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16

[서울살이] 2014년 7월 16일 일기

간밤에 일찍 잠들지 못했다. 집에서 푹 쉬었다고 했지만 이것저것 인터넷상으로 본 기사들 때문에 속이 뒤집히고 먹먹해서 우울하기도 했다. 단원고 친구들은 학교에서 국회까지 걸어가고 있고, 그냥, 그 친구들이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잠들지 않고 싶어서 비록 내 방에 누워서지만 한겨레, 시사인 속보를 따라 읽었다.

10km만 걸어도 지치는데, 35-40km를 땡볕부터 그 늦은 밤까지 걸었다. 눈물이 계속 나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까르르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웃으며 걷는다는 기사를 읽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식하고 계신 희생자 가족들, 아직도 찾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는 진도의 가족들. 우울하고 또 우울한 그런 소식뿐이어서 잠들기 두려웠던 거 같다.

늦게 잤으니까 당연 일어나기 힘들었고, 나흘째 일하다보니 슬슬 피곤이 쌓이기 시작했는지 아침 8시반이 되어도 일어나기 싫었다. 아홉시 전에 겨우 일어나 출근준비하고 나섰다.

9시 22분에 집을 나서서 28분에 지하철 역 도착, 복잡한 한 대를 보내고 한가한 다음 차를 탄 게 아마 32분쯤. 일터에 도착하니 50분이었다. 식빵 여섯장을 구워서 세 장 먹고, 세 장은 도시락으로 챙겼다.

오늘은 총 20개의 방을, 청소하는 총무 3명이 각 6개씩, 안주인인 실장이 2개 이렇게 맡았다. 어제처럼 혼자 너무 빨리 끝내지 않고 대충이라도 맞춰보려고 서두르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일했는데도 나는 1시 반이 되니까 객실청소가 끝났다. 쓰레기장 정리하고 2시에 샤워하고 먼저 나오려고 했는데,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해서 2시 반까지 기다렸다가 빅맥세트 사준 거 먹고, 간단히 간식도 좀 나눠먹고 3시 반에나 나섰다. 가끔 점심 이렇게 사준다고 하는데, 사주는 건 좋은데 3시 반까지 있는 건 좀 그렇다. 밥만 먹고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름 친목을 도모하는 건지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별론데, 그냥… 자주는 아닐테니까 대충 견뎌보자.

여섯살 난 딸을 키우는 나보다 어린 애기엄마에게서 들은 이야기. 어린이집이 여름방학을 하는데 다행히 종일반이라 일주일만 한다고, 애봐야해서 남편이 휴가를 냈단다. 이런게 생활이구나 싶었다. 아직 배가 덜 고픈 내가 민망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각각 자기 몫을 사는 거니까, 나는 나로서 잘 지내야겠지. 그리고 무언가,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면 그때 공부하고 움직이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지. 지금이야 그냥 방에서 울면서 뉴스들을 보는 정도에 그치지만. 무력하게도.

홍대입구역으로 가서 마포도서관에 갔다. 남산도서관에 없는 책이 마포도서관에 있다고 생각해서였는데 막상 가보니 없었다. 아마 내가 뭘 착각했던 모양. 복잡한 홍대를 겨우겨우 헤치고 도서관에 왔는데, 도서관도 남산보다 훨씬 복잡해서 숨이 막히는지 졸리고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99%를 위한 주거를 한번 더 스윽 훑어보고,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을 읽기 시작했다. 세시간 정도 앉아있었는데도 집중이 안되어서 도시락으로 싸온 빵과 치즈를 먹고 한숨 자다가 언니들 저녁식사 연락받고 지하철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볶음면과 탕면, 볶음밥을 먹고 말차빙수를 먹었다. 식사는 그만그만 했지만 빙수는 맛있었다. 그런데 언니들과 식사자리도 전과 같지 않아서 힘들었다. 어제 오늘 내가 다시 기운이 없어지고 무력해져서 일 수도 있고, 내가 너무 오래 떨어져지내서 사회적인간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냥.. 나누는 대화들에 관심도 전혀 가지 않고, 재미도 없고, 자리도 불편했다. 전에도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언니들과 있는 게 좋고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이젠 굳이 이런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짜밥을 먹기 위해서? 화목한 가족으로 지내기 위한 의무?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족인데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언니들이 동생을 생각해서 밥한끼라도 사먹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고맙게 받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

그러나 저러나 아직도, 피곤하다. 오늘은 스쿼트도 하지 않았다. 내일은 남산도서관에 가봐야지. 숲속을 좀 걸으면 기운이 다시 날지도 몰라.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