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10

[서울살이] 2014년 7월 10일 일기

책 읽은 얘기를 대충이나마 정리해서 글을 두 꼭지 쓰고 나니 새벽 네시에나 잠들었다.
이렇게까지 늦을 줄 몰랐는데, 당일 읽은 책에 대해서 늦더라도, 대충이라도 정리해놓고 싶었다.

몇시간 자지도 않았는데 8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한 번씩 깼다.
깰 때마다 아이폰을 들여다 보고 시간을 확인하고 동시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알람도 확인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말 중독적인 면이 있기는 한 거 같다)
열한 시 경, 일어나서 씼고 외출 준비를 했다. 한 오분쯤 일어나 앉은 자리에서 명상을 했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몇쪽 읽다보니 뭐라도 쓰고 싶어서 모닝페이지 노트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을 좀 썼다. 세쪽. 샤워하기 직전 거울을 보고 20개씩 3세트 스쿼트를 했다.

점심 약속이 한 시였고 명동까지 넉넉 잡아 한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 왠 걸 30분도 안걸리더라. 일찍 도착한 김에 아이폰 서비스센터에 가서 케이블 교체를 받으려고 했는데, 1년 이내라 무상수리/교체 기간이기는 하지만 외부적손상이 있는 건 교환이 안된단다. 힝. 하고 그냥 돌아왔다.

트위터에서 1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님을 만나 명동교자에 가서 콩국수를 먹었다. 완전 맛있다.
오랜만에 갔지만 역시 명동교자의 자동화된 척척 시스템은 감탄스럽다.
10여년 전 처음 명동교자에 갔을 때 앉자마자 주문, 선불, 2분내 서빙. 그 자동적인 착착 시스템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게 작은 소망이었는데….

길치인 관계로 약간 헤메다가 면접을 보기로 한 게스트하우스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친구님의 여행이야기, 사는 이야기, 내 사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나누다가 면접 시간 2시 5분 전에 가서 5분 간 면접보고 좋은 기분으로 돌아와 친구님과 다시 수다.
저녁 시간 무렵까지 얘기하고 놀다가 6시 반 경 귀가.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냉장고 안에서 죽어가고 있던 각종 야채 살리기 대작전. 뒤져보니 물러가는 호박 1/3토막,쪽파 몇줄기가 있었다. 양파, 피망, 마늘, 고추도 잘게 썰어서 약한 불에 기름없이 살살살 익히고 냉동새우와 홍합 몇개를 굴소스에 버무렸다. 채소가 좀 익은 뒤 해물을 넣었는데 뭔가 비린내가 나길래 두반장 소스를 그냥 좀 넣어봤다. 매콤하니 괜찮네. 아침에 언니가 해놓은 현미잡곡밥 반공기랑 냉장고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잎채소(알고 보니 된장찌게용 근대라고 했다)에 비네가 소스를 뿌려서 샐러드 겸 쌈야채로 먹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주아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10여년 전 페미니즘모임에서 같이 공부하던 언니가 직장생활 스트레스에서 시작,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자존감, 풀지 못한 유년기 부모와의 관계, 결국 사는 건 이 무한루프 속에서 나의 비루함을 지켜보는 과정이라는 것까지…
오랜만이지만 방금 어제 하던 얘기를 잇는 것처럼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기력에서 의욕적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는 날인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친구에게 기능할 기회를 주다니. 이것저것 고맙다.

낮에 면접 본 게스트하우스에서 토요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다. 얏호. “네, 잘부탁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두 시간 가까이 전화통화를 했는데, 하면서 언니들이 운동하는 헬스장까지 운동 겸 한 시간여를 걸었다.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큰언니는 용돈을 줬고, 팥빙수가 먹고 싶어서 몇군데 가게를 둘러봤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쉽지만 김영모 과자점에서 빵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집에 도착. 커피를 내려서 맛있는 아이스커피를 만들고 당장 빵을 뜯어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일단 물한컵을 마시니 식욕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배가 불러서 안 먹어도 될 것 같았지만 그것까지 참지는 못했다. 샤워하고 나서 언니를 위해 늦은 저녁밥상을 차렸다. 저녁에 만든 해물야채볶음 요리 남은 것과 잡곡밥. 나는 사온 통팥빵을 반개만 먹었다.치즈 수풀레도 한 두 수저만. 잘했다. 그리고, 이제, 잘 시간.

생각산책8월호에 보낼 글을 다시 한 번 좀 읽어본 뒤, 고치거나 그냥 보내거나 하면 된다. 오늘 대화중에 느꼈던. 어떤 마음에 대해서 한번 찬찬히 생각해봐야지. 세쪽책 06호를 써도 좋겠다.

[책] 속도를 늦추면 행복이 보인다

SBS 스페셜 “적게 벌고 더 잘사는 법 – 도시부족의 탄생”을 뒤늦게 봤다.
‘적당히 벌어서 아주 잘 살’고 있었던 때는 저런 얘기따위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방송에서 하는 건 일단 삐딱하게 의심하고 보는 편이라 뭐 다른 얘기가 있겠나 싶었다. 불안하고 괴로운 시기라서 그랬을까, 보고나니 좋았다.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든 다른 삶을 원해서 한 선택이든 지금 이 체제가 맞지 않는다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 거였어. 나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이었지. 저렇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건데.  가끔씩 이렇게 흔들리는 걸 잘 견디기가 어렵다. 친구들이 지지한다고 말해줘도 불안해서 뭐든 읽을 거리, 볼 거리를 찾는 중이다. 쉽게 이 불안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과정을 덤덤히 바라보고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숙제라면 숙제다.

여튼 내용 중에 점심 장사 없이 하루에 여섯 시간, 일주일에 닷새 여는 음식점 ‘가끔은 달이라도 쳐다봅시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인장 코사카 마사루 씨가 쓴 책이 있다는 걸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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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도 표지도 그저 그런데, 내지 디자인은 참 예쁘다. 조한혜정 선생의 추천사는 뭐랄까, 매우 우아해서 이 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풍요로움과 즐거움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일’을 하는 데서 온다는 말은 내가 내 커피에 대해서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가 ‘다운시프트’하기 전 경쟁사회 구성원으로 치열하게 산 얘기,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하고 경험하고 배우면서 창업을 준비하기까지, 적게 벌고 잘 살기 위한 원칙을 지키며 가게를 꾸리고 자급하며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살다보니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아찾기’가 끝났다는 말이나 시스템이나 거대자본을 거부하면서 삶의 방식과 의미가 달라졌다고 단정짓는 말하기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전달된다. 그리고 저자에게는 진실로 그러할 것이다. 다른 삶의 방식과 기준이 있는 것처럼 이런 ‘적게 벌고 느리게 살며 행복한 방식’에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터이니. 저자는 여행을 통해 짐을 줄이는 훈련, 지혜로워 지는 경험을 했다 하고, 어쩔 수 없이 처분하는 물건이나 계약을 통해 후련함을 느꼈다고 하지만, 나는 두세달에 한번씩 거주지를 옮기면서도 짐 싸는 데 아직도 전전긍긍하고, 물건에 대한 집착도 여전하고 돈 문제에도 민감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많은 힘이 된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차리거나 본인의 공간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내용도 많다. 내맘과 같아 반가운 말도, 불안함을 녹이는 고마운 말도 있다.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
-무리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효율적이지 않아도 된다
-많이 고민해도 된다
-좋아하는 것을 모두 모아 놓으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된다

[책]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IMG_1174다운시프트, 니트, 프레카리아트, 잉여, 백수…
입에 잘 안붙기도 하고, 굳이 용어로 정리하는 것도 별로라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
그러다 요즘 들어 불안하기도 심심하기도 괴롭기도 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중이다.
내가 사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듯 나도 뭔가 붙잡고 싶었나보다.

빈둥빈둥을 검색하다 걸렸을 거 같다. 니트, 같은 단어를 설마 내가 검색했을까.. 어쩌다보니 알게 됐고 오늘 도서관에 가서 봤다.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니트족으로 살고 있는 저자가,
– 자신이 어떤 성격의 사람이고 어떤 식으로 학교생활/사회생활을 했는지, 어떻게 니트족이 되었는지
– 구체적인 생활 방식 (주거, 경제활동, 네트워크, 그 외 일상적인 활동)과 유용한 팁
– 니트족으로서, 니트족으로 사는 것에 대에 대해 썼다.

대인관계를 굉장히 피곤해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못하고, 답답한 공간을 못견뎌한다는 저자의 특징이 니트족으로 살게 된 큰 이유인 듯했다. 그래서 지금 빈둥거리면서 지내니 참 좋다, 이런 얘기다. 그렇겠지, 근데 늘 좋기만 한 건 아닐 거 아냐. 괴로울 때 어땠는지 그런 게 더 궁금하다고. 어떻게 산을 넘었는지 그런 얘기는 왜 아무도 안해주는 거냐. 앞으로 내가 해야겠네.

니트족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1)타인과의 교류 2)심심풀이로 할 것 3)최소한의 자금, 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절대 공감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시절과 왠지 모르게 불안한 지금이랑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무기력에서 의욕적인 상태로 넘어가는 지점에 필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은 친구들이 전국 각지에 있고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도 그릴 수 있고 노래도 할 수 있는데 잘 안되고, 돈이 한 푼도 없는 게 아닌데 스스로 정해놓은 어떤 막다른 방어지점까지 갔다고 느끼는 점에서 불안한 거다. 그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넘느냐가 관건이겠지. 회사를 그만두는 건 그럴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택한 방법은 몸을 쓰면서 적당히 돈을 버는 거다. 그래서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기웃거렸다. 나이제한과 경력자 모집을 제외한 일자리는 식당서빙이 대부분인데, 노동시간이 너무 길면 분명 다시 똑같이 괴로워질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선뜻 지원할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하루 4시간 게스트하우스 청소일자리를 발견했다. 내일 면접을 보러 간다. 잘 됐으면 좋겠다.

본가에서 적당히 눈치보며 있을 가치를 하며 살거나, 남의 집에 쓸모 있는 존재로 얹혀 살라는 조언은 실제적이기도 하고 지금 내게도 힘이 된다. “먹지도 말라는 말이 싫다. 사람은 일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 그깟 일 좀 대충해도 되지 않나.”등 제목만으로도 통쾌한 부분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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