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1호 [마음공부]
산책자의 2016년 1월 27일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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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신바닥 : 책값 500원
올해의 공부계획을 궁리궁리하다가 도대체 공부란 뭘까 싶어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봤다. ‘배워서 익히다’ 라고 나와 있다. 배우다는 알게 되다, 알다는 사실이나 정보를 머릿속에 가지다, 어떤 상태인지 깨닫거나 느끼다, 깨닫다는 생각하거나 궁리하여 알게 되다. 느끼다는… 끝이 없어 보이니 느끼다에서 일단 멈춘다. 이렇게 해찰하며 사전을 뒤적이다 보니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나는 해찰하는 사람이다. 주의가 산만하고 품행이 방정맞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서 말도 엄청 빠르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대체로 늘 바쁘다. 동시에 하기 싫은 것도 너무 많은데 그러다보니 여남은 해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직과 구직, 이직을 반복했다. ‘3개월 버티면 1년을 버티고, 1년만 다니면 3년을 다니고, 3년을 다니면 안정을 찾게 된다’는 직장인계의 잠언을 떠올렸지만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았다. 이력서를 지저분하게 만들면서 직종과 업종을 넘나들고 살다가 직장을 다닐 팔자가 아닌가 싶어 작정하고 백수로 4년 정도 지냈다. 비직장인으로 임금노동을 하지 않았다뿐이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으로 찾아가서 생활비를 줄였고, 돈이 되는 일 중에 하고 싶을 일을 골라서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어서 어떤 선택을 할 때는 ‘내가 감당할만한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언제나 현명한 선택을 하지는 못했지만 원망할 직장상사도 없고 달리 핑계 댈 수 없이 오롯이 내가 한 결정이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여야만했다. 시간이 쌓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목록이 생겼다.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도 자연스럽게 쌓였다. 갈 수 있는 곳과 가고 싶은 곳, 도움을 줄만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렇게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거다. 그 간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고려해야하는지 배웠고, 여러 번 반복하면서 선택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혔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간다.
‘알다, 배우다, 익히다.’
아까 사전에서 찾아본 말들이다. 나는 여태 내가,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이런 걸 인생공부라고들 하더라. 나는 인생공부보다는 마음공부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불안하고 어려운 선택을 할 때, 불안해서 우울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낼 때, 혼자만 유별나게 사는 것 같아서 외로울 때, 이게 결과적으로 다 내 인생공부라는 생각은 절대 할 수 없었지만 언제나 마음은 잘 다스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믿어주는 마음이 단단해야 어떤 길이든 뚜벅뚜벅 갈 수 있는데 믿음은 마음공부에서 오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불행한 순간에 더 불행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른들 말씀대로 공부할 때란 머리 잘 돌아가고 건강할 때다. 마음공부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고 해서 늘 행복한 건 아니다. 오히려 좋고 나쁨의 진폭이 너무 커서 두려울 정도다. (솔직히는 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도 없지만) 행복한 마음을 저축해두고 괴로울 때 꺼내서 쓸 수 있을까 싶어 괴로울 날의 나에게 편지도 써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건강할 때 마음공부를 통해 근육을 길러놓는 수밖에. 다행히 올해는 그간의 조금 특별했던 내 방황이야기를 정리해보고 싶어졌으니 마음공부를 깊게 할 것 같다. 마음이 건강할 때 공부를 좀 많이 해두려고 한다.
백수생활을 지속할 돈도 기력도 떨어져서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일지도 모르는데, 석 달만 지나면 나는 또 미칠텐데’ 하는 두려움과 ‘그 동안 길에서 배운 게 있는데 전과는 달라졌겠지’ 하는 마음을 양손에 저울질하며 들어갔는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방황전문가에게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나다니! 왜 회사생활이 전처럼 괴롭지 않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언제고 찾아올 반회사주의 본능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서 방황 좀 해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안에 ‘방황백과사전’을 쓰고 만드는 것. 올해 다짐이다.
*수원평생학습관 웹진 ‘평생학습아카이브 와‘에 실린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