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26

[서울살이] 2014년 7월 26일 일기

주말에 상관없이 살다보니 요일 감각이 사라지는데, 아침에 길을 나설 때 뭔가 공기가 묘하게 다르면 주말인가 싶다. 어젯밤 불금을 보낸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길거리 쓰레기가 아주 많고 많은 수가 출근하지 않을 테니 아침이 느슨하다. 지하철도 더 한산하고.

밤에만 비가 내리는 이상한 야행성 장마. 아침엔 다행이 운동화를 신고 일터로 나서도 걱정되지 않는다. 10시 못되어 출근해서 토스트 구워서 아침을 챙겨먹고 오늘 업무량을 체크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객실 3개 정도로 널널할 줄 알았는데 6개에 재실도 여럿이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기대가 무너지니 조금 아쉽다. 같이 일하는 일주일 된 20대 남자부은 아주 투덜투덜 말이 많다. 그래도 뭐,

나를 조금 기분상하게 한 건 사장의 지시사항, 비품이 제대로 안 좋였다, 욕실에 물기를 잘 닦으라, 냉장고 안에 곰팡이를 락스로 제거하라, 등의 지시사항이 있었다. 기분이 많이 상하지는 않았다. 나는 욕실의 물기도 잘 닦았고, 비품도 잘 챙겨넣었고, 냉장고 안을 락스로 닦지는 않았지만 상태를 늘 확인하고 정리와 청소를 해왔으니까. 아마도 약속된 근무시간인 2시까지를 다 채우지 않고 할당량의 청소를 마치면 그게 30분 전이든, 10분 전이든 퇴근하는 게 맘에 안들어서 한소리 하는 거 같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같은 갯수의 객실을 할당받아도 나보다 30분은 늦게 끝난다. 확신하건데 내가 일을 대충해서가 아니라 나는 일하면서 쉬거나 속도를 늦추지 않기 때문이다. 빨리 하고 빨리 가는 게 내 신념. 대신에 공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통 정리와 분리수거를 내가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합의도 되었다. 하지만 사장이 보기에 일을 일찍 마치면 내가 뭔가 덜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할테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때문에 질질 끌면서 일을 늦게 끝내고 싶지는 않다. 다음번에 이렇게 한번더 지적이 나오거나 하면 정색하고 얘기를 한번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야겠다. 일의 양을 적절히 나누었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할 만큼을 하면 가는 걸로 정리했다. 내 청소의 상태가 마음에 그렇게 들지 않고 대충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나는 어떻게 더 이상 열심히 할 수는 없다. 지금 적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쉬엄쉬엄 시간이나 때우며 일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서로에게 뭐가 좋으냐. 이런 태도가 맘에 안 드신다면 서로 맞지 않는 거 같다. 하고 안녕, 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결국 오늘은 1시에 일이 끝났다. 한시간이나 일찍 끝난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같이 하는 친구랑 쉬지도 않고 그냥 막 하다보니 그렇게 끝났다. 내일도 뭐라고 하면 나도 할말을 해야지.

그렇게 집에 와서 책을 좀 보다가 졸려서 잤다. 두시간이나 낮잠을 잤더라. 퇴근한 언니가 국수를 삶과 목살을 구워줘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언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천천히 일하고 두 시에 마치지, 라고 말끝을 흐렸는데 그냥 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화가 나거나 절대 그러면 안된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인 거다. 일자리가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고 이렇게 꼭 살아야 하는 거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하기 싫은 걸 피하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사장 비위, 같이 일하는 동료 눈치를 보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일을 하고 그 댓가로 돈을 버는 거면 그 거래가 적당하게 이뤄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사람들과 적당히 어울려 살아가는 걸 못하는 건가. 생각이 조금 많아졌지만 그냥 그러려니.

어제 만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시골에 내려가서 산다는 것,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 불안정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도 어딘가에 내려가서 뿌리를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은 더러 하는데, 어제 다른 친구랑 통화하면서 예비 후보군 한 군데를 점찍어 두었다. 그리고 나중에 같이 가서 살자로 말도 했다. 하하, 나는 한번도 가본 적도 없는데..

좋아하는 옛직장 선배에게 다음주 언제쯤 만나볼까 연락을 했더니 내일 당장 밭일하러 오라신다. 하지만 내일은 선약이. 다음주에 다시 약속을 잡자고 한다. 일할 땐 너무 꼼꼼하고 일을 많이 하는 선배라 지긋지긋하기도 했지만 성실함과 꼼꼼함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그런걸 떠나서도 좋아하는 선배고.

게스트하우스에서 객실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더니 뭐어? 하면서 놀래더니 하루 네 시간에 70만원이란 얘기를 듣고 괜찮네, 한다. 11월에 발리 갔다와서 내년에는 정신좀 차릴라고요. 했더니 정신차리지 말고 계속 그렇게 살면서 책이나 쓰란다. 후훗 그런 것도 사실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선배님.

일찍 들어와서 낮잠자고, 어제 마산 친구가 보내준 콩으로 내려준 커피도 마셨다. 사실 이렇게 내 주위엔 여전히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고 기다려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어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아주 무너지진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는데 불안함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그것 참.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거라고 위안하며 하루를 또 보낸다.

오늘의 검색 키워드는 공유경제, 공동주거, 문화기획자 경력채용, 우리동네 알바, 여성 일차리, 창업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