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to 3ㅂ_#신빙투 & #ㅂㅂ프로젝트


짐 풀고 짐 싸고
만나고 헤어지고
3년 넘게 백수로 살다보니
괜찮았다가 아팠다가
행복했다가 괴로웠다가 하는 시간들이 반복됩니다
올해는 유독 무기력한 시간이 길었던 걸 보면
이렇게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생활이 지겨워졌나봅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저 그럴 때나
많은 친구들의 마음을
먹고 마시고
거기에 기대고 눕고
날아오르는,
한없이 무너지는,
모든 경우의 내 마음을 붙잡은 건 우리의 마음.
no more 무상취득
조금씩 갚을 수 있을 때 갚아보는 신세리볼빙 시작
2014. 10. 19

아침에 일어나서 마법커피상자를 열어 여기 달 게스트하우스(영도, 부산) 휴게실을 바닥커피집으로 변신시키고 “세밑달집”을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고양이 세 마리 아침밥도 챙기고 저도 어제 사 온 채소들을 익혀서 먹었고요.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ㅂㅂㅇㅇ 원고를 쓰기 시작..하려는 찰나 아, #ㅂㅂ 프로젝트가 마쳤다는 보고 먼저 간단히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그럼 #신빙투 소개도 해야지 하면서 해찰하다보니 벌써 낮밥 먹을 때네요. 배고프다. 하지만 늘어지면 오늘도 이걸 못할 테니까 생각난 김에 어서 인사할라요.
2014년 11월 13일부터 2015년 1월 6일까지, 55일 동안 발리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부산은행 통장에는, 중간에 생활비 한다고 빼먹었던 20만원을 빼고도, 마지막에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넣어주신 친구, 가족들 마음을 보태 92만원이나 있었어요. 적금통장에 있는 돈을 보태서 300만원 들고 발리에 갔습니다.
원래 있던 미국 달러, 호주 달러 등등도 싸들고 갔더니 최종적으로 경비는 400만원 정도였습니다. (다이빙 오픈워터랑 어드밴스드 등 액티비티에 130만원에 달하는 큰 돈을 썼고 귀요미 사는데 85만원 썼음 —;;) 그러니 먹고 자는데 든 생활비만 따지면 두 달 140만원에 항공기 및 기타 경비 40만원을 더하면 180만원이라고 우길 수는 있죠.
(들어온 직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또 기십만원 쓴 쇼핑은 발리 경비가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0월이 될 때까지도 발리를 가네 마네 하고 주욱 괴로워하고 있다가 그냥 갔는데, 안 갔을리도 없지만, 안 갔다면 이런 진하고 값진 경험들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좋은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영감도 많이 얻어와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리속에서 통통튀어다니고 있습니다. 잠이 안 올 정도에요, 돌아온 지 오늘로 3주 째인데도 여전히요. 아주 좋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도 다행히 감기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것도 ‘호르몬’ 덕분인지도 모르겠는데요, 몸 상태도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들어온 뒤 바로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도 만났거든요.
여는 글은 #신빙투 를 시작하던 10월 19일에 썼어요. 괴롭고 우울해서 주사까지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친구들을 만나면 그나마 무언가를 붙잡을 힘이라도 생기니까요. 동시에 한없이 어린양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저러나 나는 관계를 맺고 가꾸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친구들이 고맙게도 주변에 아직 남아있고 내 손을 잡아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서 더 늦기 전에 고맙다고, 앞으로도 또 그럴지 모르지만 이렇게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마음을 전하고 우리 관계를 가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장, 다는 다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빚을 갚자, 하면서 #신세갚는리볼빙투어(신빙투) 를 떠났죠. 발리에 가기 전에 두 달 정도 못보는 친구들을 만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물로 신세를 갚자고 마음먹고, 커피를 내리든 노래를 부르든 무엇이든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십오년지기 친구들을 만나 정성껏 차를 내리고 함께 마시는데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거든요. 행복이 거창한 데에 딴 데에 있는 게 아니구나, 함께 지난 날을 떠올리면서 따뜻하게 앞으로 하면 좋을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즐거웠어요. 정성껏 차를 내려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더 감동을 받았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나 자주보고 또 보는 친구들이나 #신빙투 를 핑계로 만나니 참 좋더군요. 역시 대부분의 자리에서 준 것보다 훨씬 큰 용기와 위안을 얻어왔고요. 유난한 친구 몇은 #신빙투 에 대해 듣더니 왜 꼭 발리여행 가기 전에 선물을 하고 가려고 해, 발리에 가서 혹은 다녀와서 여유있게 해도 되잖아. 하면서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콕 찝어 애기해줬고요. 그렇게 해서 이 영상이 탄생합니다. 친구는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 눈을 보면서 이렇게 여행지 배경이 바뀌는 영상을 보고 싶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선물이다”라고 말했고 저는 기꺼이 만들겠노라 했죠. 처음엔 이게 왜 선물이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건 마치 내 여행을 잘 기억하고 무엇이라도 남기라는 제안인데, 그냥 두면 내가 절대 안할 거니까 선물을 빙자해 마감을 만들어주는 ‘나를 위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알겠더라고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너를 위한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니가 좋아하는 것이 되기도 쉽다는 것을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틈틈히 여러 장소에서 촬영했고 돌아와서 간단히 편집했습니다. (아이무비 짱)
여행을 가기 전에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적금을 깨니 일단 통장에 돈이 많이 생겨서 좋더군요. 괴로운 여름과 가을 묵묵히 나를 먹여주고 재워준 친구들도 만나러 다니고, 여행가서도 이런거 저런거 사와야지 하면서 #신빙투는 신세는 갚지 않고 그냥 흐지부지 역시나 얻어먹고 얻어자는 투어로 얼렁뚱땅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1월 6일에 돌아오고 나서 이어서 다녔어요. 그랬더니 이게 #ㅂㅂ 프로젝트 의 완결인지 #신빙투 나도 헷갈리더라고요. 다 제가 하는 일이니 좀 헷갈리면 어떻습니까. 서울에서 대전, 전주로 이리저리 다니면서 선물도 나눠주고 또 이쁜 거 보이면 막 사고 그랬어요. 잔액이 넉넉하진 않은데, 뭐랄까 돈을 쓸 데와 안 쓸데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해하기 쉬운 예 : 너무 추워서 밖에 도저히 나가기 힘든 날엔 고기 얻어먹으러 가는 길에 콜택시를 불러서 탄다) 그래서 강진 백련사 기념품점의 VIP로 등극합니다. 하하.
이런식으로 발리여행인지 국내여행인지 모를 일정의 연장, #ㅂㅂ프로젝트 와 #신빙투 가 이리저리 섞이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산 영도에서 “세밑달집”을 운영하고 있지요. (아직 개시도 못했다요) 그래도 또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어린이들과 함께 노는 아르바이트 땜빵 자리도 하나 구했습니다. 발리에서 만난 친구는 ‘너 왜 한국 돌아갔는데도 계속 여행하고 있어? 도대체 언제 끝나? 정체가 뭐야?’라고 묻던데, 여전히 저는 오늘도 ‘모르는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설명할라면 어렵습니다. 게다가 영어로 해야해!

발리 다녀온 얘기는 여행정보 위주로 묶어서 발리 여행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소책자로 만들려고 해요. 트위터에 맨날 사진올리고 이야기 올렸더니 제가 있었던 아메드, 길리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최소 확인된 것만 세 분) 발리 가기 전에 돌아와서 제주도에 만화방 차리자는 얘기는 쏙 들어가고 우리 발리에서 뭐랄도 하자, 로 진전되었습니다. 아마 정말로 뭐라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는 거고요.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이번엔 발리로 가는 거에요. 제주서 지내고 대전이랑 부산에서 지냈던 것처럼요. 가족들이랑도 어쩌다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는지 발리 가겠다는 얘기가 술술 나오데요. 엄마는 ‘니가 알아서 잘 할테니 믿으니까 걱정은 안 한다’ 고 하시고.. 참 좋은 날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이름을 붙여가, 책 제목도 미리 정했습니다. #ㅂㅂㅇㅇ 에요. 그 설명은 차차 합시다. 뭔가 다 연결되는 거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렇게 자음으로 이름붙이기 좋아하는 건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고요. 당시에 활동하던 인터넷동호회에 풍물 소모임을 만든적이 있었는데 그게 ‘ㅁ프로젝트’. 그나저나 프로젝트 참 좋아해. 하하하.

정말 고맙습니다.
이 빚은 평생 잘 살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죽지 않고 살아내는 것으로 갚으면서,
이제는 ‘가는’ 것 뿐아니라 뭐라도 ‘만들면서’ 함께 나누고 살겠습니다.
제일 먼저 책을 2월 초까지 만들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Trimakash (Thank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