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보관물: 2017/10/01

20170929~0930

금요일과 토요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금요일에는 아침 산책, 오전에 완두콩에 보낼 책 소개 원고를 하나 쓰고, 점심 기술캠프관련 목수님들과 점심식사 겸 회의, 끝나고는 교육 때 필요한 자재사러 전주 공구상가에 지정 키키와 같이 갔다. 끝나고는 은지씨랑도 같이 만나 맘스브레드에서 빵 먹고, 시간 맞춰 고산으로 와서 어제 만들다만 중문을 마저 만들러 갔다. 만드는 건 내가 아니라 목수님들이지만 가서 샌딩이라도 하고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해야하니까. 

가지는 나무도 타고, 가을 바람도 쐬고, 낙엽도 밟으면서 신나게 놀았다. 흙을 파고 똥도 싸고 강아지를 만나면 잔뜩 웅크리며 긴장하고. 이렇게 매일 너랑 여유있게 산책을 할 수 있는게 정말이지 꿈같은 일이야. 

점심 때 목수님들과의 회의도 좋았다. 신목수님은 책의 원고를 검토해주신 분이기도 한데 원래도 내가 좋아하는 분. 이번 교육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고 같이 해주실 곽목수님께도 페미니스트가 되어달라 요청했다. 

공구상가에 가서는 전동드릴파는 설비집, 환풍기 파는 공조집, 조명파는 전기집을 차례로 들렀다. 전동드릴 파시는 분은 도대체 너네 이거 어디다 쓸거냐고 의아해하면서 상담했지만 (젊은 여자들이 우르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게 신기했겠지) 무시하는 투는 아니었고 다른 집들도 소개시켜주셨다.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한 권 드리고 싶은 심정. 

아, 책. 큰언니는 친구에게 선물받은 다섯 권을 직원들과 나눠갖고 대량으로 구매해서 자기가 선물로 좀 뿌리겠다고 한다. 출판사에 할인가로 살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50권 산다길래 통크게 100권 사라고 했다. 출판사에 연락해서 주문하고 (약간 자비출판 느낌 나서 부끄럽긴했지만) 큰언니 부탁대로 사인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친구들과 도시분위기 한껏 나는 빵집에서 빵을 먹고 작업실로 돌아와 또 안절부절하며 중문 만드는 작업을 지켜보고 보조했다. 같이 작업하는 작은 목수 ㅎ은 이렇게 빨리 끝나는 작업은 없었다며 전문가 박소장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니 마음의 부담을 많이 갖지는 말라는 뜻으로 말했지만 (내가 그렇게 맘대로 이해함) 시중에서 내가 주문해서 가격을 치른다면 최소 50만원에 이렇게 아름답지도 않게 나올테지. 이건 정말 100만원 짜리인데 값을 따지기 어렵다. 박소장님은 아내가 자기집 고양이들을 위해 뭘 만들어달라고 할 때도 바빠서 못만들어줬는데 이렇게 한 걸 알면 정말 큰일이 난다고 함구하라는 명을 내리셨지. 박소장님도 누군가 필요한 걸 만들어주는데 보람을 느끼시는 좋은 분. 고마운 분. 물론 요즘의 내 기운이 지나치게 좋아서 운이 좋은 것도 많다. 주변에 착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은혜를 갚을 거야. (또 눈물이 나네)

11시에 작업을 마쳤고 이제 설치만 하면 된다. 계속 작업을 지켜봐주신 ㅎ쌤은 가시고 모닥불옆에서 박소장님과 작은 목수 ㅎ이랑 1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이주민이라 약간은 외롭고, 인간이라 생활을 고민하고, 사회인이라 관계를 노력하는 이야기. 주차장에 핀 꽃과 밤길 낭만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집에 오는 길에 ㅎ을 태우고 왔고 피곤에 쓰러져 갔다. 

다음날인 토요일도 일정이 빡빢하다. 완두콩 월마감이 어젯밤이었는데 늦지 않도록 오늘 오전중에라도 보내야한다. 아침에 부랴부랴 원고를 쓰고, 그림도 그리고 (마음에 든다) 가지가 초대받은 친구고양이 아비, 시냥이네 집에 갔다. 

혹시나 아비,시냥네가 집을 오래 비우면 가서 화장실도 봐주고, 그러려고 인사도 할꼄. 어짜피 오후에 마을 장터타로보러 출근할건데 가지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여행ㅎ는 훈련을 시켜서 나중에 멀리멀리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하려고. 다른 고양이들 만나는 것도 어떤지 보고. 책도 사주셔서 출장사인회도 했다. 제주친구네 책방에 보낼 랜선사인 이벤트 공지도 썼지. 하하. 

시냥이랑은 엄청 하악댔다. 우리는 그런 모습조차 너무 귀여워서 사진찍고 난리였지만, 혹시 이런거 우리 가지한테 스트레스인가, 나 좋자고 너무 학대하나 그런 걱정도 들기는 한다. 그래도 산책 매일 시키고 사랑하고 더 좋아지라고 계속 노력할거니까 함께 노력하자 가지야. 고산시장으로 와서 홍홍에서 같이 피자먹고. 몇달도 전에 돈만 받아놓고 봐주지 못한 고교생 소녀의 타로를 봐주고 마을장터에 가지를 영업사원으로 대동하고 출근. 역시나 인기 대폭발.

방 한켠으로 쏙 들어가서 사람은 많이 못만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응게. 가지랑 누워서 놀다만 오면 되니께. 토리가 가지 화장실 걱정을 잔뜩하면서 화장실도 챙겨주셨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다니. 하하. 가지는 화장실가고 싶어요 라고 말도 못하니까. 오늘 하나 배웠네. 멀리, 오래 나갈 땐 화장실 들고 다녀야 한다. 

내일은 서울에서 미야네 가족이 전주에 온다고 한다. 고산미소에서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하다가 아침부터 내가 전주로 가서 같이 일정을 소화하는 걸로. 너무 짧게 만나면 아쉬우니까. 엄마도 동생도 다 알고 친한 사이니까. 

정말로 가을과 함께 좋은 일들만 계속 되고 있다. 슬럼프 끝. 복된 날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