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와 새벽까지 수다떨다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10시 넘어 일어났다. 11시였나, 수박과 사과, 커피로 아침을 먹먹고 모기를 원망하다가 11시 반 경 천천히 내려왔다. J는 오전 반차를 쓰고 1시 반까지 출근하기로 한 날이었다.
J는 우리집 앞 옷가게에서 반팔 티셔츠를 하나 샀다. 이제 매장안에는 벌써 가을옷이 나온단다. 근처에서 팥빙수와 토스트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지하철역까지 배웅을 했다.
어제 나눈 많은 얘기들이 참으로 유쾌했지만 아침이 되니 다시 간밤의 설렘과 에너지와 흥분은 또 많이 가라앉아 평소와 같은 이완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일단 내 인생을 중간점검하는 생애사 정리를 해보겠다는 마음은 좀 굳게 먹었다. 추후에 다른 사람들과 그런 모임을 해도 좋고, 여러 보통사람들의 인생을 채칩하며 기록해도 재밌겠다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여성전용헬스장에 들렀는데,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헬스장을 보니 또 하기 싫었다. 가격이 비싸네, 분위기가 마음에 안드네, 이런 핑계를 찾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 안 다닐 것 같다.
자전거 뒤에 싣고 다닐 커피용품을 담을 나무 상자 제작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겠다. 지난번 첫번째 만남 때는 당연히 제작의뢰를 하는 쪽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내가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오늘 공방에 문의해서 그것에 대해 물었다. 제작에 도움주실 분이 다음주 휴가라고 하니 다음주 이후에 다시 연락해서 만나 적극적으로 진도를 나가야겠다.
집근처로 과외수업을 오는 친구에게 연락해 중간에 비는 1시간에 우리 집 앞 벤치에서 커피를 마셨다. 친구는 다음주부터 다시 상담을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상담을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돈도 없거니와 일단 혼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면서 이 시간을 지나가보자고 견디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친구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글쓰고 함께 읽는 모임을 하기로 했다. 나는 내 인생 중간점검 프로젝트 글을 쓰고 친구는 나름대로 자기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같이 어떻게든 노력하면서 잘 견디고 있다는 기운을 주기 위한 모임이다.
혼자 집에 있으니 또 마음이 쳐지고 가라앉아 채용공고, 구인광고, 구인공고 등을 찾아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작은언니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다고 생각되어 연락했더니 오늘 큰언니랑 헬스장 가는날이라고 해서 언니드 운동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쪽으로 가 큰언니가 사주는 쌀국수를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푸라푸치노도 먹었다. 배부르다. 달지 않게 시럽같은 걸 안 넣을 수 있냐 물었더니 원래 시럽은 안들어가고 베이스가 좀 달단다. 아니 에스프레소프라푸치노는 에스프레소를 갈린 얼음에 넣은게 아니었나보다. 아마 파우더 같은 걸 넣고 믹스한 모양. 내가 직접 커피, 우유, 연유를 넣고 갈아 만든 그라니타 음료랑 비슷한 맛이다. 앞으로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먹어야겠다.
운동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살이 찌는 게 싫은데 싫은데, 생리가 불안정해서 이상한데 하면서…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일단 기다리고 지켜보는 거다. 내 지금 상황을.
벌써 7월이 다 갔고, 아직도 월급날은 열흘도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