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역시 가지가 새벽에 설사를 했고 아무래도 내일 병원에 가는 것보다는 오늘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똥을 봉투에 잘 담아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주에서 20세기의 여인들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를 주문했고 어제 도착했다. 아침에 그걸 읽었다. 건형 씨가 만드는 생각다방산책극장에 관한 잡지에 넣을 원고도 썼다. 며칠전 연화씨를 맞이하고, 지금은 또 다른 다방의 친구 덕래씨를 맞이한 내 친구의 지도에 대해서.
아침에 차를 마시고 각각 집을 나섰다.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열심히 달려 9시 반에 도착했는데 진료는 10시부터라고 한다.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가지랑 기다리니 의사선생님이 오셨고 내가 잘 싸온 가지변봉투를 가져가셔서 검사한다.
다행히, 내장 속에 원충세균도 없고, 만성설사검사도 아니란다. 의심되는 건 사료문제. 몸에 맞는 사료를 이것저것 시도해서 찾아가는 수밖에. 말로만 듣던 사료유목민이 내 신세가 될 줄이야. 그래도 안 아픈게 어디냐 다행이다 싶었다. 이것저것 샘플을 먹여봐도 좋지만 지금 당장은 설사를 하니까 처방사료를 먹이고 속이 안정되면 그때부터 샘플 먹이며 사료를 찾아도 좋겠다고 추천하셨다. 그렇게 하기로. 곰팡이약은 계속 먹으면 2주일 후 정도에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일거라고 하셨다. 다행이다. 유산균도 계속 먹이면 좋단다. 9만원 결제했다. 지난번에도 8만원 돈 나왔는데 정말 손이 떨릴 겨를도 없이 안 아프다니 다행이지 하는 마음으로 결제한다. 아직은 돈 걱정에 가지가 원망스럽지는 않으니까. 이런 걸 각오하고 식구로 들이기로 했으니까.
집에 돌아오니 기운이 빠진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두고 갔다고 전화와서 내일 가지러 가야한다) 어제 사온 아보카도를 토마토랑 섞어서 과카몰리라도 해먹고 싶지만 하이고 생각만해도 피곤하네. 편의점에 걸어가서 생생우동과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비전화공방서울 강연 일정이 확정되어서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뜨개질에 대한 열정을 잠재울 수 없어서 가지고 있는 티셔츠 두세개를 챙겨서 고산으로 갔다. 홍홍이든 카페든 실실실 실을 만들 것이다.
홍홍에서 정은 씨 가위를 빌려서, 카페 스탭룸에서 실을 만들었다. 히히. 엊그제 주문한 콘돔도 도착했다. 우리 좋은 사장님, 젊은 남녀커플이 같이 사는 걸 예쁜 마음으로 보면서도 임신 걱정을 안할 수가 없어서 계속 마음이 안 좋으시다했다. 나 역시 피임을 잘해야할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친한 것도 아니고 잔소리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 우선 콘돔을 사주자. 라고 둘이 의기투합했던 거다. 물론 비용은 사장님이 냈다. 그렇게 남학생들이나 젊은 청년들에게 비용이나 구입이 저어한 문제라면 카페에 가면 사장님이 콘돔을 주더라, 라는 내용만 그들사이에 돌아도 좋겠다. 우선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그 커플에게 선물하시기로.
저녁엔 공지영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고산 작은 카페에 이런 대형작가가 강연회를 오다니 신기하도고 신기하다. 50여명이 왔고 강연내용도 괜찮았다. 나는 내용보다 프로들이 어떻게 강연하는지 감탄하면서 봤다. 시간, 내용의 강약, 트렌드한 뉴스와 어울리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노하우 등. 역시 잘한다 잘해. 감탄하며 봤다.
마감까지 하고 가니 10시가 다 되었다. 다행히 출판사에서 보낸 책이랑 가지 화장실용으로 구입한 홍화씨도 도착해있었다. 이미 잘 시간도 넘은 시간에 퇴근했다. 바로 쓰러져 잘 거 같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목욕이 하고 싶었다. 이제 곧 생리 시작되면 못하니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좋았다. 역시 입욕 최고. 몸을 닦고 말린다는게 깜빡 잠이 들어버려서 11시에 일어나 이불깔고 누웠더니 12시에나 잠들었다. 잘 잤다.
그리고 다음날 10시 넘어서까지 잤다. 새벽에 잠깐 가지 화장실 치우러 일어나긴 했지만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역시 생리가 시작되었다. 여유있게 움직이면서 가지 데리고 고산에 가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욕심인 거 같아서 가지는 두고 나왔다. 카페에 잠깐 들러서 소희씨한테 선물을 받고, 땡땡땡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서 일기를 쓰고 뜨개질을 하려고 했는데 3시에 간담회 행사준비를 한다고 북적북적하길래 책만 셋팅해놓고 다시 카페로 와서 은지씨와 친구에게 사인회를 한 번 하고, 카페에 책을 셋팅하고, 현정쌤께도 사인해드리고, 소장님께도 사인한 책을 한 권드리고… 다시 땡땡땡으로.
완주문화재단에서 문화정책 관련한 감담회를 두시간 진행했다. 아 피곤. 그리고 전주에 나가는 길에 전환기술에 들러서 책을 한권 드렸고 병원에 들러 가지 약을 챙겨서 비비에 왔다. 언니들도 일정이 좀 있어서 후다닥 바자회에서 옷을 고르고 컵라면과 고구마김치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렇게 일기를 쓴다. 이제 집에가서 자야지. 내일은.. 여성생활기술캠프 하는날. 바쁘겠지만 또 재밌을거야. 오늘은 일찍 자자.