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큰일이다.
11시에 누웠는데 결국은 아마 2시나 되서 잠든 것 같다.
열대야 때문인가, 아님 인지하지 못하는 무슨 고민 같은게 있는건가.
뒤척이다가, 명상한다고 앉아있다가, 책을 읽다가 겨우 잠들었다.
역시 여러번 자다깨다 자다깨다 했는데, 10시 출근을 위해서 8시 반 넘어서는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부터는 일터에서 간단히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할 생각이다.
씻기 전에 오늘의 운동 해야지. 스쿼트는 쉬어도 될듯.
이두인지 삼두인지 모르겠지만 팔운동을 했더니 짜릿짜릿 근육통이 며칠째 계속된다.
그럴때일수록 적당히 운동해서 풀어줘야 한다길래 팔운동을 했다. 10개, 12개, 3~40개, 할수 있는 만큼에서 몇개 더 하고 두세셋트 하라고했는데 질리면 하기싫어질 거 같아서 이것저것 섞어서 하다보니 뭘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안한것보단 낫겠지..생각하고. 기분좋게 샤워.
오후엔 트친님과 남산드립 약속이 있어서 가방에 주섬주섬 커피도구들을 싸서 출근했다.
10시 조금 전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한 분이 쉬시고 두 명이서 청소하는 날, 청소할 방은 9개여서 4개를 맡았다. 근데 정말 생각보다 너무 힘이 안든다. 힘이 전혀 안 든다는 게 아니라 청소일이 어느정도는 힘들겄이다라고 예상했던 거에 비해 60%정도, 할만하다. 신경쓰이는 건 여행자숙소다 보니 내가 10시까지 간다고 해도 사람들이 체크아웃을 늦게 하면 시작시간이 그만큼 늦어진다. 그래도 뭐, 아무리 늦어도 3시 전에는 끝나니까. 오늘도 10시 30분 넘어서 일 시작했다. 그때 30분 동안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대화하는 게 싫은 시간이다. 다들 나쁜 사람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의도도 없겠지만 묻고 맘대로 생각하고 부러워하고 질문하는데 대답하느라 피곤하다. 더 친해지면 훅훅 들어올 거 같아서 쫄아있다.
쓰레기통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나니 2시. 대충 둘러보니 끝난 거 같길래 후다닥 샤워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퇴근할 준비를 했는데 끝난 게 아니네, 이불도 걷고 걸레도 널고 하시길래 또 후다닥 달려가서 또 일을 했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니까.
일 다 끝내고나서 커피 내릴 때 필요한 뜨거운 물을 3층 간이부엌에서 끓여서 준비해간 보온병이 담았다. (어제 팬과 냄비를 봐뒀다) 일 시작하기 전에 얼려둔 물통에 얼음 몇개 더 채워넣어서 아이스커피가 필요할 때도 대비했다. (역시나 트친고객님은 아이스커피를 원하셨음)
지하철역에서 만나 함께 남산산책로까지 걸어가서 커피를 내렸다. 작년 칠월부엌에도 찾아와주셨던 친구님. 뭉크전에서 사온 머그컵을 선물로, 문화상품권을 커피값으로 주셨다. 됐다고, 이건 선물로 대접하고 싶다고 했는데…주니까 그냥 받았다. 아, 커피랑 같이 객실 청소하다가 나온 과자도 냈다. 이건 내가 제작년 부산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일 할때부터 말하던 이삭인데 역시 여기에도 있었다. 오늘 이삭은 딸기우유와 모닝빵, 크래커다. 케익도 있었는데 그건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그냥 버렸다.
집에 와서, 이삭빵과 원래 있던 빵과 사과, 수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작은언니의 견과 한 봉도 후식으로 먹었다. 친구가 저녁에 한강 조깅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아서 나갈까 하다가,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잤고 몸도 무거운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선풍기 틀어놓고 같은 자세로 멍하니 누워서 두어시간 넘게 아이폰으로 트위터만 보면서 놀았다. 정말이지, 정말 좋더라. 사실 이런 현상 자체는 지난 한두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아이폰만 보던 시절과 똑같은데 그땐 괴로웠고 오늘은 행복했다. 이 차이는 무얼까, 왜 나는 마음이 편해진걸까, 곰곰히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돈문제 해결과 하루 일과의 규칙성을 어느정도 담보하는 노동인가…
아침에 출근하는데도, 기분이 참 좋더라. 며칠전 친구한테 전화하면서 조심스럽게 ‘바쁘냐?”라고 물었던 생각도 나고. 내가 회사다니던 때는 늘 바빴다. 일이 많기도 했고, 일 하지 않는 순간에는 바쁘게 놀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늘 바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요일에 출근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나는 바쁘지 않아서 정말 좋구나, 행복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네 시간 정도만 아무런 부담없이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책보고 일기쓰고 이렇게 여유롭게 살고 있다니. 좋아서 미칠것만 같더라.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시간이 찾아와서 좀 걱정이긴 하다. 나한테는 괴로워 죽겠는 시간과 좋아서 미치겠는 시간 그 두개 밖에 없는 거 같아서,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게 숙제겠지. 마음을 찬찬히 봐야겠다.
대여섯시쯤 잠이 솔솔 왔는데 그때 자면 또 밤에 못자고 리듬이 꼬일까봐 일부러 자지 않으려고 트위터를 하고 놀았다. 언니한테 팥빙수 사오라고 문자보내고 언니가 9시쯤 팥빙수를 사와서, 엄마나 삶아놓고 간 팥과 섞어 먹었다. 그냥 먹을 땐 달지 않아서 맛없었는데 사온 팥빙수랑 섞으니 달콤한 거랑 섞여서 간이 딱 맞았다. 좋다좋다. 이것도.
칠월부엌 후기를 마저쓰고, 어제 만들어 놓은 예고편에 붙여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일기쓰고, 이제 잘 준비. 오늘도 잘 지냈다. 내일은 남산도서관이나 남산만화정보센터에 가서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