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09/26

20170926

아침에 눈뜨자마자 가지가 울어대서 산책 나갔다. 중간에 가지가 목마를까봐 물도 준비해갔다. 나도 커피 한 잔 내려서 들고. 아직은 가지의 우는 소리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 가다가 멈춰서서 안아달라는 건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건지, 무섭다는 건지. 대충 차가 오거나 개를 만나면 무서워하는 건 알겠는데 멀쩡하게 갑자기 멈추면 목마르다는 건지, 그만 걷고 싶다는 건지.. 물을 주면 마시기는 한다. 그리고 기다리면 쉬다가 다시 가고. 천천히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니까.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흙을 찾아 오줌싸고 똥을 쌌다. 산책냥 가지는 볼일도 이제 밖에서 볼꺼니.

버스 기점인 정류장이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가지를 예뻐하셔서 건너오셔서 말을 거신다. 매일매일 만나면 재밌겠다. 버스 안으로 뛰어 올라가서 놀지도 몰라. 그럼 그림이 너무너무 예쁘겠지? 오늘은 해뜨는 장면 앞으로 가지가 섰는데. 동화같이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정말 좋아.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또 나가자고 보채고, 밥을 조금 먹고, 그랬다. 나는 그 사이 빨래를 돌리고, 아침을 차려먹고, 방을 청소하고, 책을 읽고, 출근 전에 네 시간도 넘는 자유시간을 맘껏 누렸다. 

출근해서 일하고. 내일 책이 도착할 것 같은 기쁜 마음에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정씨가 알라딘에 등록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트위터, 페이스북, 카톡으로 사방팔방 자랑하며 맘껏 뿌듯해하고 있다. 정말 감격스럽고 신난다.

홍홍에 들러 떡볶이랑 김치볶음밥을 조금 얻어먹고 집에 돌아왔다. 소장님께 현관에 설치한 가지탈출방지용 중문 제작을 상담했다. 지도편달해주신다면 내가 직접 작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계속 마음이 들떠서 친구들에게 죄다 자랑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들락날락하면서 좋아요, 를 누른다. 오늘 쯤은 이래도 되겠지?

20170925

월요일.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서 6시 반. 사실 4시경에 창문밖에서 너무 시끄럽게 이야기나누시는 아주머니 두 분때문에 일어나서 소리지를뻔했다. 새벽출근하시는 분들이 차를 기다리는 장소인 모양인데, 사람이 산다고 생각하지 못하시는건가. 해도해도 너무한 크기의 목소리였다. 내일도 그러면 진짜 말해야할듯.

7시에 산책나갔다. 오늘도 역시 베란다 앞에서 에우에웅 울고 있어서, 어제와 다른 길건너 저쪽 논밭길로 갔다. 밭두렁에 똥도 싸더라. 좋았는데 어제는 주말이라 확실ㅎ ㅣ차가 없었던 모양이다. 도로에는 차들이 꽤 되고, 논길 옆으로는 일나가는 트럭이 종종 지나가서 가지랑 산책하기에 썩 좋은 길은 아니었다. 그래도 리얼논워크 사진 건졌다.

일어나자마자 산책가자고 우엥우엥 거렸는데 내가 화장실가서 미적거렸더니 이불에 오줌 싸놨다. 설사할때도 설사똥을 좀 묻혔던 옷이라 바로 빨았다. 하하. 이제 진정 집사시중의 나날인가.

산책마치고 집에와서 옷정리 마치고 좌탁 조립까지 하니 정말 끝이다. 읍사무소에서도 다녀갔다. 자동차서비스에는 전화했는데 너무 바쁘니 추석지나고 오라고. 이제 정말 이사와 관련한 일은 다 끝났다. 추석 지나고 자동차 부품교체하고, 내부 스팀세차 한 번 하고, 10월 행사 매주 치러내면 와.. 11월. 

토요일에 종란쌤에게 가지오이 사고 서비스로 받은 호박잎 쪄서 도시락으로 쌌다. 카페 출근해서 일하고 7시에 퇴근했다. 우주선 집 겸 이동장이 도착했다. 너무 귀엽다. 책은 예상보다 빨리 나와서 막 출판사에 도착했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우편발송하면 내 손에는 수요일쯤 들어올 것 같다. 신난다. 떨린다. 잘하면 추석 전에 서점에 깔릴 수도 있겠다. 

같이 일하는 친구 내일모레 미국 여행가는데 경비보태라고 100불이랑 여권지갑과 태크 선물했다. 너무 좋아한다. 두 분 사장님은 500불이나 주셨다. 하하. 나중에 소장님이 고양이밥도 자주 대신주고 하니 나한테도 뭐 해주고 싶다고 하시니 가지 중성화수술 시켜주신다고 한거나 잊지말라고 했다. 그건 그거고, 다른 거 또 뭐해줄게요. 라고 하셔서 저도 미국갈 때 5백불주세요. 했다. 하하. 당연히 주지, 근데 그거때문에 미국가진 마요.  

고용센터 담당자가 9월 확인전화를 주었다.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고 있는 나의 궁극적 목표는 ‘취업’인데 한국어교원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은 상담과 구직활동을 면제해주었다. 11월에 2차 시험이 있다고하니 그때까지는 또 어떻게 하실거냐고 묻더라. 나를 취업시켜야 한다는 실적 때문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진심으로 나의 생활을 걱정하시는 걸수도 있다. 카페에서 주 20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 50정도는 번다고 말했는데 장기근무가 되면 취업처리를 해야한다고 하신다. 주30시간을 일하고 고용보험을 가입해서 취업장려금을 사업주와 내가 갖는 방식을 사장에게 제안해보라고 하시는데, 무지 귀찮겠찌. 취업이 되든, 사업기간이 다하든해야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로서 나의 의무는 끝난다.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그 과정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국비지원을 받았다) 사장님과 상의해본다고 하고 끊었는데 어떻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동물병원에서 가지 경과를 묻는 전화가 왔다. 설사가 완전히 잡힌 건 아닌고 밥을 잘 안먹고. 매일 졸라서 산책을 나간다고 했더니 들러서 약도 더 받고 접종도 필히 해야할거라고 하신다. 조만간 병원에 가야해.

10월 완숙회 생활기술워크숍 홍보차원에서 비비랑 달에 부탁하고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신청자는 거의 찼고, 무리없이 잘 진행된다. 고마운 날들. 

저녁에 퐝바라랑 전화통화하기로 했는데 오늘도 엇갈리려나. 작은방 의자에 폭 파묻혀 싱글레이디스를 읽었고 가지는 무릎에 앉아 갸르릉거렸다. 정말.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