앞으로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먹어야겠다.

운동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살이 찌는 게 싫은데 싫은데, 생리가 불안정해서 이상한데 하면서…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일단 기다리고 지켜보는 거다. 내 지금 상황을.

벌써 7월이 다 갔고, 아직도 월급날은 열흘도 더 남았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29일 일기

다음날 오후에 쓰는 어제 일기.

휴가철임을 알아챌 수 있는 한산한 길목, 어딘가 느슨해보이는 사람들, 여유로운 지하철을 지나 평소와 다름 없이 일터로 출근했다. 토스트를 구워 아침을 먹고 업무 준비. 오늘은 한 명은 쉬고 Y총무님과 내가 근무하는 날이다. 객실은 7개밖에 안 되어서 내가 3개, Y가 4개를 맡았다. 재실도 4개였는데 자기가 한다길래 나는 쓰레기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복도를 청소하라길래, “2~5층 다요?”라고 눈을 한번 떠서 의아한 표정을 보낸 후 알았다고 했다. 어제 나한테 한 행동이 미안해서 자기가 일을 더 하려고 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나. 이분의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또 이런저런 일을 더 넘기기는 했다. 복도 청소라 일찍 일을 끝내고 방에서 놀다가 내려올 수가 없어서 천천히 하고 복도 청소를 하고 쉬다가 쓰레기장을 정리했는데도 1시 반도 안되었다. 뭐가 그렇게 느린지 Y는 아직도 2개나 남았단다. 이상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아직 근무시간은 남았으니까.

2시까지 근무시간을 채우려고 1층 리셉션에 있는 친구와 수다떨고 놀았다. 오늘부터는 일이 일찍 끝나도 가지 않고, 2시까지 채우기로 했다는 애기, 나는 회사를 맨날 금방 둬서 부적응자 같다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마구 했다. 그렇게 2시가 되니 일을 마치고 Y가 내려와서는 왜 먼저 가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기다렸냐면서 말을 건넨다. 샤워도 먼저 하시고 갈 준비하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무슨일이냐,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냐, 남았다가 사장을 만나고 갈꺼냐, 하고 물어보면서 각을 세운다. 내가 그만둔다고 말하려고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건지, 자기때문에 그만둔다고 말할까봐 걱정하는 건지, 내가 그만두면 어쨌든 남는 사람은 피곤한 일이 생기니까 방지하려는 건지,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어 남의 일이 참견하길 좋아하는 건지,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군 하면서 조금 신경을 쓰다 말았다. 그냥, 대충 웃으면서 지내고 싶으니까.

먼저 샤워하시라고 하고 나는 천천히 씻고 나왔는데도 아직 안가고 있다. 그래서 먼저 가겠다고 하고 나섰다. 오늘은 해방촌 빈마을에 놀러가기로 했다. 요즘 “무력+무기력”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이렇게 매일 누군가를 만나서
나는 요즘 괴로워하면서 무력하게 지내요”라고 말하느라 바쁘게 지낸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 불안의 근거는 뭔지 빈집 두 군데를 들러서 구경하고 구름집 거실에 누워 아… 괴로워 하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가 말하기를, 내가 백수로 살기 위한 조건이 돈+일거리+친구, 라고 했더니 넌 친구도 많고, 일단 모아놓은 돈도 좀 있고, 지금 일하고 있고 그 일을 할만한 체력이 있으니 사실 불안할 이유가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런가, 그렇긴하지 하고 받아들이자고 하고 있는데 성격상 불안이 쉬 떨쳐지진 않는다. 그래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거겠지.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의 시시함을 보고 또 본다. 인생은 별거 없고 고행이고 행복하거나 즐거운 일은 가끔 일어나니 감사하고 기본은 그렇지 않은 곳이라는 걸, 말로는 안다고 안다고 하는데 이렇게 멍 때리면서 아 괴로워서 참 싫다, 산다는 건 어렵구나, 몰라몰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허허.

저녁에는 전 직장 동료를 만났다. 3주년 충전휴가와 출장을 연달아 다녀온 친구다. 선물도 사와서 받아야 하고, 오랜만이라 만날 때가 되어서 언제로 약속을 잡을까 하다가 고양이집사 품앗이 가는 집에 같이 가고 가능하면 거기서 1박을 하자고 이태원에서 만났다. 고양이 주인이 밥주러 와서 밤에 자고 가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친구까지 데리고 가서 자는 건 좀 별론가 싶었지만 괜찮을 거 같았는데, 대문을 집주인한테 열어달라고 해서 옥탑에 올라가야 했기때문에 집주인 눈치가 보여서 밥과 약을 주고, 옥상에 앉아 애기하다가 친구랑 우리집으로 와서 잤다. 늦게 들어오기도 했고 친구랑 새벽까지 수다떨고 노느라 일기를 이제야 쓴다.

사회적기업창업과 사업아이템에 대한 얘기부터, 인생중간점검을 위한 생애사쓰기, 보통사람 100인의 역사 채집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구김없이 유쾌하게 깔깔 웃었다. 이 친구를 만나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기고 좀더 구체적으로 상이 잡혀서 좋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일단 꾸준히 하면 대단해진다. 우리는 사실 시시한 존재들이다. 시시한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자, 그리고 만나면 시샤모를 먹자. 이런 농담을 하면서 깔깔 웃다가 4시에 스르륵 잠들었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28일 일기

좀 일찍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8시였나 8시 반이었나. 아홉시까지 뒹굴거리다가 오분만에 준비하고 나서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일찍 일어난 김에, 미뤄뒀던 방정리를 좀 했다. 엊그제 이번달 안에 방청소를 마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킨 셈이다. 출근도 10여분 서둘러서 일찍 했다. 일찍 도착하면 아침으로 토스트 구워먹고 점심 챙기기도 수월할 수 있으니까.

오늘의 청소업무량은 객실 17개와 재실2개,같이 일하는 Y는 K군과 2인 1조로 일하는데, (본인 표현으로는 데리고 한다) 나보고 방을 8개를 하라는 거다. 9:8이라니.. 두명하고 한명하고 일하는 데 거의 동량을 하라는 게 말이 안되서 멀뚱멀뚱 쳐다보며 이거 저보고 다 하라고요? 그랬더니 내가 4-5층 오르락내리는 게 힘들어서 그런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1-2층 할래요? 하고 고르란다. 아니오. 층이 문제가 아니고 갯수가 문제로 보입니다. 너무 많나? 하면서 하나를 빼긴 했는데. 두 분이서 하면 제가 하나 할 때 두 개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고 좋은 말로 말해서 10:7을 만들었다. 재실도 그쪽에서 하기로 하고. 가만히 있으니 내가 가마니로 보이는 건가. 당황해서 자기 너무 많아서 지금 멘붕이 왔다며 나보고 나누라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이정도의 스트레스는 어디서 뭘하나 있구나. 내가 사람들이랑 부딪히기 싫어서 단순한 일 하고 싶었던 건데, 어딜가든 피할 수가 없구나.

내가 빨리 해서 일을 많이 주는 거냐는 식으로 물었더니, 자기는 빼먹지 않고 대충하지도 않고 시트도 다 가느라 느린 거라며, “그쪽은 다 안 갈잖아” 라고 말한다. 그래, 내가 아무리 해도 2시 전에 가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였어. 실제로 깨끗한 건 그대로 넘어간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양심껏 청소하는데.

오늘은 2시 반에서야 청소가 끝났고 내려와서 쓰레기 뒷정리를 하고 있으니, 설레발을 치며 맨날 내가 하는 게 미안하니 자기가 하겠단다. 그러시라고 하긴 했지만 저는 이건 괜찮으니 객실이나 잘 나눠주세요, 라고 말했지만 알아들은 거 같지는 않다.

3시쯤 사장이 점심을 사줬다. 번거로워지는 거 귀찮아서 메뉴도 Y가 먹자는 거 같은 걸로 시켰다.그렇게 밥먹고 샤워하고 퇴근, 샤워도 내가 맨 나중에 했는데 먼저 가셔도 된다니까 자기 할일도 없고 해서 기다리겠다고 같이 가잖다, 사장이랑 따로 할 말 있냐고, 그런거 없다고 알았다고 맘대로 하시라 했다. 음. 뭔가 이런 상황 당황스럽다.

한 오분 정도 같이 나와서 걷다가 헤어졌다. 자기 얘기를 막 해주면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데 다른 건 어떻게 거리를 조절하며 잘 지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고 상관없는데, 미움받는 것도 상관없는데 따를 당해서 자꾸 불리한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 적당히 잘 지내야 한다. 어렵다기 보단 귀찮다. 사실 나하테는 어렵기도 하다.

어제처럼 시청, 광화문을 거쳐 한 시간쯤 걸었다. 부산은행에 들러 20만원을 찾았다. 월급이 나오기 전에 보험료와 조합비, 핸드폰 요금, 다음달 지하철 정기권 등을 사야할 거 같아서 ㅂㅂ프로젝트 통장에서 빌린 셈. 정독도서관에서 책을 좀 보다가 저녁모임에 가려고 했는데 졸다가 시간이 다 갔다.

저녁에는 삶의 대안에 대해 여러 책을 읽으며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 갔다. 구성원들을 소개하고 세미나 방법과 날짜를 확인하는 오리엔테이션 자리, 한나아렌트 ‘인간의 조건’ 등의 책을 읽는 세미나다. 매우 어려울 거 같아서 겁이 덜컥 나지만, 살림살이+주거+일에 대해 현재와 같은 저성자시대에 대안을 찾고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지금 내게 실제적인 문제니까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이런 불안이 사라질까,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그만두게 될까, 잘 모르겠다.

세미나에 같이 참여하는 친구랑 저녁을 먹고 빙수를 먹고 집에 12시가 다 되어 들어왔다. 서울와서 이렇게 늦게까지 밖에 있어본 건 처음인 듯하다. 저녁먹으러 간 자리에서 ‘애기들’ 취급을 하며 점심특선메뉴로만 하는 정식메뉴를 내주셨다. 후후후. 수다떨고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었다. 오늘은 어제와 뭐가 다른지 알 수 없지만 잠시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놀았다.

[세쪽책] 칼퇴근

008_칼퇴근

008호 [칼퇴근]
산책자의 모닝커피 2014년 7월 28일 발행 :
http://www.facebook.com/3pagesbook :
글_신바닥 : 책값 500원

명동에 있는 여행자숙소에서 객실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모집공고에 나온 근무시간은 10시-2시, 업무량에 따라 조금 일찍 끝나거나 늦게 끝날 수도 있다고 면접볼 때 사장에게 안내받았다. 10시에 출근하면 보통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인사하고 업무를 나누고 손님들이 체크아웃할 때를 기다려 10시 30분쯤 일을 시작한다. 청소해야할 객실이 적을 때는 3~4개 정도, 많을 때는 6개까지 하기도 한다. 방을 빼지 않아도 가끔 청소를 부탁하는 객실도 있는데 그럴때는 휴지통을 비우고 비품을 채워넣는 등 간단히 청소한다. 들어가는 품은 객실 청소의 20%정도다. 그렇게 각각 맡은 업무량을 끝내면 쓰레기장에서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내놓는다. 종이박스를 따로 묶고 플라스틱과 캔류를 비닐봉지에 담아 한켠에 내놓으면 일이 끝난다. 

제작년 부산 해운대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스탭으로 일할 때보다 명동 레지던시 총무님으로 일하는 지금이 업무강도는 낮은 편이다. 부산에서는 4인실, 6인실 도미토리가 주였고, 신발을 벗는 방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깨끗하게 청소해야 했다. 해수욕장 근처라 화장실에는 모래가 가득했고 여사장이 직접 청소도 하고 반장으로 업무를 분할하고 마지막 점검까지 했다. 여기는 화장실에 청소후 물기를 다 닦아내야 하고, 침구류의 마무리도 일일이 매듭지어 묶어줘야 하는 등 잔손이 많이 가지만 그때보다는 쉽다. 어쩌면 그때가 너무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무리 일을 쉬엄쉬엄 해도 맡은 분량을 2시 전에 끝낸다는 거다. 쉬엄쉬엄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작업속도를 맞추려고 해도 내가 너무 빨라서, 또는 상대가 느려서 내가 끝내는 시간은 어쩔 때는 12시, 12시 반, 1시 반. 이 정도로 늦게 하면 상대도 끝냈겠지 싶은데 아직도 동료는 객실을 2개 정도 못마친 상황.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뒷정리를 혼자 다 해도 1시 반도 안 된다. 맡은 분량을 다 끝내면 먼저 가라고 해서 먼저 퇴근하길 며칠 반복했더니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나를 콕 찝어 청소를 더 꼼꼼히 하고, 비품을 잘 챙기고, 냉장고 안을 락스로 닦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2명인데, 작업량이 내가 월등히 많다. (그래도 내가 훨씬 일찍 끝난다) 그리고 사장은 전에 없이 복도를 닦아라, 게단을 닦아라 하면서 일을 더 시키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이게 동료들한테 미운털이 박힌 가장 큰 이유겠다. 나 때문에 평균 업무량이 더 많아질 수 있구나, 사장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2명이서 할 일을 3명에게 시켰구나, 라고 본전 생각이 나게 할 수도 있겠다) 

처음에 며칠은 정말 쉬지도 않고 했더니 1시간 반정도 일찍 일이 끝났고, 가도 된다길래 급한 일이 있는 척 하고 나왔다. 그래서 일터에서는 내가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바쁜일이 있으면 말하고 가라길래 2주동안 그렇게 30분 정도 일찍 퇴근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은 다 하고, 보통은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나는 사장한테는 일찍 퇴근하는 못마땅한 사람이 되었고, 동료들한테는 나 때문에 일을 더 많이 해야하는 상황을 만든 적이 되었다. 

쉬엄쉬엄 적절한 속도와 강도로 일하는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놨는데 내가 깨뜨린 걸 수도 있겠다. 나는 내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상한 결과를 만들었나보다. 내가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고 내맘대로 떳떳하게 맡은 바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업무량으로 계약한 게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면 계약서도 안쓰고 그냥 하는 거지만, 모집공고 상으로는) 업무시간을 맞추는 게 계약 이행 조건인 셈이다. 

이전의 직장들이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하고, 노동강도가 너무 세서 더이상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업무강도가 상대저으로 낮은 이번 일터에서는 반대로 칼퇴근을 하기 위해 시간을 버터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몸을 혹사시키는 데 너무 익숙한 탓일까. 칼퇴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 건에 대해 맨처음 언니와 상의했을 때, 적당히 쉬엄쉬엄하면서 2시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 일을 다 마쳤는데 왜 멍하니 기다려야 하냐,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겠다, 라고 얘기했다. 오늘 만난 다른 친구들은 지금까지 일해온 사람들이 맞춰놓은 노동량의 기준을 내가 확 높여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사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두 명으로도 가능한 일이구나 싶을 테니까. 그말도 맞지만 사실 그 정도가 적당한 업무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내 기준이 너무 빡센 걸 수도 있겠다 싶다. 인간답게 일한다는 거, 노동의 조건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정해놓는 게 좋을 터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이 상황에서 나는 모두의 적이 되었고, 일터의 노동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셈이고, 나한테 자꾸 일이 몰리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당연히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남보다 내가 더 일을 많이 하면 부당하다고 느낀다. 만약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일하는 것만 생각한다면 계약한 시간보다 일이 빨리 끝나면 복도나 계단을 청소해도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나만 일을 더 많이 하는 건 억울하다. 동료들 입장에서는 손이 빠르고 쉬지도 않고 일하는 나 때문에 전에 하던 양보다 일이 많아지면서 부당하다고 느낄 거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칼퇴근을 하기 위해 더욱 쉬엄쉬엄 일해야겠다. 노력해보자. 일반회사에서 상사가 퇴근 안 했다고 퇴근시간 이후에 눈치보며 기다리는 것 같은 불합리한 상황은 아니니까. 처음에 알고 온 것처럼 2시까지 일하는 거니까. 근데 여기서 궁금증, 나는 왜! 쉬엄쉬엄 일을 조금만 해도 되는 상황을 못견디고 혼자 막 이렇게 하는 것일까. 어떤 심리때문일까. 조급증? 불안함? 과도한 책임감? 완벽주의? 다른 기회에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27일 일기

간밤에 새벽 두 시 넘어서까지 잠이 안와서 뒤척거렸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8시 반 쯤 일어나서 무브먼트에서 보내준 콩으로 커피 한 잔 내려먹고 출근했다. 다음주중으로 헬스장을 등록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긴 건 좋은 소식. 운동하고 몸이 리듬을 잘 찾으면 좋겠다.

9시 50분 쯤 일터에 도착하니 같이 일하는 ㄱ씨가 9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어젯밤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잠을 못자서 얼마나 피곤한지 애기한다. 10시가 넘어도 ㅇ씨가 출근하지 않자 일단 오실 때까지 눈이라도 붙이며 쉬고 있으라는데도 계속 얼마나 피곤한지 얘기한다. 나는 듣고만 있다.

ㅇ씨가 출근했는데 이분도 어젯밤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군인인데 진급시험에 떨어져서 4년 후 퇴직해야 한다고, 상사한테 아부도 하고 줄을 잘 서고 부인은 부인 나름대로 내조를 해야하는데 자기 부부는 그걸 몰라서, 성실히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무슨 말인줄 알죠?’라는 말버릇이 있는데 한마디 끝날 때마다 그 말을 덧붙인다. “옛날에는 부인들이 상사집 식모사는 것처럼 해야했데요, 무슨 말인줄 알죠? 이번에 진급 된 사람은 부인이 횟집이라 사바사바도 잘 하고 대접도 잘 했겠지. 무슨 말인줄 알죠?” 이런식.

4년이라는 시간이 있긴하지만 관사에서도 나가야 하고, 퇴직 후 생활을 준비해야해서 막막하다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며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정말 아부나 편법, 줄타기가 노력이나 성실보다 중요한 거 같다고 한다. 가만히 듣고만 있다. 사실 그 말이 맞으니까. 뭐라고 대꾸할 수 없었다. 기분이 별로라고 하면서 빨리 일을 끝내자고 한다.

업무를 나눴고 객실은 총 9개, 내가 4개에 ㅇ씨와 ㄱ씨가 팀을 이루어 5개를 했다. 재실은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올라가서 일하다보니 어랏, 9새면 3개씩 내가 3개, 저쪽팀이 6개를 해야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상하게 억울한 느낌이다. 재실도 내입으로 내가 하겠다고 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점점 일을 떠맡고 있는 기분. 아까 오늘 혹시 쉬는 날인가 하고 달력을 봤더니 화요일이 두 분이 쉬는 걸로 메모되어 있던데, 이번주도 화요일에 나 혼자 하는 건가? 이거 따당하는 거 맞지? 내가 2시도 전에 일끝내고 먼저 가니까 사장한데도, 같이 일하는 ㅇ씨 한테도 눈밖에 난 거 같다. 이번 쉬는 날을 정할 때 나 혼자 사장한테 딱 가서 먼저 날을 정해서 그런가. 그래서 또 둘이 한꺼번에 쉬면서 나한테 일을 모는 건가.  생각할 수록 기분이 별로다. 그래서 오늘은 쉬엄쉬엄 일을 했다. 그래도 절대 이것보다 더 천천히 하기는 힘들다. 일을 마치고 내려가서 쓰레기 정리까지 다 했는데도 1시 40분. 저쪽팀에서 ㄱ씨가 내려와서 도와준다. ㅇ씨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면 일을 계속 한다. 나는 샤워하고 퇴근했고 ㄱ씨는 남았다. 샤워하고 퇴근했는지 ㅇ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기다렸을 거 같다)

사실 난 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제처럼 내가 ㄱ씨를 데리고 같은 양의 일을 하면 1시면 끝난다. 그래서 아마 ㄱ씨와 ㅇ씨가 일을 쉬엄쉬엄 중간에 얘기도 하면서 천천히 하느라 그렇게 늦게 끝나는 거 같은데, 나는 쉬지 않고 일을 빨리 마치면 그게 1시든 1시 반이든 퇴근해버린다. 사장도 그걸 못마땅해 하는 것 같고, 같이 일하는 ㅇ씨도 쉬엄쉬엄하라고 상대적으로 자기가 미안해진다고 여러번 말했다. 그럴 때 나는 일찍 끝나면 내가 뒷정리 하고 먼저 가겠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내가 일하는 양이 많아도 어쨌든 내가 일찍 퇴근하니까 내가 곱게 보이진 않겠지. 오늘 작은 언니랑 애기하며서 어쨌든 근무시간을 10시-2시로 정하고 들어간 거니 2시까지 맞춰보기로 한번 마음먹었다. 비효율적으로 그렇게 일하는 게 맘에 안드는데 이런식으로 내가 점점 일을 많이 하게 된다거나 따 당하면서 바보취급 받는거 같은 기분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몸쓰는 일을 하루 4시간만 하려는 건데 이것도 신경쓸게 생기는구나.

여튼 오늘도 1시반에 퇴근해서 명동에서 시청앞 광장, 광화문을 거쳐 약속장소인 경복궁으로 갔다. 처음으로 세월호와 관련한 장소들을 정면으로 봤다. 지금까지는 합동분향소도, 추모행사도, 집회도, 길거리 서명부스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것이 두려움인지, 슬픔인지, 부채감인지는 몰라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단식중인 유가족 앞을 지나면서 내가 이렇게 마음으로 아파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잊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게 무슨 소용인가. 온라인서명이나 한 게 고작인데… 마음이 무거웠는데, 막상 거리로 나가지지도 않는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오늘 점심은 ㅁ의 생일을 기념한 자리였다. 돈까스를 먹고 빙수와 커피를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돌아가면서 근황토크를 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같은 느낌의 그런 이야기. 무력한데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고 모임을 하고 여기저기 찾아가고 있다. ㅁ은 이 얘기를 듣고 뭐가 무력하다는 거에요? 라고.. 맞다. 나는 뭔가 발버둥치고 있는데 근육이 알알한 느낌, 밤샌뒤에 정신이 몽롱한 것처럼 몸이 몽롱한 상태다. 뭔가 불안하고 근육이 무기력, 무력한 느낌. 하지만 이걸 지켜보고 있다.

한마디 인상적인 말은 “내가 별 거 아니라는 걸 깨닫는 과정일수도 있어요. 그걸 알고 충격을 크게 받지만 늘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처음의 80%정도만큼은 매번 충격이죠.” 맞다. 내가 별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중이라 이렇게 기운 빠지는 지도. 안다고 말하지만 끝까지 아니었음 좋겠고 특별한 타인을 보면서 부러워하면서 시기질투. 하…

오늘 아침엔 생애사,를 키워드로 검색했다. 며칠전 ㅂ을 만났을 때 내년쯤 뭔가 결과물로 책 같은 걸 써보면 어때요, 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아서. 발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발리여행가이드소책자를 추천을 받았지만, 나는 뉴질랜드 여행을 정리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의 짐이 있고,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 으로서 내가 사는 이 모습을 중간쯤 정리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생애사정리로 한번 40을 맞이하는 마음을 써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는 생애사.

그리고 ㅁ이 헤어지기 직전 제안한, 차라리 발리 가기 전까지 모든 에너지를 발리 여행준비에 쏟는 건 어때?라고 말해서 발리 여행기도 몇개 찾아 읽었다. 재미없어서 계속 못읽고 있는데 다른 재밌는 여행기를 찾아봐야겠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고 작은언니랑 동네에 생긴 설빙에 가서 인절미빙수를 먹었다. 들어오는 길에 복숭아를 사왔다.

내일은 꼭! 일터에서 2시까지 시간을 채우고 나오는 걸로!

[서울살이] 2014년 7월 26일 일기

주말에 상관없이 살다보니 요일 감각이 사라지는데, 아침에 길을 나설 때 뭔가 공기가 묘하게 다르면 주말인가 싶다. 어젯밤 불금을 보낸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길거리 쓰레기가 아주 많고 많은 수가 출근하지 않을 테니 아침이 느슨하다. 지하철도 더 한산하고.

밤에만 비가 내리는 이상한 야행성 장마. 아침엔 다행이 운동화를 신고 일터로 나서도 걱정되지 않는다. 10시 못되어 출근해서 토스트 구워서 아침을 챙겨먹고 오늘 업무량을 체크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객실 3개 정도로 널널할 줄 알았는데 6개에 재실도 여럿이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기대가 무너지니 조금 아쉽다. 같이 일하는 일주일 된 20대 남자부은 아주 투덜투덜 말이 많다. 그래도 뭐,

나를 조금 기분상하게 한 건 사장의 지시사항, 비품이 제대로 안 좋였다, 욕실에 물기를 잘 닦으라, 냉장고 안에 곰팡이를 락스로 제거하라, 등의 지시사항이 있었다. 기분이 많이 상하지는 않았다. 나는 욕실의 물기도 잘 닦았고, 비품도 잘 챙겨넣었고, 냉장고 안을 락스로 닦지는 않았지만 상태를 늘 확인하고 정리와 청소를 해왔으니까. 아마도 약속된 근무시간인 2시까지를 다 채우지 않고 할당량의 청소를 마치면 그게 30분 전이든, 10분 전이든 퇴근하는 게 맘에 안들어서 한소리 하는 거 같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같은 갯수의 객실을 할당받아도 나보다 30분은 늦게 끝난다. 확신하건데 내가 일을 대충해서가 아니라 나는 일하면서 쉬거나 속도를 늦추지 않기 때문이다. 빨리 하고 빨리 가는 게 내 신념. 대신에 공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통 정리와 분리수거를 내가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합의도 되었다. 하지만 사장이 보기에 일을 일찍 마치면 내가 뭔가 덜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할테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때문에 질질 끌면서 일을 늦게 끝내고 싶지는 않다. 다음번에 이렇게 한번더 지적이 나오거나 하면 정색하고 얘기를 한번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야겠다. 일의 양을 적절히 나누었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할 만큼을 하면 가는 걸로 정리했다. 내 청소의 상태가 마음에 그렇게 들지 않고 대충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나는 어떻게 더 이상 열심히 할 수는 없다. 지금 적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쉬엄쉬엄 시간이나 때우며 일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서로에게 뭐가 좋으냐. 이런 태도가 맘에 안 드신다면 서로 맞지 않는 거 같다. 하고 안녕, 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결국 오늘은 1시에 일이 끝났다. 한시간이나 일찍 끝난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같이 하는 친구랑 쉬지도 않고 그냥 막 하다보니 그렇게 끝났다. 내일도 뭐라고 하면 나도 할말을 해야지.

그렇게 집에 와서 책을 좀 보다가 졸려서 잤다. 두시간이나 낮잠을 잤더라. 퇴근한 언니가 국수를 삶과 목살을 구워줘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언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천천히 일하고 두 시에 마치지, 라고 말끝을 흐렸는데 그냥 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화가 나거나 절대 그러면 안된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인 거다. 일자리가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고 이렇게 꼭 살아야 하는 거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하기 싫은 걸 피하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사장 비위, 같이 일하는 동료 눈치를 보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일을 하고 그 댓가로 돈을 버는 거면 그 거래가 적당하게 이뤄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사람들과 적당히 어울려 살아가는 걸 못하는 건가. 생각이 조금 많아졌지만 그냥 그러려니.

어제 만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시골에 내려가서 산다는 것,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 불안정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도 어딘가에 내려가서 뿌리를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은 더러 하는데, 어제 다른 친구랑 통화하면서 예비 후보군 한 군데를 점찍어 두었다. 그리고 나중에 같이 가서 살자로 말도 했다. 하하, 나는 한번도 가본 적도 없는데..

좋아하는 옛직장 선배에게 다음주 언제쯤 만나볼까 연락을 했더니 내일 당장 밭일하러 오라신다. 하지만 내일은 선약이. 다음주에 다시 약속을 잡자고 한다. 일할 땐 너무 꼼꼼하고 일을 많이 하는 선배라 지긋지긋하기도 했지만 성실함과 꼼꼼함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그런걸 떠나서도 좋아하는 선배고.

게스트하우스에서 객실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더니 뭐어? 하면서 놀래더니 하루 네 시간에 70만원이란 얘기를 듣고 괜찮네, 한다. 11월에 발리 갔다와서 내년에는 정신좀 차릴라고요. 했더니 정신차리지 말고 계속 그렇게 살면서 책이나 쓰란다. 후훗 그런 것도 사실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선배님.

일찍 들어와서 낮잠자고, 어제 마산 친구가 보내준 콩으로 내려준 커피도 마셨다. 사실 이렇게 내 주위엔 여전히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고 기다려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어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아주 무너지진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는데 불안함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그것 참.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거라고 위안하며 하루를 또 보낸다.

오늘의 검색 키워드는 공유경제, 공동주거, 문화기획자 경력채용, 우리동네 알바, 여성 일차리, 창업 등이었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25일 일기

장마는 장만데, 밤에만 비가 오는 거 같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

오늘은 총 22개던가, 청소할 객실이 너무 많아서 2호점에서 지원인력이 한 명 왔다. 내가 일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고 주로 1~2인실로 이루어져있다. 도미토리는 없고 트윈이나 더블룸. 2층침대가 하나 있는 트리플이 두 개 있기는 하다. 사장 부부는 총 2개를 운영하고 친척이 하는 1개가 더 있다고…

건물은 고시원이었던 거 같고, 원룸텔? 빌라? 이런 이름으로 같은 주인이 사업하다가 중국인 쇼핑관광객을 대상으로 업종을 바꿨다. 거의 매일 만실이로 매우 잘된다고…..

6개 객실 청소하고 쓰레기 뒷정리까지 다 하고 나니 2시, 같이 일하는 또래여성 한 분은 새로 들어온 20대 남자분하고 팀을 이뤄서 일하신다. 남자분이 초보라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면서 한다고는 하는데, 두 분은 그게 더 하기 편하실 수도 있고. 그래서 나도 내일은 또래분이 쉬셔서 그 남자분을 데리고 팀으로 일하기로 했다.

오후에 출근하는 사장님이 밥버거를 사줘서 챙겨들고 퇴근,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 갔다. 시간이 2시라 지하철역까지 까지 걷는 시간, 서초역에서 도서관까지 걷는 시간, 숨이 턱턱 막히더라. 도서관 앞 뜰에서 밥버거를 먹고 입장, 다음주 세미나 지정도서를 읽었는데, 어려워서 읽다졸다 했다.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아침에 챙긴 토스트 두 쪽을 간식으로 먹고, 6시 반엔가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토스트 두 쪽을 마저 먹고 30분을 걸어 친구 만나러 갔다. 망고빙수와 각종 빵을 먹었다. 그리고 또 이런저런 요즘 계속 하는 얘기를 좀 나누고 10시쯤 집에 돌아왔다.

시골 어디 내려가서 살면 어떨까 하는 애기를 20%쯤 진지하게 했고, 돌아와서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다가 35%쯤 진지하게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다른 친구한테 가서 살자고 카카오톡으로 물어봤다.

같이 사는 것, 시골이 아닌 곳에 사는 것, 함께 얘기하는 것, 이런 게 그리운 거니까. 그래야 불안을 이길 수 있을 거 같다. 결국 그게 내 자신이 싸워야 하는 것이긴 하더라도.

아 오늘은, 고마운 친구에게서 커피 선물도 받았다.

사소한 하루가, 고마운 마음들을 담고, 오늘도 지나간다. 밖엔 비가 온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24일 일기

장마가 시작되었다. 어제도 밤새 비가 퍼부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점점 고단하다. 몸을 쓰는 일이니까, 고단한 걸 당연히 여기고 졸리고 피곤하면 쉬고 자기로 했다. 살이 안빠지는 건 아쉽지만… 자신의 불안과 스스로 싸우면서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객실 3개 청소, 재실로 정리해야 할 방이 예닐곱개였다. 힘들지는 않았다. 계단과 복도 청소도 하라고 지시가 있어서 그것까지 마쳤는데도 1시 반정도. 내일은 일이 많다고 한다. 많아도 그러려니.

일 마치고도 비가 많이 쏟아져서, 수그러들기를 기다렸다가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룰루랄라 흥이 막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자 집에 있으면 쳐지고 우울해지니까 이렇게 가끔씩 일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14개월된 딸이 있는 집, 혼자 아가랑 씨름할 거 같아서 겸사겸사 낮에 집으로 간 거 였는데 남편분도 집에 계셔서 조금 당황하고 불편했지만 금방 나와서 동네 산책하고 같이 밥먹었다.

느릿하게 사는 얘기를 나누고, 불안하긴 하지만 그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더니.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고, 뭘해도 잘할거고, 잘하고 있고,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기운나는 말을 해줬다. 물론 그런얘기를 듣는다고 막 기운이 갑자기 나는 건 아니겠지만 잘했고, 잘할거고, 잘할만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는 건 좋은 일이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올해의 하반기를 뭔가 정리해서 결과물을 내는 데 힘을 쏟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작은집에서 쓰려고 했던 뉴질랜드 여행기도 좋고, 이렇게 살아가는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의 중간보고서도 좋고. 내년이면 38세. 지금도 청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지만 40이 되기 전엔 뭔가 하나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있었으면 좋았을거라고 얘기하더라. 책 내면 3권 사겠다고…. 그러네, 맞네, 이런 사람이 주변에 꽤 있지. 강매로 팔아도 50권 정도는 팔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생각해보자. 마음이 잡힐거야.

집에 돌아와서는 8시부터 JTBC 특집 뉴스를 봤다. 세월호 100일.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고 멍하다. 처음으로 동영상이나 희생자들이 남긴 기록들을 봤다. 지금까지는 애써 피하고 있었으니까. 오늘도 알제리비행기 추락뉴스가 있었다. 별 일 없이 살아 있는게 기적이고 운같다.

엊저녁 잠들기 전 친구랑 메시지로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의 이런저런 우울함과 무기력함과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다 내가 이런 말을 했는데, 가만히 보니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사소하지만 좋은 걸 자꾸하고, 그걸 기억해서 다시 안좋아져도 또 시도하고. 그러면서 단단해지는 거겠죠.”

“단순히, 즐겁거나 신나지 않을 때를 못견뎌 뭐라도 막 해버리는데, 그런거 말고 차분히 바닥을 바로보고 사소한 시도들을 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시간을 지켜보겟다 생각했어요.”

[서울살이] 2014년 7월 23일 일기

오늘은 일 쉬는 날이었다. 혹시라도 움직이고 싶어지면 중앙도서관에 가서 책을 볼까 했는데 역시나 집에서 뒹굴거렸다. 아침엔 9시 10시 11시 계속 깼다가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는데 반쯤 졸면서 어제 챙겨둔 식빵 세쪽을 9시경 아침으로 먹었다.

12시 정도에 배가 고파서 밥을 해서 먹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내다 버렸다. 어제 밤새도록 비가 많이 오던데 낮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선선한 하루. 적당한 괴로움과 불안함과 편안함과 졸림.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갑자기, 예전 직장동료 두 명의 안부가 궁금해서 문자를 보냈고, 한명에게는 답이 오지 않았지만 한명과는 갑자기 내일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아주 서두르지는 않더라고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너무 집안에 혼자 있지는 말아야지.

저녁은 작은언니와 절친언니의 정기모임(?)에 끼어서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본 언니와 요즘 뭐하는지, 어떤 텔레비전 드라마에 빠져있는지, 주말에 뭐하는지 등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망고빙수를 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다.

혼자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요즘, 아이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보낸다. 공유경제, 공동주거, 협동조합, 이런 검색어로 기사를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우울하고 괴롭고 불안하다고 해도 어쩜 올해의 남은 몇달은 그냥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올 초 태극권 사부를 만났을 때 발리 여행은 뭔 발리 여행이냐 빨리 뿌리내릴 생각이나 해라, 그거 표 버릴 생각해야지 안그럼 올해도 아무것도 못한다, 라고 하셨는데 뭔가 그런 기분 같기도 하다. 11월에 여행갈 생각을 하니 7,8,9,10월 넉달이 아무것도 아닌것도 같고,,그렇다고 지금 딱히 뭘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돈은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뭐 계속 생각이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불안을 처음 느꼈던 제작년처럼 그냥 다시 취직을 하는 결정을 하진 않을 거 같다. 11월까지 지켜보려고 한다. 얼마나 불안한지, 어떻게 움직일지, 결국 내 안의 불안과 싸워야 하는 사람은 나니까. 뭐가 확 변하고 새롭게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시시한 생활을 마주하는 게 지금 내가 하는 일이라고 위안해본다.

사람 마음이란게, 일하지 않고 하루종일 누워있을 때는 뭐라도 몸을 좀 움직이면 나을까 싶더니, 하루 4시간 일거리를 구하고 나니 좀 더 벌었으면 좋았을껄, 하고 생각하고. 노력하지는 않으면서 같이 고민을 나눌 동료가 짠 하고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을 머릿속으로 동료, 앞으로의 삶,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혹은 일상을 사는 방법 등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다음에 기력이 있을 때 기반이 될 어떤 것들을 쌓는 시기라고 좋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