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기 힘들다. 8시 반 알람을 듣고서도 계속 누워있다가 9시에 겨우 일어나 후다닥 출근했다.
어제는 스쿼트 100개 하는 날이었는데 안했다. 오늘도 안했다.
일터에 도착해서 빵구워먹고, 도시락빵 챙기고, 고참언니 오실때까지 기다렸다가 얘기하고 30분 넘어서 일 시작했다. 끝나는 시간이 2시 넘어가지 않게 일 마치고 먼저 오는 건 하겠는데 10시 정도에 출근해서 나름 조회처럼 차 마시면서 ‘아이고 일하기 싫다’ 수다회에서 저 먼저, 라고 일어서는 건 아직 못하겠다. 차차 나아지겠지. 이제 일주일인걸.
오늘은 객실 3~4개만 하면 되니까 수월했다. 쉬엄쉬엄하고 뒷정리까지 했는데도 1시 반이었다. 먼저 샤워하고 로비에 좀 앉아있었다. 먼저 가랬는데 그냥 기다려서 같이 나왔다. 나름의 원칙. 2시 언저리까지는 먼저 끝나도 좀 기다리는 걸로. 끝나고 다른 아르바이트 하냐고 오늘도 물어보던데, 구하는 중이라고만 했다.
남산 애니메이션센터(공식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만화의집에 만화책도서관기 있다길래 들러서 피아노의 숲을 봤다. 16권까지 있어서 완결인줄 알았더니 아직 계속 나오고 있단다. 23권까지 나왔다네. 6시 문닫는 시간까지 찔금찔금 울면서 13권까지 봤다.
그리곤 남산도서관에 가서 8시까지 책을 봤다. ‘하류지향’이라는 책인데,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워서 며칠전 빌려서 짬짬히 읽고 있었다. 일과 일하기 싫은 나와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어서 이런 종류의 책에 관심이 간다. 근데 이 책은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다 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패스. 그리고 프레카리아트에 관한 책 두권을 빌려왔다.
남산에서 서울역으로 걸어내려와 서울역 롯데마트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도 중국인 투성이었다. 와… 뭔가…. 신기하면서도 답답한 그런 느낌이었다. 서울이긴한데 중국말이 잔뜩 들리고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라 소외되는 것 같기도 하고. 명동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홍대나 강남처럼 번잡한 곳에서 느끼는 멀미랑 조금 달랐다. 결과적으로 둘다 피곤했지만.
집에와서 멍하게 있다가 사과를 두 개나 먹었다. 오는길에 떡볶이를 사먹으려고 했는데 6천원짜리 책을 안 사려고 도서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처지에 떡볶이 2천5백원어치를 사먹을 생각을 하니 좀 기분이 묘해서 그냥 들어왔다. 그렇게 누워서 트위터나 보면서 놀고 있는데 엄마한테 선보라는 전화가 왔다. 원래 엄마가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편은 아닌데 어쩌다가 친구분한테 맞선자리가 들어왔나보다. 니가 선생이나 공무원을 하고 있다면 내 눈에는 안 찰 자리지만, 지금 너처럼 ‘봉사’나 하고 돈욕심 없이 화목하게 살고 싶어한다면 괜찮은 집안 같다고…. 최대한 짜증을 내지 않고 생각없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결과적으로 조금 화가 나셨다. 소개해준 사람한테 뭐라고 말하냐, 시집 안간다고 하더라 할까, 하면서 언성을 높이셨다. 끊고나니 마음이 찹찹하다. 좋은 동료와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나를 ‘봉사활동’이나 평생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엄마나 엄마 친구가 맞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해서 소개한 사람이 좋은 동료일 리는 절대 없으니까. 한번 본다고 손해냐, 이러셨다만 생각만해도 스트레스다. “나 직업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괜찮데?”라고 자조적으로 엄마한테 말했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집에서 애낳고 살림하면서 착실하게 살 사람이면 된데. 라고 말한다. 뜨악,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저는 그렇게 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럼 빨리 어서 찾아오든가, 라고…. 오랜만에 잔소리를 들었다. 포기한 줄 알았더니 그런 거 아니셨구나.
언니는 돈 잘벌고 멀쩡하게 사니까 이제 결혼하란 소리 안하고 나한테 그러는 거유? 내가 멀쩡한 직장 다니고 있으면 엄마 눈에 차지도 않을 사람, 내가 백수로 놀고 있으니 대보고 싶은 거유? 나는 그런 취급 싫소. 내가 알아서 할 거유.
트위터도 재미없고, 친구 만나서도 자꾸 이런 하소연만 하게 되는데 뭔가 생산적인 거 없을까… 그래서 자꾸 책을 찾아 읽고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일 약속은 기대되니까. 기분좋게 잠들어보자. 그리고 모레는 1주일만의 휴무가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