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의 금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봄인가 방심하던 틈에 며칠 지독하게 춥더니 비까지, 오늘 장사는 망했군 하는 마음으로 고산시장 홍홍으로 출근했다. 오늘은 제 1회 편파적인 여행담 ‘적게 쓰고 오래 노는 여행 기술’ 발표회를 하기로 한 날이다. 강연 자리가 처음은 아니지만 그 때는 회사의 소속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였지 내 얘기를 드러내놓고 온전히 여러 사람 앞에 서야 하는 자리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하는 무대연사 체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떨리지 않는 건 아니니까.
배낭여행에 대한 강연을 한번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땐, 어짜피 책을 만들어서 방문판매 하러 다니려면 행사를 해야하니까 흔쾌히 수락했다. 이런 자리는 경험이 능력이 된다는 걸 역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 이왕 할거라면 내게 호의적인 분들을 대상으로, 작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해보기로 한 거다. 책을 다 쓰면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환송파티를 기념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한 자리에 묶어 노래도 하고 커피도 내리고 낭독도 하고 영상도 틀고 소리도 들려주는 그런 쇼(돈도 벌 수 있는), 를 만들고 싶다. 그 일환으로 시작해본 셈이다. 뭐든 새로운 걸 한다는 건 일단은 흥미롭다. never try, never know.
걱정은 많이 안했지만 많이 떨렸다. 할 얘기를 주욱 그려보고, 메모했다. 사진을 보면서 나도 여행을 떠올리고 필요하다면 함께 보면 좋을 사진들도 좀 골랐다. 그런데도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까 엄청 긴장되더라. 그래서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대본을 쓰기에 이른다. 하고 싶은 말을 구어체로 주욱 써서 읽을 기세였다. 원고는 PDF로 저장해서 아이폰에 저장하는 디테일. 서른 다섯장이나 되었다. 미리 읽어보며서 리허설을 하려고 했으나 지겹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서 앞부분 한장을 읽고 그에다가 대략적으로 대본 양만큼 곱해보는 치밀한 계산으로 시간 계획도 대충 세웠다.
장소를 청소하고 정리하고 마법커피상자를 셋팅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마치고 나니 떨리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그랬다. 정말 준비완료. 사람들이 왔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했다. 준비한 대본을 그대로 읽는 것은 외워서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어서 중간중간 놓치는 게 없는지만 확인하면서 주욱 이야기했다. 괜찮게 한 거 같다. 재밌었다고 고맙다고 따로 전화해서 인사해주시는 분도 있는 걸 보니 듣는 분들에게도 제법 괜찮았을 거 같다.
앞으로 이런 자리를 떠나기 전까지 서울, 대전, 부산에서 알차게 가질 예정이다. 그러러면 빨리 책을 만들어야겠지. 기분이 좋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