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18

[서울살이] 2014년 7월 18일 일기

밤새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렸다. 잠결에 들으면서 와 엄청나다, 생각했던 거 같은데 아침엔 좀 선선한 정도더니 낮엔 다시 해가 쨍쨍났다. 점점 더 일어나기 싫다. 7시나 8시에 일어나 여유있게 준비하고 커피도 내려먹고 일터로 나섰는데 어제는 9시에 겨우 일어나 후다닥 준비했고 오늘은 8시 40분. 오후 약속에 커피도구들 챙겨가야해서 더 늘어져 있을수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에 일어났다. 20분같 후다닥 챙기고 옷 챙겨입고 10분 더 뒹굴거리다가 늦지 않게 나왔다.

9시 30분에 지하철을 타면 55분쯤 명동역에 도착하고 늦지 않게 일터에 도착한다. 물론 지각여부를 챙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장 내외는 2~3시나 되어야 출근하고 아침엔 리셉션을 지키는 아르바이트생 뿐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10시 좀 넘어서 오고 일은 10시 반에나 시작한다. 그럴거면 그분들은 왜 10시에 나오는 걸까? 난 10시에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이 있으면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냈으면 좋겠는데… 일단 분위기를 살핀다.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자.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많지는 않다. 객실 6개. 쉬엄쉬엄 했는데 역시 1시 반이면 끝난다.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마치고나도 다른 두분은 내려오지 않아서 혼자 샤워하고 내려와서 쉬고 있었다. 실장이 간식으로 밥버거를 준다. 한 분이 먼저 끝내고 다른 한 분을 도와 이것저것 하시길래 나도 뻘줌하게 있다가 물품 정리를 조금 도왔다. 50분쯤 되니까 두 분 다 끝나셨나.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시길래 ‘전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퇴근했다.

오늘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공방일을 하는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자전거 뒤에 달 커피도구함에 대해서 작업 상담도 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안 타고 그냥 가볼까 하고 아침에 커피 도구들을 큰 가방에 다 챙겼는데(이걸 보고 또 동료언니들이 오늘은 가방이 크네, 내일 쉬니까 오늘 여행가니? 하며 말이 많았다) 시간을 따져보니 집에 들러서 자전거 타고 가도 될거 같다. 그래서 집에 와서 자전거용짐가방(패니어) 한 개에 짐을 싣고 자전거 측면에 걸고 한 시간 정도 달려 친구네 공방에 도착했다.

급한 서류 정리할 게 갑자기 생겼다고 한 시간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쉬엄쉬엄 가도 한 시간이 더 걸리진 않더라. 그냥 도착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놀았다. 친구랑 오랜만에 인사하고, 실제 제작을 맡아줄 분과 이러이런 걸 원하는데 대략 이런 식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하면서 종이로 만들어온 모형을 보여드렸다. 요사이 며칠 좀 우울했는데 자전거 타고, 자전거랑 커피 관련한 얘기를 나누니까 좀 기운이 났다.

그리고 퇴근 후 커피마시면서 사회적관계, 어떤 부채감, 계속해서 내가 찾고 있는 삶의 방향, 규모와 형식, 해결에 대해 늘 나눈던 그런 애기를 나눴다. 그래도 좋았다. 행복과 괴로움이 반복된다면 그 기복을 포함해서 1년 정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거. 촘촘하게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서 괴로운 슬럼프 기간에도 불안하지 않도록 나머지 시간에 일을 하고 돈을 번다거나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2011년~12년에서 시작한 ‘우연과 인연으로 삶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을 넘어서 삶의 기복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단계로 들어서는 것도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샤워하고 트위터로 뉴스를 좀 보다가 밤을 맞는다.

아, 오늘 낮에 다음주 약속 두 개 잡았다. 하나는 좋아하는 언니와 남산 산책, 하나는 품앗이 고양이 집사. 페이스북에 “pet sitting” 커뮤니티 그룹이 있는데, 종종 집을 비울 때 고양이나 개 봐줄 사람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돈을 주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하는데, 관심이 있어서 가끔 올라오는 보고 있었다. 해방촌 사는 어떤 외국여자분이 3주 정도 집을 비우는데, 눈에 병이 있어서 약을 넣어야 하는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명동에서 일 끝나고 운동삼아 해방촌으로 걸어가서 고양이밥도 주고 약도 주고, 남산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좀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어떨가 싶어서 관심있다고 연락했다.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흥이 나서 신나게 뭔가를 막 하고 있지는 않지만, 치열하고 바쁘게 계속 이렇게 할 일을 찾고 있다. 아마 나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그리고 내일은 일한 지 꼬박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