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길었다. 대여섯시에 눈을 떴고, 가지가 나가자고 봬서 7시부터 두시간 가까이 산책을 했다. 이번엔 아파트 단지와 공원쪽이 아니라 앞쪽 마을로 가는 길목. 논과 밭이 펼쳐진. 낙엽날리는 걸 신기하게 보고 나무도 타고. 논밭 옆으로 늘어선 강아지풀밭에 정신을 잃고 달렸다. 귀여운 것.
돌아와 허겁지겁 물마시는 것까진 좋은데 밥은 여전히 잘 안 먹는다. 입앞에 갖다 바쳤는데도 자기 맘에 드는 사료만 쏙쏙 골라먹고. 그래도 아까 벌레 한두마리 잡아 잡수신거 같다. 나가자고 또 보채기는 하는데 금방 포기하고 잠을 잔다.
봉동언니들 셀프세차하는 거 구경갔다. 나중에 나도 혼자 셀프세차장 가서 세차하려고. 가지가 아침에 먹은 개미랑 사료를 또 토했는데 똥은 잘 싼 편이어서 다행이다. 풀인지 지푸라기인지를 똥으로 내놨더라. 히유. 배고프면 밥을 먹으라고 이녀석아. 진짜 내가 닭가슴살 삶아다 바쳐야 할라나…
어제 먹은 김치국밥 남은데다가 김도 구워 추가하고 깨도 뿌려서 어제 종란쌤에게 산 토종오이랑 같이 아침 먹고, 입이 심심해서 지정이 준 밤 먹고, 키키가 남기고간 와사마요 컵라면도 먹었는데 카페 출근하자마자 샌드위치 반개랑, 김치볶음밥 저녁을 먹었다. ㅋㅋ 너무 많이 먹기는 하는군요.
가지를 안고 늘어지게 낮잠을 한두시간 잤고, 카페가 바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한시간 일찍 출근해서 일했다. 아주 힘들지는 않고 적당히.
가지가 싱크대도 껑충 올라온다. 와. 이녀석 정말 냉장고 위 올라가는 것도 시간문제겠다. 가지 덕분인지 가을이 와서인지, 정말 슬럼프가 끝났나보다.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