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은 얘기를 대충이나마 정리해서 글을 두 꼭지 쓰고 나니 새벽 네시에나 잠들었다.
이렇게까지 늦을 줄 몰랐는데, 당일 읽은 책에 대해서 늦더라도, 대충이라도 정리해놓고 싶었다.
몇시간 자지도 않았는데 8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한 번씩 깼다.
깰 때마다 아이폰을 들여다 보고 시간을 확인하고 동시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알람도 확인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말 중독적인 면이 있기는 한 거 같다)
열한 시 경, 일어나서 씼고 외출 준비를 했다. 한 오분쯤 일어나 앉은 자리에서 명상을 했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몇쪽 읽다보니 뭐라도 쓰고 싶어서 모닝페이지 노트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을 좀 썼다. 세쪽. 샤워하기 직전 거울을 보고 20개씩 3세트 스쿼트를 했다.
점심 약속이 한 시였고 명동까지 넉넉 잡아 한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 왠 걸 30분도 안걸리더라. 일찍 도착한 김에 아이폰 서비스센터에 가서 케이블 교체를 받으려고 했는데, 1년 이내라 무상수리/교체 기간이기는 하지만 외부적손상이 있는 건 교환이 안된단다. 힝. 하고 그냥 돌아왔다.
트위터에서 1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님을 만나 명동교자에 가서 콩국수를 먹었다. 완전 맛있다.
오랜만에 갔지만 역시 명동교자의 자동화된 척척 시스템은 감탄스럽다.
10여년 전 처음 명동교자에 갔을 때 앉자마자 주문, 선불, 2분내 서빙. 그 자동적인 착착 시스템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게 작은 소망이었는데….
길치인 관계로 약간 헤메다가 면접을 보기로 한 게스트하우스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친구님의 여행이야기, 사는 이야기, 내 사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나누다가 면접 시간 2시 5분 전에 가서 5분 간 면접보고 좋은 기분으로 돌아와 친구님과 다시 수다.
저녁 시간 무렵까지 얘기하고 놀다가 6시 반 경 귀가.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냉장고 안에서 죽어가고 있던 각종 야채 살리기 대작전. 뒤져보니 물러가는 호박 1/3토막,쪽파 몇줄기가 있었다. 양파, 피망, 마늘, 고추도 잘게 썰어서 약한 불에 기름없이 살살살 익히고 냉동새우와 홍합 몇개를 굴소스에 버무렸다. 채소가 좀 익은 뒤 해물을 넣었는데 뭔가 비린내가 나길래 두반장 소스를 그냥 좀 넣어봤다. 매콤하니 괜찮네. 아침에 언니가 해놓은 현미잡곡밥 반공기랑 냉장고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잎채소(알고 보니 된장찌게용 근대라고 했다)에 비네가 소스를 뿌려서 샐러드 겸 쌈야채로 먹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주아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10여년 전 페미니즘모임에서 같이 공부하던 언니가 직장생활 스트레스에서 시작,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자존감, 풀지 못한 유년기 부모와의 관계, 결국 사는 건 이 무한루프 속에서 나의 비루함을 지켜보는 과정이라는 것까지…
오랜만이지만 방금 어제 하던 얘기를 잇는 것처럼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기력에서 의욕적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는 날인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친구에게 기능할 기회를 주다니. 이것저것 고맙다.
낮에 면접 본 게스트하우스에서 토요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다. 얏호. “네, 잘부탁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두 시간 가까이 전화통화를 했는데, 하면서 언니들이 운동하는 헬스장까지 운동 겸 한 시간여를 걸었다.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큰언니는 용돈을 줬고, 팥빙수가 먹고 싶어서 몇군데 가게를 둘러봤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쉽지만 김영모 과자점에서 빵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집에 도착. 커피를 내려서 맛있는 아이스커피를 만들고 당장 빵을 뜯어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일단 물한컵을 마시니 식욕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배가 불러서 안 먹어도 될 것 같았지만 그것까지 참지는 못했다. 샤워하고 나서 언니를 위해 늦은 저녁밥상을 차렸다. 저녁에 만든 해물야채볶음 요리 남은 것과 잡곡밥. 나는 사온 통팥빵을 반개만 먹었다.치즈 수풀레도 한 두 수저만. 잘했다. 그리고, 이제, 잘 시간.
생각산책8월호에 보낼 글을 다시 한 번 좀 읽어본 뒤, 고치거나 그냥 보내거나 하면 된다. 오늘 대화중에 느꼈던. 어떤 마음에 대해서 한번 찬찬히 생각해봐야지. 세쪽책 06호를 써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