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7

카페 근무가 12:30부터면 12시 조금 넘는 시간에 미리 가서 점심을 먹고 일을 시작한다. 식사 시간이 겹치면 카페에서 식사를 챙겨주시기 때문. 보통은 사장님 어머니께서 밥과 국, 반찬 등을 매일 챙겨서 차려주시는데 가끔 안 오시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근처 상가에서 사 먹는데 같이 근무하는 친구가 가고 싶은 식당이 있다고 거기에 가자고 미리 연락을 줬다. 11:40분까지 와서 같이 밥먹자고 한다. 근무시간은 12시 반부터인데 이렇게 일찍? 하는 억울한 마음이 좀 들기도 하는데 사실 근무시간 전까지 할 일이 없고 나도 맛있는 식당에 가면 좋으니까 아 뭔가 괜히 손해보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을 접고 일찍 카페로 갔다.

모여라땡땡땡이라고 요일별로 동네사람들이 하루를 맡아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식당이다. 오늘은 작년에 귀촌한 친구가 당번이고 메뉴는 카레였다. 맛있게 잘 먹었고 그 쉐프친구랑도 한참 수다 떨었는데 역시. 그 친구도 지역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외로운 개인같았다. 조만간 내가 외롭게 고립된 완주의 개인들을 엮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겠다. 이사하고 나서.

다음주에 이사하고 나면 카페 근무를 좀 늘리기로 했다. 처음엔 주 3일이었고, 지금은 주 4일하고 있는데 마감시간 대 아르바이트생이 없어서 카페 사장님 입장에서도 곤란한 데다가 나도 딱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카페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힘들지 않으니 일단 근무를 좀 늘려도 괜찮을 거 같다. 마감타임 근무할 수 있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웃으면서 ‘일 너무 많이 해달라고 하면 나 싫어할까봐 부탁을 못했다고’ 하긴 내가 일하기 싫다 싫다 노래를 많이 부르기는 했지요. 그래도 일단 해보고 너무 많아서 괴로우면 좀 줄이든가 하면 되니까. 이사하느라 돈도 많이 들 거고, 이사하고 나서 복싱이든 합기도든 어디라도 운동다니려면 벌면 좋으니까 해보려고 한다. 고양이도 들일까 매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일 드디어 서울에 가야하는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스트레스도 안 받고 걱정도 안 된다. 정말 나도 같이 시험보는 절친들처럼 출제경향 파악하는 데 의의를 두고, 떨어질 거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지에 이렀나 보다. 그래도 조금 보는 척이라도 하는데 오늘은 한 장도 안 봤네. 가만히 있기 불안해서 구글무비로 라라랜드 봤다. 좋더라. 예전에 소개팅 비슷한 거 할 때 상대방이 최근에 라라랜드 보고 자기 취향아니었다고 하던데 나는 좋구만. 흥겹고 아름답고 유쾌하니까. 잘 짜여져서 숨막히는 서사를 따라가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것 같다. 환상인 줄 알면서도 보고 감탄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요즘 누구 꼴보기 싫은 마음이 너무 강력하게 올라와서 너무 못난 기분이 든다. 특별히 나한테 나쁘게 하는 것도 없고 나쁜 사람도 아닌데 그냥 뭔가 걸려. 나하고 맞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그러려니 하면서 애매함을 견디는 걸 내가 잘 못하니까 늘 괴로운 것 같다. 그래도 그냥 둬야지 어쩌겠어.

라라랜드 즐겁게 보고, 잠은 안오지만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잘 건데, 정말 잠이 안 온다. 아, 오늘 집주인 아저씨에게 전화와서 다음 세입자 구해졌다고 이사 언제나가냐고 물어보시더라. 잘됐다고 했다. 며칠 사람들이 집보러 온다고 항상 나 없을 때만 연락해서 비밀번호 알려주고, 그럴 땐 집에 오자마자 비밀번호 바로 바꿨다. 집주인아저씨는 아무런 간섭도 관심도 없었고 나는 제때 집세를 냈으니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로 잘 지냈다. 좋은 인연이었다고 인사해주시더라. 뭔가 어른의 일을 한차례 치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제 내일 서울 가서 시험공부 조금 하고, 모레 시험보고 내려오면 이사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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