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8월

[서울살이] 2014년 8월 6일 일기

느즈막히 일어나 어제 사 온 빵으로 아점을 먹었다. 커피도 내렸다.
언니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나갔고 뒹굴거리며 놀다가 3시쯤 언니와 언니의 친한 언니의 점심자리에 합류했다.

탕수육과 쟁반짜장을 먹고, 후식으로 빙수를 먹었다. 요즘 빙수를 참 많이 먹는다.
다시 들어와서 멍하니 인터넷서핑하다가 금요일 친구와의 약속을 잡았다.

언니는 휴가 마지막날이라고 아쉬워하며 저녁에 식사약속에 나갔다가 들어왔다.
나는 JTBC뉴스를 보며 너구리를 끓여먹었다. 며칠전 선배네 텃밭에서 얻어온 가지를 넣어먹었다. 텃밭농사에도 관심이 있는데….

오늘의 검색 키워드도, 여성귀농귀촌이었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하루가 될거같아서 두렵고 지겹다.

트위터는 이제 정말 재미가 없는데 습관적으로, 또는 할 게 없어서 그냥 붙잡고 있다.
월요일에 아는 언니가 전화해서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정말 나는 의견, 입장, 속마음 등 나를 얘기하는 거 같지 않다. 그게 나인가….

[서울살이] 2014년 8월 5일 일기

이제 하루 늦게 쓰는 게 습관이 되었구나!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느즈막히 일어나 뒹굴뒹굴 거리다보니
여름휴가 다녀온 언니가 점심 즈음 왔다.

2시 반에 친구가 집 근처로 와서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일그만둔 얘기, 친구 상담 시작한 이야기, 뭔가 해볼만한 게 없을가..하는 궁리를 하면서 한 두시간 쯤. 글쓰기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나는 글도 안 썼고 여전히 너무 기운없고 우울해서.. 그래도 누굴 좀 만나니 나은 것도 같았다. 친구들을 만나야겠다…..

고양이집사 품앗이를 가기로 한 날이라 지하철을 타고 해방촌에 다녀왔다. 오늘이 마지막날. 녀석이 오늘도 약을 섞은 습식사료를 먹지 않으려 하길래 숟가락으로 가루약만 억지로 먹였다.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집에 돌아와서, 언니랑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빵도 샀다.
저녁에 언니 운동갔다와서 야식으로 먹을거랑, 내일 아침에 먹을 거.
언니가 커피 한 잔 내려달라고 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도 한 잔 마셨다.

습관처럼 구인공고, 여성귀농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면서 하루가 갔다.

[서울살이] 2014년 8월 4일 일기

어제도 오늘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게 하루가 다 갔다.

뒤척거리다보니 정오가 되었고, 뭘 좀 먹고 뒤척거리다보니 오후가 되었다.
오늘은 지난주부터 시작한 세미나 모임에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 그러다가 막판에 못간다는 연락을 했다.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일은 원래대로라면 아침에 일을 갔다가, 친구랑 오후에 남산도서관에서 글쓰기 모임을 한 뒤, 해방촌 고양이집에 밥과 약을 주러 들러야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이렇게 일이 꼬였고 내 상태는 말이 아니게 변했으니 어떡할까..하다가 친구랑 통화시도. 그냥 남산도서관에서 만날까 하다가 집근처로 온다고 해서 집근처에서 오후에 만나기로. 그래 이렇게라도 사람을 만나야지. 다음주엔 부산에 정말 가야겠다. 이렇게 혼자 있으면 또 계속 괴로워만질테니까.

페이스북을 보고 아는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했더니, 어떻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두어도 된다고.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자기를 더 드러내고 마음을 살피라고….

아, 쉽지않다.
회사다닐땐 회사가 다니기싫고, 놀고 있을 땐 이렇게 불안하니, 왜 사냐 하는 생각까지 들고만다.
직장인이 아니면 자영업자인가. 자급자족하는 농부인가. 그런거 따질 거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해야하는거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러냐.

[서울살이] 2014년 8월 3일 일기

같이 사는 언니가 휴가로 집을 비우자, 혼자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그냥 그렇게 있는 .. 익숙한 시간을 보냈다. 아르바이트 사이트도 뒤적거리고 텔레비전도 좀 보고 나가서 빵도 사먹고 그렇게 그냥 하루를 보냈다.
우울하다.

아르바이트 해고 소식을 들은 친구가 만나자고 했으나, 그냥 몸이 무거워서 취소하고 집에 있었다.

[서울살이] 2014년 8월 2일 일기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지금은 8월 3일.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대로, 아침에 억지로라도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했던 일을 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우울한 하루가 가는 것 같다. 벌써 이렇게 일기쓰기를 밀려하고 있는 걸 보면..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고, 언니가 사다놓은 과일 같은 걸 먹으면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오후가 되었다. 약속시간은 4시 반으로 조금 더 미뤄졌고, 3시가 되자 작은언니가 퇴근했다. 집 근처에서 만나 팥빙수와 빵 한조각을 먹고 약속장소인 고양시로 출발했다.

십여년 전쯤 일했던 직장의 선배다. 그 뒤로 나는 두 군데 직장을 다녔고 3년째놀고 있는 거고 선배도 직장생활을 잠깐 하다 지금은 문화예술계쪽에서 프리랜서처럼 기획일들을 맡아서 하고 있다. 그리고 텃밭농사를 짓는 노시농부. 사무실처럼 쓰는 창고형 가건물에 이달 말부터 지역의 생협모임들을 대상으로 브런치를 팔아볼까 한다고 하신다. 텃밭에서 가지랑 토마토를 땄다. 저녁을 먹고 공원을 걸으며 차를 마셨다. 내가 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가 지금의 내나이쯤일텐데.. 나는 30대 후반이 되도록 아직 중심을 못잡고 있다. 선배도 방황하는 아끼는 후배에게 쓴소리를 했는데 잘 모르겠다.

선배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런 일도 하고 싶고, 돈이 되는 사업도 하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그렇다는데 난 여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을 뿐더러 지금은 그렇게 있을까하는회의감마저 든다. 좋아하는 일만을 찾아서 하겠다는 마음도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건 맞는데, 직장생활이 아니고 ‘모르는 길’을 찾아서 가보겠다는 건데.. 그게 뭔지 지금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시 사무직 노동자로 사는 것, 지금 떠오르는 옵션은 그것. 그리고 뭔가 자영업을 하는 게 다른 선택인데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뭘 준비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생각도 없는 구인광고들을 뒤적거린다.

[서울살이] 2014년 8월 1일 일기

8월의 첫날, 많이도 무덥고 짜증도 났던 날. 결국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아침에 출근해서 여느날과 다름없이 식빵구워먹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간밤에 고객들 컴플레인이 많았다고 여러 잔소리 메모가 있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어짜피 이 공간에는 적당히 하는 사람들만 있는 거 같아서 사장 욕을 하는 동료 Y나 A를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일 시작하면서 또 어영부영 일을 나누길래, 그러지말고 딱딱 정확하게 나누자고 그랬더니 싸우자는 듯이 말해서 무섭다는 둥, 그렇게 안 봤다는 둥,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보다 일도 더 많이 하지 않았냐, 지금까지 내가 너를 얼마나 챙겼는데 그건 아느냐는 둥. 그래서 아는데 그런거 안 고맙고 서로 자기가 더 손해본다고 생각하며서 마음만 상하니까 그러지 말자고했다. 그리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막 하고선 내가 이만큼 희생했으니 고마운줄 알아라, 너무 힘들었다고 계속 얘기하지 말고 나눠서 하자고. 자기는 그런 생색도 안내고 말도 안하고 뒤에서 조용히 하고 있다고 그러길래, “그런말 여러번 하셨는데요. 어려운 거 내가 다 하고 있다고. 그러셨는데요…”

할말한 건 좋은데, 아… 말만 곱게 했으면 좋은데 나도 짜증이 확 나가지고 언성을 높여서 퍼부어버렸다. 나한테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제 처럼 그러려니 하고 참고 그거 5분 10분만 들어줬으면 대충 넘어갔을 텐데, 그러고 나니 나도 마음이 안 좋아서 30분을 좀 진정하고 있다가, 일하면서 시간이 지나니 또 괜챃아지더라. 왜 그랬을까 싶으면서. 얌전히 일하고 돈이나 모아서 여행이나 다녀와야지 생각하면서 퇴근.

불안함과 괴로움을 잊어보고자 좋아하는 선배 만나려고 내일 약속 잡고, 서초동 중앙도서관가서 책 보다가 졸다가, 언니들과 저녁먹었다.

그런데! 그 저녁에 사장이 오늘 무슨 일 있었냐고 전화해서 묻더라. Y가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는데 나랑 잘 안맞아서 그런거 같다고.. 자긴 전혀 그런 눈치도 못챘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자기가 어떻게라도 해보고 싶은데 막무가내로 그만둔다고만 하신다. 그래서 나는 내 입장에서 자초지종을 얘기했고 만약 나 때문에 못다니시겠다고 하면 내가 그만두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얘기했더니 한 두시간 후 쯤 죄송하다며 설득이 안된다고 자기 입장에서는 Y편을 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알았다. 일한 급여나 잘 챙겨주라고 하고 끊었다.

나는 분하거나 화나거나 밉거나 싫지 않다. (이래서 문제 같기도 해, 꾹꾹 누르고 있는 건가) 솔직히는 자괴감 쪽에 더 가까운데, 이제 정말 이렇게 “적은 시간 무슨 일이든지 해서 적당히 돈을 벌겠다”는 명확한 조건을 가지고 일하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걸 알아버려서 슬프다. 또 왜 이리 유난한가, 지랄맞은가, 무던하게 지낼 수 없는가,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 이런 생각이 더 들고. 좀만 더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 듣기 싫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 좋았을텐데.. 싶고.

일하기 싫어서 짤렸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짤리니 약간 홀가분하기도 하고. 마음이 심난하니 어서 시간이 흘러 다음주에 부산에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