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도를 늦추면 행복이 보인다

SBS 스페셜 “적게 벌고 더 잘사는 법 – 도시부족의 탄생”을 뒤늦게 봤다.
‘적당히 벌어서 아주 잘 살’고 있었던 때는 저런 얘기따위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방송에서 하는 건 일단 삐딱하게 의심하고 보는 편이라 뭐 다른 얘기가 있겠나 싶었다. 불안하고 괴로운 시기라서 그랬을까, 보고나니 좋았다.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든 다른 삶을 원해서 한 선택이든 지금 이 체제가 맞지 않는다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 거였어. 나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이었지. 저렇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건데.  가끔씩 이렇게 흔들리는 걸 잘 견디기가 어렵다. 친구들이 지지한다고 말해줘도 불안해서 뭐든 읽을 거리, 볼 거리를 찾는 중이다. 쉽게 이 불안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과정을 덤덤히 바라보고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숙제라면 숙제다.

여튼 내용 중에 점심 장사 없이 하루에 여섯 시간, 일주일에 닷새 여는 음식점 ‘가끔은 달이라도 쳐다봅시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인장 코사카 마사루 씨가 쓴 책이 있다는 걸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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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도 표지도 그저 그런데, 내지 디자인은 참 예쁘다. 조한혜정 선생의 추천사는 뭐랄까, 매우 우아해서 이 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풍요로움과 즐거움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일’을 하는 데서 온다는 말은 내가 내 커피에 대해서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가 ‘다운시프트’하기 전 경쟁사회 구성원으로 치열하게 산 얘기,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하고 경험하고 배우면서 창업을 준비하기까지, 적게 벌고 잘 살기 위한 원칙을 지키며 가게를 꾸리고 자급하며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살다보니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아찾기’가 끝났다는 말이나 시스템이나 거대자본을 거부하면서 삶의 방식과 의미가 달라졌다고 단정짓는 말하기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전달된다. 그리고 저자에게는 진실로 그러할 것이다. 다른 삶의 방식과 기준이 있는 것처럼 이런 ‘적게 벌고 느리게 살며 행복한 방식’에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터이니. 저자는 여행을 통해 짐을 줄이는 훈련, 지혜로워 지는 경험을 했다 하고, 어쩔 수 없이 처분하는 물건이나 계약을 통해 후련함을 느꼈다고 하지만, 나는 두세달에 한번씩 거주지를 옮기면서도 짐 싸는 데 아직도 전전긍긍하고, 물건에 대한 집착도 여전하고 돈 문제에도 민감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많은 힘이 된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차리거나 본인의 공간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내용도 많다. 내맘과 같아 반가운 말도, 불안함을 녹이는 고마운 말도 있다.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
-무리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효율적이지 않아도 된다
-많이 고민해도 된다
-좋아하는 것을 모두 모아 놓으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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