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6/09/21

[생리일기] D-02

D-2
2016. 9. 21. 수요일

한 시쯤 잠들었다가 4시 반에 눈이 떠졌다. 원래 생리하면 새벽에 여러 번 깨서 화장실에 다녀오고 바로바로 피 묻은 속옷과 면생리대를 빤다. 밖에서 갈 때야 어쩔 수 없지만 집에 있을 땐 바로바로 핏물을 빼준다. 보통은 새벽 2~3시에 한 번, 5~6시에 또 한 번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던 것 같은데 오늘은 늦게 잠들어서인지 한 번 깼고 그게 일어나는 시간이 되었다.

할 일도 많아서 6시에 바로 출근해서 일과를 시작했다. 2~3시간에 한 번씩 생리대를 갈았다. 피 묻은 생리대는 비닐봉지에 꽁꽁 싸서 집에 가져와 빤다. 차라리 생리가 시작하고 나니 통증이 전보다는 심하지 않다. 그래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어서 허리께에 물병을 끼고 앉았다. 테니스공이 있으면 테니스공이 더 좋은데 사무실에 있는 갖가지 물건을 적당히 활용한다.

기한이 있는 업무를 마치고 오후에 조금 일찍 톼근해서 욕조에 몸을 담궜다. 원래 물 속에서 생리혈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물에서 나와 몸을 씻거나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땐 여지없이 다리를 타고 피가 흐르거나 수건에 묻기 일쑤다. 다 닦아내고 속옷을 챙겨입는 그 찰나에 속옷 어디메에 묻기도 한다. 목욕을 마치고 몸에 두르고 있던 가운에도 역시 묻었다. 빨았다.

기분은 나아졌지만 뻐근한 허리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생리전 통증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을 먹어야 할만큼 고통스럽지 않다.

방금도 생리대를 갈고 빨았다. 오늘은 일찍 잠들 것 같다. 8시에 잠을 잔다면 중간에 몇 번이나 깰까. 이불에 묻지는 않을까. 생리기간엔 늘 걱정이다. 어젯밤에도 이불에 묻을까봐 제대로 이부자리를 펴지 못하고 요가매트 위에서 잤다. 20년이 넘는 생리 역사에 맨바닥에서 잔 날도 숱하게 많다. 친구 중엔 아예 눕지 않고 앉아서 자는 얘도 있다. 오늘도 요가매트 위에서 자야할 것 같다.

다음 생리기간에는 생리컵을 써보려고 하는데 편히 잠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리일기] D-01

D-1

2016. 9. 20. 화요일

오전 11시 약속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게 생리가 시작된 것 같았다. 어제 오후에 미끌미끌한 분비물이 많이 나와서 생리인 줄 알았는데 피는 없었다. 그렇게 꼭 생리처럼 무언가 많이 질 밖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보통 다음날쯤 생리가 시작되었던 거 같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해서 몸의 변화를 살피고 싶어서 생리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허리가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한다. 3주전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가슴을 세게 누르는 것처럼 답답한 통증이 느껴졌고 2주전에 유독 분비물이 많았다. 그리고 열흘 전부터는 입안이 헐고 혓바닥이 까칠하고 두통이 심해 어지럽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견딜 수 없는 날이 계속 되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픈 밤도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며칠은 진통제를 먹었다. 정신없이 기분이 들떴다가 외롭고 쓸쓸했다가 몸이 달아올랐다가 집중력이 확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를 오락가락했다. 카페인이 좋지 않다고 해서 어제는 하루종일 커피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생리통이 심해질 게 두려워 허리 아픈 기색에 느껴지자마자 오후 1시쯤에 진통제를 먹었다.

사실 아침에 어제만큼 통증이 없길래 커피를 마셨다. 한 잔 마시니 두 잔 세 잔 먹고 싶어져서 오후에 한 잔, 밤에 한 잔 마셨다. 평소에도 많이 마시는 날은 5잔까지도 마신다.

자려고 누웠다가 이 일기를 쓰고 싶어서 9월 21일 자정이 되는 순간 다시 일어났다. 01시에 다시 잠자리에 들 예정.

생리일기

며칠째 몸과 마음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생리할 때가 되었는갑다 하고 아파하다가

우연히 몸의 일기, 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생리 일기를 써서 내 몸의 상태와 변화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먼저 생리, 주기, 호르몬, 증후근 등에 대해 찾아보고 읽어볼 생각을 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학생때처럼 노트필기해가며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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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ayzN5f3qN8g&feature=share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

이런 걸 쉽게 잘 알려주는 선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생리일기를 쓰는 것.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월간생리를 만드는 것.

생리 바로 알기.
생리통 극복 노하우.
생리용품 비교 체험과 추천.
나와 내 딸. 아줌마와 할머니, 소녀들의 생리이야기.
생리 때 먹고 마는 단 음식 등 먹는 이야기.
생리와 성욕, 호르몬과 섹스 등

여성의 몸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소녀들을 포함한 여성들을 위한 성교육도 될테고.
잊지 말자고 써놓는다. 월간생리를 만들자.

최근에 아이즈에서 여성의 몸 바로알기 라는 기가막힌 기획기사도 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나온 레드북 : 몸과 마음의 기록 이라는 책도 가볍게 참고할 만하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라는 책도 찾아봐야겠다.

월간생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생리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다음 생리부터 꼭 써야지.  (2016.9.11 일기)

* 2016. 9. 26 추가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여성들은 생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자다움을 위해 생리를 견디는 동시에, 눈에 띄이지 않게 생리를 숨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로 하여금 생리를 축하받을 만한 일로 옹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성이 매달 생리하는 것을 다른 단어, 저주 일반적으로 연관짓는 사람들에게는 [생리를 없애는 선택이 있다고] 상기시켜 주고자 한다.

기사에서 이런 사이트도 발견했다.
http://everydayfeminism.com/

비록 우리가 들은 말에도 불구하고) 생리가 멋진 5가지 이유”에서 Sarah Ogden Trotta가 외친 함성이다. Cycle Harmoney에서 Chief Harmony Officer인 Jing Jin은 생리 주기를 자랑으로 만들 몇 가지 방법을 추천했다. “생리를 할 때면 높아진 의식과 창의성을 자랑으로 삼으세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춤을 추고, 축하 하세요… 당신 안의 빛나는 여신성과 이어지고, 그 신성을 이해하는 공간을 만드세요.”라는 방법 속에는 생리 일기를 쓰고, 여성의 힘을 연결하라는 팁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 나는 생리주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호르몬을 저주하고 있지만 (그리고 영어라 아직 찬찬히 못읽어 봤지만) 이런 게 있구나 기억하고 나중에 읽어봐야지. 그때까지는 꾸준히 생리일기를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