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24

[서울살이] 2014년 7월 24일 일기

장마가 시작되었다. 어제도 밤새 비가 퍼부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점점 고단하다. 몸을 쓰는 일이니까, 고단한 걸 당연히 여기고 졸리고 피곤하면 쉬고 자기로 했다. 살이 안빠지는 건 아쉽지만… 자신의 불안과 스스로 싸우면서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객실 3개 청소, 재실로 정리해야 할 방이 예닐곱개였다. 힘들지는 않았다. 계단과 복도 청소도 하라고 지시가 있어서 그것까지 마쳤는데도 1시 반정도. 내일은 일이 많다고 한다. 많아도 그러려니.

일 마치고도 비가 많이 쏟아져서, 수그러들기를 기다렸다가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룰루랄라 흥이 막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자 집에 있으면 쳐지고 우울해지니까 이렇게 가끔씩 일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14개월된 딸이 있는 집, 혼자 아가랑 씨름할 거 같아서 겸사겸사 낮에 집으로 간 거 였는데 남편분도 집에 계셔서 조금 당황하고 불편했지만 금방 나와서 동네 산책하고 같이 밥먹었다.

느릿하게 사는 얘기를 나누고, 불안하긴 하지만 그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더니.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고, 뭘해도 잘할거고, 잘하고 있고,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기운나는 말을 해줬다. 물론 그런얘기를 듣는다고 막 기운이 갑자기 나는 건 아니겠지만 잘했고, 잘할거고, 잘할만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는 건 좋은 일이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올해의 하반기를 뭔가 정리해서 결과물을 내는 데 힘을 쏟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작은집에서 쓰려고 했던 뉴질랜드 여행기도 좋고, 이렇게 살아가는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의 중간보고서도 좋고. 내년이면 38세. 지금도 청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지만 40이 되기 전엔 뭔가 하나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있었으면 좋았을거라고 얘기하더라. 책 내면 3권 사겠다고…. 그러네, 맞네, 이런 사람이 주변에 꽤 있지. 강매로 팔아도 50권 정도는 팔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생각해보자. 마음이 잡힐거야.

집에 돌아와서는 8시부터 JTBC 특집 뉴스를 봤다. 세월호 100일.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고 멍하다. 처음으로 동영상이나 희생자들이 남긴 기록들을 봤다. 지금까지는 애써 피하고 있었으니까. 오늘도 알제리비행기 추락뉴스가 있었다. 별 일 없이 살아 있는게 기적이고 운같다.

엊저녁 잠들기 전 친구랑 메시지로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의 이런저런 우울함과 무기력함과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다 내가 이런 말을 했는데, 가만히 보니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사소하지만 좋은 걸 자꾸하고, 그걸 기억해서 다시 안좋아져도 또 시도하고. 그러면서 단단해지는 거겠죠.”

“단순히, 즐겁거나 신나지 않을 때를 못견뎌 뭐라도 막 해버리는데, 그런거 말고 차분히 바닥을 바로보고 사소한 시도들을 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시간을 지켜보겟다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