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15

[서울살이] 2014년 7월 15일 일기

오랜만에 중간에 깨지않고 잘 잤다. 출근하기에 적당한 시간인 8시에 일어나서 15분 정도 운동하고, 샤워하고 출근. 플랭크 40초, 벽에 기대 발끝들고 푸쉬업 50개, 어깨에 봉 메고 스쿼트 100개. 어깨에는 예전에 배우려고 산 연습용 플라스틱 대금을 걸쳤다. 저녁에 과식해서 인지 속이 불편했지만 음양탕 끓여먹고 커피 한 잔 내려마시니 신호가 와서 화장실도 다녀왔다.

10시 조금 전에 출근해서 토스트 서너쪽 구워 땅콩 버터 발라먹고 혹시 몰라 점심 및 간식으로 세쪽을 도시락으로 챙겼다. 싱글룸 2개, 더블룸 2개해서 총 4개 객실과 3층 공동 간이부엌을 청소했다. 어제처럼 일찍 끝내지 않으려고 쉬엄쉬엄 했는데도 또 일찍 끝났다. 내일은 더 쉬엄쉬엄 해야겠다.

어제 1시 반에 퇴근하고 나서 2시쯤 사장과 실장 부부가 출근해서 나를 찾은 모양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자기 맡은 일 다 해놓고 급한 일이 있는지 먼저 갔다며, 일하기에 좋은 동료라고 좋은말을 해줬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곤 오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냐고 물었다. 굳이 뭐라고 말하기는 그래서 구하고 싶긴한데 너무 힘들거 같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고 대충 대답했다.

동료도 오후나 저녁에 일을 더 하고 싶기도 하지만, 너무 힘들게 일하면 늙어서 고생할까봐 그냥 쉬엄쉬엄하기로 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사는 모습이나 생각이 전혀 궁금하지 않고 무심하다는 건 단점일까 장점일까. 세상이 심드렁해지고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단점인 거 같다. 그런데 어쩌랴, 그냥 뻔한 대화들이 지겹고 하기 싫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아닌지는 첫인상에서 정해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야말로 선입견으로 가득찬 인간인 셈.

어제 그렇게 쌩 하고 가고 나기 오늘은 좀 천천히 같이 마치고 싶어서 앉아서 물도 마시고, 객실 청소하다 나온 맥주캔도 건넸다. 일 끝나면 냉커피 시원하게 한 잔 타서 함께 숨돌리고 얘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었다. 전에 일하시던 분 중에 그런 자리를 주도하시는 분이 있어서 재밌었는데 지금은 또래도 없고 그래서 심심하시다고. 또래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흠 저도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다시 내일부턴 신경쓰지 않고 내가 맡은 일만 빨리 끝내고 가야지.

오늘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으로 곧장 왔다. 일이 별로 힘들지 않다고는 해도 안하던 출퇴근에 노동을 한 데다가 토요일까지 쉬지 않고 앞으로 3일이나 더 일해야 하니까 하루 정도 늘어지려고. 빌려온 책도 있어서 도서관에 안 가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가 보낸 김치를 김치통에 담아 정리하고 밥을 먹고 느긋하게 누워서 어제 빌려온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예 작정하고 자지는 않으려고 최대한 불편하게 잠깐만 잠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축축 늘어지고 멍한 상태가 계속 되어서 일구하기 전에 ‘뭐하는지 모르게 시간은 보내지만 마음은 괴롭고 식욕만 왕성한’ 그런 상태가 되었다. 간식으로 챙겨뒀던 토스트, 사과, 엄마가 보낸 복숭아, 수박, 원래 집에 있던 간식인 검은콩과 견과류 등 집에 있는 먹을 거리들을 탈탈 털어 배터지게 먹은 뒤에 작정하고 누웠다.

이런 멍때리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건지, 집에 있으면 그렇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읽은 두 권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당연히 시작도 못했다. 빌려온 책도 도서관에서 읽을 때보다 눈에도 잘 안들어오고 재미도 없었다. 집에선 뭘해도 잘 안되는거 같긴해. 아님 이 집을 싫어하거나.

언니가 와서 결국 내가 정리해놓은 김치를 다시 자기 스타일대로 정리한다. 그래 도움이 되려고 한 일인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 다음부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내가 알아서 하려고 하면 언니 기준에 맞지 않는다. 잘 시키지도 않고 가끔 조심스럽게 부탁하는데, 그거나 기꺼운 마음으로 해야지. 하기 싫어도. 같이 사는 데 그 정도는 해야하니까. 같이 사는 거에 대해 대화하고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적합한 상대는 아닌 거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화를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를 늘 벽을 느끼는 편이다. 일방적으로 도움받는 건 싫지만 그 편의가 달콤한 것도 사실. 그렇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이곳을 집으로 여기지 않고 독립생활자가 되려면 더 구체적으로 계획해야한다. 이제 어쩜 정말 그럴 때가 다가오는 지도.

남의 집에 살때는 훨씬 부지런해지고 뭐 할 일 없나 찾아보게 되는데 이 집에서는 잘 안된다. 원래 자기집에선 더 게을러지고 누군가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사람 몫으로 두게 된다. 그냥 나는 이 집에서 나가고 가끔 들르는 게 상책인거 같기도 하다. 나의 독립을 위해서, 아님 내 마음에 아무런 부담없이 그냥 천둥벌거숭이 막내동생으로 얹혀 살수 있으면 좋은데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기가 힘들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어떻게든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거 같긴하다.

언니가 운동 마치고 팥빙수를 포장해왔다. 며칠전에 한 번 사달라고 청했고 오늘도 일찍 오면 사오라고 했다. 집근처에 생긴 고로케집에서 감자고로케와 힘치즈고로케도 하나씩 사왔다. 팥빙수를 먹으면서 오늘 일터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대화를 잠깐 나눴다. 함께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은 뭘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상대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아닐 수도 있고, 서로의말이 서로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고, 가족간에 할 수 있는 평이한 어떤 대화란 어떤 대활까. 어떻게 사랑하고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타인에게 예의를 차리고 배려하듯 그렇게 하면 되는 걸까? 적당한 거리를 가지고? 집에 있어서 좀 우울해지려고 하는 기분 탓일 수도 있다.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하고, 멋쩍지만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은 친구에게 문자도 보냈다. 우치다 타츠루 ‘하류인생’을 읽다가 자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