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30

[서울살이] 2014년 7월 30일 일기

J와 새벽까지 수다떨다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10시 넘어 일어났다. 11시였나, 수박과 사과, 커피로 아침을 먹먹고 모기를 원망하다가 11시 반 경 천천히 내려왔다. J는 오전 반차를 쓰고 1시 반까지 출근하기로 한 날이었다.

J는 우리집 앞 옷가게에서 반팔 티셔츠를 하나 샀다. 이제 매장안에는 벌써 가을옷이 나온단다. 근처에서 팥빙수와 토스트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지하철역까지 배웅을 했다.

어제 나눈 많은 얘기들이 참으로 유쾌했지만 아침이 되니 다시 간밤의 설렘과 에너지와 흥분은 또 많이 가라앉아 평소와 같은 이완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일단 내 인생을 중간점검하는 생애사 정리를 해보겠다는 마음은 좀 굳게 먹었다. 추후에 다른 사람들과 그런 모임을 해도 좋고, 여러 보통사람들의 인생을 채칩하며 기록해도 재밌겠다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여성전용헬스장에 들렀는데,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헬스장을 보니 또 하기 싫었다. 가격이 비싸네, 분위기가 마음에 안드네, 이런 핑계를 찾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 안 다닐 것 같다.

자전거 뒤에 싣고 다닐 커피용품을 담을 나무 상자 제작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겠다. 지난번 첫번째 만남 때는 당연히 제작의뢰를 하는 쪽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내가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오늘 공방에 문의해서 그것에 대해 물었다. 제작에 도움주실 분이 다음주 휴가라고 하니 다음주 이후에 다시 연락해서 만나 적극적으로 진도를 나가야겠다.

집근처로 과외수업을 오는 친구에게 연락해 중간에 비는 1시간에 우리 집 앞 벤치에서 커피를 마셨다. 친구는 다음주부터 다시 상담을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상담을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돈도 없거니와 일단 혼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면서 이 시간을 지나가보자고 견디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친구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글쓰고 함께 읽는 모임을 하기로 했다. 나는 내 인생 중간점검 프로젝트 글을 쓰고 친구는 나름대로 자기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같이 어떻게든 노력하면서 잘 견디고 있다는 기운을 주기 위한 모임이다.

혼자 집에 있으니 또 마음이 쳐지고 가라앉아 채용공고, 구인광고, 구인공고 등을 찾아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작은언니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다고 생각되어 연락했더니 오늘 큰언니랑 헬스장 가는날이라고 해서 언니드 운동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쪽으로 가 큰언니가 사주는 쌀국수를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푸라푸치노도 먹었다. 배부르다. 달지 않게 시럽같은 걸 안 넣을 수 있냐 물었더니 원래 시럽은 안들어가고 베이스가 좀 달단다. 아니 에스프레소프라푸치노는 에스프레소를 갈린 얼음에 넣은게 아니었나보다. 아마 파우더 같은 걸 넣고 믹스한 모양. 내가 직접 커피, 우유, 연유를 넣고 갈아 만든 그라니타 음료랑 비슷한 맛이다. 앞으로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먹어야겠다.

운동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살이 찌는 게 싫은데 싫은데, 생리가 불안정해서 이상한데 하면서…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일단 기다리고 지켜보는 거다. 내 지금 상황을.

벌써 7월이 다 갔고, 아직도 월급날은 열흘도 더 남았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29일 일기

다음날 오후에 쓰는 어제 일기.

휴가철임을 알아챌 수 있는 한산한 길목, 어딘가 느슨해보이는 사람들, 여유로운 지하철을 지나 평소와 다름 없이 일터로 출근했다. 토스트를 구워 아침을 먹고 업무 준비. 오늘은 한 명은 쉬고 Y총무님과 내가 근무하는 날이다. 객실은 7개밖에 안 되어서 내가 3개, Y가 4개를 맡았다. 재실도 4개였는데 자기가 한다길래 나는 쓰레기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복도를 청소하라길래, “2~5층 다요?”라고 눈을 한번 떠서 의아한 표정을 보낸 후 알았다고 했다. 어제 나한테 한 행동이 미안해서 자기가 일을 더 하려고 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나. 이분의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또 이런저런 일을 더 넘기기는 했다. 복도 청소라 일찍 일을 끝내고 방에서 놀다가 내려올 수가 없어서 천천히 하고 복도 청소를 하고 쉬다가 쓰레기장을 정리했는데도 1시 반도 안되었다. 뭐가 그렇게 느린지 Y는 아직도 2개나 남았단다. 이상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아직 근무시간은 남았으니까.

2시까지 근무시간을 채우려고 1층 리셉션에 있는 친구와 수다떨고 놀았다. 오늘부터는 일이 일찍 끝나도 가지 않고, 2시까지 채우기로 했다는 애기, 나는 회사를 맨날 금방 둬서 부적응자 같다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마구 했다. 그렇게 2시가 되니 일을 마치고 Y가 내려와서는 왜 먼저 가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기다렸냐면서 말을 건넨다. 샤워도 먼저 하시고 갈 준비하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무슨일이냐,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냐, 남았다가 사장을 만나고 갈꺼냐, 하고 물어보면서 각을 세운다. 내가 그만둔다고 말하려고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건지, 자기때문에 그만둔다고 말할까봐 걱정하는 건지, 내가 그만두면 어쨌든 남는 사람은 피곤한 일이 생기니까 방지하려는 건지,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어 남의 일이 참견하길 좋아하는 건지,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군 하면서 조금 신경을 쓰다 말았다. 그냥, 대충 웃으면서 지내고 싶으니까.

먼저 샤워하시라고 하고 나는 천천히 씻고 나왔는데도 아직 안가고 있다. 그래서 먼저 가겠다고 하고 나섰다. 오늘은 해방촌 빈마을에 놀러가기로 했다. 요즘 “무력+무기력”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이렇게 매일 누군가를 만나서
나는 요즘 괴로워하면서 무력하게 지내요”라고 말하느라 바쁘게 지낸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 불안의 근거는 뭔지 빈집 두 군데를 들러서 구경하고 구름집 거실에 누워 아… 괴로워 하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가 말하기를, 내가 백수로 살기 위한 조건이 돈+일거리+친구, 라고 했더니 넌 친구도 많고, 일단 모아놓은 돈도 좀 있고, 지금 일하고 있고 그 일을 할만한 체력이 있으니 사실 불안할 이유가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런가, 그렇긴하지 하고 받아들이자고 하고 있는데 성격상 불안이 쉬 떨쳐지진 않는다. 그래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거겠지.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의 시시함을 보고 또 본다. 인생은 별거 없고 고행이고 행복하거나 즐거운 일은 가끔 일어나니 감사하고 기본은 그렇지 않은 곳이라는 걸, 말로는 안다고 안다고 하는데 이렇게 멍 때리면서 아 괴로워서 참 싫다, 산다는 건 어렵구나, 몰라몰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허허.

저녁에는 전 직장 동료를 만났다. 3주년 충전휴가와 출장을 연달아 다녀온 친구다. 선물도 사와서 받아야 하고, 오랜만이라 만날 때가 되어서 언제로 약속을 잡을까 하다가 고양이집사 품앗이 가는 집에 같이 가고 가능하면 거기서 1박을 하자고 이태원에서 만났다. 고양이 주인이 밥주러 와서 밤에 자고 가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친구까지 데리고 가서 자는 건 좀 별론가 싶었지만 괜찮을 거 같았는데, 대문을 집주인한테 열어달라고 해서 옥탑에 올라가야 했기때문에 집주인 눈치가 보여서 밥과 약을 주고, 옥상에 앉아 애기하다가 친구랑 우리집으로 와서 잤다. 늦게 들어오기도 했고 친구랑 새벽까지 수다떨고 노느라 일기를 이제야 쓴다.

사회적기업창업과 사업아이템에 대한 얘기부터, 인생중간점검을 위한 생애사쓰기, 보통사람 100인의 역사 채집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구김없이 유쾌하게 깔깔 웃었다. 이 친구를 만나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기고 좀더 구체적으로 상이 잡혀서 좋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일단 꾸준히 하면 대단해진다. 우리는 사실 시시한 존재들이다. 시시한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자, 그리고 만나면 시샤모를 먹자. 이런 농담을 하면서 깔깔 웃다가 4시에 스르륵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