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7 10월

20171028~1029

10.28.토
어젯밤에 우리집에서 ㅂㄹ를 재우고 같이 작업현장으로 갔다. 9시까지 가야했는데 5분쯤 늦었다. 그래도 빵도 구워서 요거트랑 차랑 같이 마셨다.
방충망 작업을 하고 계셨고, 적당히 마무리 되고 나서는 욕실 세면대를 뜯어서 구조를 보고, 수전을 교체했다. 수납장 경첩도 갈았다. 경첩을 가는 게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변수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걸렸다.

점심먹고 오후에는 팀을 나누어서 한 팀은 목공 작업으로 문틀 짜서 창호교체하고, 한 팀은 방충망 교체하고 마무리 작업, 전등교체 했다. 지난번보다 강사님 목수 두 분은 훨씬 좋았다. 친절히 잘 가르쳐주시고, 궁금한 점에 대답해주시고, 기본적인 원리와 세세한 팁들을 알려주셨다.

하루 종일 작업하느라 피곤하고 끝엔 집중력도 떨어졌지만 보람있었고, 저녁엔 고래센터에서 공연을 봤다. 저녁식사하고 숙소로 들어가서 비비언니들과 돈쓰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좋았다.

이제 나는 집에 가서 가지랑 자야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집에 가서 가지를 데리고 나왔고, 술도 사왔다. 그리고는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짱 신남. 한 시 다 되어 잤다.

팟캐스트 후반 편집을 ㄲㄴ가 도와줄수 있을 것도 같다. 좋은 동료와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군.

10.29.일
오전에 빵이랑 달걀이랑 구워먹고 가지랑 산책도 조금하고. 비비언니들과 본격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듣는 내내 부럽고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동시에 나는 어떤 그림으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건강한 고민도 했다.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퇴근해서 집으로 와서 씼고,
5시에 카페로 출근했다. 엄청 피곤하지는 않고 그냥 편안하다.
근데 생리할 때가 되선지 속이 편치 않고 자꾸 짠거. 자극적인 게 먹고 싶어서 라면 반개 저번에 먹고 남은 거 끓여먹었다. 겨울밤 떡국이나 만둣국, 김칫국에 소주 한 잔 하던 아빠 생각도 나고. 동시에 늘 야식을 끓여 대령하던 엄마 생각도 났다.

어쨌거나 좋은 주말. 이제 다음주부터는 한국어교육자격검정시험 2차 시험 준비 본격적으로 해야한다. 보험을 해지할까 고민되어서 증권을 뽑아봤다.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지.

20171027

아침에 일어나 밀린 일기를 쓰고, 커피를 마시고, 오늘까지 마감인 귀농귀촌인 수기를 써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었다. 참가자가 없으니 내기만 하면 50만원 최우수상 당선이 거의 확실하다는데 좀 부끄럽기도 하고, 군청에서 이렇게 저렇게 써먹는다고 생각하니 썩 내키지가 않아서. 저어했다. 그런데 완두콩 관계자들은 없으니까 계속 수소문을 하고. 그래서 나는 했다. 50만원을 번다 생각하고.
대충 쓰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니까 최선을 다해 대충 쓰려고 했는데 집에서는 마음이 잘 안잡혔다. 엊그제부터 계속 마음이 시끄러운 것도 있고.

그래서 카페로 출근. 5천원을 자유이용금액으로 결제해놓고 커피 레몬차 오미자를 맘껏 마시며 원고를 썼다. 쓰니까 또 쓸만했다. 물론 시동이 걸리기 전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일기 등등 각종 딴짓을 했고. 내일 프로그램 진행해줄 목수님들께도 사랑고백 문자를 보내고. 싫은 사람때문에 마음 상하고 미움을 키우기 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을 더 크게, 좋아하는 마음을 진하게 생각하면서 안 좋은 기운을 지우려고 한다.

점심도 얻어먹고, 일찌감치 집결장소로 가서 부산으로 ㄱㅈㅇ 에게 책을 한권 보내고 (그냥 보낸다고 했더니 굳이 책값을 보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쉐프 선생님들이랑 놀면서 참가자들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여성생활기술캠프는 큰 무리없이 진행될것이다. 내 친구들도 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재미있을 것이다. 영상작업을 한다는 전주분 한 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친해지면 팟캐스트 작업에 초대할 수도 있을 듯.

지역 여성과의 대화, 시간도 차분하게 ㅋㅋ ㅅㄹ과 같이 진행했다. 여성의 기술자립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잡았으면 내가 진행하는 것처럼도 할 수 있을 텐데 여러 욕구가 다양하고, 기획도 느슨하게 했으니까 그냥 지켜보았다. 숙소는 바닥난방이 되는 작은 집을 중심으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하기로 했다. 나쁘지 않다. 내일 실습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가지 때문에 나는 집에 와서 자기로 했는데 늦게 도착한 ㅂㄹ를 우리집에서 재우고 내일 아침에 바로 합류하기로 했다. 싸주신 저녁밥을 먹고 같이 이야기를 하고 가지랑 놀고 10시 넘어서 잤고. 나는 7시쯤 일어났다. ㅎㅇ 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한 모금만 싸달라고 해서 아침에 내린 커피를 남겼다. 커피가 똑 떨어졌네. 카페에 가서 얻어오든지. 내일 하루니까 참든지. 헤헤. 시작되었으니 어떻게든 끝날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처음처럼 막 흥이 나지는 않는다. 같은 걸 두 번 연달아 해서 그럴 거고, 다른 정황때문에 내가 기운이 치솟지 않아서 그럴테지. 그래도 ㅁㄱ이 엊그제 워크숍 진행하다 내 곱슬머리에 불이 붙고 강사선생님인 곽목수님이 불을 꺼주신다는데. 흥하는 꿈이기도 하고, 뭔가 조심하라는 꿈이기도 하니 불은 피우지 않기로 했다. 하하하.

20171025~1026

10.25.수요일.
오늘은 5시에 출근해서 마감까지 일하는 날이다. 오전에는 시간이 좀 있다. 할일을 떠올려보니. 어제 도착한 ㅎㅇ이 만든 커튼도 빨아야 하고, 그래야 말려서 내일 다니까. 방도 닦아야 한다. 저녁에는 가스경보업체에서 작업하러 나온다고 하신다. 대전 구석에서 할 행사를 위한 초대의 글을 아직도 못썼다. 겨울옷도 정리해야하는데, 주말에 할 행사관련해서 카페에서 저녁에 ㅈㅈ과 회의하기로 했다. 뭐 부터 해야하지. 그러다가 마음이 동해서 우선 서울에서 얻어온 주방등기구를 설치해보기로 했다. 그게 제일 하고 싶었다. 당장. 기존의 등을 떼내고, 교체할 등기구의 쌓인 먼지를 닦고, 전구도 닦았다. 잘 안되어서 과탄산수소를 넣어 끓이니 아주 잘 닦였다. 살림전문가가 된 기분. 본격 작업에 들어가니 등기구에 필요한 나사가 없어서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여분의 스위치를 분해해서 거기서 대용품을 찾았다. 아 그러다보니 기운빨려. 우선 쉬어야겠다. 어제 사온 너구리를 반만 끓여먹었다. 스팸도 넣고 양파도 넣고 달걀도 풀어서. 근데 고양이랑 같이 산다는 건 잠깐 쉬면서도 혹시 고양이가 세제를 핥아먹을지도 모르니까 잘 정돈해야하고, 작은 나사를 가지고 놀다가 먹거나 어디로 숨겨버릴지 모르니 일단 다 잘 치워야 되더라. 내가 더 부지런해질지도 모르겠다. 라면을 먹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작업 시작. 그런데 아무래도 각이 잘 안나오고 혼자서는 달 수가 없겠더라. 근처 사는 장신 에이스 ㅇㅈ씨에게 도움요청. 지금 수업중이라 늦겠지만 오후에는 올 수 있다고. 쉬엄쉬엄 방을 쓸고 닦고 필요한 공구를 고산에 가서 빌려왔다. ㅇㅈ씨가 4시에 와서 5시에 카페 출근해야하는 나는 작업을 못하겠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앉지도 않고 작업에 투입되어준 ㅇㅈ덕분에 후다닥 등을 달았다. 완성! 저녁에 가스업체에서 방문하시라고 열쇠를 관리실에 맡기고, 고양이를 데리고 카페에 출근했다. ㅇㅈ 미안. 우리 내일 느긋하게 다시 만나요.

작업자들에게 집 열쇠를 넘길 수는 있지만 혼자 고양이 있는 건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사장님께 여쭤보고 데리고 왔다. 다행히 녀석이 얌전히 스태프룸에서 기다려주었다. 가끔 내 얼굴이 보이면 울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앉아서 자거나 쉬었다. 역시 고양이. 아기 데리고 출근한 엄마가 된 기분. ㅈㅁ랑 ㄷㄹㅋ가 애기 보러 잠깐 들러줬고 사장님들도 예뻐해주셔서 좋았다. 카페는 마감때까지 좀 바빴는데 그래도 할만했다. 완두콩 대표님이 친히 전화를 주셔서 완주군귀촌인 수기공모에 필히 참여하라고 얘기하셨다. 진짜 해야되나, 할까말까 여러 고민을 했는데 하지 뭐. 일이라고 생각하고.

주말행사 마지막 점검회의를 했는데 거기서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번 행사때 고양이 알러지때문에 ㅅㄹ이 너무너무 고생했다는 이야기. 이번엔 신경 좀 써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 완벽하게 격리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가 아무래도 데리고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과정을 지나는 내 마음이 아주 매끄럽지는 못했는데 구구절절 반성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거나 그런 과정을 여기에 적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나한테 귀여운 고양이가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걸 넘어 생생한 고통을 주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 의의를 둔다.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계기.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앞뒤 따지지 않고 내가 가해자가 된 건 속상한 일이다. 계속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서 우울해서 치킨을 사먹었다. 치킨이 위로해주겠지. 반반 포장하려고 냄비와 그릇을 각1개씩 들고가서 포장해왔다. 하하하. 콜라 대신 사이다를 가져왔고, 먹지 않은 무는 반납했다. 치킨도 맛있었고 가지도 상에 달라들지 않았다. 좋은 일이 많네. 그렇게 밤을 보냈다.

10.26.목요일.
마음이 여전히 고되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8시 넘어서 늦게 일어났고 고양이 병원이나 도서관, 겨울옷 정리, 자동차 관련 업무처리 등 머릿속에 할일이 많았지만 그냥 다 쉬기로 했다. 어짜피 4시 이후에 ㅇㅈ네 집에 놀러가기로 했고. 오전내내 쇼핑을 했다. 이제 건강챙길 나이니까 바빠지니까 영양제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센트륨 주문하고, 겨울이라 핸드크림, 입술보호제, 바디로션이 필요해져서 바세린 주문했다. 텀블벅에서 이고잉 프로젝트에도 소액 후원했다.

가계부가 날라가버려서 김에 마구마구 돈을 쓰고 있는데, 기분이 좋기는 한데. 엄청 썼을 거 같다. 이렇게 정신없이 쓰다보면 돈사고를 내겠구나 싶었다. 시간이 좀 나서 고양이 병원에 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래 내일부터 또 일하느라 바쁠텐데 그냥 나를 위한 시간을 갖자 싶어서 욕조에 물바다 목욕했다. 좋았다. 어제 남은 치킨도 먹고. 3시반에 걸어서 ㅇㅈ네 집에 갔다.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팟캐스트 로고송에 대한 의뢰도 하고, 음악인으로서 ㅇㅈ를 대하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조심스럽고 여러가지 마음이 들었다. 책도 빌려왔다. 자주 놀러가서 친해지면 좋겠다. 나중에 취미로라도 음악을 배워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들어 부르고 찍어서 올린 영상도 같이 봤다. 코드도 다 같고 연주도 형편없지만 나는 아마추어니까. 헤헤. 그래도 좀 부끄러웠어.  8시에 남편 ㅅㄷ씨가 퇴근해서 차로 데려다주었다. 갈때 걸어간 건 좋았는데 돌아오는 길을 생각해보면 다음에 걸어가긴 힘들것 같다. 자전거는 그나마 나으려나. 집에 와서 고양이와 인사하고 중문도 구경하고 그이들은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잤어야 했는데 역시 마음이 아주 편해지지는 않고 식탐이 올라와서 배가 부른데도 후라이드 치킨 남은 것과 대전에서 얻어온 치즈를 마구 먹었다. 짠 게 당긴 모양. 빌려온 만화책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누구와 일할 것인가, 자꾸 원망하는 마음이 들지만 떨쳐내려고 노력중이다. 그저 이번에도 느낄뿐. 잘 맞는 사람하고 일해야겠구나. 팟캐스트도 열심히 하고 나중에 ㅂㄹ나 ㅈㅇ ㄴㄴ랑 여행을 같이 가서 싸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우리 현명하게 대화하면서 갈등을 잘 풀어내는 사람들이었으면. 사랑하니까. 미워하지 않고 기다리고 삐지지 않도록.

ㅂㄹ가 중국에서 재밌는 책을 봤다며 사진으로 찍어보내줬다. 아침엔 통화가 어려워 카톡으로 와르르르 내 복잡한 심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 이런 친구가 있는 게 어디냐. 사람을 찾기가 제일 어려운 거니까. 고맙게 생각하자.

20171024

네시 반쯤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잤으니까. 기분좋게 일어나서 오늘 일 갈 준비. 삼례 행사 준비하면서 서울이랑 대전 행사에 관한 생각도 했다. 삼례는 책모임 사람들이니까 글을 읽고 쓰는 일반인에서 책을 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내 역사까지. 마인드맵이 짱인데 이쁘게 그려지지는 않는 편이라 아쉽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 제일 좋아.

서울 워크숍에서 할 내용과 글도 정리했다. 재미있을 거 같다. 간지나게 이쁜 것들을 준비하면 더 좋겠지만 생각보다는 어려운 거 같아. 하얀색이 싫으면 색을 칠할까 했는데 그 방면의 전문가인 ㄷㄴㅁ 선생이 말하길 공산품에 칠하면 완전 못나진다고 하하하. 그냥 기성품을 쓰고 찾을 수 있으면 찾는 것으로.

삼례, 서울, 대전까지 준비해할 게 3개 있었는데 아침에 두 개를 마쳤다. 한 개 더 써서 대전에 보내야하는데 계속 미루고 있네. 그래도 삼례행사가 마음이 제일 무거웠는데 주욱 원고까지 다 써보고 정리해놓으니 후련하다.

카페에 일찍 출근해서 밥먹고, 부산에서 ㅇㄱ이한테 온 편지랑 책 받아들고, 주문한 아이폰 젤리케이스 받아서 옷 입히고, 포멧이후 버벅거리는 전화기의 상태 한땀한땀 정리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ㅋㅋ랑 ㅌㄹ도 잠깐 카페에 들렀길래 인사.

ㅇㄱ이 편지가 너무 좋아서 여러번 읽었다. 편지는 정말 좋다. 몇번이고 읽고 읽을때마다 따뜻해지고 울뻔했다. 울어도 좋았겠지. 카페에서 오늘 이야기할 원고들을 출력하고, 비비 언니들과 주말 행사 관련해서 통화하고, 고기 반찬에 낮밥 먹고 그러니까 금방 근무시간이 되었다. 카페는 한가한편이어서 씨네21도 읽고 두리번두리번 일을 찾아하고 기분좋게 5시 퇴근. 고양이 밥을 주고 싶어서 ㄷㄹㅋ오기 전에 내가 줬는데 다음 번엔 기다렸다가 같이 해야지. 내가 기쁜 것처럼 그도 기쁜 것이었다. 욕심쟁이처럼 혼자 했어 히히.

삼례행사도 일반인치고는, 강연자치고도 잘했다. 내 맘에는 썩 들지 않았지만. 나는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온 사람이 좋다고 하면 되는건데. 그 중에 아닌 사람이 있어도 괜찮은건데 나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냥. 더 재밌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책공방 구경가서 좋았다. 완두콩에서 대표님 기자님 나오셔서 취재하고 사진찍고 한참 웃었다. 나 정말 잘나가는 거야?

작년 초 카프카에서 방황백과사전할 때 왔던 분도 만났다. 그 분 역시 내가 방황하고 늙어가는 것과 함께 가끔 나를 지켜보는 셈이 된다. 재미있었다. 역시. 책공방에 나중에 따로 한 번 놀러가도 좋을 거 같다. 신기한 게 많고 담당자분하고도 친해지고 싶어.

그런데 집에 오니 뭔가 허전하다. 저녁은 허겁지겁 빵을 조금 먹었는데 배는 부르지만 헛헛한 느낌. 그래서 스팸스테이크를 구웠다. 엊그제 집들이 선물로 ㅇㄷ ㅂㅇ이 곽티슈를 사줬는데 혹시 모르니 포인트 적립하라고 영수증도 주고 갔거든. 그걸 가지고 가서 스팸이랑 라면으로 바꿨다. 하하하. 뭔가 웃기고 재밌다. 샐러드 위에 두껍게 구운 스팸을 깔아 먹고, 김부각도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이거 배란기든 생리전 증후군이든 뭔가 있는 거 아닌가 호르몬의 습격인가 싶어서 생리어플을 열어봤는데. 아차차차. 이것도 다 날라갔지.

이번달은 가계부, 생리어플 없이 뭔가 다 새롭게 시작하게 되버렸다. 괜찮아 괜찮아. ㅇㅈ쌤과 문자로 몇마디 주고 받으며 우리집 놀러오는 일정을 잡았고. ㅇㅈ쌤이 블로그 보고 편집부 유능하신 분들이라고 다음에도 그분들과 일하라고. 그치. 나는 정말 운이 좋다.

후다닥 씻고, 너무 늦지 않게 자야지. 11시에 김사월 윤중의 땐뽀걸즈 음악을 들으면서 잤다. 요즘 거기 꽂혀서 정말 수백번 듣는다. 날이 추워서 큰방에서 귀마개 하고 잔다. 가지도 자다보면 내 옆에 곤히 누워있다. 아으 귀여워.

20171023

내일 삼례책공방에서 저자와의 대화 행사가 있어서 준비를 하려는데 너무 졸려서 못하겠다. 우선 일기만 쓰고 새벽에 일어나서 해야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더라.

아하. 남원 무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났지. 6시쯤 눈이 떠져서 살금살금 내려와 일기를 썼고, 우리 가지는 밤새 귀엽고 편안하고 사랑스럽게 나랑 ㅂㅇ이랑 ㅇㄷ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잘 지냈어. 아침엔 지리산 둘레길을 살짝 산책했고 일행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돌아왔지만 점심도 잘 먹고, 집에 와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대전으로 떠났다.

ㅇㄹ와 ㅇㄷ과 같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아무말이나 하면서 노는 만담 너무 재밌다.

나는. 카페 출근을 준비하면서. 편집자님과 카톡으로 다음달 서울행사에 대해 의논했다. 동시에 내일 삼례행사 담당자분과도 얘기하고. 한시간도 전에 카페로 가서 느긋하게 일할 준비. 관리비와 도시가스 요금이 나왔다.

카페는 너무너무너무 한가해서 민망할 정도. 마감을 하고나서도 시간도 에너지도 남아서 청소기로 바닥청소까지 마쳤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내일 행사 준비해야하는데 졸려. 새벽에 해야지.

20171022

오늘은 대전친구 ㅇㄷ ㅂㅇ과 남원에 가기로 한날. 어젯밤 피곤해서 1박 2일용 가방을 싸놓고 자지는 않았다. 가지도 데려가야하니 챙길게 많을텐데. 하며 일어나 화장실용 박스, 이동장, 밥과 물을 챙겼다. 목줄도. 

친구들은 10시쯤 도착한다는데 집에 커피가 똑 떨어졌다. 나가서 사올까 하다가 콩을 좀 볶았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사 즈음 밥을 차려먹기 시작했는데 이제 콩도 볶아. 이야 진짜 정말 괴로운 계절은 끝났다. 

친구들은 10시 반에나 도착했는데 갓볶은 커피맛이 나쁘지는 않아 다행이다. 제법 좋았다. 커피 마시고 가지 태워서 남원으로. 

알아가는가게는 진심 아름답고 귀엽고 잘 해놨다. 우리집에서 멀지도 않아. 한 시간이면 온다. 대전도 마찬가지. 내 생활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직접적인 계기, 자신감이 생겼다. 

추어탕먹고, 혼불문학관 둘러보고 산책하고, 탕수육 먹고 떡볶이 먹고 가지데리고 광한루원 산책하고. ㅇㄷ 타로카드보고 깔깔깔 즐거운 시간.

주말에 팟캐스트 관련 나눈 얘기가 너무 좋아서 우다다다 회의록을 정리하고 공유했는데 내가 급하다는 핑계로 (그것도 당사자에게 지적받고나서 알게됨) 뜬금없이 반말을 했더라. 그냥 반말도 아니고 ~하렴체. 손윗사람들 이모나 선생, 어르신들이 우아하게 하대하는. 지적받고 얼마나 부끄럽고 얼마나 뜨끔했는지. 

말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ㅇㄱ은 대충 오타라고 얼버무리지 않아 고맙다고 훈훈하게 마무리했지만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꼰대가 되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이가 나보다 나이 어린 여자가 아니었다면 절대 안 할 실수라는 점은 명백하다. 우리의 문자대화를 여러번 복기해본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보고 또 본다. 여자, 나보다 어린 동료, 후배, 청소년들에게 특히 늘 긴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일이 나를 한뼌쯤은 키워줬기를 바라면서. 

그나저나 가지는 ㅂㅇ을 너무 좋아해서 샘이날 지경이다. 무릎에 올라가고 같이 잘 놀고 무사히 여행에 적응한 것같다. 집에서보다 얌전하고 밥도 덜 먹지만 인간도 잠자리바뀌면 잘 못자는 친구 있는 것처럼 이정도는 감당할만한 스트레스이길.

게스트하우스도 너무좋다. 히히. 신난다. 

20171021

아침에도 숙박객의 동거인과 마주치지 않는 성공적인 투숙을 마치고.
조식은 닭죽. 닭과 각종 재료를 넣고 푹푹 끓이기만 하면 된다는데 나는 그런 건 내가 만드는 음식이 아니고 **가든에서만 사먹거나 엄마가 해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거 같다.
안부르고 혼자고침에 그렇게 내 일이라고, 최소한의 사람구실을 하고 살자고 썼는데 내 삶 곳곳에도 이런 저항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다음엔 나도 닭죽을 집에서 끓여먹어보겠노라 다짐하면서

어제와 오늘,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도 다 고맙고 좋은 말,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어서 피곤하지는 않아. ㄴㄴ와 어제 오후에 한 팟캐스트 회의에다가 오늘까지 ㅇㄱ 과 나눈 이야기까지.
구산동 도서관마을도 구경하고 ㅇㄱ이 이사하면서 남은(?) 등기구와 커텐봉을 챙겨들고 왔다. 하하하. 작은방 커텐봉 길이를 착각해서 잘 못사서 또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생기다니. 주방 등기구도 직접 갈아보고 싶다. 지난 캠프에서 배웠으니까. 신난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오니 너무 좋은데, (지난밤에 고양이랑 놀아주십사 부탁드린 분도 무사히 다녀가셨고)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칼국수를 먹고 싶은데 나가서 사먹을까, 라면을 사와서 끓일까, 그때 누구에게 같이 가자, 하고 싶은 사람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으니까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뒤척거리다 며칠전 땡땡땡에서 얻어온 시래국에 밥말아 먹었다. 밥을 하는 건 햇반을 사러가서 데워오는 것보다 쉬운일.

그리고 또 뭘했더라. 책을 읽고 싶었는데 잘 안 되었고, 비밀보장 한 편을 들었고, 우리의 팟캐스트에 대한 궁리를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이름을 정했다! 하하하하. 역시 시너지가 나는 친구와 떠는 수다는 너무 좋지.

그냥 트위터보고, 멍하니 누워서 우리 가지랑 놀다가 잤다. 그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스팸이나 소세지, 맛있는 햄을 먹고 싶은데! 명랑핫도그도 없는 이놈의 동네. 내일 치킨을 먹을 거니까 치킨을 사먹는 것도 조금 참자.

가지는 하루 혼자 자서 외로웠든가 날이 추워져서든가 내 옆에 꼭 붙어 있다. 심지어 팔을 베고 자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 아아아아 사랑스럽다. 내일은 가지와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 잘 다녀오자.

20171020

아침에 일어나, 일기를 쓰고 커피를 한잔 내려마시고 보온병에 싸고 빨래를 걷고 집안을 정리한 뒤에 오늘 밤 고양이랑 놀아주러 오실 분을 위해 메모를 남겼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집에서 놀다가 늦을지도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전주역 앞으로 가서, 날라간 가계부 관련 업무 처리를 했다. 볕이 너무 좋아서 소풍온 기분. 

은평구 ㅂㄹ네 사무실에 찾아가서 책을 선물로 드리고, 초밥과 튀김이 함께 나오는 모밀셋트를 먹었다. 역시 정말 서울 최고야. 해외여행 인솔자 일자리가 생기면 연락도 한번 달라고 강조했고 사는 얘기를 우르르르 나누면서 신나게 놀았다. ㄴㄴ랑은 오후에 팟캐스트 관련 회의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올 해 안에 한 번 녹음해보자. 편집과 음악을 도와줄 친구를 찾아보고 장기적으로는 펀딩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자. 사람들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면서. 

지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내 에너지가 가득찬 상태인데 계절의 변화나 내 기운의 흐름같은 걸 명리학을 공부하면 알 지도 모른다는 ㄴㄴ의 조언. 솔깃한데. 그리고 세상에나 2쇄를 찍는다고 한다! 편집부에서 와서 응원하고 사진찍는다고 했는데 ㅁㅇ님도 아프고 ㅂㅎ님도 가정사때문에. 

혁신파크까지 걸어서 (당연히 중간에 지나치고 해당건물을 못찾고 헤매서) 도착. ㅁㅈ과 짧은 인사도 나누고 우연히 살림에서 일하는 ㅁㅇ도 만났다. 비전화공방 강연에도 왔음. 

어제 새벽까지 쓴 강연원고도 있고, 청중 분위기도 나한테 호의적이고, 지금 나는 빛나는 에너지로 가득해서 강연도 재미있게 잘, 했다. 그 멀리서 퇴근하고 ㅈㅇ도 와주었고 ㅊㅎㄹ쌤도 들러서 응원해주셨다. 역시 나는 복이 많은 사람 고맙고 또 고맙다. ㄱㅈ도 찾아와 분위기를 살려(?) 준듯. 

ㅇㄱ의 집에 체크인해서 팟캐스트와 기사 콘텐츠를 어떻게 결합시킬지, 오늘의 나는 얼마나 멋졌는지, 지역의 멋진 언니들을 만나러 다니는 일은 얼마나 설렜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연어를 먹고 깔깔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아. 좋군요.     

20171019

어젯밤에 맥주를 마셨다. 대전서 신나게 놀고 돌아왔더니 너무 좋고 행복한데 그냥 잠들기 쓸쓸할 만큼 외로워져서. 시험도 붙었고 기분도 좋으니 맥주나 마시고 취해서 자자. 한두시에 잔 것 같다.

그래서 여섯시에 눈이 떠졌으니 평소보다 잠을 조금 잔셈. 차도 마시고 일기도 쓰고 요거트도 먹고 빨래도 돌리고 방도 치웠다.

가지랑 산책도 30분 나갔고 내일 서울갈 준비해야하는데 피곤해서 카페 출근하기 전에 낮잠을 잤다. 아이폰이 너무 느린 것 같아서 사진을 좀 지우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포멧을 해버렸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되니 백업이 아쉽기는 하더라.

카페 근무마치고 한시간동안 각종 은행 공인인증서만 까는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한버닉 이렇게 강제 정리하는 거 나쁘지 않다. 가계부랑 미밴드 기록 사라진 게 좀 아쉽지만.

그거 세팅 맞추느라 어영부영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고, 역시 일은 하기 싫어서 서울 강연 준비를 미루고 미루다가 한 시 넘어서 겨우 대충 마쳤다.

가지를 두고 1박 2일 집을 비우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극성 엄마라 동네친구에게 부탁했다. 금요일밤이나 토요일  아침에 가지 화장실 치우고 좀 놀아달라고. 

20171018

8시 20분 기차를 타야하니까 여유롭게는 7시 40분쯤 나가야한다. 6시 반에 눈 떠도 뒹굴뒹굴거리면 금방 시간이 지나니까 게으름을 맘껏 피울 여유는 없다. 그래도 대전 놀러가는 건 기대되는 일이니까. 머리감고 예쁜 옷 골라입고 삼례역으로 갔다.

일찍 도착해서 시내 스타벅스에서 점심시간이 되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져간 블루투스 키보드 건전지가 다 되었는지 힘들어서 그냥 커피마시며 시동을 걸던 중에 ㄱㅇㅅ가 일찍 왔다. 육아휴직 중인걸 몰랐네. 그래서 점심시간에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여유있게 점심먹고 영화도 같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데다가 휴직중이라 스트레스가 덜해서 그런지 내가 처음에 만났던 좋아하는 모습의 ㄱㅇㅅ여서 좋았다. 작년에 한창 스트레스 많을 때는 짜증이 심해서 이 남자 친구로 못두겠군. 버려야하나,까지 생각했었는데 사랑한다면 역시 그 시간을 기다리고 미워하지 않고 버리지 않아야 하는 거였어. (아마 내가 남들을 괴롭히는 괴로운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그러할 테지)

점심은 ㅂㅇ과 근처의 일본라멘집으로 먹으러 갔다. ㅇㅇ에게 추천을 받아 검색한 집. 도시음식이면서 이 친구들의 식성에도 크게 미안하지 않은 집으로. 스파게티와 파스타 같은 도시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저녁에 ㅇㅇ랑 먹으면 되니까. 대전에 살 때처럼 점심을 먹고 극장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구석에 들렀다가 오후에 어디 동네에서 예술하는 사람들 전시 오픈이랑 연극제 개막식이랑 보러 다녔다. 커피 마시면서 ㄱㅇㅅ 타로 카드로 앞으로의 자기 계획에 관한 것도 봤다. 논문쓰고 졸업하는 건에 대해서. 영화 끝나고는 11월에 구석에서 할 행사에 대해 기획회의를 했다. 저녁엔 저자와의 대화같은 행사를 하고 싶고, 아침에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 ㄱㅇㅅ가 출근하면서 들를 수 있게 새벽부터 나오려고 했는데 출근을 안하다고 하니 ㅇㅇ보고 오라고 하든가해야겠다. ㅇㅇ랑 저녁먹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는데 성심당 프라잉팬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아주 맛있게 먹고 행복한 결혼생활하라고 타로도 한번 봤다. 좋은 사람.

오늘은 한국어교원자격시험 필기발표날이었는데 세상에나 붙고 말았다. 정말 너무 어려워서 떨어졌을 거라고 가채점도 하지 않았는데 놀랍고 고맙고 신기하다. 면접까지 준비해서 붙어버리면 좋겠다. ㅈㅇ도 붙었다고 시험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시험운이 좋아서 붙을거라 기대했던 ㅂㄹ는 안됐다고 미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랬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 너무 잘 놀아 기분이 좋아 되려 혼자인 게 쓸쓸했다. 잘 놀다오면 혼자인게 더 잘 느껴지니까. 그래서 좋은 날 자축의 의미로 맥주 한잔하고 신나게 트위터에 떠들다가 잤다.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