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2014년 7월 21일 일기

자꾸 게을러지는데, 어디까지 게을러지나 하고 내버려두고 방은 안 치우기로 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끙끙거리다가 8시 50분 기상, 후다닥 준비하고 출근. 식빵 4장 구워서 딸기쨈과 땅콩버터 발라 아침으로 우유와 먹고 4장 더 구워서 점심도시락 준비. 고참언니가 그만 두셔서 새로운 20대 남자분과 내 또래 여자분 선배, 나 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셋이다.

객실 5개를 청소하고 뒷정리까지 마치니 1시 40분쯤 되었는데 다른 두분이 한참 많이 남은 것 같아서 조금도와드리고 끝까지 같이 하지는 않고 2시 15분쯤 정리하고 먼저 나왔다. 같이 일하는 분이 내가 뒷정리까지 다 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천천히 하라고 하길래 전혀 미안해하지 마라, 나는 빨리하고 빨리 가는게 좋다. 내 맡은 분량이 먼저 끝나면 뒷정리 하고 가는게 낫지, 도와주면서 끝나는 시간 늦추거나 일부러 천천히 하거나 그러기 싫다고 말했다. 사장님이 이삭토스트를 간식으로 사줘서 먹으면서 퇴근. 이번주 쉬는 날은 수요일이다.

해방촌으로 걸어가서 앞으로 3주 방문고양이 집사 할 집에 갔다. 영어캠프에 일가느라 집을 비워야 하는 미국인 여자였는데, 나 말고도 동네 친구 세 명에게 요일별로 부탁했다고 한다. 나는 화요일 담당. 주택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꽤나 열악해 보이는.. 영어강사들 사는 모습도 사람마다 다 다르구나 생각했다. 이친구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집을 마련해 주지는 않은 모양. 말을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안하고 싶기도 했는데 그냥 간단히 인사하고 주의사항 전해듣고 왔다.

매일매일 한시간씩 산책해서 해방촌으로 올 생각이었는데 그건 아니네, 이것도 그냥 해보다는 데 의의를 둬야겠다. 그 친구가 나를 보고 이것저것 말하다가 비용이 드냐고 물어보던 것도 인상깊었다. 아니 니가 올려논 거 봤고 비용없는거 알고 있었어. 그냥 하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간단하게 노..라고 말했던거 같음…

해방촌에서 녹사평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뭔가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서. 도시락으로 챙겨왔던 땅콩버터 바른 토스트를 네 쪽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왔고, 덥다더워 하면서 쉬다가 깜빡 잠들었다. 일곱시쯤 충무김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것은 오늘의 이삭이었다) 언니 퇴근시간에 같이 시장에 들러 수박과 복숭아를 샀고, 들어와서 조금씩 먹었다.

절대 살이 안빠지겠지? 이렇게 먹으니. 그리고 걷는다고 걷고 있지만 땀흘리며 운동하는 것도 아니니 손이 붓는 등 컨디션은 별로인거 같은데, 날이 더워선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나는 많이 하고 있는 거 같아. 일단. 지켜보자. 다음달에 월급이 들어오면 좀 기분이 나아질 거 같기도 하고…

‘프레카리아트-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미 10년 가까이 된 내용이라 그 사이 사회는 너무 빨리 변했기도 하고, 암울하기도 해서 지금 내 위치- 프리터 같은?-가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할 수 있을 때 자리잡고 일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우연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가는 거 해보았으니 좀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길게 긴 호흡으로 본답시고 결국은 별 움직임 없이 일단 가만히 있는 편이다. 아침에 청소일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니까!

[서울살이] 2014년 7월 21일 일기”에 대한 2개의 생각

  1. 박조건형의 아바타박조건형

    날씨가 너무 무더우니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계절이긴 합니다(저는 물론 꼭 날씨가 덥지 않아도 무기력해지곤 하지만요) 회사에 같이 헬쓰장 같이 다니는 형님이 두명있어요. 혼자 다녔으면 아마 대부분 빠졌을 것인데, 그 형님들 덕에 억지로라도 가게 되어 다행입니다. 정규직장을 가지지 않은 바닥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 나누기 좋을텐데 하는 마음도 가져 봅니다. 이내씨는 올해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게 노래 부르고 있는데, 이내씨도 자신의 삶의 방식이 불안할때가 있겠죠?^^ 서울에서도 바닥의 고민을 나눌수 일는 친구들을 만날수 있음 좋겠어요.

  2. badac melly yuka의 아바타badac melly yuka 글의 글쓴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해요. 불안하고 무기력하게 있지만 그냥 가라앉으면 앉는대로 나를 그대로 봐야지, 일단 급하다고 이것저것 막 하면 또 금방 탈이 나더라고요. 천천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보고, 사람도 만나보고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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