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9시에 안 되어 자러 누웠고 두어시에 한 번 깨고, 가지가 똥싸서 4시에 냄새때문에 깼다. 뒹굴거리면서 일어나기를 미루다가 냄새때문에 4시 반에 일어나 치웠다. 그리고 모닝커피를 마시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해본다.
출판사와 다음책에 대해 얘기하는 중인데 나도 정리하지 못한 아이디어들만 뭉게뭉게 있어서 앉아서 문서로 정리했고, 메일보냈다. 해야지 해야지 하던 일을 못하니 찜찜하던 게 사라지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보낸편지함을 보고 또 보며 내가 보낸 메일을 읽는다. 흐뭇하게. 편지나 메일이든, 공개적으로 쓴 트윗이나 블로그 글이든 진심을 담아 쓴 글은 내가 제일 좋아한다. 자꾸 또 읽게 된다.
가지를 처리하기 위해 남은 걸 다 구웠다. 버섯 양파 마늘 당근도 같이 좀 버터를 넣고 구웠다. 치즈와 발사믹 소스를 뿌려서 아침을 만들었다. 가지와의 겸상도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가지에게 인간의 식사예절을 가르치기는 어려운 것 같아 내가 베란다로 나가 문을 닫고 멀었다. (정말 고양이 중심으로 오냐오냐해서 키우는 걸까. 내가 가지를 하하하) 하지만 가장 현명한 방법 같아. 편하고. 식탁에서 먹을 때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먹거나 서서 먹었는데 여기서는 앉아서! 가지와 눈 마주치며! 느긋하게 먹을 수 있다. 물론 가지는 유리문 앞에서 애처롭게 울면서 바라본다.
오늘도 산책을 나간다. 지하주차장쪽으로 방향을 잡으시길래 졸졸졸 따라다녔다. 다시 나와서 맨날 가던 화장실도 가고 나무도 타고 재미있게 산책을 마쳤다. 다른 고양이 한마리를 만나서 따라가려고 하길래 강제로 데려왔따. 중성화수술 안해는데 혹시 무슨 일 새애기면 어떻게 해. 가지는 그 새 또 무럭무럭 자라서 1.9킬로그램이 되었다. 뱃살이 눈에 띠게 늘었다.
오늘 연화씨가 부산에서 놀러온다. 연화씨가 오면 치킨도 먹고 피자도 먹고 같이 커텐봉도 설치해야지. 어제 맨 처음 가지 1차 접종했던 인후동 행복한 동물병원에서 3주가 지났으니 2차 접종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그 병원에 계속 다닐지, 멀지만 중화산동 메이동물병원에 다닐지 고민된다. 송천동 하트동물병원도 소개받았는데 거리를 보니 인후동이랑 비슷하다. 주병원을 정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일이니 경험하는셈치고 오늘 2차 접종은 하트동물병원으로 가보려고 한다. 나갈 채비를 하고 이동장에 넣어 차를 태워 출발.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차에서는 계속 울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노래를 불러주면 좀 잠잠한 거 같아서 우리 가지는 예쁘고 사랑스럽지, 우리 가지는 너무 착하고 씩씩하지 하면서 맘대로 노래를 지어 불렀다. 병원은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테크니션분들이 계속 간식을 너무 많이 주어서 그냥 주는대로 받아먹었는데 그러다 오늘 또 설사하는게 아닌가 걱정되다가 병원계시는 분들인데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두었다.
2차 접종하고, 산책냥으로 맞아야할 외부기생충양 목뒷덜미에 바르고, 곰팡이피부병이 의심되니까 약 처방 받아왔고 설사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많이 했다. 내장에 원충이 있는 경우, 식이문제. 사료를 바꿔서 그런것이거나 세균성 장염이거나. 변검사를 한 번 더 했는데 양이 너무 작아서 확진하긴 어렵다고 가지가 설사를 한 날 신선한 똥을 가져오면 정확히 검사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 우선 유산균을 좀 많이 먹이면서 자가치유하도록 도와보자고 하신다. 괜찮을 때 괜찮다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 받았을 때 설사가 나오고 그게 반복되면 원충이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 가지 아프면 안되는데.. 귀도 닦아주시고 발톱도 깎아주시고 설명도 잘해주시고 병원도 가깝고 깨끗하고. 그래 이 병원으로 정했다!
병원 일보고 터미널로 가서 연화씨를 픽업했다. 배고프고 어디가서 먹기는 애매하고, 도시에 나왔고, 가는길에 맥도날드 드라이브쓰루가 있으니 햄버거 먹자! 그렇게 사와서 집에와서 역시 베란다에 둘이 나와서 먹었다. 그래도 이번엔 작은 탁자를 꺼내와서 식탁도 있었다. 하하. 가지가 병원다녀오고 피곤할텐데 우리랑 놀고 싶어해서 잠좀 자라고 우리는 나왔다.
마그네다리 옆 코스모스길과 갈대밭 구경하고, 고산가서 커피 마시고, 카페 길냥이들 밥 챙겨주고, 팔각정에 올라서 멋진 고산전망 감상. 십분 산행이었는데 땀이 주루룩 흐르고 헉헉. 하지만 오늘 커텐봉 달기로 했으니 작은방 커텐봉도 사고 우유랑 달걀도 사러 봉동읍내 하나로 마트에 갔다.
관리사무소에서 전동드릴을 빌렸는데 내일 말고 오늘 쓰는 대로 바로 반납하라고 해서 움직인 김에 커텐을 달기로 했다. 둘이 있을 때 달아야 좋고, 큰방에 커텐을 달면 연화지도 잠자기 편하니까. 생각만큼 커텐봉 고정시키는 브라켓을 천장에 박기가 힘들었다. 위치 잡을 때 고려해야될 상황도 한 두개가 아니었다. 나중에 블로그에 올린다고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우리가 끙끙대던 그 삽질과 노고가 사진엔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게다가 작은방 커텐봉은 내가 치수를 재갔는데도 179를 창문들 그림과 겹쳐진 1을 제대로 못보고 79센치짜리 욕실커텐봉을 사오는 바람에 쓸모없어졌다. 김에 욕실에 진짜 욕실커튼을 달까 생각중. 작은방에 브라켓을 설치해서 나중에 봉만 구해서 끼우면 된다. 당장은 커튼도 없으니까. 작년에 전환기술에서 많이 쓴 대나무 한 개만 얻어서 걸면 참 좋을 텐데 그런거 구할 데 없겠찌. 있을지도 몰라. 염두에 두면서 어딘가에서 보면 주워와야지.
그리고 대망의 치킨타임. 집에서 먹는 거 가지때문에 힘드니까 나가서 먹었다. 드릴도 반납하고. 간장치킨을 시켰서 배불리 먹었고 집에 와서 가지를 데리고 좀 놀다가 잤다. 다음에 친구가 놀러오면 양념반후라이드반 시켜먹어봐야지. 집앞치킨집이 맛있어야 좋으니께. 치킨냄새를 풍기며 집에 들어오니 가지가 손가락을 핥고 난리가 났지만 니가 먹어야 할 것은 유산균이다.
내일은 위봉사에 가도 좋고 아침에 가지랑 코스모스 꽃밭에 가도 좋고 연화씨도 있으니 가지데리고 좀 멀리 여행가는 훈련을 해볼까해. 기대된다. 그리고 저녁에 카페 출근. 전동드릴 빌려와서 화장실 세면대도 청소하고 욕실커튼도 달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