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09/01

20170901

지리산포럼에 왔다. 비영리 단체 퇴사경험이 있는 개인으로 내일 세션에 참여한다. 혼자서라면 (나는 낯을 가리니까) 올 생각을 못했을텐데 고맙게도 지인이 초대해주었다. 다음주 시험도 있고, 내일 완주에서 일정도 있어서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요즘도 외롭기때문에 대외활동 차원에서 용기를 냈다.

산내에 오는 김에 일찍 와서 문화기획달에 들러 달지기들과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눴다. 좋은 동료들과 으쌰으쌰 기운을 내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았다. 한 명 한 명 진하게 꼬옥 껴안았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지난주에 모로코에서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쥬이랑 제주 바라네서 만나, 우리 모두는 각각 자기자리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는데 언젠가는 가까이에 함께 살고 싶으니까 우선,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언젠간 동네친구 –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뭐라도해보자는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오늘 즉흥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찾다가 ‘혼자놀기’ ‘외롭지 않게 함께 놀기’등 남이 적어낸 주제, 내가 적어낸 주제를 적당히 섞어 이야기했는데 수원 행궁동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서 엄청 신났다. 역시 좋은 이웃들과 즐겁게 지내는 거 너무 중요하다. 그리고 견출 기술을 가르쳐줄 사수도 확보했다. 그래 내년에 수원에서 진짜 배워보자. (나는 진지한데 농담하는 줄 아시겠지?)

완주 내려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주변에 내가 배울만한 기술이 뭐가 있을까 물어보고 다녔을 때는 마음에 꽂히는 대답이 없었는데 오늘 나눈 몇가지 얘기들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싶다. 막연히 천연페인트 좋지, 목공이나 직조는 많이들 하는데.. 이런 수준이었다면 오늘 조언들은 현실적이었다. 굴삭기 면허를 따면 수요가 많으니 일이 충분할 거라는 얘기가 솔깃했다. 전기기술자가 되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타일 줄눈이나, 미장, 도배 현장에서 일을 배울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사수를 만날 가능성이 낮고 실제로 기술자가 된다고 해도 일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러던 와중에 홍성사는 분이 우리 같이 (굴삭기 수요 많다고 조언해주신 분이 현업에서 일하신다고 한다) 견출배울까요? 그래서 혹함. 나 진지하다.

어색해서 수줍게 기웃기웃 거렸지만 좋은 날이다. 오랜만에 감꽃홍시에서 주인장 부부도 만나고, 서울에서 온 친구들도 보고,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뿜어내는 공기도 사실 좋다. 녹색연합 윤정숙 선생님의 강연도 좋았고.

오늘부터 숨을 고르면서, 남들에게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볼지도 모르는 일기를 작정하고 쓰기로 했다. 오늘 아침부터 운전해서 왔더니 피곤하다. 잘 자고 내일도 재밌는 하루를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