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7월

[서울살이] 2014년 7월 22일 일기

오늘도 아침에 머뭇거리다가 8시 50분에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하고 출근. 좀 일찍 도착했다. 9시 40분 정도, 식빵 구워먹고 점심 도시락 챙기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한 번 더 구워먹었다. 아 요즘 너무 많이 먹는다. 아침에 식빵을 8장이나 먹었다. 원래 4장 먹는데 껍질이랑 작은 조각이랑 몇개 먹어버린다고 주워먹었더니..그러고 나서 오늘 근무자에게 청소할 객실은 3개인데 재실손님(2박이상 투숙객이 중간중간 방을 청소해달라 부탁하는 경우)이 많다는 얘기를 하길래,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동료 2명이 다 쉬고 나 혼자 하는 거였어. 업무량은 적지만 혼자 할라니까 좀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도 이래저래 왔다갔다 일을 마쳤더니 1시도 되기 전에 끝났다. 너무 일찍 퇴근하기가 좀 그래서 복도랑 계단도 한번씩 닦았는데도 1시 20분. 그냥 샤워하고 퇴근했다.

오늘은 친구랑 남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충무로역까지 슬슬 걸어갔는데도 워낙 일찍 일을마쳐서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대한극장 1층에 앉아 아이폰으로 트위터나 조금 보다가 졸려서 잠깐 잠들었다. 친구가 왔고 대한극장 옥상에 있는 하늘공원에 한 30분 앉아서 얘기했다.

아직 컨디션이 정상으로 회복된 것 같지는 않다고, 친구도 좀 우울하고 집에 있으면 기분이 별로라고.. 그래도 주2회 수업들으러 나올 때는 공부가 너무 좋고 책 읽는 것도 좋단다. 그런 거라도 있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심각하진 않지만 뭔지 모르게 계속 불안해서 좋지 않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하루에 적당한 노동을 하고, 돈을 벌고, 오후엔 여유롭게 내 시간을 가지면서 책도 보고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본다고 생각할 땐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실제로 일한지 열흘이 지난 지금에는 다시 많이 우울해졌다. 일이 힘들어서라기 보단, 일을 해도 뭐 달라지는 거 같지 않아서. 하지만 그렇다고 뭘 적극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

여름은 기력이 없는 계절이기도 하니까. 기다리는 중이다. 밤에 실컷 자는 거 같은데, 낮에도 많이 졸린다. 오늘도 친구랑 카페에서 팥빙수 먹고 타로도 보고 좀 앉아 있었는데 너무 졸려서 30분쯤 잤다. 타로는… 앞으로 남은 올해도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좋았다가 안그랬다가 이리저리 많이 흔들릴 거 같단다. 선택의 기로에 닥치면 후회하더라도 그냥 가볼것. 그래. 지금은. 실컷 쉬고 잠을 잘 때인거 같다. 섣불리 다시 뭘 하겠다고 나서기가 두렵다.

밥을 먹고 남산산책로를 따라 좀 걸었다. 중간에 나타난 정자에 대자로 누워 빗소리, 새소리 들으며 나무냄새를 맡았더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구나 싶었다. 순간에 충실하자고, 이렇게 이 순간만 생각하면 행복한데 어쩌자고 불안을 끌고 와 걱정을 미리 하고 있는 걸까. 일단 지금은 이렇게 즐겨보자고 쉬어가자고 하는 것.

해방촌으로 걸어와서 어제 만난 고양이집에 가서 약을 먹였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흠뻑 젖었다. 고양이녀석은 혼자 있는게 싫은지 문밖에서 내가 온 기척을 느끼자 계속 울어댔다. 미리 생각하고 왔더라면 자고 와도 좋았겠지만 오늘은 비도 너무 많이 맞았고 상태도 썩 좋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다. 다음주엔 자고 와도 좋을 것 같다.

집에 와서 뉴스를 좀 보고 바나나먹고, 식빵도 한 장 먹고, 사과 먹고, 견과류 한 봉 먹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벌써 잘 때가 되었다.

언니랑 복숭아, 수박을 나눠먹었다. 아. 정말 다시 요즘 너무 많이 먹는 거 같아….

[서울살이] 2014년 7월 21일 일기

자꾸 게을러지는데, 어디까지 게을러지나 하고 내버려두고 방은 안 치우기로 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끙끙거리다가 8시 50분 기상, 후다닥 준비하고 출근. 식빵 4장 구워서 딸기쨈과 땅콩버터 발라 아침으로 우유와 먹고 4장 더 구워서 점심도시락 준비. 고참언니가 그만 두셔서 새로운 20대 남자분과 내 또래 여자분 선배, 나 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셋이다.

객실 5개를 청소하고 뒷정리까지 마치니 1시 40분쯤 되었는데 다른 두분이 한참 많이 남은 것 같아서 조금도와드리고 끝까지 같이 하지는 않고 2시 15분쯤 정리하고 먼저 나왔다. 같이 일하는 분이 내가 뒷정리까지 다 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천천히 하라고 하길래 전혀 미안해하지 마라, 나는 빨리하고 빨리 가는게 좋다. 내 맡은 분량이 먼저 끝나면 뒷정리 하고 가는게 낫지, 도와주면서 끝나는 시간 늦추거나 일부러 천천히 하거나 그러기 싫다고 말했다. 사장님이 이삭토스트를 간식으로 사줘서 먹으면서 퇴근. 이번주 쉬는 날은 수요일이다.

해방촌으로 걸어가서 앞으로 3주 방문고양이 집사 할 집에 갔다. 영어캠프에 일가느라 집을 비워야 하는 미국인 여자였는데, 나 말고도 동네 친구 세 명에게 요일별로 부탁했다고 한다. 나는 화요일 담당. 주택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꽤나 열악해 보이는.. 영어강사들 사는 모습도 사람마다 다 다르구나 생각했다. 이친구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집을 마련해 주지는 않은 모양. 말을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안하고 싶기도 했는데 그냥 간단히 인사하고 주의사항 전해듣고 왔다.

매일매일 한시간씩 산책해서 해방촌으로 올 생각이었는데 그건 아니네, 이것도 그냥 해보다는 데 의의를 둬야겠다. 그 친구가 나를 보고 이것저것 말하다가 비용이 드냐고 물어보던 것도 인상깊었다. 아니 니가 올려논 거 봤고 비용없는거 알고 있었어. 그냥 하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간단하게 노..라고 말했던거 같음…

해방촌에서 녹사평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뭔가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서. 도시락으로 챙겨왔던 땅콩버터 바른 토스트를 네 쪽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왔고, 덥다더워 하면서 쉬다가 깜빡 잠들었다. 일곱시쯤 충무김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것은 오늘의 이삭이었다) 언니 퇴근시간에 같이 시장에 들러 수박과 복숭아를 샀고, 들어와서 조금씩 먹었다.

절대 살이 안빠지겠지? 이렇게 먹으니. 그리고 걷는다고 걷고 있지만 땀흘리며 운동하는 것도 아니니 손이 붓는 등 컨디션은 별로인거 같은데, 날이 더워선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나는 많이 하고 있는 거 같아. 일단. 지켜보자. 다음달에 월급이 들어오면 좀 기분이 나아질 거 같기도 하고…

‘프레카리아트-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미 10년 가까이 된 내용이라 그 사이 사회는 너무 빨리 변했기도 하고, 암울하기도 해서 지금 내 위치- 프리터 같은?-가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할 수 있을 때 자리잡고 일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우연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가는 거 해보았으니 좀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길게 긴 호흡으로 본답시고 결국은 별 움직임 없이 일단 가만히 있는 편이다. 아침에 청소일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니까!

[서울살이] 2014년 7월 20일 일기

앗,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늘어져 있다가 오늘을 넘길 뻔했다.
일 끝내고 친구가 명동으로 찾아와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커피도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 내가 요즈음 기운없이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게 신경이 쓰인 건지 모르겠다. 친구니까, 후배니까, 맛난 밥 사준거겠지. 고맙게 그냥 받고 천천히 잘 지내는 걸로 갚아야겠다.

아침에 점점 더 일어나기 싫다. 8시 50분에 겨우 일어나 십분만에 준비하고 나섰다. 도착해서 빵 구워서 아침으로 먹고 점심이나 간식용으로 넉 장 더 구워서 도시락통에 담았다. 고참언니는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두신다한다. 20대 남자가 한 달만 일하기로 했다고 오늘 처음왔더라. 일터에서 특별한 관계를 만들지 않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있다.

점심먹고 집에 와서 방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그냥 늘어져있었다. 일주일에 딱 하루 내가 하는 집안일이라곤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도 인데 그것도 겨우겨우 방금 내다놨다. 다시 왜 이렇게 의욕이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 기분을 좀 자세히 기록만 해놓아보자.

제주에서 지내는 친구한테 심난하다는 문자가 와서 간단히 대화를 나눴고, 대학생때 했던 모임의 까마득한 후배가 새로 운영진이 되었다면 인사전화를 했다. 그리고…난 갑자기 “공유경제”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다. 또 무념무상 티비를 보듯 알바천국,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채용 등으로 검색해보며 시간도 보낸다. 어떻게든 굶어죽지는 않을 거 같은데 어떤 안정이 안되는 걸까. 일, 하고싶지 않다는 거, 회사를 다니거나 임금노동자로 매이기 싫다는 마음이 좀 변하고 무료하고 심심한 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성과를 내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일단 요즘은 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피곤한가 보다 하고 자체적으로 결론, 천천히 가기로 했다.

그래서 새로운 꿍꿍이를 위해 내일 누구를 좀 만나러 간다. 내일 다녀와서 자세히 써야지. pet sitting network 그룹에 올라온 고양이 집사 품앗이 건이다. 이태원에 사는 어떤 여자가 3주간 집을 비우고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데 아파서 약을 거르면 안된다고 한다. 고양이 출장집사나 보모일에는 늘 관심이 있었으니 돈 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품앗이라 하더라도 정기적인 일거리가 생기는 거 같아서 하겠다고 했다. 남산도서관을 거쳐 걸어가면 한 시간쯤 걸릴거 같다. 내일 만나기로 했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19일 일기

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쉬는 날이었다. 원래는 전 직장동료의 결혼식에 가려고 했는데 동행하기로 한 친구가 못가게 되어서 나도 가기가 망설여졌다. 결혼식 자체를 잘 가는 편이 아닌데 그 친구도 만날 겸 결혼하는 친구도 축하할 겸, 겸사겸사 한번 움직여볼까 했던 거 뿐. 대신 친한 친구의 귀국을 맞이하러 인천공항에 마중나갔다.

11시 넘어까지 늦잠을 자고, 사과를 먹고 게으름을 피우다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해 2시에 집을 나섰다. 피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오랜만에 몸쓰는 일을 하는 게 피곤했던 모양이다. 어제는 오늘 쉰다고 오랜만에 왕복 두 시간이나 자전거를 탔으니까.

물론, 스쿼트나 플랭크 같은 운동은 하기 싫어서 안하고 있다. 하하하. 헬스장을 등록해서 달리기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하기 싫어서 일단 안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주부터 약간 강제성을 띤 1시간 걷기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돌려볼 예정이다)

이대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전광수 커피에서 팥빙수와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친구가 인천공항 뒤 업무단지에서 예전 호주에서 피시앤칩스 먹었던 가게를 발견해서 반갑다고 먹을래? 물어와서 당연히 좋다고 대답. 피시앤칩스를 먹었다. 우연히 발견했고 호주 여행 같이 했을 때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고, 나도 좋았다. 잠시 그때 생각을 했는데 솔직히 나는 같은 가게인지 알아보진 못했다.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가 적당히 좋고 맛있으니까.

일주일간 짧은 미국 여행을 마치고 온 친구를 만나, (내가) 먹고 싶은 한국음식 떡볶이를 먹으러 예일초등학교 앞 1975에 갔다. 국물떡볶이와 만두무침, 순대를 먹고 친구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떨다가 집에 돌아왔다.

10년이 넘게 알고 지내는 좋은 친구들이다. 직장 생활고 임금 노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나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서로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이는 참 고맙고 좋다. 그간 지낸 얘기 잠깐과 요즘 관심사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가볍게 한 말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때도 있는 오래된 사이, 그런 자리가 참 좋다. 요즘은 내가 말이 아주 많은 시기는 아니고 늘 서로 생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내 편일 거라는 믿음이 있다.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집에까지 데려다 줘서 더욱 고맙다. 미안하기도 하지만 친한사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바로 집에 와서 방을 좀 치워야겠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18일 일기

밤새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렸다. 잠결에 들으면서 와 엄청나다, 생각했던 거 같은데 아침엔 좀 선선한 정도더니 낮엔 다시 해가 쨍쨍났다. 점점 더 일어나기 싫다. 7시나 8시에 일어나 여유있게 준비하고 커피도 내려먹고 일터로 나섰는데 어제는 9시에 겨우 일어나 후다닥 준비했고 오늘은 8시 40분. 오후 약속에 커피도구들 챙겨가야해서 더 늘어져 있을수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에 일어났다. 20분같 후다닥 챙기고 옷 챙겨입고 10분 더 뒹굴거리다가 늦지 않게 나왔다.

9시 30분에 지하철을 타면 55분쯤 명동역에 도착하고 늦지 않게 일터에 도착한다. 물론 지각여부를 챙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장 내외는 2~3시나 되어야 출근하고 아침엔 리셉션을 지키는 아르바이트생 뿐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10시 좀 넘어서 오고 일은 10시 반에나 시작한다. 그럴거면 그분들은 왜 10시에 나오는 걸까? 난 10시에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이 있으면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냈으면 좋겠는데… 일단 분위기를 살핀다.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자.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많지는 않다. 객실 6개. 쉬엄쉬엄 했는데 역시 1시 반이면 끝난다.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마치고나도 다른 두분은 내려오지 않아서 혼자 샤워하고 내려와서 쉬고 있었다. 실장이 간식으로 밥버거를 준다. 한 분이 먼저 끝내고 다른 한 분을 도와 이것저것 하시길래 나도 뻘줌하게 있다가 물품 정리를 조금 도왔다. 50분쯤 되니까 두 분 다 끝나셨나.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시길래 ‘전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퇴근했다.

오늘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공방일을 하는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자전거 뒤에 달 커피도구함에 대해서 작업 상담도 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안 타고 그냥 가볼까 하고 아침에 커피 도구들을 큰 가방에 다 챙겼는데(이걸 보고 또 동료언니들이 오늘은 가방이 크네, 내일 쉬니까 오늘 여행가니? 하며 말이 많았다) 시간을 따져보니 집에 들러서 자전거 타고 가도 될거 같다. 그래서 집에 와서 자전거용짐가방(패니어) 한 개에 짐을 싣고 자전거 측면에 걸고 한 시간 정도 달려 친구네 공방에 도착했다.

급한 서류 정리할 게 갑자기 생겼다고 한 시간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쉬엄쉬엄 가도 한 시간이 더 걸리진 않더라. 그냥 도착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놀았다. 친구랑 오랜만에 인사하고, 실제 제작을 맡아줄 분과 이러이런 걸 원하는데 대략 이런 식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하면서 종이로 만들어온 모형을 보여드렸다. 요사이 며칠 좀 우울했는데 자전거 타고, 자전거랑 커피 관련한 얘기를 나누니까 좀 기운이 났다.

그리고 퇴근 후 커피마시면서 사회적관계, 어떤 부채감, 계속해서 내가 찾고 있는 삶의 방향, 규모와 형식, 해결에 대해 늘 나눈던 그런 애기를 나눴다. 그래도 좋았다. 행복과 괴로움이 반복된다면 그 기복을 포함해서 1년 정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거. 촘촘하게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서 괴로운 슬럼프 기간에도 불안하지 않도록 나머지 시간에 일을 하고 돈을 번다거나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2011년~12년에서 시작한 ‘우연과 인연으로 삶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을 넘어서 삶의 기복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단계로 들어서는 것도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샤워하고 트위터로 뉴스를 좀 보다가 밤을 맞는다.

아, 오늘 낮에 다음주 약속 두 개 잡았다. 하나는 좋아하는 언니와 남산 산책, 하나는 품앗이 고양이 집사. 페이스북에 “pet sitting” 커뮤니티 그룹이 있는데, 종종 집을 비울 때 고양이나 개 봐줄 사람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돈을 주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하는데, 관심이 있어서 가끔 올라오는 보고 있었다. 해방촌 사는 어떤 외국여자분이 3주 정도 집을 비우는데, 눈에 병이 있어서 약을 넣어야 하는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명동에서 일 끝나고 운동삼아 해방촌으로 걸어가서 고양이밥도 주고 약도 주고, 남산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좀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어떨가 싶어서 관심있다고 연락했다.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흥이 나서 신나게 뭔가를 막 하고 있지는 않지만, 치열하고 바쁘게 계속 이렇게 할 일을 찾고 있다. 아마 나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그리고 내일은 일한 지 꼬박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쉬는 날이다.

[서울살이] 2014년 7월 17일 일기

일어나기 힘들다. 8시 반 알람을 듣고서도 계속 누워있다가 9시에 겨우 일어나 후다닥 출근했다.
어제는 스쿼트 100개 하는 날이었는데 안했다. 오늘도 안했다.

일터에 도착해서 빵구워먹고, 도시락빵 챙기고, 고참언니 오실때까지 기다렸다가 얘기하고 30분 넘어서 일 시작했다. 끝나는 시간이 2시 넘어가지 않게 일 마치고 먼저 오는 건 하겠는데 10시 정도에 출근해서 나름 조회처럼 차 마시면서 ‘아이고 일하기 싫다’ 수다회에서 저 먼저, 라고 일어서는 건 아직 못하겠다. 차차 나아지겠지. 이제 일주일인걸.

오늘은 객실 3~4개만 하면 되니까 수월했다. 쉬엄쉬엄하고 뒷정리까지 했는데도 1시 반이었다. 먼저 샤워하고 로비에 좀 앉아있었다. 먼저 가랬는데 그냥 기다려서 같이 나왔다. 나름의 원칙. 2시 언저리까지는 먼저 끝나도 좀 기다리는 걸로. 끝나고 다른 아르바이트 하냐고 오늘도 물어보던데, 구하는 중이라고만 했다.

남산 애니메이션센터(공식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만화의집에 만화책도서관기 있다길래 들러서 피아노의 숲을 봤다. 16권까지 있어서 완결인줄 알았더니 아직 계속 나오고 있단다. 23권까지 나왔다네. 6시 문닫는 시간까지 찔금찔금 울면서 13권까지 봤다.

그리곤 남산도서관에 가서 8시까지 책을 봤다. ‘하류지향’이라는 책인데,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워서 며칠전 빌려서 짬짬히 읽고 있었다. 일과 일하기 싫은 나와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어서 이런 종류의 책에 관심이 간다. 근데 이 책은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다 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패스. 그리고 프레카리아트에 관한 책 두권을 빌려왔다.

남산에서 서울역으로 걸어내려와 서울역 롯데마트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도 중국인 투성이었다. 와… 뭔가…. 신기하면서도 답답한 그런 느낌이었다. 서울이긴한데 중국말이 잔뜩 들리고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라 소외되는 것 같기도 하고. 명동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홍대나 강남처럼 번잡한 곳에서 느끼는 멀미랑 조금 달랐다. 결과적으로 둘다 피곤했지만.

집에와서 멍하게 있다가 사과를 두 개나 먹었다. 오는길에 떡볶이를 사먹으려고 했는데 6천원짜리 책을 안 사려고 도서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처지에 떡볶이 2천5백원어치를 사먹을 생각을 하니 좀 기분이 묘해서 그냥 들어왔다. 그렇게 누워서 트위터나 보면서 놀고 있는데 엄마한테 선보라는 전화가 왔다. 원래 엄마가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편은 아닌데 어쩌다가 친구분한테 맞선자리가 들어왔나보다. 니가 선생이나 공무원을 하고 있다면 내 눈에는 안 찰 자리지만, 지금 너처럼 ‘봉사’나 하고 돈욕심 없이 화목하게 살고 싶어한다면 괜찮은 집안 같다고…. 최대한 짜증을 내지 않고 생각없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결과적으로 조금 화가 나셨다. 소개해준 사람한테 뭐라고 말하냐, 시집 안간다고 하더라 할까, 하면서 언성을 높이셨다. 끊고나니 마음이 찹찹하다. 좋은 동료와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나를 ‘봉사활동’이나 평생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엄마나 엄마 친구가 맞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해서 소개한 사람이 좋은 동료일 리는 절대 없으니까. 한번 본다고 손해냐, 이러셨다만 생각만해도 스트레스다. “나 직업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괜찮데?”라고 자조적으로 엄마한테 말했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집에서 애낳고 살림하면서 착실하게 살 사람이면 된데. 라고 말한다. 뜨악,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저는 그렇게 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럼 빨리 어서 찾아오든가, 라고…. 오랜만에 잔소리를 들었다. 포기한 줄 알았더니 그런 거 아니셨구나.

언니는 돈 잘벌고 멀쩡하게 사니까 이제 결혼하란 소리 안하고 나한테 그러는 거유? 내가 멀쩡한 직장 다니고 있으면 엄마 눈에 차지도 않을 사람, 내가 백수로 놀고 있으니 대보고 싶은 거유? 나는 그런 취급 싫소. 내가 알아서 할 거유.

트위터도 재미없고, 친구 만나서도 자꾸 이런 하소연만 하게 되는데 뭔가 생산적인 거 없을까… 그래서 자꾸 책을 찾아 읽고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일 약속은 기대되니까. 기분좋게 잠들어보자. 그리고 모레는 1주일만의 휴무가 아니더냐.

 

[서울살이] 2014년 7월 16일 일기

간밤에 일찍 잠들지 못했다. 집에서 푹 쉬었다고 했지만 이것저것 인터넷상으로 본 기사들 때문에 속이 뒤집히고 먹먹해서 우울하기도 했다. 단원고 친구들은 학교에서 국회까지 걸어가고 있고, 그냥, 그 친구들이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잠들지 않고 싶어서 비록 내 방에 누워서지만 한겨레, 시사인 속보를 따라 읽었다.

10km만 걸어도 지치는데, 35-40km를 땡볕부터 그 늦은 밤까지 걸었다. 눈물이 계속 나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까르르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웃으며 걷는다는 기사를 읽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식하고 계신 희생자 가족들, 아직도 찾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는 진도의 가족들. 우울하고 또 우울한 그런 소식뿐이어서 잠들기 두려웠던 거 같다.

늦게 잤으니까 당연 일어나기 힘들었고, 나흘째 일하다보니 슬슬 피곤이 쌓이기 시작했는지 아침 8시반이 되어도 일어나기 싫었다. 아홉시 전에 겨우 일어나 출근준비하고 나섰다.

9시 22분에 집을 나서서 28분에 지하철 역 도착, 복잡한 한 대를 보내고 한가한 다음 차를 탄 게 아마 32분쯤. 일터에 도착하니 50분이었다. 식빵 여섯장을 구워서 세 장 먹고, 세 장은 도시락으로 챙겼다.

오늘은 총 20개의 방을, 청소하는 총무 3명이 각 6개씩, 안주인인 실장이 2개 이렇게 맡았다. 어제처럼 혼자 너무 빨리 끝내지 않고 대충이라도 맞춰보려고 서두르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일했는데도 나는 1시 반이 되니까 객실청소가 끝났다. 쓰레기장 정리하고 2시에 샤워하고 먼저 나오려고 했는데,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해서 2시 반까지 기다렸다가 빅맥세트 사준 거 먹고, 간단히 간식도 좀 나눠먹고 3시 반에나 나섰다. 가끔 점심 이렇게 사준다고 하는데, 사주는 건 좋은데 3시 반까지 있는 건 좀 그렇다. 밥만 먹고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름 친목을 도모하는 건지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별론데, 그냥… 자주는 아닐테니까 대충 견뎌보자.

여섯살 난 딸을 키우는 나보다 어린 애기엄마에게서 들은 이야기. 어린이집이 여름방학을 하는데 다행히 종일반이라 일주일만 한다고, 애봐야해서 남편이 휴가를 냈단다. 이런게 생활이구나 싶었다. 아직 배가 덜 고픈 내가 민망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각각 자기 몫을 사는 거니까, 나는 나로서 잘 지내야겠지. 그리고 무언가,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면 그때 공부하고 움직이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지. 지금이야 그냥 방에서 울면서 뉴스들을 보는 정도에 그치지만. 무력하게도.

홍대입구역으로 가서 마포도서관에 갔다. 남산도서관에 없는 책이 마포도서관에 있다고 생각해서였는데 막상 가보니 없었다. 아마 내가 뭘 착각했던 모양. 복잡한 홍대를 겨우겨우 헤치고 도서관에 왔는데, 도서관도 남산보다 훨씬 복잡해서 숨이 막히는지 졸리고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99%를 위한 주거를 한번 더 스윽 훑어보고,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을 읽기 시작했다. 세시간 정도 앉아있었는데도 집중이 안되어서 도시락으로 싸온 빵과 치즈를 먹고 한숨 자다가 언니들 저녁식사 연락받고 지하철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볶음면과 탕면, 볶음밥을 먹고 말차빙수를 먹었다. 식사는 그만그만 했지만 빙수는 맛있었다. 그런데 언니들과 식사자리도 전과 같지 않아서 힘들었다. 어제 오늘 내가 다시 기운이 없어지고 무력해져서 일 수도 있고, 내가 너무 오래 떨어져지내서 사회적인간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냥.. 나누는 대화들에 관심도 전혀 가지 않고, 재미도 없고, 자리도 불편했다. 전에도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언니들과 있는 게 좋고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이젠 굳이 이런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짜밥을 먹기 위해서? 화목한 가족으로 지내기 위한 의무?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족인데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언니들이 동생을 생각해서 밥한끼라도 사먹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고맙게 받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

그러나 저러나 아직도, 피곤하다. 오늘은 스쿼트도 하지 않았다. 내일은 남산도서관에 가봐야지. 숲속을 좀 걸으면 기운이 다시 날지도 몰라. 굿나잇.

[서울살이] 2014년 7월 15일 일기

오랜만에 중간에 깨지않고 잘 잤다. 출근하기에 적당한 시간인 8시에 일어나서 15분 정도 운동하고, 샤워하고 출근. 플랭크 40초, 벽에 기대 발끝들고 푸쉬업 50개, 어깨에 봉 메고 스쿼트 100개. 어깨에는 예전에 배우려고 산 연습용 플라스틱 대금을 걸쳤다. 저녁에 과식해서 인지 속이 불편했지만 음양탕 끓여먹고 커피 한 잔 내려마시니 신호가 와서 화장실도 다녀왔다.

10시 조금 전에 출근해서 토스트 서너쪽 구워 땅콩 버터 발라먹고 혹시 몰라 점심 및 간식으로 세쪽을 도시락으로 챙겼다. 싱글룸 2개, 더블룸 2개해서 총 4개 객실과 3층 공동 간이부엌을 청소했다. 어제처럼 일찍 끝내지 않으려고 쉬엄쉬엄 했는데도 또 일찍 끝났다. 내일은 더 쉬엄쉬엄 해야겠다.

어제 1시 반에 퇴근하고 나서 2시쯤 사장과 실장 부부가 출근해서 나를 찾은 모양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자기 맡은 일 다 해놓고 급한 일이 있는지 먼저 갔다며, 일하기에 좋은 동료라고 좋은말을 해줬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곤 오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냐고 물었다. 굳이 뭐라고 말하기는 그래서 구하고 싶긴한데 너무 힘들거 같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고 대충 대답했다.

동료도 오후나 저녁에 일을 더 하고 싶기도 하지만, 너무 힘들게 일하면 늙어서 고생할까봐 그냥 쉬엄쉬엄하기로 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사는 모습이나 생각이 전혀 궁금하지 않고 무심하다는 건 단점일까 장점일까. 세상이 심드렁해지고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단점인 거 같다. 그런데 어쩌랴, 그냥 뻔한 대화들이 지겹고 하기 싫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아닌지는 첫인상에서 정해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야말로 선입견으로 가득찬 인간인 셈.

어제 그렇게 쌩 하고 가고 나기 오늘은 좀 천천히 같이 마치고 싶어서 앉아서 물도 마시고, 객실 청소하다 나온 맥주캔도 건넸다. 일 끝나면 냉커피 시원하게 한 잔 타서 함께 숨돌리고 얘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었다. 전에 일하시던 분 중에 그런 자리를 주도하시는 분이 있어서 재밌었는데 지금은 또래도 없고 그래서 심심하시다고. 또래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흠 저도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다시 내일부턴 신경쓰지 않고 내가 맡은 일만 빨리 끝내고 가야지.

오늘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으로 곧장 왔다. 일이 별로 힘들지 않다고는 해도 안하던 출퇴근에 노동을 한 데다가 토요일까지 쉬지 않고 앞으로 3일이나 더 일해야 하니까 하루 정도 늘어지려고. 빌려온 책도 있어서 도서관에 안 가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가 보낸 김치를 김치통에 담아 정리하고 밥을 먹고 느긋하게 누워서 어제 빌려온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예 작정하고 자지는 않으려고 최대한 불편하게 잠깐만 잠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축축 늘어지고 멍한 상태가 계속 되어서 일구하기 전에 ‘뭐하는지 모르게 시간은 보내지만 마음은 괴롭고 식욕만 왕성한’ 그런 상태가 되었다. 간식으로 챙겨뒀던 토스트, 사과, 엄마가 보낸 복숭아, 수박, 원래 집에 있던 간식인 검은콩과 견과류 등 집에 있는 먹을 거리들을 탈탈 털어 배터지게 먹은 뒤에 작정하고 누웠다.

이런 멍때리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건지, 집에 있으면 그렇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읽은 두 권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당연히 시작도 못했다. 빌려온 책도 도서관에서 읽을 때보다 눈에도 잘 안들어오고 재미도 없었다. 집에선 뭘해도 잘 안되는거 같긴해. 아님 이 집을 싫어하거나.

언니가 와서 결국 내가 정리해놓은 김치를 다시 자기 스타일대로 정리한다. 그래 도움이 되려고 한 일인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 다음부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내가 알아서 하려고 하면 언니 기준에 맞지 않는다. 잘 시키지도 않고 가끔 조심스럽게 부탁하는데, 그거나 기꺼운 마음으로 해야지. 하기 싫어도. 같이 사는 데 그 정도는 해야하니까. 같이 사는 거에 대해 대화하고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적합한 상대는 아닌 거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화를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를 늘 벽을 느끼는 편이다. 일방적으로 도움받는 건 싫지만 그 편의가 달콤한 것도 사실. 그렇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이곳을 집으로 여기지 않고 독립생활자가 되려면 더 구체적으로 계획해야한다. 이제 어쩜 정말 그럴 때가 다가오는 지도.

남의 집에 살때는 훨씬 부지런해지고 뭐 할 일 없나 찾아보게 되는데 이 집에서는 잘 안된다. 원래 자기집에선 더 게을러지고 누군가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사람 몫으로 두게 된다. 그냥 나는 이 집에서 나가고 가끔 들르는 게 상책인거 같기도 하다. 나의 독립을 위해서, 아님 내 마음에 아무런 부담없이 그냥 천둥벌거숭이 막내동생으로 얹혀 살수 있으면 좋은데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기가 힘들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어떻게든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거 같긴하다.

언니가 운동 마치고 팥빙수를 포장해왔다. 며칠전에 한 번 사달라고 청했고 오늘도 일찍 오면 사오라고 했다. 집근처에 생긴 고로케집에서 감자고로케와 힘치즈고로케도 하나씩 사왔다. 팥빙수를 먹으면서 오늘 일터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대화를 잠깐 나눴다. 함께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은 뭘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상대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아닐 수도 있고, 서로의말이 서로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고, 가족간에 할 수 있는 평이한 어떤 대화란 어떤 대활까. 어떻게 사랑하고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타인에게 예의를 차리고 배려하듯 그렇게 하면 되는 걸까? 적당한 거리를 가지고? 집에 있어서 좀 우울해지려고 하는 기분 탓일 수도 있다.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하고, 멋쩍지만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은 친구에게 문자도 보냈다. 우치다 타츠루 ‘하류인생’을 읽다가 자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

 

 

[서울살이] 2014년 7월 14일 일기

월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15분 정도 운동했다. (어젯밤에도 역시 뒤척이면서 잠못들다가 선풍기를 끄고 고요하게, 기다렸다. 여러번 깼지만 그러려니…) 그 옛날 대금배우려고 국악원 다닐 때 플라스틱으로 된 연습용 악기를 샀었는데, 아직 있길래 어깨에 바벨처럼 올리고 스쿼트 했다. 운동이 훨씬 더 되는 것 같은 느낌.

팔운동 조금,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기 운동을 하고 헥헥 거리면서 샤워.
이걸 꼬박꼬박 기록해야 하루하루 늘리면서 할텐데, 일단 지금은 매일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질리지 않게 적당히 대충 하도록 하자.

일터로 출근해서 게스트제공용 토스트를 몇장 구워먹고 점심에 먹으려고 통에 담았다. 다른 분들한테 ‘빵 드실래요?’라고 물어봤더니 뭐 다른 맛있는 빵인줄 알았다며, 자기네는 안 좋아한다고 말하시더라. 아예, 내일부턴 묻지도 않고 혼자 잘 먹어야지.

스텝으로 일하는 잘생긴 청년이 내 이름을 듣더니, 불교 이름이냐고 묻는다. 신자는 아니지만 보살님 이름은 맞지. 그러더니 ‘온더로드’하신지 얼마나 되었냐, 어느 나라에 가봤냐, 어떤 식으로 움직이냐며 이것저것 묻는다. 아, 이런 관심 부끄러운데. 그냥 나는 세계여행을 하겠다, 길에서 살겠다, 이런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회사다니기 싫어서 닥치는 대로 가능한 일을 하고 여행다니고 어디든지 지낼 수 있는 곳에서 지낸다. 해외는 돈이 많이 들어서 잘 못가고 국내에서 주로 움직인다고 했다. 전엔 무슨 일 하셨냐고 물어보길래 시민단체도 있고 출판사도 있고 여행사에도 있었다고 하니.. 옆에 듣고 있던 고참언니님, ‘운동권 기질이 있었구나.’ 아 네, 추억돋는 단얼세.
귀여운 청년은 그래도 멋져요, 하면서 똘망똘망 날 바라보는데, 민망해라. 녀석, 내 남자가 되지 않을거면 그런 눈빛을 보내지 말거라.

서둘러 정신없이 청소한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30분도 먼저 끝났다. 쓰레기통 정리하고 분리수거하고 걸레도 걷고 했는데도 다른 분들은 안나오신다. 내가 너무 대충했나? 아닌데, 가르쳐준대로 했는데… 억지로 천천히 일을 할 수가 없는 성미인 걸 어째. ‘손이 빠르시네요.’ 라고 하는 소리 그냥 듣고 있다. 그래도 계속 서성이니 일 끝났으면 먼저 씻고 들어가라 그래서 네 하고 먼저 나왔다. 작은언니는 그래도 뭔 소리나고 뒷담화할텐데 일찍 나오지 말고 시간 맞춰 천천히 일하라고 하는데, 에이 뭐 길게 볼 사람들도 아니고 아쉬울 것도 없다. 할당된 거 다 하고, 같이 해야하는 일도 내가 했는데 뭐. 나쁘게 지낼 것도 없지만 굳이 맞춰가며 지낼 이유도 없다.

아, 아침에 준비한 토스트랑, 어제 주워놓은 이삭인 빵 두 쪽이랑, 집에서 싸온 요거트와 내린 커피를 남산도서관 앞 벤치에서 먹었다. 귀여운 꼬마참새가 겁도 없이 도시락통 앞까지 와서 기웃거린다. 손을 휘휘 저어도 가지 않길래 빵조각을 조금 뜯어서 구석에 놓았더니 콕 집어 사라진다. 진작 줄걸,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이제 이 녀석들이 여길 무료 급식소로 아는지 서너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려고 한다. 저쪽엔 비둘기까지. 아우. 얼렁 우걱우걱 먹고 후다닥 들어왔다. 무서운 것들…

사회과학실 가서, 엊그제 읽다만 ‘나만의 독립국가 만들기’를 마저 읽었다. 두번 세번 소장하고 읽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슴을 뛰게 하는 뭔가는 충분히 있다. 찾고 있는 책이 있었는데 서가에 없어서 사서가 아니라 트위터에 징징 거렸다. 사서쌤게 문의하라는 멘션 받고 용기내어 책정리중인 사서쌤게 질문. 검색 결과를 자세히 보니 서고에 있는 책이었다. 그러니 매일 찾아가서 서가를 기웃거려도 없지. 그런데 반전, 서고에도 없단다. 아마 분실된 모양. 조금 슬펐지만, 다른 도서관에 가거나 사거나 하기로..

‘고민하는 힘’을 두세시간 동안 읽었고, ‘하류사회’를 반쯤 보다 빌렸다.
고민하는 힘은, 참 좋다. 묵직하고 진지한 게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서 메모장에 좀 옮겼다.

회현역으로 내려오려고 했는데 걷다보니 남대문이 보이고, 서울역이 보이길래 그냥 서울역으로 걸어내려왔다. 지하철을 타고 언니들 헬스장 마칠 시간에 맞춰 근처로 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빕스에 갔다. 배가 몹시 부르다. 식사 후에는 큰언니 장보는 데 따라가서 치즈를 샀다. 내일 도시락용 토스트에 끼워먹어야지. 히힛.

[서울살이] 2014년 7월 13일 일기

잠이 안 와서 큰일이다.
11시에 누웠는데 결국은 아마 2시나 되서 잠든 것 같다.
열대야 때문인가, 아님 인지하지 못하는 무슨 고민 같은게 있는건가.
뒤척이다가, 명상한다고 앉아있다가, 책을 읽다가 겨우 잠들었다.
역시 여러번 자다깨다 자다깨다 했는데, 10시 출근을 위해서 8시 반 넘어서는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부터는 일터에서 간단히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할 생각이다.

씻기 전에 오늘의 운동 해야지. 스쿼트는 쉬어도 될듯.
이두인지 삼두인지 모르겠지만 팔운동을 했더니 짜릿짜릿 근육통이 며칠째 계속된다.
그럴때일수록 적당히 운동해서 풀어줘야 한다길래 팔운동을 했다. 10개, 12개, 3~40개, 할수 있는 만큼에서 몇개 더 하고 두세셋트 하라고했는데 질리면 하기싫어질 거 같아서 이것저것 섞어서 하다보니 뭘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안한것보단 낫겠지..생각하고. 기분좋게 샤워.

오후엔 트친님과 남산드립 약속이 있어서 가방에 주섬주섬 커피도구들을 싸서 출근했다.
10시 조금 전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한 분이 쉬시고 두 명이서 청소하는 날, 청소할 방은 9개여서 4개를 맡았다. 근데 정말 생각보다 너무 힘이 안든다. 힘이 전혀 안 든다는 게 아니라 청소일이 어느정도는 힘들겄이다라고 예상했던 거에 비해 60%정도, 할만하다. 신경쓰이는 건 여행자숙소다 보니 내가 10시까지 간다고 해도 사람들이 체크아웃을 늦게 하면 시작시간이 그만큼 늦어진다. 그래도 뭐, 아무리 늦어도 3시 전에는 끝나니까. 오늘도 10시 30분 넘어서 일 시작했다. 그때 30분 동안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대화하는 게 싫은 시간이다. 다들 나쁜 사람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의도도 없겠지만 묻고 맘대로 생각하고 부러워하고 질문하는데 대답하느라 피곤하다. 더 친해지면 훅훅 들어올 거 같아서 쫄아있다.

쓰레기통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나니 2시. 대충 둘러보니 끝난 거 같길래 후다닥 샤워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퇴근할 준비를 했는데 끝난 게 아니네, 이불도 걷고 걸레도 널고 하시길래 또 후다닥 달려가서 또 일을 했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니까.

일 다 끝내고나서 커피 내릴 때 필요한 뜨거운 물을 3층 간이부엌에서 끓여서 준비해간 보온병이 담았다. (어제 팬과 냄비를 봐뒀다) 일 시작하기 전에 얼려둔 물통에 얼음 몇개 더 채워넣어서 아이스커피가 필요할 때도 대비했다. (역시나 트친고객님은 아이스커피를 원하셨음)

지하철역에서 만나 함께 남산산책로까지 걸어가서 커피를 내렸다. 작년 칠월부엌에도 찾아와주셨던 친구님. 뭉크전에서 사온 머그컵을 선물로, 문화상품권을 커피값으로 주셨다. 됐다고, 이건 선물로 대접하고 싶다고 했는데…주니까 그냥 받았다. 아, 커피랑 같이 객실 청소하다가 나온 과자도 냈다. 이건 내가 제작년 부산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일 할때부터 말하던 이삭인데 역시 여기에도 있었다. 오늘 이삭은 딸기우유와 모닝빵, 크래커다. 케익도 있었는데 그건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그냥 버렸다.

집에 와서, 이삭빵과 원래 있던 빵과 사과, 수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작은언니의 견과 한 봉도 후식으로 먹었다. 친구가 저녁에 한강 조깅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아서 나갈까 하다가,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잤고 몸도 무거운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선풍기 틀어놓고 같은 자세로 멍하니 누워서 두어시간 넘게 아이폰으로 트위터만 보면서 놀았다. 정말이지, 정말 좋더라. 사실 이런 현상 자체는 지난 한두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아이폰만 보던 시절과 똑같은데 그땐 괴로웠고 오늘은 행복했다. 이 차이는 무얼까, 왜 나는 마음이 편해진걸까, 곰곰히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돈문제 해결과 하루 일과의 규칙성을 어느정도 담보하는 노동인가…

아침에 출근하는데도, 기분이 참 좋더라. 며칠전 친구한테 전화하면서 조심스럽게 ‘바쁘냐?”라고 물었던 생각도 나고. 내가 회사다니던 때는 늘 바빴다. 일이 많기도 했고, 일 하지 않는 순간에는 바쁘게 놀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늘 바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요일에 출근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나는 바쁘지 않아서 정말 좋구나, 행복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네 시간 정도만 아무런 부담없이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책보고 일기쓰고 이렇게 여유롭게 살고 있다니. 좋아서 미칠것만 같더라.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시간이 찾아와서 좀 걱정이긴 하다. 나한테는 괴로워 죽겠는 시간과 좋아서 미치겠는 시간 그 두개 밖에 없는 거 같아서,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게 숙제겠지. 마음을 찬찬히 봐야겠다.

대여섯시쯤 잠이 솔솔 왔는데 그때 자면 또 밤에 못자고 리듬이 꼬일까봐 일부러 자지 않으려고 트위터를 하고 놀았다. 언니한테 팥빙수 사오라고 문자보내고 언니가 9시쯤 팥빙수를 사와서, 엄마나 삶아놓고 간 팥과 섞어 먹었다. 그냥 먹을 땐 달지 않아서 맛없었는데 사온 팥빙수랑 섞으니 달콤한 거랑 섞여서 간이 딱 맞았다. 좋다좋다. 이것도.

칠월부엌 후기를 마저쓰고, 어제 만들어 놓은 예고편에 붙여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일기쓰고, 이제 잘 준비. 오늘도 잘 지냈다. 내일은 남산도서관이나 남산만화정보센터에 가서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