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새벽 두 시 넘어서까지 잠이 안와서 뒤척거렸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8시 반 쯤 일어나서 무브먼트에서 보내준 콩으로 커피 한 잔 내려먹고 출근했다. 다음주중으로 헬스장을 등록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긴 건 좋은 소식. 운동하고 몸이 리듬을 잘 찾으면 좋겠다.
9시 50분 쯤 일터에 도착하니 같이 일하는 ㄱ씨가 9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어젯밤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잠을 못자서 얼마나 피곤한지 애기한다. 10시가 넘어도 ㅇ씨가 출근하지 않자 일단 오실 때까지 눈이라도 붙이며 쉬고 있으라는데도 계속 얼마나 피곤한지 얘기한다. 나는 듣고만 있다.
ㅇ씨가 출근했는데 이분도 어젯밤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군인인데 진급시험에 떨어져서 4년 후 퇴직해야 한다고, 상사한테 아부도 하고 줄을 잘 서고 부인은 부인 나름대로 내조를 해야하는데 자기 부부는 그걸 몰라서, 성실히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무슨 말인줄 알죠?’라는 말버릇이 있는데 한마디 끝날 때마다 그 말을 덧붙인다. “옛날에는 부인들이 상사집 식모사는 것처럼 해야했데요, 무슨 말인줄 알죠? 이번에 진급 된 사람은 부인이 횟집이라 사바사바도 잘 하고 대접도 잘 했겠지. 무슨 말인줄 알죠?” 이런식.
4년이라는 시간이 있긴하지만 관사에서도 나가야 하고, 퇴직 후 생활을 준비해야해서 막막하다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며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정말 아부나 편법, 줄타기가 노력이나 성실보다 중요한 거 같다고 한다. 가만히 듣고만 있다. 사실 그 말이 맞으니까. 뭐라고 대꾸할 수 없었다. 기분이 별로라고 하면서 빨리 일을 끝내자고 한다.
업무를 나눴고 객실은 총 9개, 내가 4개에 ㅇ씨와 ㄱ씨가 팀을 이루어 5개를 했다. 재실은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올라가서 일하다보니 어랏, 9새면 3개씩 내가 3개, 저쪽팀이 6개를 해야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상하게 억울한 느낌이다. 재실도 내입으로 내가 하겠다고 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점점 일을 떠맡고 있는 기분. 아까 오늘 혹시 쉬는 날인가 하고 달력을 봤더니 화요일이 두 분이 쉬는 걸로 메모되어 있던데, 이번주도 화요일에 나 혼자 하는 건가? 이거 따당하는 거 맞지? 내가 2시도 전에 일끝내고 먼저 가니까 사장한데도, 같이 일하는 ㅇ씨 한테도 눈밖에 난 거 같다. 이번 쉬는 날을 정할 때 나 혼자 사장한테 딱 가서 먼저 날을 정해서 그런가. 그래서 또 둘이 한꺼번에 쉬면서 나한테 일을 모는 건가. 생각할 수록 기분이 별로다. 그래서 오늘은 쉬엄쉬엄 일을 했다. 그래도 절대 이것보다 더 천천히 하기는 힘들다. 일을 마치고 내려가서 쓰레기 정리까지 다 했는데도 1시 40분. 저쪽팀에서 ㄱ씨가 내려와서 도와준다. ㅇ씨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면 일을 계속 한다. 나는 샤워하고 퇴근했고 ㄱ씨는 남았다. 샤워하고 퇴근했는지 ㅇ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기다렸을 거 같다)
사실 난 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제처럼 내가 ㄱ씨를 데리고 같은 양의 일을 하면 1시면 끝난다. 그래서 아마 ㄱ씨와 ㅇ씨가 일을 쉬엄쉬엄 중간에 얘기도 하면서 천천히 하느라 그렇게 늦게 끝나는 거 같은데, 나는 쉬지 않고 일을 빨리 마치면 그게 1시든 1시 반이든 퇴근해버린다. 사장도 그걸 못마땅해 하는 것 같고, 같이 일하는 ㅇ씨도 쉬엄쉬엄하라고 상대적으로 자기가 미안해진다고 여러번 말했다. 그럴 때 나는 일찍 끝나면 내가 뒷정리 하고 먼저 가겠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내가 일하는 양이 많아도 어쨌든 내가 일찍 퇴근하니까 내가 곱게 보이진 않겠지. 오늘 작은 언니랑 애기하며서 어쨌든 근무시간을 10시-2시로 정하고 들어간 거니 2시까지 맞춰보기로 한번 마음먹었다. 비효율적으로 그렇게 일하는 게 맘에 안드는데 이런식으로 내가 점점 일을 많이 하게 된다거나 따 당하면서 바보취급 받는거 같은 기분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몸쓰는 일을 하루 4시간만 하려는 건데 이것도 신경쓸게 생기는구나.
여튼 오늘도 1시반에 퇴근해서 명동에서 시청앞 광장, 광화문을 거쳐 약속장소인 경복궁으로 갔다. 처음으로 세월호와 관련한 장소들을 정면으로 봤다. 지금까지는 합동분향소도, 추모행사도, 집회도, 길거리 서명부스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것이 두려움인지, 슬픔인지, 부채감인지는 몰라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단식중인 유가족 앞을 지나면서 내가 이렇게 마음으로 아파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잊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게 무슨 소용인가. 온라인서명이나 한 게 고작인데… 마음이 무거웠는데, 막상 거리로 나가지지도 않는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오늘 점심은 ㅁ의 생일을 기념한 자리였다. 돈까스를 먹고 빙수와 커피를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돌아가면서 근황토크를 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같은 느낌의 그런 이야기. 무력한데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고 모임을 하고 여기저기 찾아가고 있다. ㅁ은 이 얘기를 듣고 뭐가 무력하다는 거에요? 라고.. 맞다. 나는 뭔가 발버둥치고 있는데 근육이 알알한 느낌, 밤샌뒤에 정신이 몽롱한 것처럼 몸이 몽롱한 상태다. 뭔가 불안하고 근육이 무기력, 무력한 느낌. 하지만 이걸 지켜보고 있다.
한마디 인상적인 말은 “내가 별 거 아니라는 걸 깨닫는 과정일수도 있어요. 그걸 알고 충격을 크게 받지만 늘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처음의 80%정도만큼은 매번 충격이죠.” 맞다. 내가 별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중이라 이렇게 기운 빠지는 지도. 안다고 말하지만 끝까지 아니었음 좋겠고 특별한 타인을 보면서 부러워하면서 시기질투. 하…
오늘 아침엔 생애사,를 키워드로 검색했다. 며칠전 ㅂ을 만났을 때 내년쯤 뭔가 결과물로 책 같은 걸 써보면 어때요, 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아서. 발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발리여행가이드소책자를 추천을 받았지만, 나는 뉴질랜드 여행을 정리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의 짐이 있고,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 으로서 내가 사는 이 모습을 중간쯤 정리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생애사정리로 한번 40을 맞이하는 마음을 써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는 생애사.
그리고 ㅁ이 헤어지기 직전 제안한, 차라리 발리 가기 전까지 모든 에너지를 발리 여행준비에 쏟는 건 어때?라고 말해서 발리 여행기도 몇개 찾아 읽었다. 재미없어서 계속 못읽고 있는데 다른 재밌는 여행기를 찾아봐야겠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고 작은언니랑 동네에 생긴 설빙에 가서 인절미빙수를 먹었다. 들어오는 길에 복숭아를 사왔다.
내일은 꼭! 일터에서 2시까지 시간을 채우고 나오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