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15분 정도 운동했다. (어젯밤에도 역시 뒤척이면서 잠못들다가 선풍기를 끄고 고요하게, 기다렸다. 여러번 깼지만 그러려니…) 그 옛날 대금배우려고 국악원 다닐 때 플라스틱으로 된 연습용 악기를 샀었는데, 아직 있길래 어깨에 바벨처럼 올리고 스쿼트 했다. 운동이 훨씬 더 되는 것 같은 느낌.
팔운동 조금,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기 운동을 하고 헥헥 거리면서 샤워.
이걸 꼬박꼬박 기록해야 하루하루 늘리면서 할텐데, 일단 지금은 매일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질리지 않게 적당히 대충 하도록 하자.
일터로 출근해서 게스트제공용 토스트를 몇장 구워먹고 점심에 먹으려고 통에 담았다. 다른 분들한테 ‘빵 드실래요?’라고 물어봤더니 뭐 다른 맛있는 빵인줄 알았다며, 자기네는 안 좋아한다고 말하시더라. 아예, 내일부턴 묻지도 않고 혼자 잘 먹어야지.
스텝으로 일하는 잘생긴 청년이 내 이름을 듣더니, 불교 이름이냐고 묻는다. 신자는 아니지만 보살님 이름은 맞지. 그러더니 ‘온더로드’하신지 얼마나 되었냐, 어느 나라에 가봤냐, 어떤 식으로 움직이냐며 이것저것 묻는다. 아, 이런 관심 부끄러운데. 그냥 나는 세계여행을 하겠다, 길에서 살겠다, 이런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회사다니기 싫어서 닥치는 대로 가능한 일을 하고 여행다니고 어디든지 지낼 수 있는 곳에서 지낸다. 해외는 돈이 많이 들어서 잘 못가고 국내에서 주로 움직인다고 했다. 전엔 무슨 일 하셨냐고 물어보길래 시민단체도 있고 출판사도 있고 여행사에도 있었다고 하니.. 옆에 듣고 있던 고참언니님, ‘운동권 기질이 있었구나.’ 아 네, 추억돋는 단얼세.
귀여운 청년은 그래도 멋져요, 하면서 똘망똘망 날 바라보는데, 민망해라. 녀석, 내 남자가 되지 않을거면 그런 눈빛을 보내지 말거라.
서둘러 정신없이 청소한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30분도 먼저 끝났다. 쓰레기통 정리하고 분리수거하고 걸레도 걷고 했는데도 다른 분들은 안나오신다. 내가 너무 대충했나? 아닌데, 가르쳐준대로 했는데… 억지로 천천히 일을 할 수가 없는 성미인 걸 어째. ‘손이 빠르시네요.’ 라고 하는 소리 그냥 듣고 있다. 그래도 계속 서성이니 일 끝났으면 먼저 씻고 들어가라 그래서 네 하고 먼저 나왔다. 작은언니는 그래도 뭔 소리나고 뒷담화할텐데 일찍 나오지 말고 시간 맞춰 천천히 일하라고 하는데, 에이 뭐 길게 볼 사람들도 아니고 아쉬울 것도 없다. 할당된 거 다 하고, 같이 해야하는 일도 내가 했는데 뭐. 나쁘게 지낼 것도 없지만 굳이 맞춰가며 지낼 이유도 없다.
아, 아침에 준비한 토스트랑, 어제 주워놓은 이삭인 빵 두 쪽이랑, 집에서 싸온 요거트와 내린 커피를 남산도서관 앞 벤치에서 먹었다. 귀여운 꼬마참새가 겁도 없이 도시락통 앞까지 와서 기웃거린다. 손을 휘휘 저어도 가지 않길래 빵조각을 조금 뜯어서 구석에 놓았더니 콕 집어 사라진다. 진작 줄걸,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이제 이 녀석들이 여길 무료 급식소로 아는지 서너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려고 한다. 저쪽엔 비둘기까지. 아우. 얼렁 우걱우걱 먹고 후다닥 들어왔다. 무서운 것들…
사회과학실 가서, 엊그제 읽다만 ‘나만의 독립국가 만들기’를 마저 읽었다. 두번 세번 소장하고 읽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슴을 뛰게 하는 뭔가는 충분히 있다. 찾고 있는 책이 있었는데 서가에 없어서 사서가 아니라 트위터에 징징 거렸다. 사서쌤게 문의하라는 멘션 받고 용기내어 책정리중인 사서쌤게 질문. 검색 결과를 자세히 보니 서고에 있는 책이었다. 그러니 매일 찾아가서 서가를 기웃거려도 없지. 그런데 반전, 서고에도 없단다. 아마 분실된 모양. 조금 슬펐지만, 다른 도서관에 가거나 사거나 하기로..
‘고민하는 힘’을 두세시간 동안 읽었고, ‘하류사회’를 반쯤 보다 빌렸다.
고민하는 힘은, 참 좋다. 묵직하고 진지한 게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서 메모장에 좀 옮겼다.
회현역으로 내려오려고 했는데 걷다보니 남대문이 보이고, 서울역이 보이길래 그냥 서울역으로 걸어내려왔다. 지하철을 타고 언니들 헬스장 마칠 시간에 맞춰 근처로 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빕스에 갔다. 배가 몹시 부르다. 식사 후에는 큰언니 장보는 데 따라가서 치즈를 샀다. 내일 도시락용 토스트에 끼워먹어야지.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