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02
2016. 10. 18. 화요일
피곤해서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속옷과 잠옷, 이불에 피가 묻을까 걱정하며 전전긍긍하지 않고 잠을 자다니. 신세계다 신세계.
샤워하고 수건으로 몸을 맘껏 닦을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늘 수건에 피가 묻을까 조심스러워 잘 닦지도 못했으니까.
새벽에 한 번 깨서 컵을 비웠다. 면생리대를 할 때도 새벽에 두어차례 깼는데 습관인지 몸의 리듬인지 서너시쯤 일어났다.
두어시간 후에 컵을 비우면서 보면 피가 아주 조금 차있더라. 고작 이 정도의 피를 생리대에 받아내느라 그렇게 마음고생을 했다는 건가 하는 허탈한 심정.
생리대에 흐르는 피를 받으며 닦아내며 옷이나 이불에 피가 묻을까 걱정하던 태도와
컵이 차면 내가 비운다, 사이에는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
스스로 생리하는 몸을, 생리혈을 관리한다는 기분이 든다. 더 주도적이고 피가 고인 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생리대를 갈거나 오줌을 싸러 화장실에 갔다가 속옷을 올릴때 어쩔 수 없이 옷에 묻고 마는 한두방울의 피나 주욱 늘어진 핏줄기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정말 즐겁다.
생리하는데 속옷이 이렇게 깨끗하다니!
넣고 빼는 건 경험이 쌓일수록 요령이 생길거 같다.
좁게 접는 것 만큼, 좁은 상태를 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
슬슬 돌리면 넣기.
퐁 하고 한번에 빠지지 않도록 잘 조절하기
깊숙이 쑤욱 들어간 컵을 잘 꺼내기 등등.
전반적으로 정말 만족스럽다.
이물감은 생각보다 적다. 어떨땐 거의 없어서 아무것도 안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출근을 해야하니 생리통약을 하나 먹었다.
오후 두시쯤 약발이 다한 것 같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3~4시간 약효가 간다더니 사실인가봐. 그래서 약을 하나 더 먹기는 했는데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또 걸리니까 아프기 전, 안 아플때 먹는게 맞는 거 같다. 어질어질. 계속 피곤하고 배가 허리가 아프다.
그치만 생리컵은 너무 좋아서. 잘 때도 아무런 걱정없이 신나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