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삿짐센터에 전화했다. 사실 시험 치르고 난 다음 주말에 동네 아는 분의 트럭을 빌리고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이사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괜히 미안한 일이 생길 것 같고, 아직 허물없이 누구누구를 부를 수 있는 마음 상태도 아니다. 누가 나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가기는 하겠지만 나는 솔직히 누구를 딱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벼르고벼르다가 이삿짐 센터에 전화했더니 견적을 보러 방문해준다고 했다. 업체를 통한 이사도 처음이라 역시나 떨리지만 뭐, 해봐야지 어쩌겠어.
카페에 출근했다가 7시에 퇴근해서 한 시간 정도 겨우겨우 책을 봤다. 일요일에 보는 한국어교원자격시험. 정말 스트레스다. 정말정말 공부하기 싫고 봐도 무슨말인지 모르겠고 지금 해서 뭐하나 싶고 어짜피 불합격할 것 며칠 책 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차비 아까우니 서울에 시험보러 가지 말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그저 성실하게 마무리한다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실직자 국비지원으로 양성과정 이수라도 한 게 어디냐.
공부는 하기 싫고 마음은 불안하니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의 검색 키워드는 “여성유망직종” “복싱”. 트위터에서 유해물질 화물운송이 생각보다 정년이 늦고 여성들이 생각보다 진출하지 않아서 해볼만하다는 글을 읽고 또 트럭운전에 혹했지만 금새 시무룩해졌다. 나는 운전도 그리 좋아하지 않고 잘하지도 않으니까. 복싱은… 운동은 하면 좋은데 트레이너 선생님과 개별적으로 하는 운동은 너무 비싸고 혼자서는 안하고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어 이르게 된 결론. 이내씨가 매일 일기를 써 올리는 데 자극받아 나도 일기를 다시 쓰겠다고 했는데 이내씨가 복싱을 하더라고. 나는야 따라쟁이. 수영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으니까. 땀흘리며 몸을 쓰는 운동에 관심이 있고 복싱은 안해봤으니까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아직 모르잖아. 시도해볼만 하다. 다만 둔산리 회원모집 광고전단에 남성은 전통복싱, 여성은 다이어트 복싱이라고 나와서 기분이 좀 싸하지만 시험끝나면 방문해서 상담받고 일일체험 같은 게 있으면 해보면 좋겠다.
시무룩하게 불끄고 일찍 누워있는데 친구에게 오늘 어떠냐는 문자응원을 받고 벌떨 일어나 한 시간 정도 더 책을 봤다. 잘 이해는 안 가더라도 꾸준히 읽기라도 해야 시험 볼 마음이 생길 테니까. 이번 주말 시험에 친구 두 명도 함께 응시하는데 다들 마찬가지로 공부는 안 하고 있다. 한 친구가 아무래도 자긴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나도 그럴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 이번엔 내가 그 친구에게 문자응원을 해줘야겠다. 떨어지더라도 시험은 보자. 앞으로 닷새 조금만 버텨서 성실한 마무리를 해보자.
이삿짐센터에서 사실 오늘 방문한다고 했는데 못왔다. 내일 오신다고 한다. 무조건 여자는 사모님으로 불리는지 나한테도 사모님 사모님 한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사 같은 큰 일을 처음해보려고 하니 떨리고 걱정도 된다. 어짜피 나는 같이 시시콜콜 고민을 나눌 사람도 없으니 그냥 두려워도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잘자라, 바닥. 오늘도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