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일찍 출근하기로 했다. 연휴내내 무리하셨으니 오늘 오전은 좀 쉬고 싶을만도 하지. 9시에 나와서 오픈해달라고 하셨는데 여유있게 8시 30분에 갔다. 슬슬 청소하고 홍차도 만들어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봤다. 손님은 많지 않았다.
사장님은 점심때나 되어 오셨는데 역시. 내가 사장님을 오해했어, 쉰 게 아니라 갑자기 오전에 절친과 어디 다녀오고 싶은데가 되어서 새벽같이 한 시간 거리를 운전해 짧은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그래 누군가에게는 쉼 말고 다른 방식의 휴식이 필요한 걸테니까.
3시까지 일하고 퇴근. 육개장 싸주셔서 가져와서 저녁에 오뎅 넣고 끓여 먹었다. 생리전 증후군 때문인지 뭔가 강력한 게 먹고 싶은데 술도 아니고 차도 아니고 … 어제처럼 김부각 한통을 와작와작 씹어먹고도 모자라 지난번 키키가 사두고 간 꽃게랑 와사비맛을 먹었다. 걷기왕을 보면서.
아..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심은경과 다른 모든 여성 배우들 멋지고 영화도 정말 좋다. 며칠 계속 읽는 책도 너무 좋지만 유쾌한 영화보고 싶었는데 잘 골랐다. 족구왕 볼까 하다가 그래도 여성이야기 보고 싶어서 걷기왕으로 했는데 잘했다.
계절 바뀌는 시기에다가 까페가 바빠서 물 마를 틈이 없었더니 손가락끝이 갈라지고 피가 나고 난리다. 열심히 핸드크림을 발랐지만 부족해서 피부연고를 바르기로. 다행히 집에 뜯지 않은 연고가 있다. 내일과 모레는 일안하니까 물 안 만지면 되고 일요일도 늦은 시간 짧게 일하니 그 사이 괜찮아지면 좋겠다.
카페 퇴근길에 사장님이 특근수당이라며 봉투를 주셨다. 근무중에는 동네 젊은 이성커플들을 위해 (젊은이들의 임신 걱정을 우리가 지레 사서 하면서) 콘돔을 사서 선물하는 좋은 친구가 되자고 함께 검색해서 주문했다. 검색과 주문은 내가 하고 비용은 사장님이 내고. 언니랑 형부 위해 하던 각종 구매대행이 여기서도 빛을 발하다니. 재미있다. 정말. 우리 사장님 재밌고 좋은 분이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 지난번 제주 여행 갑자기 정했을 때 여비챙겨준것도 좋았는데. 이런 칼같고 정확한 관계를 길게 지속하면 좋겠다.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어쩌다보니 가정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되었지만. 그런(가족의 학력 같은 것) 편견과 선입견을 넘는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나부터도.
다음 월요일에 출연할 라디오 방속국에서 질문지가 왔다. 별 거 아니고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방송출연이라고 떨린다. 출연료는 교통비 명목으로 3만원 준다고 한다. 작년 청년포럼할 때 누군가 명함을 주고 간 게 기억나 찾아보니 이 분이 그분이다. 지역에서 나름 부지런히 활동하고 일하고 계시는구나. 우리 잘해봅시다. 책도 많이 팝시다.
아침에 가지랑 앞쪽 길로 산책을 갔다. 녀석은 이제 내가 올려다봐야하는 높은 나무까지 올랐다.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고마운 존재.
손가락이 갈라져서 씼는게 너무 힘들다 이만 겨우 닦았다. 내일은 고무장갑끼고 머리감아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