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4/07/31

[서울살이] 2014년 7월 31일 일기

어맛. 7월의 마지막날이다.
적당할 정도로 일어나기 싫고, 일하러 가기 싫은 아침에
일요일 같은 풍경을 지어내는 길을 지나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 일터로 출근했다.

식빵 세쪽 구워먹고, 세 쪽은 도시락으로 싸고 오늘의 청소 시작.
오늘은 A군과 둘이 일한다. 또래인 Y총무님은 2호점으로 파견나갔다. (이 숙박업소는 3호점까지 있는데 1호점 청소 총무님들은 가끔 2호점으로 일하러 간단다)

23세의 말많은 A군과 팀을 이뤄일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마음을 열어 듣고 대꾸하고 그러다 나도 몰래 말을 많이 하기도 한다. 1시 조금 넘어 일이 끝났고 왠지 더 피곤한 느낌이 들어 천천히 씻고 나왔다.

게스트한테 선물로 받은 포도를 리셉션 스탭 K 씨가 나눠줘서 함께 먹었다. 그에게 들은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 실제로 이 업장의 사장은 뉴질랜드에 있는데 예산서 승인, 결산보고 등을 하기 때문에 여기서 내가 본 사장은 월급사장에 불과하단다. 왜 사장이 일을 대충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나도 더더욱 대충 해야겠다!

퇴근하고 해방촌에 다녀왔다. 화요일에 이태원 고양이 집사를 갔던 날 냉장고에 저녁먹고 남은 음식을 넣어뒀는데, 그거 가지러 갔었다. 가는 길에 남산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했다. 메고 가자니 너무 무거워서 해방촌 갔다가 다시 오더라도 가는 길에 반납해야만 했다. 남산도서관으로 다시 돌아오고 보니 총 한 시간 정도를 걸은 것 같다. 아침에 도시락을 싼 토스트와 방금 냉장고에서 구출해온 치킨샐러드를 점심으로 먹었다.

4층 인문사회과학실에서 무슨 책을 볼까 하다가, 갑자기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싶어져서 보다가 졸다가 보다가 졸다가 했다. 책이 재미없어서라기 보다는 한 시간 땡볕에서 걷고난 뒤라 피곤했던 거 같고, 휴가철이라 갑자기 도서관 이용객도 많아져서 그랬다. 난 도서관에 사람이 많으면 졸린다. 아마 산소부족?

저녁엔 부산 생각다방산책극장을 통해 인연을 맺은 친구 S를 만났다. 대안교육 관련한 국제대회에 참가중인데, 남산 밑 빈집에 머물고 있다그래서 남산에서 만나기가 쉬웠다. 남산도서관 근처에 먹을 만한 데가 없고 남산타워로 올라가도 비싸기만 하지 마땅한 게 없을 거 같아서 음식을 사오라고 했다. 친절히 메뉴판까지 찍어 보내줘서 볶음우동과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남산도서관앞 숲속 공원, 다람쥐 도서관에서 먹었다.

남산타워까지 걸어올라가서 앉아서 얘기했다. 나무냄새, 얇은 눈썹달, 선선한 바람, 야경, 조근조근한 대화, 참말 좋았다. 타워 앞과 팔각정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지만 잘 찾아보니 조용한 곳도 있어서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얘기했다. 이 친구도 알게 된지는 햇수로 2년이고, 작년 칠월부엌에도 자주 놀러왔던 친구인데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본 건 처음인 거 같아서 반갑고 좋았다. 내가 점점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기쁨을 알았고 친구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서울역까지 걸어내려와서 지하철타고 귀가. 한낮에 매우 더웠다고 하는데 그렇게 헥헥거리진 않았다. 그래도 좀 탄 같다. 따끔따끔. 그래서 지금 얼굴에 팩을 붙이고 복숭아와 수박을 먹으면서 일기를 쓰고 있다. 이제 다 먹고, 다 썼으니 이닦고 자야지. 10분 있으면 8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