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호 [남 걱정]
산책자의 2017년 1월 23일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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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신바닥 : 책값 500원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내 친구 ㅁ은 내게 필요한 것들을 나보다 잘 알아서 챙겨줘서 매번 나를 놀라게한다. 해외출장 전에는 포장을 뜯어내 진공팩으로 내용물만 하나씩 포장한 컵라면을 종류별로 선물해주질 않나 뭔가 불편해서 걱정하고 있으면 자기가 알고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맞춤한 물건을 갖다주기까지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다른이의 사랑이나 배려, 대접을 받는 일에 관대하다. 그럴만하니까 라고 으레 생각해버린다. 기꺼이 호의을 받고 나 역시 또 마음을 내면된다. 보답하는 마음이든 도움이 필요한 다른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마음이든. 그런데 ㅁ이 주는 마음은 너무나도 커서 과연 내가 이정도까지 받을만한가 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 그렇지만 남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얼마 전엔 줄 게 있으니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더니 아르간 오일을 내민다. 모로코산 아르간 오일. 나는 친구가 살고 있는 모로코행을 결심했다가 다른 사정으로 포기했고, 몇 달 전 생전 안 하던 파마를 해서 머리카락 윤기가 다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에서 모로코 아르간 오일을 선물하는 맥락은 어색하지 않다. 그순간 나는 감동을 넘어 ㅁ을 존경하기까지 이르렀는데 그이의 행동은 다정할뿐더러 무척이나 바른 방식이었으니까.
궁금하지도 않은 사생활을 캐묻고 그러면 안 된다는 잔소리를 해대는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내 상태를 품평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지인들, 내 상황을 걱정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해결 방안을 들고와서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다정한 친구를 존경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애를 안 낳아보면 인생을 모르지”라는 대꾸하고 싶지 않은 말부터 “스타일 왜 그래, 관리 좀 해야겠다” “나는 그거 맛 없던데?” “너한테는 다른 게 더 어울려” 와 “써보니 이거 좋더라. 예전의 머릿결로 돌아와야할텐데” 의 차이다.
악의 없는 말인 줄은 안다. 나 역시도 생각 없이 비슷한 맥락의 말들을 뿌려댔을 것이다. 그래서 다짐한다. 특히 부정적인 의견을 굳이 말하지는 말아야겠다. 당사자가 모색하는 과정에서 내게 질문 한 경우에만, 그것도 예의바르게 대답하기로. 내가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을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자연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해야지 뭐라도 한마디 거들고 싶어서 아무말이나 해도 되는 사이는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든 잘못을 찾아내서 지적하고 반대의견을 내서 자기자랑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늘 경계하자. 너가 좋아하는 그것, 니가 하고 있는 그것 나는 싫고 이상하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된다.
고민은 당사자가 제일 많이 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당사자다. 남걱정은 그 남이 요청할 때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날마다 진귀한 재료로 헤어팩을 하면 머릿결이 돌아온다고 치자. 그런 말을 내게 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말 테이블에 내가 불러앉힌 친한 친구이거나 테라피 회원권과 택시비를 줄 수 있는 사람뿐. 그나저나 아르간 오일 잘 바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