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카페 2015 는 갑자기 결정된 일이었다. 친구따라 강남, 아니 광안리에 갔다가 아름답고 재미있는 곳과 만났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며칠 뒤 그 앞에서 자전거카페를 해보기로 급결정, 좋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뵙지요 하고 헤어졌다.
해운대에서 장사 해봤으니 광안리에서도 한번? 늘 생각만 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가 생겼다. 고맙고 신기한 인연들이 줄줄이 이어져 자전거도 쉽게 구했다. 커피콩은 늘 하던대로 생각다방산책극장에 가서 볶으면 된다. 미리 ‘세밑달집’에 밥먹으러 오겠다고 했던 고갱님의 일정에도 차질없이 해 떠있는 시간만 해보기로 했다.
너무 장사가 잘되면 어쩌지? 멀쩡한 가게 앞에서 하는 거니까 공무원들과 불법 노점 운운하며 신경전 할 일도, 혹시나 나타날 형님들도 걱정 안 해도 된다. 커피콩 가느라 팔이 빠질지도 모르니까 집에 있는 전동그라인더를 택배로 받아야겠다, 그 김에 긔요미들도 좀 챙겨받아야지.
준비하면서 이미 마음이 들떠서 국제시장에서 귀걸이도 사고, 출근길 택시도 타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사 먹는 등 장사 시작하기 전부터 들어간 돈이 많다. 하하. 바람은 차고 날씨는 춥지만 바다가 보이는 데 자전거를 세워놓고 친구가 만들어준 경쾌한 마법상자에 커피내릴 준비를 해놓으니 뿌듯하고 가슴이 뛴다. 좋은 일이 생기면 참 좋겠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장사는 잘 안되었다. 자리를 내어준 가게 쪽에서도 시간이 지날 수록 걱정스런 눈빛을 보낸다. 가게 사장님과 지인분이 마수해주었고 오후가 되자 친구들이 우르르 놀러왔다. 실컷 재미지게 놀았는데 아무래도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 놓는 것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 갑자기 하기로 했듯 갑자기 하지 않기로 했다. 주말에 돈푼깨나 만져보나 싶었던 마음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실컷 떠들고 친구들보고 놀러오라고 한 게 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실제로 판을 벌려보기 전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거니까, 아쉬움보다는 아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더 많은 사진 보기(페이스북 앨범)
제작년 중앙동 사십계단 옆에서 칠월부엌을 열었을 때도, 조용히 혼자 가게에 앉아 이것저것 하고 노는 건 좋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차가 쌩쌩 달리는 삭막한 그림인 건 썩 마음에 안 들었다. 생각해보니 광안리도 바다 바로 뒤에 인도와 차도가 붙어있어 바닷가 모래밭으로 깊이 들어가 자전거를 세워놓지 않으면 바다쪽 길이건 상가쪽 길이건 차가 보이지 않는 장소는 없다. 그런면에선 해운대보다 덜 바닷가스럽지. 어쩜 앞으로 자전거카페를 세울 때는 차가 보이지 않는 장소를 우선으로 한다, 같은 원칙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음날엔 느즈막하게 일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 긴장하고 힘들었는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힘들었다. 꽤나 공들여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저녁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트위터에 폐업공지를 올렸더니 트위터친구님이 원두를 좀 사겠다며 연락을 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내가 마음 다치는 것보다 나를 더 많이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많아 언제나 몸둘 바를 모르겠다. (사실 이러건 저러건 나는 마음도 별로 안 다침)
세밑달집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손님이 주문한 저녁식사를 정성껏 준비했는데 그이도 급한 일로 나타나지 못았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 배고파서 어쩌나 하고 연락했더니 상황이 급했는지 미리 연락도 못했다며 미안해하길래 괜찮다, 차린밥 내가 먹으면 된다. 하고 안심시키고 정말로 예쁘게 차린 저녁밥상에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자전거카페를 갑자기 접어야 했고, 세밑달집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장사준비한다고 쓴 돈이 좀 아깝긴 했지만 커피는 선물하고 마시고 팔 수 있으면 팔고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고, 저녁식사는 어짜피 나도 먹고 손님도 먹으려고 한 거니까 내가 먹으면 되는 거였다. ‘장사’만을 위해 결정한 일이 아니라서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해도 속상하지 않은 거겠지. 자전거카페 커피장사도 새밑달집 밥장사도 내가 먹을 거 같이 파는 거니까. 앞으로 또 다른 어떤 ‘장사’를 하더라도 큰 욕심을 내서 위험부담을 갖지 말자는, 나를 먼저 생각하자는 원칙 같은 걸 다시 확인하게 된 셈이다.
자전거 빌리는 핑계로 좋은 분을 알게 되었고, 자전거 가지러 왔다갔다 하는 김에 해운대 절친 김할매도 한 번 더 만났다. (이제 뻔뻔하게 미역주세요, 마늘주세요, 한다. 마늘은 팔려고 내놓은 게 없어서 할머니 안방을 뒤져 가져옴). 하루이틀밖에 못만났지만 가게 앞 장소를 흔쾌히 내어주고 장사를 제안해 준 인연도 고맙고 반갑다. 친구들이야 말해 무엇하리 추운날 굳이 거기까지 찾아와서 커피를 사마시고 선물을 전해주고 갔다.
광안리 자전거카페도 그렇고, 세밑달집도 그렇고, 그럴듯하게 뭔가 한다고 방을 붙여놨는데 ‘늘 그렇듯’ ‘예상대로’ ‘제대로’ 된 손님은 없었다. 그래도 대전에서, 서울에서, 대구에서, 부산 여기저기에서 친구들이 찾아와주었고 함께 밥을 해먹고 커피를 내려마셨다. 이 모든 관계가 내 방식의 장사다. 이 모든 이들이 제대로 ‘내손님’이다. 장을 함께 보고 계산을 대신 해주거나, 맛있는 밥을 (해/사)주고, 필요한 물건을 챙겨준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들과 거래하며 이렇게 살아간다.
1. 신기하고 고마운 인연 : 도시나무꾼 님(도시임업 종사자, 인데 농부/어부처럼 임부?를 뭐라고 부르는 지 알 수가 없다) 메아리임업사, 메아리공업사, 메아리도서관, 메아리파운데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메아리네트워크 (사실은 1명이다) 폐목재, 철거하는 집에서 뜯어오는 배관 파이프 등 이용해 생필품 무전 스피커, 탁자 등을 만드는 목수. 목공방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업사도 운영하고 계심. 작업장 한켠은 목공방 한 켠은 공업사, 저쪽 책장은 도서관 서고, 본인은 해운대 주민. 해운대 비치파라솔을 이용한 재활용 가방 만들 궁리를 하고 계셨다. 해운대 신시가지 어느메 작업실은 보물 가득한 장난감 창고. 마당발 귀인 덕분에 재미있는 만남을 가지었다. 길거리 자율 책장 메아리 도서관 운영자, 사진 및 설치 작가, 에…또… 이러한 작업을 위한 펀드 운영을 위한 기금조직 운영 (*도시임업 : 버려지는 나무의 쓸모를 찾아내 나무를 다시 쓰고 아껴쓰면 나무를 심는 효과와 같다. 그것이야말로 도시에서 나무농사를 짓는 도시임업, 이라고 도시나무꾼 메아리 님이 말씀하였다)
2. 반갑고 기운나는 만남. : 알고보니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직접 만난 트위터 친구님이자 고갱님 ㅁㅎ. 장사를 못하게 되자 산더미처럼 볶은 콩을 먼저 걱정하며 친구몫까지 구매해주신 충성고객님. 처음뵙는 분이고 트위터에서 별로 말도 안섞어봤던 분인데 역시나 좋은 분.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촉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기운을 뿜어내니까.
3. 늘 힘이 되는 좋은 친구들. 연락도 없이 자전거카페로 찾아온 친구, 연락하고 찾아온 친구, 오기도 전에 내가 문을 닫아버려 찾아오지 못한 부산의 많은 (아마 두셋?) 친구들. 세밑달집이든 칠월부엌이든 나물요원이든 마음보태고 맛있는 거 사주러, 굳이 내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오는 오랜 친구들. 내가 오라고 하니까 정말로 놀러와준 친구.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어주고, 자기 마음을 전해오는 따뜻한 관계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